증권 일반
‘삼전닉스’ 자사주 구조대가 막아낸 코스피 하락…방패는 언제까지 견딜까
- 기타법인 1.5조 매수에 6800선 회복…단기 수급 방어 성공
9~10월 CXMT 덤핑·美 금리 인상 등 구조적 악재도 변수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대외 악재로 31일 장 초반 3% 넘게 급락했던 코스피가 반도체 대형주의 반등에 힘입어 상승 전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영향으로 지수하락을 막아냈다는 평가다.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14포인트(0.46%) 오른 6820.0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75.30포인트(2.58%) 내린 6613.58로 출발한 뒤 장 초반 3%대까지 밀리며 한때 65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시장을 뒤흔든 것은 미국발 긴축 공포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었다. 지난주 말 잭슨홀 미팅에서 워시 연준 의장은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재개 소식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약진에 따른 D램 가격결정력 약화 우려로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47% 급락하자, 국내 증시에 충격파가 그대로 연결됐다.
판도를 바꾼 것은 ‘기타법인’이었다. 기타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홀로 1조5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수 주체로 평가되는 기타법인은 지난 8월 20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종목의 주식을 10조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15조원, SK하이닉스가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중 약 10조원 어치 실탄이 실제 시장에 유입되며 하방 방어막 역할을 한 셈이다.
매수세에 힘입어 반도체 투톱은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000원(1.17%) 오른 26만원, SK하이닉스는 2만1000원(1.27%) 상승한 167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국내 8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된 점도 하방을 지지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자사주 방패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1월 중·후반으로 예정된 자사주 장내 매수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코스피 방어막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사주 매수가 주가 하락을 막아주는 사이에 큰 손 투자자들이 물량을 대량으로 털어내는 현상이 고착될 경우 자사주 매수세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매출이 870%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CXMT의 범용 D램 덤핑 공급이 오는 9~10월 시작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른바 실적 피크아웃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 대장주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관들의 청약 실탄 확보를 위한 기존 주도주 매도세가 거세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이 9월 금리 인상 단행 가능성까지 겹친다면 국내 증시 충격이 예상된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LG전자(7.44%) ▲SK이노베이션(7.36%) ▲삼성전기(2.60%) ▲LG에너지솔루션(2.16%) ▲삼성바이오로직스(2.15%)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4.75%) ▲삼성생명(-1.29%) 등은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2포인트(0.49%) 내린 834.29로 마감했다. 장 초반 800선까지 밀렸으나 ▲에코프로(1.22%) ▲에코프로비엠(2.20%) 등 2차전지주의 강세로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개인이 253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2억원, 2015억원을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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