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골든타임 놓쳤나...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대형마트 ‘시큰둥’
- [김빠진 새벽배송]①
기존 사업자 입지 탄탄…규제 풀려도 경쟁 어려워
유통 소비 트렌드 변화…새벽배송 넘어 퀵커머스로
성공 보장되지 않는 새벽배송
새벽배송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15년이다. 이 시장은 쿠팡이 70%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대형마트가 이미 자리 잡은 쿠팡 등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야간노동자의 근무 시간 및 방식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새벽배송 도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당정이 추진하는 새벽배송 규제 완화에 큰 기대를 걸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당정은 올해 초 대형마트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동안 대형마트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일부 규정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1997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개정되며 대형마트의 성장을 저해하는 족쇄가 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대규모 사업자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자정부터 오전 10시) ▲월 2회 의무휴업 ▲출점 규제 등이다.
당정이 10년 넘게 고수하던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주려는 것은 관련 업황이 좋지 않아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유통업계에서 대형마트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불과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로 대형마트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대형마트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3% 줄었다. 같은 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이 7.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대한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새벽배송 허용이 대형마트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규제상 쿠팡 등 온라인 사업자와 비교해 불리했던 점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국 점포를 도심형 물류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소비자 접점이 강화되고,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대형마트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온라인 사업자와 비교해 후발주자”라며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기 위한 추가 인력 채용과 물류 및 시스템 투자 등 추가적인 부담도 적지 않아 허용 자체만으로 대형마트 경쟁력이 자동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새벽배송이 허용된 이후가 더 문제”라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물류 체계와 수익 구조를 정비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간작업 노동자의 근무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하루 최대 근무 시간 10시간 ▲주당 최대 근무 시간 48시간 ▲연속 야간작업 최대 3일로 제한 등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인건비, 물류비 등의 증가로 새벽배송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업계에 ‘새벽배송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지금의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이 새벽배송 덕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서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15조원(추정치)이다. 이는 국내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230조원)의 6.5%에 불과하다. 관련 수치는 새벽배송이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것은 맞지만, 현재의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세를 전적으로 견인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유통업계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현재 소비자들은 새벽배송보다 빠른 퀵커머스(1시간 내 배송)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등 플랫폼에 입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쓱(SSG)닷컴과 제타(Zetta)를 통해 퀵커머스 서비스 확장의 일환으로 2시간 단위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31일부터 기존 서울 양재, 경기 하남점에서 12개 점포로 2시간 배송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연내 관련 서비스 가능 점포를 5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롯데마트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등에서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국내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스태티스타(Statista)는 관련 시장이 오는 2030년 43억달러(약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31억9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쿠팡, 컬리 등 일부 기업이 새벽배송 시장을 장악했다”며 “이들의 입지가 견고한 상태에서 오프라인 유통사가 새벽배송에 무리하게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은 기존 점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새벽배송을 무리해서 따라가는 것이 대형마트 경쟁력 강화의 해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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