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모니터에서 헤드셋까지…삼성 ‘게이밍 제국’ 만든다
- 오디세이·갤럭시·SSD·TV 집결…전사 역량으로 게이밍 생태계 구축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7년 연속 1위…미래 소비층 선점 나서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6’에서 약 330평 규모로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는 글로벌 게이머와 업계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각종 기기들은 하나의 거대한 ‘게이밍 제국’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회에 단독 대규모 부스를 꾸려 참가한 국내 종합 전자 대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가 게임스컴 무대에 올린 것은 단편적인 신제품이 아닌, 게이밍 경험 전체를 아우르는 ‘풀패키지 생태계’였다.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 ‘오디세이’를 필두로 게이밍 TV, 플래그십 '갤럭시' 스마트폰, 초고속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전용 오디오 헤드셋까지 전사 역량을 집결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의 전통 강자인 삼성전자가 이토록 게이밍 하드웨어와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수익성 극대화 ▲미래 고객 록인(Lock-in·잠금효과) ▲부품·세트 간 수직 통합 시너지 ▲플랫폼 확장이라는 고도의 사업 전략이 맞물려 있다.
불황 뚫는 고수익성과 미래 세대 선점
삼성전자가 게이밍 시장에 공을 들이는 첫 번째 이유는 ‘수익성’이다. 전통적인 PC 및 IT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이 정체 국면에 진입한 반면, 게이밍 기어 시장은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탁월한 성능과 몰입감을 제공하는 고가 장비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은 약 15%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여기에 ‘미래 세대 선점’이라는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이 더해진다. 알파(Alpha)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젊은 층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일상이자 핵심 소통 창구다.
어린 시절부터 삼성전자의 오디세이 모니터로 몰입감 넘치는 플레이를 경험하고, 고성능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며, 삼성 SSD의 빠른 로딩 속도를 체감한 세대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한다. 게이밍 생태계 구축은 미래 소비 주역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가장 강력한 잠금 장치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게이밍 기기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무기는 부품과 디바이스 경험의 완벽한 수직 계열화다.
게이밍 기기는 ▲데이터 처리 속도 ▲그래픽 렌더링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V-NAND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성능 SSD를 통해 방대한 게임 데이터를 병목 현상 없이 읽어 들이고, 고주사율·초저지연을 지원하는 첨단 OLED 및 퀀텀닷 디스플레이 패널을 자체 제작한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모니터, TV를 만드는 제조 역량이 더해지며 하드웨어 간 최적화 효율을 극대화한다.
부품 사업부는 게이밍이라는 확실한 고수익 수요처를 확보하고 완제품 사업부는 최고급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주사율 144Hz 이상) 시장에서 금액 기준 18.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7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게이밍 모니터 출하량은 310만대로 2024년 대비 약 15% 이상 성장했다.
아울러 OLED 모니터 시장에서도 금액 기준 26% 점유율을 보이며 3년 연속 1위를 유지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입증했다. 지난해 OLED 모니터 출하량은 234만대로 2024년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나아가 게이밍 분야는 제조사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한계를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기술 시험대'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게임 환경은 고난도 그래픽 기술인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0.03ms(밀리초) 수준의 초저지연 응답속도, 500Hz급 초고주사율, 무안경 3D 입체 영상, 극한의 발열을 제어하는 고성능 쿨링 솔루션 등 첨단 공학 기술이 집약되는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게이밍 기기를 통해 극한의 하드웨어 기술을 가장 먼저 검증하고 고도화한다. 게임 환경에서 입증된 초고속 데이터 처리와 방열 설계,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기술은 향후 인공지능(AI) 온디바이스, 자율주행, 확장현실(XR) 기기 등 미래 첨단 하드웨어 전반으로 확장 이식된다.
하드웨어를 넘어 플랫폼으로
삼성전자의 게이밍 전략은 하드웨어 단품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자사 스마트 TV와 스마트 모니터에 탑재된 통합 스트리밍 플랫폼 ‘삼성 게이밍 허브’가 대표적이다.
게이밍 허브를 활용하면 별도의 고가 콘솔 기기나 게이밍 PC를 구매하지 않아도 엑스박스 게임 패스, 지포스 나우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스크린에서 바로 즐길 수 있다. 하드웨어를 플랫폼의 진입 통로로 활용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독 모델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이번 독일 게임스컴 2026에서 입증됐듯, 삼성전자에게 게이밍 시장은 단순한 틈새 카테고리가 아닌 전사 기술과 서비스가 집약된 핵심 미래 성장 엔진이다. 모니터에서 시작해 스마트폰, SSD, TV, 플랫폼 서비스로 이어지는 촘촘한 풀패키지 포트폴리오는 하드웨어 명가로서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으로의 확장을 견인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게이밍 기어는 반도체부터 완제품, 플랫폼까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이 집약된 무대”라며 “단순 수익 창출을 넘어 미래 세대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핵심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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