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1억 넣으면 매달 167만원?…‘월배당 ETF’ 숫자의 함정
- [배당족 유혹하는 커버드콜]③
국민연금만으론 ‘소득 크레바스’ 한계
기초자산 하락 시 원금·분배금 동시 감소 위험
세금·건보료 부담 덜기 위해 연금저축·IRP 활용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커버드콜(ETF)로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요”
기대수명이 늘면서 퇴직 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충분한 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매달 일정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퇴직 후 연금이 지급될 때까지 소득이 끊기는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기)’를 앞둔 직장인이나 이미 은퇴 생활에 접어든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문 중 하나는 “매달 얼마가 필요한가, 지금 가진 자산으로 생활이 가능한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제10차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부부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노후 생활비는 월 217만원(개인 136만원)으로 조사됐다. 어느 정도 품위 있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적정 노후 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 297만원(개인 192만원) 수준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부부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337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는 299만원·기타 도 지역은 284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퇴 후에도 매달 300만원 안팎의 고정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필요 자금과 은퇴자의 손에 쥐어지는 연금 소득과의 괴리다. 국민연금공단 통계 기준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월 6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수령하더라도 합산 금액은 월 120만~140만원인데, 이는 최소 노후 생활비(217만원)의 60~70% 수준이다.
연금저축과 주택연금 등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본을 활용해 소득을 내는 주식·ETF 포트폴리오 구축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특히 월배당 ETF의 경우 시중은행 금리의 2~3배에 달하는 수익을 추구하고 매달 일정 수준의 수익이 발생해 ‘제2의 연금’으로도 불린다.
커버드콜 ETF는 특정 시기에 보유한 주식에 대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팔아 추가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A 자산운용사가 현재 시가 1만원인 K 커버드콜 ETF를 1개월 뒤 1만5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 B에게 200원에 파는 구조다. 주가가 횡보할 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과거에는 연 1~4회 지급되는 분배금을 기다리거나 필요할 때마다 직접 보유 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마련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월배당 상품도 등장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분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월급을 받던 생활패턴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의 연간 분배율은 20.88%(9월 22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은 15.03% ▲KB자산운용의 ‘RISE 코리아밸류업위클리고정커버드콜’은 24.04%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은 24.13%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약 3.5%)의 약 4~7배 수준에 이르는 셈이다. 단순 계산해 연 분배율 20% 상품에 1억원을 투자하면 연 2000만원, 월 기준 167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주가 떨어지면 분배금도 감소… 커버드콜의 진짜 리스크
문제는 주가가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높은 분배율이 확정적인 고정 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연 3.5% 예금에 1억원을 맡기면 원금이 보장되고 연 350만원(세전 기준)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예를 들어 기준가격 1만원에 연 12% 분배율을 지급해 매달 주당 100원을 주던 ETF가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만약 증시 악화로 기초지수가 20% 하락해 ETF 기준가격이 8000원으로 떨어지면 해당 상품은 분배율을 연 12%로 유지하더라도 매달 지급되는 주당 분배금은 80원으로 줄어든다. 매달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1억원을 투자했는데 실제 수익은 80만원으로 쪼그라든다는 뜻이다. 여기에 원금까지 2000만원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격은 더 크다.
김수정 미래에셋자산운용 콘텐츠본부장은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채널을 통해 월배당 ETF를 고를 때 기초자산의 실제 상승률을 넘어서는 과도한 연 목표 분배율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줄어든 원금을 기준으로 분배금이 계산되므로 매달 들어오는 절대적인 분배금 액수마저 함께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며 “결과적으로 원금 손실과 분배금 감소라는 이중 손실을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동하는 분배금 ‘예비자금 리밸런싱’으로 완충해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 흐름의 완충 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산 전체를 월배당 ETF에 몰아넣기보다 예비자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1~2년 치에 해당하는 최소 노후 생활비를 ▲예적금 ▲단기금융펀드(MMF) 등 변동성이 적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안전 자산으로 분리해 두는 방법이다.
월배당 ETF와 예비자금을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하는 전략도 있다. 기초자산 주가가 하락해 월배당 ETF에서 나오는 분배금이 줄어들면 MMF에 보관해 둔 예비자금을 인출해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고 가격이 떨어진 월배당 ETF를 저가 매수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강세장에서 기초자산 주가가 상승하고 분배금이 늘어나면 월배당 ETF의 일부를 매도하거나 늘어난 분배금의 일부를 예비자금 계좌로 옮겨 담는 것도 방법이다.
월배당 ETF를 활용해 은퇴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때는 세금과 건강보험료까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국내 주식형 ETF의 매매차익이나 국내 옵션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하는 커버드콜 분배금은 비과세지만, 일반 계좌에서 해외 기초자산이나 해외 옵션 프리미엄을 재원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에 투자할 경우 분배금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 금융소득(이자·배당)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다른 소득과 합산된다. 지역건강보험료 부과 점수에도 합산돼 건보료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분배금을 원하지만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이 걱정된다면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같은 연금계좌를 활용해야 한다”며 “연금소득세율은 3.3~5.5%로 배당소득세율(15.4%)보다 훨씬 낮고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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