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진짜 사장 나와라” 봇물…기업들은 교섭장 아닌 법원으로 향했다
- [노란봉투법 6개월의 청구서]①
교섭 요구 원청 456곳 중 교섭 102곳 그쳐
사용자성 판정 불복 행정소송 잇따라
법원으로 넘어간 ‘진짜 사장’ 논쟁
시행 첫날 오후 8시까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407개 하청노조가 221개 원청 사업장의 문을 두드렸다.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 소속 조합원만 8만1600명에 달했다.
노란봉투법은 계약서상 고용주가 아니더라도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원청이라면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하청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제로 좌우하는 이른바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그러나 교섭장으로 가는 길 자체가 쉽지 않다. 시행 첫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절차에 들어간 원청은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6개월이 지나면서 실제 교섭에 나선 원청은 100곳을 넘어섰지만 동시에 ‘누가 사용자인가’를 둘러싼 분쟁도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번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이 지난 산업현장은 계약서에 이름이 올라있지 않은 소위 '계약외 사용자'가 진짜 사장이 맞느냐를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는 빠르게 늘었다. 시행 첫날인 3월 10일 407개였던 교섭요구 하청노조는 8월 14일 1218개로 약 3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교섭 대상이 된 원청 사업장도 221곳에서 456곳으로 2배가량 늘었다. 교섭을 요구한 노조 소속 조합원 역시 8만1600명에서 17만9511명으로 2.2배 증가했다.
그러나 ‘교섭 요구’가 실제 ‘교섭’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8월 14일 기준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 456곳 가운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은 149곳으로 32.7%였다.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으로 전체의 22.4%에 그쳤다. 원청 4곳 가운데 1곳 정도만 하청노조와 실제 교섭 테이블에 앉은 셈이다.
원청의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된 것은 제조·조선·건설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원청이 하청의 작업공정과 작업환경, 안전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노란봉투법 제2조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하청업체 혼자서는 바꿀 수 없는 근로조건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한다면 노동자가 권한 없는 하청업체하고만 교섭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교섭 요구가 실제 교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원청이 교섭장에 앉기 전에 자신이 정말 해당 하청노동자의 사용자인지, 사용자라면 어떤 근로조건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인지를 먼저 따지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원청이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으면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지노위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를 따져 사용자성을 판단한다.
지노위가 사실상 1심 역할을 한다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재심을 맡는다. 지노위 결정에 불복하면 10일 이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중노위 결정에도 불복하면 15일 이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후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갈 수 있어 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중노위 결정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결정이 내려지면 원청의 교섭절차 진행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정해진 기간 내 불복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다만 경영계에서는 중노위 판정 과정 자체에 대한 불신이 나타나고 있다. 중노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독립성을 가진 준사법적 행정기관이지만, 노란봉투법 관련 주요 사건의 심판이 일부 공익위원에게 집중되는 등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노란봉투법 관련 재심 사건 상당수 심판에 참여한 점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박 위원장은 과거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중노위 첫 판정을 이끌었다.
본인이 정립한 기준을 적용하는 심판인 만큼 노동계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신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 법원으로 향하는 기업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중노위가 독립성을 가진 준사법기관이라는 점은 알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노란봉투법 관련 판단이 일부 위원에게 집중되는 상황은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원청 사용자성 확대와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인사가 반복해서 심판에 참여한다면 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법원에서 한 번 더 확인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노위의 판단에서 끝내지 않고 법원으로 향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노위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8일까지 원·하청 관련 중노위 재심 판정에 불복해 제기된 행정소송은 총 10건이다. 이 가운데 8건은 원청기업이, 2건은 노동조합이 제기했다.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중흥건설·중흥토건, 포스코이앤씨, 동희오토,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 극동건설 등이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중노위가 내린 사용자성 판단을 사법부에서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22만개 감소 주장도…경제적 비용 폭증 우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노위의 사용자성 판정이 향후 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중노위는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와 현실을 중시하는 반면 법원은 기존 판례와 법리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 교수는 “중노위는 현장에서 노사관계를 직접 다루는 기관이다 보니 현실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지만 법원은 기존 법리와 판례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노위 판정은 비교적 빠르게 나오지만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넘어가면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중노위 판정을 토대로 원청과 하청노조의 교섭절차가 진행될 수 있어 법적으로 사용자성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현장의 노사관계가 먼저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원청은 중노위 판단에 따라 현장에서 교섭에 대응하면서도 동시에 법원에서는 자신이 사용자인지를 다시 다투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누가 사용자인가’를 가리는 절차가 지노위와 중노위를 넘어 행정법원까지 길어지면서 교섭의 시간과 사법적 판단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르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긴 셈이다. 이 기간동안 기업들은 길고 긴 분쟁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노란봉투법의 경제적 비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인용률이 67%에서 22%로 낮아지는 상황을 가정해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67%는 2022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를 토대로 설정한 기준이며 22%는 법 개정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는 효과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연구원은 이 경우 불법파업 횟수가 86.5% 증가하고 노조의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이 이에 대응해 자동화 투자를 늘릴 경우 자동화가 1.2% 촉진되고 일자리는 약 21만9000개(1%)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계에서는 사용자성의 불확실성이 원·하청 간 정상적인 생산협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청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협력업체와의 접촉 자체를 줄일 경우 장기간 축적된 공동개발과 기술협력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노란봉투법이 장기적으로 하청업체와 하청노동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대기업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휴게시설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것조차 실질적인 지배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기업들은 그런 관계를 없애려 할 수 있다”며 “그동안 1·2차 협력업체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왔는데 이런 구조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제조업 거래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부품·협력업체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시장에서 공유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원청이 사용자성 부담을 피하려 한다면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보다 시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녕, ‘폭스클럽’... ‘기절쌈바리’하게 웃겼던 3년의 시절인연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7/22/isp20260722000107.400.0.png)
![별명은 타조, 남편은 바게트?... ‘담다미담’, 치명적인 웃수저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6/24/isp20260624000274.400.0.p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한동훈 “김승원은 당시 '듣보잡'…누가 표적수사하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일본에 완패한 한국 남자배구, 호주 꺾고 '월드컵 티켓을 잡아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단독]70억달러 알래스카 LNG, 대미투자 ‘조건부 편입’…프로젝트 인수 저울질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각자도생으론 못 큰다…수장 두 명된 회사의 과제[위클리IB]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TG-C가 못 넘은 美 3상…카티스템은 자신하는 세 가지 이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