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CEO A to Z] 빈틈없는 확장과 관리, '찬란한 애플 제국' 구축한 팀 쿡
- 잡스 유산 확대한 15년, 시총 13배 성장
애플워치·에어팟 새 지평, 중국 시장 사수 업적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15년간 애플을 지휘했던 팀 쿡이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았다. 혁신보다는 ‘살림꾼’이자 관리자로 애플을 이끌었던 쿡은 잡스의 유산을 극대화하며 ‘애플 제국’을 완성했다. 애플의 대중화를 주도한 쿡의 치열하고 치밀했던 여정을 되돌아봤다.
세계 최초 3조 달러 고지, ‘애플 제국’ 구축
지난 8월 31일 팀 쿡은 애플 최고경영자(CEO)로서 임직원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이메일 서한에서 “스티브가 표현했듯이 ‘우주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게 됐다. 제가 거둔 성공은 전적으로 여러분 덕분”이라고 적었다.
애플에 ‘영원한 흔적’을 남긴 쿡은 9월부터 존 터너스 CEO에게 바통을 넘기고 애플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잡스 사망 이후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찬란한 애플 제국’을 구축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잡스가 쿡에게 후임 CEO 자리를 부탁하면서 남긴 유언은 유명하다. “내가 사망한 후 ‘스티브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지 말고, 그저 당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하라”는 지침에 가까운 당부였다.
이 유언은 쿡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998년 영입을 제안한 뒤 13년 동안 친구이자 파트너로 지냈던 잡스였기에 누구보다 쿡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 쿡은 잡스의 비전과 영감에 매료돼 1998년 당시 세계 최대 PC 업체로 꼽혔던 컴팩의 임원 자리를 박차고 미래가 불투명했던 애플을 선택했다. 이직 결정은 5분이면 충분했고, 그 발걸음은 애플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CEO 승계 전까지 쿡의 직책은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공급망 관리, 재고 최소화, 글로벌 유통망 확립 등 애플의 하드웨어를 전 세계에 빈틈없이 공급하는 인프라 설계에 강점을 드러낸 그였다.
쿡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시장에 안착시켰다. 아이패드와 맥 등 기존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하고, 애플 페이도 장착하며 ‘애플 제국’을 탄탄하게 구축해 나갔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의 연간 매출이 웬만한 글로벌 IT 기업의 매출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2025년 회계 연도 기준으로 애플의 웨어러블·홈·액세서리 사업부 총매출은 357억달러(약 48조원)에 달한다. 이중 애플워치 180억달러, 에어팟 160억달러가 매출 추정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포춘 500’에 대입해 보면 357억달러는 120위권으로 스타벅스와 비슷한 매출 규모다.
애플워치의 매출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스위스 시계 산업 전체 수출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까지 성장했다. 이미 세계적 명품 시계 브랜드처럼 시장에서 영향력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2011년, 3500억달러였던 시총도 애플의 확장성으로 인해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 시총 1조달러, 2020년 시총 2조달러에 이어 2023년 7월 전 세계 기업 역사상 최초로 시총 3조달러(약 4010조원) 고지를 밟았다. 현재 애플의 시총은 4조6000억달러 수준이라 쿡의 재임 동안 13배 이상 성장하며 ‘애플 제국’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시장 놓치지 않은 ‘치밀한 전략가’
쿡의 최대 업적 중 하나는 애플의 중국 시장 사수다. ‘애국 소비’가 강한 중국에서 위기도 겪었지만 ‘기술 파트너’ 강조로 반등에 성공하며 점유율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2024년 전체 출하량 기준으로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15%까지 떨어지며 화웨이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애플은 2025년 이례적인 가격 할인 정책과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며 반격에 나섰다. 아이폰16 및 17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그해 4분기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다시 1위 자리를 찾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스마트폰 출하량 24.4%의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 점유율도 20%에 육박하면서 화웨이와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쿡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지키기 위해 치밀한 전략으로 접근했다. 그는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중국보다 애플에게 더 중요한 공급망은 없다”며 단순 생산지 이상의 기술적 파트너십을 강조해 왔다. 애플이 중국산 반도체 도입을 검토 및 거론하는 것도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쿡이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하는 등 대외 전략에 매우 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사회 집행의장으로서 전 세계 정부와의 정책 조율 임무를 계속해서 책임질 예정이다.
쿡은 중국을 최첨단 기술 테스트 및 핵심 공급망 생태계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 중심에서 입신정밀, 남사과기 등 중국 자국 기업들의 공급망 비중을 대폭 높여 기술 밀착도를 극대화했다. 또 상하이, 선전 등에 대규모 응용 연구소를 확장·신설하는 등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정저우 등 중국 내 핵심 제조 거점은 애플의 글로벌 전체 생산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인도 시장을 등한시 했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의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애플은 출하량 기준으로 인도 시장 점유율이 기존 7%에서 2024년 9%로 상승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저가형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지만 최근 프리미엄폰 선호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애플은 높은 평균판매단가 덕분에 매출 점유율이 2025년 28%까지 올라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쿡은 인도 시장의 성장 전략으로 아이폰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등 리테일 매장을 확대하며 프리미엄 고객층을 흡수했다. 또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아이폰 생산의 상당 부분을 인도로 이전했다.
9월 10일 애플의 첫 폴더블폰이 공개됐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확신한다.” 올해 본사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쿡이 힘을 주며 내뱉었던 이 문구가 앞으로 어떤 울림을 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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