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사 M&A 전쟁, ‘실탄’보다 중요한 건 '자본 체력'
- [보험사, 새 성장판 찾기]①
삼성생명 K-ICS 208%…해외 투자 기회 모색
한화는 해외 이익 비중 11% 돌파…DB는 2.3조 ‘베팅’
M&A 뒤 요구자본 증가…추가 투자 가르는 ‘자본 체력’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과 사업 다각화에서 새로운 성장판을 찾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와 높은 보험 가입률 등으로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들면서 해외 보험사부터 은행·증권·자산운용사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다만 M&A가 커질수록 보험사의 ‘자본 체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수조원대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 이후 새롭게 떠안는 위험만큼 요구자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 M&A에 나선 일부 보험사는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하락했다. 보험사의 다음 M&A는 ‘얼마를 쓸 수 있느냐’뿐 아니라 ‘쓰고도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삼성은 해외로…K-ICS 208%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DB손해보험·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해외 보험·자산운용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글로벌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M&A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 등이 투자 후보로 거론됐지만 삼성생명은 국내외 다양한 투자 후보군을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는 자본건전성도 개선됐다. 삼성생명의 6월 말 K-ICS 비율은 208%로 전년 말보다 10%포인트(p) 상승했다. 상반기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도 1조89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8% 증가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본건전성은 K-ICS 200% 이상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해외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삼성화재는 2019년부터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영국 특수보험사 캐노피우스 지분 40%를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캐노피우스에서 거둔 지분법이익은 1685억원으로 삼성화재 지배주주 순이익의 12.3%에 달했다.
한화는 해외 종합금융…DB는 2.3조 베팅
한화생명은 해외에서 보험업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보험사업에 이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클리어링 등에 투자하며 은행·증권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해외 투자는 이미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종속법인 순이익은 10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1.8% 증가해 전체 연결 순이익의 11.3%를 차지했다. 특히 노부은행과 벨로시티증권의 순이익 기여분은 총 576억원으로 해외 종속법인 순이익의 절반을 넘어섰다.
다만 6월 말 K-ICS 비율은 약 167%로 삼성생명 등에 비해 낮다. 해외 보험·은행·증권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익 기여도를 높이는 동시에 자본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DB손보는 해외 보험사 자체를 인수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5월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보험사 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포테그라 인수에 따른 자본 부담은 K-ICS에도 반영됐다. DB손보의 2분기 K-ICS 비율은 204.37%로 전분기 232.10%보다 27.73%p 하락했다. 지급여력금액은 22조9005억원에서 23조5232억원으로 늘었지만 요구자본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기준금액이 9조8666억원에서 11조5099억원으로 더 크게 증가했다. 보유한 자본보다 감당해야 할 위험이 더 빠르게 늘면서 K-ICS 비율이 낮아진 셈이다.
DB손보는 K-ICS 180%를 내부 안전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 비율은 이를 약 24%포인트 웃돈다. 다만 이를 그대로 추가 M&A에 쓸 수 있는 여력으로 볼 수는 없다. 회사는 자본 부담이 커질 경우 신계약 성장 속도 등을 조절해 K-ICS를 관리할 계획이다.
포테그라는 지난해 약 2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DB손보는 포테그라의 실적이 3분기 이후 연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인수 효과는 단기간보다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K-ICS 하락이라는 자본 부담을 감수한 대신 포테그라가 향후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을 더할지가 M&A 성과를 판단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교보는 국내 금융지주화…M&A 뒤 요구자본↑
교보생명은 해외보다 국내 금융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약 9000억원을 투입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인수하고 교보악사자산운용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생명보험 중심에서 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으로 사업을 넓혀 금융지주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대신 자본 부담도 커졌다. SBI저축은행 편입 등의 영향으로 교보생명의 종속회사 관련 요구자본은 1분기 1751억원에서 2분기 1조649억원으로 8898억원 증가했다.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도 160.41%에서 155.43%로 4.98%p 하락했다.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자본 충격을 완화하는 경과조치를 반영한 K-ICS 비율은 200.75%다. 자회사가 늘면서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커졌고, 이에 맞춰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자본도 증가한 것이다.
보험사의 M&A 경쟁은 단순한 ‘실탄’ 싸움으로만 보기 어렵다. 삼성생명은 높은 K-ICS를 유지하며 해외 투자 기회를 찾고 있고, 한화생명은 해외 금융사 투자를 이익으로 연결하고 있다. 반면 DB손보와 교보생명은 대형 M&A 이후 늘어난 요구자본을 관리해야 하는 단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 포화로 해외 진출과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M&A 이후 요구자본과 K-ICS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자본여력이 향후 투자 규모와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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