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노란봉투법 가장 비싼 청구서, 임금도 성과급도 아니다
- [EDITOR's LETTER]
사용자·교섭·쟁의 경계 모호한 노란봉투법…시행 6개월 만에 2차 지침
관련 재개정안 10건 쏟아져…행정지침 아닌 보완입법으로 구멍 메워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는 어디까지인지,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에서 '명백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판례가 축적되면서 구체적인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판례가 법의 빈틈을 메우는 것은 당연하다. 법 조문에 세상에서 벌어질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적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누가 사용자인지, 무엇을 놓고 교섭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파업할 수 있는지 같은 법의 핵심 뼈대까지 판례가 쌓이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성문법 국가에서 아이러니한 일이다.
노동법을 전공한 A교수가 노란봉투법을 두고 “입법자들이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사례”라고 한 이유다.
행정부가 바빠졌다. 정부는 시행 직전 수십 쪽짜리 해석지침을 내놓고도 부족해 시행 6개월 만인 지난 3일 경영성과급과 사업경영상 결정을 따로 떼어 15쪽짜리 추가 지침을 냈다.
입법부가 법률에 그었어야 할 기준선을 행정부가 뒤늦게 긋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행정지침은 법이 아니다. 한화오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부 해석지침은 구내식당 협력업체에 식사시간에 맞춰 조리·배식을 요구하는 정도의 일반적인 지시만으로 원청의 구조적 통제로 보기 힘들다며 실질적 지배력 행사로 인정하기 어려운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급식업체인 웰리브 노동자의 한화오션이 진짜 사장이라고 판단했다. 교섭권을 확보한 웰리브 노조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고, 한화오션은 결국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의 시간과 산업현장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노동위 판단은 비교적 빨리 나오지만 행정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기업과 노조는 교섭과 소송을 동시에 벌여야 한다. 나중에 판단이 뒤집혀도 이미 치른 비용과 갈등은 되돌릴 수 없다.
두번째 내놓은 성과급 지침도 끝이 아니다. 노동부는 영업이익 등의 N%를 요구하는 성과급은 의무적 교섭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기업이익과 연동하지 않는 기본급 비율이나 정액 방식 등은 별도로 제시해 여지를 남겼다.
지침은 공장 신설·이전이나 AI 도입도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교섭대상이 될 수 있다. 이때 어디까지가 객관적인 예상인지를 두고 다시 노동위와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시행 6개월 만에 노란봉투법의 청구서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비싼 청구서는 임금도 성과급도 아니다. 불확실성이다. 누가 사용자인지, 무엇을 교섭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쟁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기업과 노동자가 치러야 하는 시간과 소송, 갈등의 비용이다.
하청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상대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 취지는 살려야 한다. 대신 사용자성의 기준, 경영권과 쟁의권의 경계, 원청·하청·하청노조간 교섭 절차는 법률에 명확히 써야 한다.
지금이라도 구멍 난 노란봉투법을 손봐야 한다. 행정부에 떠넘길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국회가 했어야 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 그것이 입법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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