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퀵커머스 전쟁]①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해 온라인 수요 공략
규제 완화 기대감 저하…대안 필요성 커져
‘퀵커머스’는 고객이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늦어도 1시간 안에 목적지로 보내는 근거리 즉시 배송 서비스를 말한다. 이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채널의 단점을 상쇄해 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적과의 동침 택한 마트·슈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계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59%의 매출 비중을 차지한 온라인 쇼핑과의 격차는 47%포인트(P)에 달한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유통사가 이커머스 플랫폼과 손잡는 이유는 퀵커머스가 온라인 수요 공략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은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영업시간 ▲출점지역 ▲영업일수 등이 제한된다. 대형마트·SSM 등이 매월 2회씩 의무 휴업을 하고, 야간·새벽배송 등도 불가능한 이유다.
반면 플랫폼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영업시간 내 제품을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 규제로 성장이 정체됐던 대형마트·SSM도 이커머스 플랫폼과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관련 시장이 오는 2030년 43억달러(약 5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31억9000만달러(약 4조3400억원)였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마트와 SSG닷컴이다. 이마트 매장 상품을 1시간 내로 배송하는 SSG닷컴의 바로퀵 일 평균 주문량은 1년 만에 약 7배 증가했다. 이마트의 지난달 퀵커머스 매출은 전월 대비 약 6% 늘었다.
롯데쇼핑이 쿠팡이츠와 손잡고 이달부터 전국 170여개 롯데슈퍼 점포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회사는 주거지역과 밀접한 점포망으로 3000여종의 신선·가공식품 및 생활용품을 제공해 온라인 장보기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퀵커머스 서비스 확장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6개월 넘게 공회전...기대감 식었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퀵커머스에 목매는 또 다른 배경에는 식어버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다. 당정(정부·여당)은 지난 2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온라인 쇼핑 비중 확대에 따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필요성에 뜻을 모은 바 있다.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가 소상공인 보호 목적인데, 새벽배송 등을 허용하면 법의 원래 목적 자체가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반대 집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일부 지역 소상공인 단체는 지역 국회의원 사무소를 찾아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입법 철회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예상이 나온다. 당정이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까지 법 개정을 강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국회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등 11인이 지난 8월 20일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5일 만에 철회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대형마트·SSM 등의 출점 제한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야 상관 없이 현재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 표류 중이다. 법제처에 따르면 올해 상임위에 상정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6건이다. 이 가운데 1건은 철회됐고, 나머지 5건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보다 유통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가라앉은 것이 사실”이라며 “새벽배송 허용이나 의무휴업 해제 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퀵커머스도 온라인 시대 생존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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