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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하루 470편 쏟아내는데…K숏드라마는 아직 ‘걸음마’
- 글로벌 시장 2030년 35조원 전망…AI가 제작·번역 한 번에
단순 ‘하청 기지’ 전락 막을 독자 생태계 절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숏드라마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제작·유통 방식을 바꾸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대본 작성부터 영상 제작, 번역·더빙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제작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중국은 대규모 콘텐츠와 자체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도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제작 경험을 쌓고 독자 플랫폼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만에 뚝딱…중국이 시장 주도
숏드라마는 ▲회당 1~3분 내외의 짧은 분량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화면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출퇴근길이나 대기 시간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독립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는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이 2023년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서 2030년 260억달러(약 35조45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급성장하는 숏드라마의 제작 방식을 바꿨다. 아이디어 구상과 대본 작성부터 ▲스토리보드 제작 ▲가상 배경 합성 ▲가상 배우 구현 ▲다국어 번역과 립싱크 더빙까지 제작 전반에 활용된다. 대규모 세트장과 현장 스태프, 촬영 장소가 필요했던 작업도 AI로 대체하거나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기존에 15~30일 걸리던 제작 기간은 5일 이내로 단축됐고, 제작비는 10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다. 다국어 음성 합성(TTS)과 영상 리타겟팅 기술을 활용하면 완성된 콘텐츠를 여러 국가에 빠르게 유통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생산 방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중국이다. 올해 1분기 중국에서 공개된 숏드라마 약 12만8000편 가운데 95%가 넘는 12만2000편이 실제 배우나 카메라 없이 AI로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에는 하루 평균 470편 이상의 AI 숏드라마가 공개됐다. 틱톡의 중국 서비스인 더우인에서도 지난 3월 AI 제작 콘텐츠가 5만편 이상 늘었다.
AI 숏드라마는 작품 수뿐 아니라 인기 순위에서도 비중을 높이고 있다. 중국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분석기관 데이터아이(DataEye)에 따르면 인기 숏드라마 100위 안에서 AI를 전면 또는 핵심적으로 활용한 작품의 비중은 지난해 7%에서 올해 38%로 상승했다.
중국 업체들은 제작과 플랫폼 운영, 해외 유통을 하나로 묶었다. 이용자가 영상을 멈춘 장면과 결제로 이어진 소재·전개를 분석해 다음 작품의 대본과 편집에 반영한다. 중국에서 흥행한 작품은 곧바로 번역·더빙해 해외에 내놓고 현지 반응을 다시 제작에 활용한다. AI로 작품을 빠르게 만들고, 플랫폼 데이터로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다.
플랫폼도 경험도 부족…한국의 이중 과제
한국 콘텐츠 산업은 기존 드라마와 영화에서 축적한 연출력과 배우 인프라를 갖췄지만 숏드라마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짧은 시간 안에 갈등과 반전을 반복하는 제작 문법에 익숙한 인력이 많지 않고 전용 수익모델과 유통망도 구축 단계다.
국내 숏드라마 플랫폼으로는 ▲비글루 ▲숏차 ▲레진스낵 등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드라마박스와 드라마웨이브 등 해외 플랫폼이 이용자와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격차가 더 크다. 드라마박스와 릴숏이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국산 플랫폼 중에서는 스푼랩스가 운영하는 비글루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비글루는 올해 1월 한국 시장 월매출 기준 자체 최고인 3위에 올랐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계 플랫폼과 경쟁하기에는 이용자와 콘텐츠 수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국내 산업은 플랫폼 확대와 제작 경험 축적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자체 플랫폼이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제작사는 해외 사업자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데 머물 수 있다.
콘텐츠가 흥행하더라도 이용자 데이터는 플랫폼이 가져간다. 국내 제작사는 어떤 장면과 소재가 시청과 결제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후속 작품을 기획할 데이터가 부족해지고, IP 확보와 장기적인 수익 구조 구축에도 제약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과 작품 수로 경쟁하기보다 보유한 IP와 제작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K-웹툰과 웹소설을 원천 IP로 삼고, AI를 활용해 숏드라마로 전환하는 제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웹툰과 웹소설에는 등장인물과 세계관, 독자 반응이 축적돼 있다. AI로 배경과 일부 장면을 구현하고 번역·더빙을 지원하면 원작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제작 속도와 해외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도 필요하다. AI 가상 배우의 초상권과 라이선스, 생성형 AI 학습데이터와 결과물의 저작권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중소 제작사가 활용할 AI 제작·렌더링 인프라와 해외 유통을 지원하는 펀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원 목표를 작품 수 확대에만 둬서는 안 된다. 중국과 물량 경쟁에 나서면 자본과 플랫폼 규모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야기의 완성도와 현지화 품질, 검증된 IP를 결합한 ‘프리미엄 AI 숏드라마’가 한국의 차별화 전략으로 꼽힌다.
숏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한국은 좋은 IP만 공급하고 플랫폼과 이용자 데이터는 해외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1~2년이 중요한 만큼 제작 펀드와 유통망 확보 등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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