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LETTER]
반도체는 기술력으로 프리미엄…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가 세일즈 포인트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앞둔 자본시장…‘싼 가격’ 아닌 ‘믿고 맡길 시장’ 팔아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76%를 넘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70%에 달한다. 100원어치를 팔아 70원 넘게 남기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반도체를 못 구해서 난리다. 인공지능(AI) 투자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선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조선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으로 경쟁한다. 화장품은 ‘K뷰티’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음식과 음악, 영화 등 콘텐츠에서도 한류 열풍이 거세다.
그런데 주식시장으로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시장을 세일즈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말은 여전히 “한국 주식은 싸다”이다.
전 세계 IT기업들이 한국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조선사들은 수년 치 일감을 쌓아놓고 있는데 정작 그 반도체와 배를 만드는 한국 기업의 주식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국 자본시장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채권시장에서는 선진시장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 국채는 지난 4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됐다. 세계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글로벌 큰손들이 투자 기준으로 삼는 지수다.
그러나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등으로 나눠 각종 주가지수를 만드는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이다. 세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어느 나라 주식에 얼마를 투자할지 결정할 때 MSCI 지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선진시장으로 인정받으려면 먼저 후보군인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들어가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외 큰 손들에게 한국 증시는 여전히 중국·인도·대만 등과 같은 신흥시장이다.
왜일까?
반도체 구매자는 제품의 성능과 가격만 보는 게 아니다. 기업이 제때 납기를 지킬 수 있는지, 필요한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도 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는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기업의 지분만 사는 것이 아니다.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 배당과 자사주 정책, 기업의 지배구조, 원화 거래와 환헤지 시스템까지 함께 본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내 돈이 그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에 묶인다는 얘기다.
필요할 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지, 충분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때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주주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가 기업 가치만큼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 금융당국과 시장 운영자들은 오늘의 규칙이 내일도 지켜질지에 대한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이 불안하다고 규정과 제도를 바꾸고, 대통령이 누가 되냐에 따라 따라 규제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해외에서 수백 번의 기업설명회(IR)를 열어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오는 9월 28일부터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Korea Premium Weeks 2026)’를 연다. 한국 자본시장 최초의 통합 IR이다. 정부와 거래소,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를 만나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알린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세일즈 포인트는 바꿔야 한다.
싼 주식이 아닌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장을 팔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외 고객에게 “우리 반도체가 싸니 사달라”고 하지 않는다. 기술과 품질, 공급 능력을 앞세워 가격마저 좌지우지한다.
한국 주식도 이제는 그래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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