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월급 오르면 퇴직연금도 뛴다…‘DB형’이 유리한 직장인의 조건 [이병희의 연금술사]
- 원금 손실 위험 없이 법정 공식을 통해 퇴직 급여 확정
높은 임금상승률·호봉제 적용 직장인에게 최적의 선택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둘 때 받게 되는 퇴직 급여 제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퇴직금’이다.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보편화하면서 DB(확정급여형)·DC(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를 만들었는데, 이 중 퇴직금 제도와 가장 비슷한 것이 DB형이다.
전통적 퇴직금과 DB형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금을 어디에 보관하느냐 하는 점이다. 퇴직금은 회사가 자체 법인 통장(사내 자금)에 보관하는데, 회사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근로자는 이 자금을 떼일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DB형은 회사가 자금을 외부 금융기관(은행·증권사·보험사)에 적립한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외부 기관에 쌓인 자금은 안전하게 보호된다.
DB형 퇴직연금은 자금을 회사가 운용한다. 수익이 나면 초과 금액은 회사에 귀속되지만, 손실이 날 경우 회사가 그 손실분을 메워야 한다. 근로자는 확정된 급여를 걱정 없이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이 핵심…‘소급 적용’의 효과
받을 급여가 확정돼 있다(DB)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수령하게 될 퇴직 급여의 금액을 미리 계산할 수 있다.
계산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기본 공식은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하면 된다. 한 직장에서 30년 근무한 A씨의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이 500만원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이때 A씨는 1억5000만원(500만원×30년)의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퇴직 전 3개월 동안 지급받은 평균임금’이다. 평균임금이란 퇴직하기 직전 3개월 동안 해당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눈 금액을 뜻한다. 단순히 매달 통장에 찍히는 기본급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과 함께 연차수당, 정기 상여금 등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성격의 모든 급여가 포함된다.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이 기준이 된다는 점은 DB형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자 장점이다. 입사 초기나 대리·과장 시절에 월급이 얼마였는지는 최종 퇴직금 계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직 퇴직하는 순간 가장 높아진 급여 수치가 재직 기간 전체에 소급되어 적용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만약 A씨가 퇴직 3개월 전 승진해 3개월 평균임금이 600만원으로 올랐다면 그의 퇴직금은 1억8000만원(600만원×30년)이 된다. 월 600만원이라는 수치가 30년 근속연수에 적용되는 것이다.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일차적으로 금액이 커지고, 승진이나 연봉 인상으로 직전 급여가 상승할 때마다 기존에 쌓아둔 전체 근속 기간의 가치까지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구조라는 뜻이다.
DB형이 만능은 아니다… 전환 골든타임은?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DB형 제도가 유리한 직장인이 있다. 첫째는 매년 높은 임금상승률을 기록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성장형 기업에 재직 중인 근로자다. DB형의 수익률은 근본적으로 본인의 연봉 인상률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매년 임금상승률이 연 5~7% 수준에 달한다면, 시중은행의 원리금 보장 상품 금리나 웬만한 금융 시장 투자 수익률을 뛰어넘는다. 이 경우 본인이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DB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자산을 훨씬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늘리는 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특징 및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대부분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년 미만 투자자의 경우 20%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연평균 임금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5~7%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둘째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가 안정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장기 근속자다. 금융권‧교직‧공공기관 등 호봉제 기반의 사업장에서는 승진을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본급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퇴직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평균임금 수치가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므로, 호봉제 기업의 장기 근속자에게 DB형은 노후 자금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셋째는 자산 운용이나 금융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원금 손실의 위험을 피하고 싶은 안정적인 투자 성향의 근로자다. DB형은 투자할 필요가 없고 원금 손실 우려도 없기 때문에 투자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한계와 약점도 있다. 만약 임금 상승세가 꺾이거나 정체되면 퇴직급여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회사 내에서 승진 기회가 더 이상 없거나 연봉 동결이 지속되는 구간에 진입한 경우, 혹은 이직을 앞두고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정체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DB형은 불리해진다. 시중 금리나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내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 실질적인 퇴직금의 가치는 매년 하락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임금상승률 곡선이 꺾이는 시점이나 임금피크제 진입 직전, 급여 정체기가 찾아오는 골든타임을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기점이 오기 전에 회사의 적립금을 본인 명의 계좌로 옮겨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제도를 전환할지 여부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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