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10년 새 뒤집힌 서열…한화·롯데·포스코 ‘재계 5위’ 전쟁
- [재계 5위 전쟁, 승자는]①
M&A로 몸집 불린 한화, LG 쫓던 롯데 제치고 5위로
세 그룹 자산 격차 9조원…투자·사업재편에 순위 다시 바뀔 수도
10년 전과는 달라진 구도다. 후발주자였던 한화는 굵직한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 5위에 올랐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롯데는 6위로 밀렸다. 포스코는 사업재편과 신사업 투자를 거치며 롯데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세 그룹의 순위를 가른 승부수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0년간 자산과 순위 변화, 그 배경이 된 주요 M&A와 사업재편을 짚어봤다.
4위 넘보던 롯데, 한참 뒤에 있던 한화
10년 전인 2016년, 롯데가 바라보던 곳은 한화가 아니라 LG였다. 당시 롯데의 자산은 103조3000억원으로 공기업을 제외하면 삼성·현대차·SK·LG에 이은 재계 5위였다. 4위 LG(105조9000억원)와의 격차는 2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2015년까지 11년간 36건의 M&A를 단행하면서 롯데가 LG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포스코의 상황은 달랐다. 당시 자산은 80조2000억원으로 롯데의 뒤를 이었지만, 경영의 화두는 외형 확장보다 구조조정이었다.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앞서 "2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진행했다"며 부실·저수익 사업을 추가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포스코는 2014~2016년 계열사와 자산 126건을 구조조정해 5조8000억원의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
한화는 두 그룹과 격차가 컸다. 2015년 삼성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는 이른바 ‘삼성 빅딜’을 마무리했지만, 2016년 자산은 54조7000억원으로 롯데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10년 뒤 순서는 뒤집혔다. 올해 한화의 자산은 149조6000억원으로 롯데(142조4000억원)와 포스코(140조6000억원)를 모두 넘어섰다. 재계 순위도 한화 5위, 롯데 6위, 포스코 7위로 재편됐다.
다만 세 그룹의 격차는 크지 않다. 한화와 롯데가 7조2000억원, 롯데와 포스코는 1조8000억원 차이다. 5위 한화와 7위 포스코의 격차를 합쳐도 9조원이다.
반면 4위 LG와 한화 사이에는 약 37조원, 포스코와 8위 HD현대 사이에는 50조원 넘는 격차가 벌어져 있다. 사실상 재계 5~7위만 하나의 경쟁권을 형성한 셈이다. 대형 M&A와 계열사 편입·매각, 자산 재평가 등에 따라 세 그룹의 순위는 다시 바뀔 수 있다.
한화·포스코·롯데 운명 가른 변곡점
세 그룹의 자산 변화에는 각자의 경영전략이 바뀐 시점마다 뚜렷한 변곡점이 나타난다.
한화의 첫 번째 변곡점은 삼성과의 ‘빅딜’이었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인수하며 방산과 화학 사업을 단숨에 키웠다. 특히 삼성테크윈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어지며 그룹의 핵심 방산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 변곡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다. 한화는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고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후 한화의 자산은 2023년 83조원에서 올해 149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기존 방산·에너지에 조선까지 더해지면서 그룹의 몸집 자체가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포스코 자산은 2016년 80조2000억원에서 2021년 82조원까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20년대 들어서 변화가 시작됐다. 2022년 96조3000억원으로 늘어난 자산은 2023년 132조1000억원까지 급증하며 같은 해 롯데(129조7000억원)를 제치고 5위로 올랐다.
이 시기 사업 방향도 바뀌었다.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함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철강 중심의 사업구조를 이차전지소재·에너지 등으로 넓혔다. 리튬·니켈 등 원료부터 양·음극재까지 이어지는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의 합병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롯데는 세 그룹 가운데 지난 10년간 가장 큰 순위 변화를 겪었다. 2016년만 해도 4위 LG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이후 자산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했다. 2016년 103조3000억원이었던 자산은 2023년 129조7000억원, 2024년 129조8000억원으로 증가세가 주춤했다.
2025년에는 토지자산 재평가 등의 영향으로 자산이 143조3000억원으로 늘면서 5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올해 한화에 자리를 내주며 다시 6위로 내려왔다. 7위 포스코와의 격차도 1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롯데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에 대응해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M&A를 통해 외형을 공격적으로 키웠던 시기와 달리 재무구조와 핵심 사업 경쟁력 개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5위는 단순히 자산 순위 한 계단의 문제가 아니라 4대 그룹을 잇는 최상위권 그룹에 진입했다는 상징성이 있다”며 “특히 한화처럼 10년 전 5위권과 상당한 격차가 있던 그룹이 M&A와 사업 확장을 통해 5위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재계의 산업 지형이 그만큼 크게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세 기업의 경우 지난 10년간 어느 산업에 투자하고 어떤 기업을 사고 팔았는지가 그룹의 몸집 변화에 즉각 반영된 사례”라며 “향후 사업재편에 따라 세 기업의 순위는 앞으로도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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