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재계 5위’ 경쟁 2라운드…한화는 우주, 롯데는 바이오, 포스코는 리튬
- [재계 5위 전쟁, 승자는]②
한화, 2040년 우주·AI에 55조 투자…방산·조선 넘어 ‘우주기업’ 변신
롯데는 석화 덜고 바이오 육성·포스코는 리튬 투자 회수…5위 경쟁 셈법 제각각
다만 앞으로 세 그룹이 몸집을 바꾸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한화는 지난 10년간 효과를 톡톡히 본 M&A를 발판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방산·조선을 넘어 ‘우주기업’으로 바꾸려 한다. 롯데는 한때 재계 5위까지 끌어올린 확장 경영에서 벗어나 저수익 자산을 덜어내고 바이오 등 신사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포스코는 철강 밖에 깔아놓은 리튬 등 대규모 투자자산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한화는 ‘우주로’ 롯데는 ‘바이오’
한화의 지난 10년이 M&A의 역사였다면 앞으로 10년의 키워드는 ‘우주’에 가깝다. 2015년 삼성테크윈 등 삼성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품었고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2016년 54조7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은 올해 149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제는 사들인 기업을 연결해 새로운 한화를 만드는 단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 분야에 55조원을 투자해 독자 발사체와 위성망, 국방 AI를 아우르는 통합 우주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올해 첫 현장경영 장소로 한화시스템 제주 우주센터를 찾아 “우주로 가는 것은 한화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미 퍼즐은 상당 부분 갖춰졌다. K9 자주포와 천무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올라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과 발사체 사업을 맡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위성과 우주통신·관측 기술을 갖고 있다. 여기에 AI를 더하면 우주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지상의 무기체계와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조선도 이 그림과 맞닿아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한화오션에 미국 필리조선소까지 확보하면서 육상 방산에서 해양 방산으로 영역을 넓힐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함정 시장까지 안착한다면 한화가 그리는 ‘우주·방산 기업’의 퍼즐도 한층 선명해진다. K9·천무 등 지상무기부터 항공엔진, 함정, 위성·우주까지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추진하는 우주사업이 해외 방산·우주기업 인수까지 이어질 경우 그룹의 사업구조와 자산 규모가 다시 한번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당장의 외형 확대보다 ‘선택과 집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저수익·비핵심 자산을 덜어내는 대신 미래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중심에는 석유화학이 있다. 화학은 오랫동안 롯데의 몸집을 키운 핵심 축이었다. 2021년 화학군 매출은 24조2748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32.6%를 차지했다. 2023년에도 화학 비중은 30.1%로 유통(26.6%)보다 컸다.
하지만 그룹을 키웠던 석유화학이 이제는 체질 개선의 대상이 됐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롯데케미칼은 2024년 894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94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는 올해 범용 석화사업 비중 축소를 공식화하고 대산·여수 사업재편과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섰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을 통폐합하면 단기적으로 그룹의 외형 확대에는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한때 롯데를 키운 ‘30%짜리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갈아타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다. 롯데케미칼은 실제 지난해부터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약 1조70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빠지는 자리를 메울 후보가 바이오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이어 인천 송도에 바이오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송도에는 12만ℓ 규모 공장 3개를 구축하는 구상으로, 1공장에는 10억달러를 투자해 2027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생산기지와 송도가 연결되면 유통·화학·식품 중심이던 롯데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새로운 축이 생긴다.
포스코, ‘9만3000t 리튬 가치’ 증명할 때
포스코는 이미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확보한 자산이 돈을 벌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리튬이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에서 원료를 확보하고 국내외에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올해 리튬 생산능력은 연간 약 9만3000t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양극재와 음극재를 연결해 원료부터 소재까지 이어지는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을 만들었다. 철강회사가 배터리 원료의 ‘땅 밑’부터 장악하기 위해 수년간 투자한 결과다.
문제는 생산능력이 곧 기업가치는 아니라는 점이다. 전기차 캐즘과 리튬 가격 약세가 이어지면 새로 지은 공장과 확보한 광산·염호는 자산총액을 늘려도 이익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반대로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고 9만3000t의 생산능력이 본격 가동되면 포스코가 철강 다음 먹거리로 깔아놓은 자산의 가치가 한꺼번에 부각될 수 있다.
철강에서도 같은 시험이 시작됐다. 포스코는 인도 JSW스틸과 손잡고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리튬과 이차전지소재, 해외 철강 생산기지에 투입한 자금이 앞으로 실제 이익으로 돌아오느냐가 포스코의 몸값을 결정하는 구조다. 포스코의 5위 경쟁은 결국 ‘얼마나 더 투자하느냐’보다 ‘이미 투자한 자산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느냐’의 싸움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5위는 4대 그룹 바로 다음에 위치한다는 상징성이 있지만 자산 규모가 기업 경쟁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자산을 확보하느냐보다 그 자산을 얼마나 수익성 높은 사업과 미래가치로 연결하느냐가 세 그룹의 경쟁력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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