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기술유출 막고 AI는 안전하게…기업 보안 ‘새 기준’ 찾는다
- 국정원·산업계 손잡고 보안 해법 모색
기술유출 처벌·AI 보안·수출 관리 논의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기업의 기술 보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내부 직원의 자료 반출을 막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에 입력하는 업무정보부터 해외 사업 과정에서 공유하는 기술자료까지 관리해야 한다. 기술 활용을 늘리면서도 핵심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오는 11월 24일 열리는 ‘2026 산업보안컨퍼런스’에서는 이러한 산업 현장의 고민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협회와 한국산업보안한림원이 주관한다. 올해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지식재산처도 참여한다. 기업 관계자 등 약 10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개정 간첩죄 적용 ▲기업의 안전한 AI 활용 ▲국가핵심기술 수출 보안점검 등 세 가지 의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기업 보안 담당자와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행 제도의 한계를 살펴보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달라지는 법, 기업은 뭘 준비해야 하나
첫 번째 세션에서는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을 다룬다. 올해 개정된 형법에 따라 간첩죄 적용 대상이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되면서 산업기술 유출 사건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간첩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더라도 형법상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외국 세력과의 연계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 자리에서는 이 같은 법적 한계를 살펴보고 기존 법률로 처벌하기 어려운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경제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 유출을 별도로 처벌하는 특별법 도입 가능성도 검토한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 기업의 영업비밀이 추가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발표를 맡은 김기홍 삼성전자 반도체 정보보호센터 그룹장은 형법 제98조2로 신설된 간첩죄와 기업의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김기홍 그룹장은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개인 간 분쟁을 넘어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 범죄로 격상됐다”며 “기업들은 핵심 기술 등 주요 데이터를 라벨링해 분류하고, 무결성을 지킬 수 있는 로그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넓어지는 AI 활용 범위, 안전하게 쓰려면
두 번째 세션에서는 기업의 안전한 AI 활용 방안을 논의한다. 생성형 AI가 업무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직원이 외부 AI 서비스에 내부 자료를 입력하거나 회사의 승인 없이 AI를 사용하는 이른바 ‘섀도 AI’(Shadow AI)가 새로운 보안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AI 활용을 전면 차단하기도 어렵다. 기업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 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세션에서는 AI 도입부터 운영·종료까지 전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보안 가이드를 제시한다. 기업이 보유한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AI 활용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외부 AI 서비스 도입 시에는 입력 정보의 학습 활용 여부와 데이터 저장·삭제 조건 등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다룬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등 기밀정보는 기업 내부에서 운영하는 AI로 처리하고 일반 업무에는 보안 조건을 갖춘 외부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AI 사용에 대한 부서별 책임과 결과물 검토 절차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묵정 현대오토에버 보안전략기획실 책임이 발표를 맡는다. LG경영연구원·효성·SK AX 관계자와 화우·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토론에 참여한다.
김묵정 현대오토에버 보안전략기획실 책임은 “지난해 국정원이 발표한 AI 활용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해 민간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의 AI 활용이 일상화된 만큼 산업 현장에서 안전하게 AI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사내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기술 수출 보안관리, 현장 혼선 줄인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수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험을 다룬다. 해외 사업이 확대되면서 기술 제공 범위와 수출 상대방의 보안 관리 체계를 사전에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세션에서는 국가핵심기술 수출 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보안점검 지표와 가이드를 제시한다. 기본 현황과 7개 영역에 걸친 91개 평가 항목을 마련해 수출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을 구체화했다.
점검은 계약 내용과 실제 제공하는 기술자료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수출 상대방의 보안 관리 체계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항목에 필요한 증빙자료와 판단 기준, 담당 부서 등을 연결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안 위험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신제익 LG이노텍 보안운영 팀장이 발표를 맡고 한화오션·SK하이닉스·현대케피코·효성화학 보안 담당자와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가 토론에 참여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술 유출 이후의 법적 대응뿐 아니라 AI 활용과 기술 수출 단계에서의 사전 예방까지 다룬다. 기업별로 달랐던 보안 관리 방식을 공유하고 산업 현장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제익 LG이노텍 보안운영 팀장은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 신청 과정에서 실무 담당자들이 검토해야 할 범위가 넓고 평가 항목도 모호한 부분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보안점검 지표가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실무자들이 확인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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