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환율 부담에 쌓이는 달러…외화RP로 이자 수익 챙겨볼까 [송현주의 재.밌.돈]
- 외화RP로 대기자금 운용…자동 매수로 편의성 높여
환율 하락 땐 원화 가치 줄어…원금 비보장도 유의
투자의 방식은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형화된 재테크 공식을 벗어나, 이제는 각자의 목적과 속도에 맞춘 자산 운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재.밌.돈’은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굴릴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지금 ‘재밌게 돈 굴리는 법’을 함께 탐색해봅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미국 주식을 팔고 남은 달러가 계좌에 쌓여 있습니다. 원화로 바꾸자니 환율이 더 오를 것 같고, 다시 주식에 투자하자니 마땅한 종목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계좌에 그대로 두자니 아깝습니다.”미국 주식 투자자 최모씨는 최근 주식 매도 후 남은 달러를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에 빠졌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꿨다가 다시 달러를 사려면 환전 비용이 들고, 환율이 하락한 시점에 원화로 환전하면 환차손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처럼 달러를 당장 쓸 계획은 없지만 환율 변동을 지켜보며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이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화RP는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 투자자에게 매도한 뒤 약정한 가격으로 다시 매수하는 조건의 금융상품이다. 투자자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외화RP에 투자해 달러 기준 이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해외 주식 매도 대금이나 배당금처럼 당장 재투자하지 않을 달러를 잠시 맡겨두는 이른바 ‘달러 파킹’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핵심은 주식 매수 시점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달러를 놀리지 않는 데 있다. 가령 미국 주식을 매도한 뒤 1000달러가 남았다면 이를 외화RP에 넣어 약정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수시형은 자금이 필요할 때 비교적 유연하게 환매할 수 있고, 일정 기간 자금을 묶어둘 수 있다면 기간형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기간형은 중도 환매 시 약정된 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이 적용될 수 있어 자금 사용 계획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증권사들도 이런 수요를 겨냥해 자동투자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사이보스와 크레온에서 미국 주식 투자 후 남은 달러 예수금을 외화RP에 자동 투자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자동 매수 상품의 금리는 세전 연 3.75%, 재투자 기간은 7일이다. 메리츠증권은 ‘Super365 계좌’에서 원화 예수금을 RP에 자동 투자하도록 했고, 신한투자증권은 중개형 ISA의 대기자금을 전용 RP에 자동 투자하는 ‘처음ISA’ 서비스를 전 연령대로 확대했다. 계좌에 남은 자금을 별도로 옮기거나 매번 상품을 매수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것이 공통점이다.
환차손에 원금 손실 위험까지…금리보다 환매 조건 먼저
다만 외화RP가 환차손 위험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달러를 보유한 채 RP에 투자하면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추후 원화로 바꿀 때 환율이 매수 당시보다 낮아지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1000달러를 달러당 1400원에 환전하면 원화 가치는 140만원이지만, 환율이 1350원으로 하락하면 135만원으로 줄어든다. 5만원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셈이다. RP 이자 수익이 이를 얼마나 상쇄할지는 투자 기간과 실제 적용 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이자 수익에 환차익까지 더해질 수 있다. 다만 외화RP는 환율 방향을 예측해 차익을 얻는 상품이라기보다 보유 중인 달러를 운용해 추가 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수단에 가깝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계획이 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면 환전 시점과 환매 가능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입 전에는 금리뿐 아니라 수시형과 기간형의 차이, 중도 환매 조건, 자동 매수·매도 방식, 최소 가입 금액 등을 확인해야 한다. 자동투자 서비스도 증권사별로 적용 대상과 매도·출금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외화RP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담보채권을 기반으로 운용하더라도 증권사의 신용위험 등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외화RP를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기보다 해외 주식 매도 대금이나 배당금 등으로 보유한 달러의 운용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달러를 당장 원화로 환전하거나 재투자하지 않을 경우 이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화RP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해외 주식 투자 후 남은 달러를 운용하기에 유용하다”며 “다만 이자 수익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지 못할 수 있고,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원금도 보장되지 않는 만큼 환율 변동 위험과 환매 조건, 증권사의 신용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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