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1000만원 잃고 1000만원 벌어도 세금 165만원?… 정부 “손실 이월 기간 3년 추진”
- [4수생 코인과세]③
미국·영국 등 주요국 가상자산 손실 이월공제 인정
과세기준 600만~2000만원 상향 주장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가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손실 이월 공제’ 제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은 당해 연도에 발생한 손실을 다음해로 넘겨 이익과 상계할 수 없다. 세법은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동일한 과세연도(1월 1일~12월 31일) 안에 발생한 손익은 합산(손익통산)을 허용하지만, 그해에 발생한 결손금(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이익에서 차감하는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코인 투자자 A씨가 2027년 상반기에 가상자산 투자로 1000만원의 수익을 냈다가 하반기에 1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 2027년 수익은 0원으로 계산돼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2027년에 1000만원의 손실을 냈다가 이듬해인 2028년에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면 2028년 기준 1000만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2년이라는 전체 투자 기간을 놓고 보면 A씨의 누적 손익은 0원인데,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듬해에는 세금을 지출해야 하는 구조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에는 연간 이익 중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1000만원을 벌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의 22%, 즉 165만원의 세금이 과세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주식 투자 소득에는 양도세 과세를 철폐하면서 가상자산에는 손실 이월공제조차 허용하지 않
는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명분이라면 세제 전반의 공정성을 확보하는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22%의 세금을 물리는 건 정부가 ‘비생산적인 소득’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타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퇴직·양도소득 외의 소득 중 과세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으로 정의된다. ▲상금 ▲현상금 ▲복권 당첨금 ▲위약금·배상금 등이 기타소득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 수는 2025년 하반기 기준 1113만명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 중복 상장을 제외한 가상자산 종목은 712개 수준이다. 코넥스 시장과 비교하면 30배 이상 큰 규모다.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 자료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기업 수는 100여곳.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3조원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코넥스 시장까지 지원하고 있다면 가상자산에만 엄격하게 과세할 명분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정부는 정부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이 가상자산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하는 것을 고려해 우리나라에도 3년간 허용하는 제도 개선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손실을 이월하는 기간을 3년’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250만원 넘으면 다 낸다"…소액 투자자까지 과세대상 포함 가능성
가상자산 소득은 투자자가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별도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업비트·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코인 거래를 했다면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익을 증명하고 과세를 해결할 수 있지만,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여러 곳을 함께 이용할 경우 절차가 복잡해진다.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에 흩어진 거래 정보를 직접 모으고 손익을 계산해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 신고·납부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이 제대로 신고하지 못할 경우 체납자가 될 수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부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장 과세를 앞두고 과세 대상이 몇 명인지, 세수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예상치도 못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와 믹싱 기술을 이용한 수천 번의 쪼개기 이체는 기존 세무조사나 금융정보분석원(FIU) 사후 대응으로는 잡을 수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실제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단타 매매자나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1년 동안 쌓인 수천 건의 거래내역을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이 이런 내역을 반영해 자동으로 세액을 산출해 주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개인 납세자가 져야 한다.
국세청도 이런 지적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은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 시행되더라도 2027년 거래분에 대한 실제 신고·검증 시점은 2028년 5월”이라며 “국회 세법 심사 결과에 맞춰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가상자산 세원 관리가 최대 과제인 만큼 ‘가상자산관리과’를 신설했다”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추후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홈택스가 반영 못하면 세금 계산 책임 개인에게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공제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안성희 가톨릭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 보고서(가상자산 과세방안에 관한 연구)는 현행 250만원의 과세최저한이 지닌 문제점을 분석해 현실적으로 상향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과세최저한 설정 시 ‘징세비용’과 ‘납세협력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무 당국이 1000만명에 달하는 전체 투자자의 소액 소득을 검증하고 징수하는 데 드는 행정 인프라 비용과, 개인투자자가 소액의 세금을 내기 위해 거래 증빙을 모으고 신고서를 작성하는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세 소득이 소액일 경우 징수하는 세수보다 사회적 행정비용이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세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가상자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과세최저한을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과세최저한을 600만~2000만원 수준으로 올릴 경우 대다수 소액 투자자들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불필요한 신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과세 당국은 자원과 인력을 고소득·대형 거래자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10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112만명에 달한다”며 “적은 수익에도 과세해 징세 비용을 늘리는 대신 공제 한도를 높여 과세 대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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