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배달앱 수수료 내리면 주문도 줄어든다?...배달앱 상한제의 딜레마
- [착한 가격 통제의 함정]③
수수료 제한, 영세 소상공인 위협할 수도
상점·소비자·라이더 아우르는 정책 필요
[김태영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최근 입법에 속도를 내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상한제’의 도입 취지는 영세 상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와도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광고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적다는 소상공인의 호소가 시작이다.
그러나 수수료율 인하가 상점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수수료를 내린 뒤에도 고객의 주문양이 유지돼야 업주의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이 무너지면 상점과 라이더 모두 소득 감소의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배달앱 시장의 ‘교차보조 구조’에 있다. 배달앱은 상점과 소비자, 라이더를 연결하는 다면시장이다. 플랫폼이 상점에서 받는 수수료 수입의 일부는 무료배달과 할인쿠폰 등 소비자 혜택의 재원이 된다. 혜택이 소비자의 주문을 유도하면 상점의 매출과 라이더의 일감이 늘어나고, 혜택이 줄면 반대 상황이 발생한다.
무료배달은 비용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다. 음식은 누군가의 시간과 연료를 들여 이동하며, 그 비용을 상점 수수료와 소비자 구독료, 플랫폼 재원 등이 나눠 부담한다. 상점의 수수료를 제한하면 소비자 혜택을 뒷받침하는 재원도 줄어드는 구조다. 플랫폼이 줄어든 수입에 대응해 무료배달과 쿠폰을 축소하거나 소비자 배달비를 인상하면 주문의 실질 가격은 올라간다.
법안 도입시 라이더 월소득 약 27만원 ↓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7명이 배달비가 추가로 발생하면 배달앱 이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점은 이러한 가격 민감도를 보여준다. 혜택 축소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소비자가 다른 앱으로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달 주문 자체를 줄이면 시장 전체의 거래가 위축된다.
상점의 수익은 건당 수수료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수료 비용이 줄어도 전체 주문 수가 줄어들면 수익은 개선되기 어렵다. 주문 감소에 따른 이익 손실이 수수료 절감액보다 크면, 보호하려던 상점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험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 초기 미국 14개 도시·주의 배달 앱 수수료 상한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규제 대상 영세 독립 음식점의 포장·배달 수요를 보여주는 방문 지표는 2.5%, 수수료를 뺀 전체 매출은 3.9%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플랫폼이 소비자 배달비를 올리고 체인점 위주로 추천을 바꾼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수료는 낮아졌지만 고객의 주문과 상점의 노출 기회가 함께 줄면서 오히려 영세 소상공인에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시장 위축과 주문 감소의 여파는 라이더에게도 이어진다. 라이더의 총수입은 평균 건당 보수에 수행 건수를 곱한 값이다. 건당 보수가 유지돼도 주문 빈도가 낮아지고 대기 시간이 늘면 월수입과 시간당 수입은 줄어든다.
앞서 언급한 미국 사례에서 플랫폼 전체 거래 건수는 약 6.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4년 발간된 생활물류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라이더 월평균 총수입이 395만원이다. 거래 건수 감소율 6.8%를 적용하면 한 달에 약 26만9000원의 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해외 사례와 국내 상황을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주문 위축으로 플랫폼 수익성이 더 나빠져 혜택과 서비스가 추가로 축소된다면 소비자 이탈과 일감 감소가 반복될 수도 있다.
규제보다 ‘참여 확대·시장 성장’ 집중해야
상점의 부담만 떼어놓고 규제해서는 시장 전체에 끼칠 영향을 놓치기 쉽다. 상점 보호가 소비자 이탈과 라이더의 일감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의 방향을 규제보다는 참여 확대와 시장 성장에 맞춰야 한다. 일률적인 비용 통제가 소비자 혜택 축소와 주문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살피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영세 업체가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플랫폼이 영세업체의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고 상품 사진·메뉴 구성·온라인 판촉을 돕는 방식이 그 예다. 지원은 매출 규모와 필요에 따라 집중하되, 단순한 광고비 집행액보다 신규 고객과 재주문, 비용을 뺀 상점 수익이 얼마나 늘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영세 상점의 참여 장벽을 낮추고 소비자의 선택을 넓혀 주문을 늘리는 일이 라이더의 일감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플랫폼은 시장에서 협상력이 약한 라이더의 일감 확보와 업무 효율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지역·시간대별 수요 예측과 배차 개선으로 주문과 라이더를 원활하게 연결하고, 상점의 조리 완료 시점과 배송지를 함께 고려한 경로 계산으로 묶음배송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대기 시간과 불필요한 이동을 줄여 같은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주문을 늘리기 위해서다. 배차 기술만으로 시장 전체의 주문이 늘어나지는 않으므로 수요 확대 지원과 병행해야 한다. 보수 기준을 명확히 하고, 효율 개선의 성과가 라이더의 시간당 순수입 증가로 이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수수료 규제 정책의 성과는 요율표의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상점에 남는 수익이 늘고, 소비자의 주문이 유지되며, 라이더에게 충분한 일감이 돌아가야 한다. 투명하게 이행되는 자율 상생협약을 바탕으로 영세업체의 고객 확보와 라이더의 업무 효율을 지원할 때 부담 완화와 시장 확대를 함께 추구할 수 있다. 소비자 혜택이 주문으로, 주문이 상점과 라이더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연결을 살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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