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국내 거래는 잡고 해외 거래는 놓치나…코인 과세 사각지대 논란
- [4수생 코인과세]④
CARF 도입해도 DEX·P2P 추적 불능… 성실 납세자만 부담↑
투자자를 탈세자 만드는 ‘자백 의존형’ 코인 과세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가 네 번째로 유예가 됐지만 인프라의 총체적 미비와 역외 과세 사각지대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과세 당국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해외 거래소 ▲탈중앙화 거래소(DEX) ▲비수탁 개인지갑 등 과세 당국의 정보 파악이 물리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 거대한 구멍으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거래엔 세금, 해외 거래 과세엔 ‘글쎄’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한번 유예한 것은 실제 수익을 거둔 모든 투자자에게 과세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법상 거주자는 국내 거래소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양도·대여 소득도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직접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과세 당국의 거래 내역 검증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정금융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적법하게 사업자 신고를 마친 국내 5대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원화 입출금 계좌 정보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KYC) ▲주기적 매매 및 이체 내역 제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 데이터를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검증할 수 있다. 과세 검증이 비교적 손쉬운 셈이다.
반면 바이낸스(Binance), 바이비트(Bybit) 등 한국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해외 거래소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이들 해외 플랫폼은 사업자 소재지 국가의 금융 법제 및 조세 관할권에 묶여 있어 국내 과세 당국이 직접적인 과세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없다. 해당 국가와의 사법·조세 공조 협정 체결 여부에 따라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실제 데이터를 전달받기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특히 조세 회피처나 미공조 국가에 위치한 거래소의 경우 자료 요구 자체가 불가능한 실무적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코인 선물·옵션 파생상품 거래 수익에는 세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 대상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으로 한정한다. 국내외 중앙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현물을 매매해 얻은 차익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선물과 옵션 등 고위험 파생 거래를 통해 거둔 수익은 현행 세법상 과세 항목에서 빠져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으로 거둔 수익에는 엄격하게 과세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코인 선물과 옵션으로 벌어들인 수익에는 과세할 방법조차 없다는 것은 과세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중앙화된 거래소 생태계를 완전히 벗어난 온체인(On-Chain) 거래에서 발생하는 취득가액 입증 문제도 있다.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한 뒤 메타마스크나 트러스트월렛 같은 비수탁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이동시키면 금융당국이 이러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유니스왑·판케이크스왑·카바나 등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랩드 토큰이나 전혀 다른 종목으로 교환(Swap)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상자산이 다시 국내 거래소로 입금될 때 세법상 취득원가의 연속적 흐름이 완전히 잘려 나가는 이른바 ‘온체인 단절’ 현상이 발생한다. 거래소가 외부 입금 자산에 대해 최초 매수 단가를 산정하지 못해 ‘취득가액 미상세’ 또는 ‘0원’이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국세청에 보고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개인 투자자가 실제 취득원가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거래를 입증하지 못하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투자자
는 아예 수익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거나 거래 자체를 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과세 체계가 투자자를 범법자로 만들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우려한 개인이 신고 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코인 선물·옵션부터 DEX·개인지갑까지… 구멍 뚫린 과세 대상
이는 국세청이 구축해 온 가상자산 소득 검증 체계가 사업자 제출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전통적인 금융소득 과세 체계는 은행·증권사 등 중앙화된 금융기관이 고객의 거래 내역과 이자·배당 소득 데이터를 국세청에 집계·제출하면, 과세 당국이 이를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 역시 이러한 프레임에서 설계됐다.
그러나 블록체인 생태계는 ▲탈중앙화 금융(DeFi) ▲스마트 계약 기반의 자동 교환(Swap) ▲P2P 자금 이체 등 다채로운 온체인 거래가 활발히 일어난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과 결이 다르다. 사업자가 제출하는 데이터가 끊기는 순간 과세 당국의 검증 기능이 마비되는 셈이다.
세무 검증 행정의 한계는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준비상황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며 과세 당국이 해외 거래소와 DEX 거래 내역까지 국내 거래소 수준으로 완벽히 포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점검했다. 정부가 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임 의원은 CARF의 한계를 지적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가상자산 세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잠재 과세 대상은 총 109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1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전 세계 온체인 잠재 과세 활동 중 CARF 정보 교환으로 포착 가능한 범위는 14%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의 14%라는 수치는 중앙거래소 내부 거래(오프체인)가 제외된 전 세계 온체인 활동 중 CARF 대상만을 산출한 것”이라며 “86%가 사각지대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세 인프라를 지속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과세를 강행하기보다는 정보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조세 형평성을 확보할 정책적 대안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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