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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유가·환율에 달려

코스피는 유가·환율에 달려

2011년 코스피 지수는 유가와 환율, 기업의 투자에 주목하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올해 코스피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의 저평가가 이번 기회에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실전으로 들어가 보면 올해 증시는 작년보다 훨씬 어렵다. 소중한 나의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투자자들도 투자전략가가 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환율에, 한 해를 놓고 보면 기업의 투자를 주목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올해 기업이익은 작년에 비해 10% 정도 증가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가 돈을 많이 썼다. 이제는 국내총생산보다 정부 빚이 더 많은 선진국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올해는 전 세계 정부가 부채를 조절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총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정부로부터 풀려나간 돈이 물가상승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올해는 매출 증가의 기대치가 낮아지고 물가상승으로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가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주식 투자자들의 돈보다는 기업들의 돈이 필요하다.



부자 기업을 주목하라전 세계적으로 봐도 가계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부자다. 부동산이 좋았을 때는 가계가 소비 버블을 일으켰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에서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었다. 누가 돈을 쓰든지 간에 그 이익은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갔다. 작년 2분기를 기준으로 미국 기업들은 우리 돈으로 200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금융자산은 80조원에 달한다. 기업이 이 돈을 써야 올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

사실 과거에 많은 종류의 버블이 발생하고 또 붕괴됐지만 상당수는 생산성 향상의 형태로 남아 인류 역사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철도회사가 파산했지만, 철도라는 새로운 교통 인프라가 남아 경제성장에 필수적 역할을 했다. 2000년 들어서는 ‘닷컴 버블’이 붕괴했으나 통신이라는 인프라와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남아 생산성 향상을 도모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기 이후에는 남아 있는 자산이 없다. 주택 열풍 뒤에는 어떠한 기술혁신도 없었다. 매출이 정체되고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적절한 투자를 일으켜 생산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이익이 증가하는 그림으로 가야 한다.

한국 상장기업 중 추정치가 존재하는 3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하면 2010년을 기점으로 2011, 2012년에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2010년 11월 기준). 특히 2010년 설비투자가 급증한 것은 전체 설비투자 금액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가 설비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기 때문이었는데 2011, 2012년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는 10%, 4%씩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다행히 2011, 2012년에도 설비투자가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통신서비스, 조선·기계 등이다.

올해는 주식 투자자들의 돈 힘도 중요하지만 좀 더 길게 보면 기업이 가진 돈의 힘이 더 중요하다. 수개월 단위로 보면 이익이 잘 나오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좀 더 길게 보면 특정 산업에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기업이 그 성공 여부를 떠나 투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시장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라 평가된다.

1월 13일 정부에서 발표한 대책을 보면 정책 우선순위가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07년과 같이 유가 90~100달러 돌파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2007년 말의 경우에는 무너지기 시작하는 세계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이 정책금리를 내렸지만 돈은 원자재 버블을 만들었고(서부텍사스유 값이 100달러에서 140달러까지 상승) 주가는 완전 반대로 원자재 상승 수혜주 위주로 급락했다.

가계, 기업,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유가 수준에서 앞으로 더 위로 뻗어가기 위해 이번에는 금리인하가 아니라 5개월간 진행되고 있는 2차 양적완화 무드를 이어가야 하지만 벌써 5개월이 지났다. 3차 양적완화를 기대하기엔 적어도 6개월 이상 시일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올해 하반기에 그렇게 된다면 하루 이틀 주가가 올랐다가 오히려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돈의 힘이 아니라 펀더멘털이 부진하기 때문에 세 번이나 큰돈을 푼다는 시각이 우세할 수도 있다.

올해 물가는 2분기까지 상승 부담이 있어 이머징마켓에 대한 금리인상 압력은 거의 상반기에 몰릴 전망이다. 다만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보면 원자재 상승 수혜주라 볼 수 있는 산업재, 소재, 에너지(지금은 기업이익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지만) 주가가 여기서 더 올라가면 천천히 줄여 나가는 것이 상반기 이들 종목을 보는 시각이다.

2007년 원-엔 환율이 1대7 수준에서 일본 여행을 간 기억이 난다. 비싼 생선회가 한국보다 싸고 교통비를 제외하면 여행할 맛이 났다. 일본 관광을 즐기는 한국인에게는 행복했지만 일본과 수출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수출기업은 힘든 시기였다. 특히 한국 자동차 기업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2007년 6월 원-엔 환율이 1대7에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한국 자동차 기업의 이익도 바닥을 치고 올라갔다. 반면 일본 자동차 기업의 이익은 그때부터 탄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원-엔 환율이 1대16까지 오르는 동안 한국 자동차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이익이 떨어지다가 1대13으로 안착되고 경제환경도 안정을 보이면서 기업이익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지난 2년간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1대13이라는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위기 이후 20% 절하된 원화는 절상압력을, 25% 절상된 엔화는 절하압력 내지 하락속도 둔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원-엔 환율은 1대10으로 수렴할 전망이며 아마도 올해가 1대13에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침체의 길을 걷던 일본 자동차 기업의 이익이 작년 12월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엔화 약세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 주가는 장부가치 수준에서 최근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주식은 작년에 우리 시장을 주도했고, 올 초에도 강한 시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원-엔 환율이 내려가면 한국 자동차 기업의 상대적 강세는 차츰 둔화될 전망이다.

반면 IT(정보기술) 분야는 자동차 시세와 다르게 움직일 것 같다. 예를 들어 작년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50% 늘었지만 주가는 150% 올랐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 증가율이 기아차보다 10%포인트(영업이익 60% 증가) 더 많이 나왔지만 10월까지 횡보하다가 11월과 12월에 20% 남짓 주가가 올랐다.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IT섹터 시세가 부진한 이유는 업황 부진 가능성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환율이 IT섹터에 불리하게 돌아가더라도 작년에 주가가 오르지 못했고, 올해 1분기가 업황 부진의 바닥이라면 오히려 IT 분야는 원화 강세, 원-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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