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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인천시 돈만 먹는 건설사업에 메스

[Interview] 인천시 돈만 먹는 건설사업에 메스

지난해 6·2 지방선거 직후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천시의 방만한 사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대규모 건설사업을 연이어 터뜨리며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던 인천시가 사실은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이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여준 사람은 인천도시개발공사 이춘희(56) 사장이다.

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사업을 벌일수록 각광을 받는다. 그래서 공직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거치고 싶어하는 자리다. 그러나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계획된 사업을 폐기하고 직원을 줄이고 지역주민과 직접 만나 끝없이 설득해야 할 입장이다.

인천 전체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스스로 선뜻 나서고 싶어하지 않는 자리가 됐다. 그런 자리에 이 사장이 왔다. 이 사장은 지난해 9월 제5대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부임하자마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어떻게 인천도시개발공사에 오게 됐나.“송영길 시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별다른 사전설명도 없이 행정경험이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사에 오기 전 고향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었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연임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 받았다. 이를 뿌리치고 인천으로 왔는데, 오자마자 악역을 맡기더라. 구조조정을 반기는 지역주민은 거의 없지만, 그대로 놔두면 인천 전체가 망하기 때문에 건설교통 쪽 행정경험이 있는 사람을 지목한 것 같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사업을 추진하는 일만 해왔는데, 인천에 와서 그 반대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펴는 것보다 접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인천시 상황은 어떤가.“부임 전에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방만한 사업들이 생각보다 더 악화돼 있었다. 공사의 인적·물적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더해 부동산 경기까지 아주 나빠져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공사는 돈을 빌려 땅을 사서 개발한 뒤 팔아 투자금을 회수한다. 아무리 빌려서 하는 사업이라도 어느 정도 자기 돈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당초 자기 돈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사업비를 빌려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 돈 빌리는 것 자체가 힘들게 돼 있다. 공사채를 발행하려면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전(안상수 시장 시절)에는 깊이 안 따지고 해줬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미 많은 공사채가 발행돼 더 이상 사업을 진행시킬 돈을 못 빌릴 지경이었다. 지난해 부채는 5조6000억원이었고 연말까지 부채총액은 6조3000억원이었다. 이미 진행된 사업은 돈 먹는 하마가 돼 있었다. 인천시가 진행하는 자체 사업은 27개,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한 민자유치 사업은 14개였다. 모두 다 꾸려갈 방법이 없었다.”



사업검토 전에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면밀히 사업검토를 해 될 만한 것, 안 될 것으로 구분해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구조조정이 가능한 것, 불가능한 것으로 나눠 서둘러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감사원이나 행안부도 구조조정안을 가지고 있었고, 모 회계법인이 정밀회계 진단을 시작했다. 그러나 진단결과는 5월에나 나왔다.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공사의 구조조정은 실패했을 거다. 27개 사업 중 9개만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고 6개는 매각이나 포기, 12개는 사업 시기를 미루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일을 시작했다.

판단의 기본 원칙은 ‘이미 시행된 것은 간다’ ‘공사가 해야 하는 것이나 기획단계에 있는 것은 죽인다’ ‘초기단계에 들어간 것은 조정한다’다. 최근 회계진단 결과가 나와 2차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13개 사업은 사실상 포기하고 14개는 추진하는 것으로 정했다. 사업규모로 보면 27개 사업 23조원 규모가 14개 사업 14조원 규모로 축소 조정된다. 검단신도시에 토지보상이 들어간 상태라서 구조조정 이후에도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3년까지 7조3000억원으로 부채가 확대됐다가 2014년부터는 5조원대로 부채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대단히 강력한 구조조정인데, 주민이나 직원 불만이 나올 법하다.“더 이상 구조조정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본다. 행안부가 요구한 수준보다 더 강한 구조조정이다. 공사의 조직과 인력도 줄이고 필요한 부분에 재배치했다. 애초 공사는 1실, 4본부, 18처, 34개 팀이었다. 이를 지난해 12월 구조조정을 통해 3본부, 12처, 29개 팀으로 축소했다. 직원 정원은 368명에서 312명으로 줄였다. 사실 중요하고 큰 사업이 많기 때문에 인원은 아직도 부족하다. 그러나 사업을 줄이면서 공사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루 세 시간씩 소그룹을 나눠 직원과 대화했다. 내부적으로는 불안해하면서도 큰 동요 없이 따라주고 있어 고맙다.

사업이 좌절되면 인근 지역 시민을 중심으로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민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막연한 기대를 하도록 어물쩍 넘어가기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실상을 알려 정확한 판단을 유도하려고 한다. 솔직히 그런 설득이 힘들었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 언론, 주민들이 이해해주는 편으로 돌아서줘 사정이 나아졌다. 인천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사장으로 왔을 때 직원 중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게 칼질(구조조정)하기에는 유리한 조건이 됐다.”



완성을 앞둔 영종 하늘도시의 분양현황은 어떤가.“진도가 많이 나가 공정으로 보면 70% 정도다. 택지개발 분양이 많이 돼야 하는데,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분양이 잘 안 된다. 이미 분양된 택지마저 반납할 정도다. 분양률은 24% 수준이다. 투자금 회수는 4분의 1밖에 안 돼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 같다. 육지와 하늘도시를 연결하는 접근성을 키워야 한다. 인천과 영종도를 직접 연결하는 영종대교, 인천대교 외에 제3 연륙교 건설해야 하는데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공사가 30%,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70%를 투자해 건설하려고 하는데 통행료 수입 문제를 놓고 한창 협상 중이다.”



검단신도시 상황은 어떤가.“김포한강도시 바로 옆으로 1단계로 땅을 사고 있다. 현재 70% 매입했다. 올 하반기 착공해 1단계에만 5조5000억원이 들어가야 한다. 서둘러 진행해야 금융부담이 줄어 투자금 회수가 편할 것이다. 여기에는 중앙대 분교가 들어오는데, 땅값과 위치에 대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협의 중이다. 안 전 시장이 중앙대에 건축비로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 공사가 사립대학에 지원금을 줄 수 있는 법률적 방법이 없다. 이를 풀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



구월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주택 수요가 부족하지 않나.“구월동은 인천시청이 있는 좋은 입지다.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촌, 미디어촌 아파트처럼 활용된 이후 분양될 예정이다. 위치가 좋아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주택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통계상 허점에 불과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일시적 과잉공급 상태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과잉이 아니다. 주택 수뿐만 아니라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구월 보금자리 사업은 진행돼야 한다.”

이 사장은 1977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진출, 건설교통 행정가로 활약했다.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이후에도 세종시, 새만금, 경부고속철도 등 지역개발 핵심 사업을 두루 맡았다. 지난 20년 넘게 한국의 지도를 바꿀 만한 대형 건설교통 분야 사업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쉼 없이 말했다. 건설사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넓고 깊었다. 그는 힘을 빼고 말했지만 말은 설득력이 탄탄했다. 이 사장의 단호한 구조조정이 인천시의 재정을 건전하게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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