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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 운용보수 비쌀수록 수익률 나빠

[Fund] 운용보수 비쌀수록 수익률 나빠

직장인 손모(36)씨는 적립식펀드 붐이 한창이던 2006년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현재까지 투자 중이다. 증시 등락에 따라 펀드 수익률도 들쭉날쭉이라 펀드에서 별 재미를 보진 못했다. 그의 마음이 더욱 불편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손실이 난 펀드의 운용보수가 가입한 펀드 중 가장 비싸다는 점이다. 운용보수가 높으면 그만큼 운용을 더욱 잘할 것으로 믿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펀드에 투자 때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 중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 바로 ‘운용보수’다. 운용보수란 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대가로 자산운용사가 받는 일종의 ‘품삯’이다. 판매보수(수수료)는 당국이 꾸준히 인하를 요구해 2007년 말 평균 1.29%에서 지난해 말 기준 1.19%로 떨어졌다.

하지만 운용보수는 판매보수의 절반 수준인 평균 0.64%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편이다. 그래도 엄연히 이 역시 투자자들이 펀드투자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운용보수를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펀드라면 수익률도 그만큼 더 좋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펀드에 대한 비용인 총보수 내에 판매보수와 운용보수가 포함된다. 판매보수는 운용사와 판매사간 협의 등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고, 클래스(class) 별로도 달라진다. 선취수수료를 징수하는 A클래스와 그렇지 않은 C클래스, 온라인판매용인 E클래스, 기관용인 F클래스 등 개별 클래스별로 판매수수료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운용보수는 자산운용사의 상품개발 담당자와 마케팅 관련 인력이 책정하는데 정량화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해외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직접 리서치를 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현지 자산운용사에 리서치나 운용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운용보수가 높은 편이다. 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비슷한 성격의 펀드라고 하더라도 운용사 판단에 따라 운용보수 수준은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또 펀드가 출시된 시기에 따라서도 운용보수 수준에 차이가 난다. 최근 금융당국이 펀드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는 만큼 최근에 출시된 펀드의 운용보수는 0.60% 안팎으로 과거에 비해 낮아진 편이다. 하지만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펀드는 많게는 0.9%의 운용보수를 책정한 펀드도 있다.



운용보수 비쌀수록 투자금 몰려운용보수가 비싼 펀드들은 대부분 ‘액티브(Active)펀드’들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 유형의 ‘인덱스(Index) 펀드’보다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해 운용하는 ‘액티브펀드’의 운용보수가 더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일반 주식형 펀드나 중소형주 펀드 등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는 유형의 펀드들의 운용보수는 평균 0.66%, 0.69% 수준이고, 코스피200인덱스펀드나 기타인덱스펀드는 0.29%, 0.40%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일반 주식형 펀드 295개(퇴직연금, 법인전용 등 제외) 펀드의 운용보수 수준에 따라 세 그룹(높은 보수, 중간 보수, 낮은 보수)으로 나눠 단순 평순 수익률(1·3·5년)을 산출한 결과 보수가 가장 높은 그룹 펀드의 성과가 가장 부진하게 나타났다. 중간 보수 펀드들의 성과가 모든 기간에서 걸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운용보수가 가장 높은 그룹의 평균 보수율은 0.75%, 중간 그룹은 0.69%, 낮은 그룹은 0.54% 수준. 1000만원을 거치식으로 한 번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운용보수가 가장 높은 그룹의 펀드의 경우 운용보수로 한 해에 7만5000원을, 낮은 그룹의 펀드는 5만4000원 정도를 각각 지불한다는 의미다. 3년 평균 성과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보수가 가장 높은 그룹의 평균 수익률은 75.98%, 중간 보수 79.63%, 낮은 보수 78.87%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보수가 높을수록 설정액은 크다. 보수가 가장 높은 그룹의 펀드 설정액은 17조원, 중간 보수 11조원, 낮은 보수 그룹이 7조원 수준이다. 액티브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은 보수가 높은 펀드가 성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더 많이 가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성과에서는 이 같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전혀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운용사별 비교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일반 주식형 펀드 15개 이상(클래스 제외)을 운용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 신한BNP파리바, 하나UBS, 한국투신, KB자산운용 등 총 6개사를 비교한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나머지 회사의 경우 운용보수와 수익률간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장기로 갈수록(3년 이상) 운용보수가 높은 펀드가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아져 유일하게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투신운용과 신한BNP파리바운용 등은 오히려 보수가 높은 펀드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운용보수가 높은 펀드가 무조건 수익률이 나쁜 것은 아닌 만큼 펀드 투자자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국내 주식형 펀드인 ‘디스커버리’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펀드 중 운용보수가 가장 비싼 펀드에 속한다. 무려 0.8%다. 하지만 성과도 최상위 수준이다. 4월말 기준 ‘디스커버리’의 10년 장기 성과는 무려 300%를 넘어서며 운용기간 10년을 넘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미래에셋이 운용하고 있는 동일 유형 펀드인 ‘드림타겟주식’은 ‘디스커버리’와 동일하게 운용보수 0.8%를 받지만 3년 수익률은 17%에 불과하다.

운용보수가 높은 펀드가 수익률이 더 부진하면 투자자의 손해는 더욱 커진다. ‘보수율 차감 효과’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은 실제 운용수익률에서 보수 등 각종 비용을 뺀 것이기 때문에 펀드 성과가 부진하면서 보수마저 비싸다면 그만큼 수익률은 더 많이 줄어든다.



디스커버리 펀드 10년 수익률 300%펀드 투자 전 운용보수 등 총 보수 항목을 확인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가입을 위해 방문한 판매사에서 제공하는 투자설명서에 보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판매사를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펀드평가사(제로인, 에프앤가이드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관심 있는 펀드를 검색해볼 수도 있다. 또 개별 펀드의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도 간단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펀드평가사 홈페이지에서는 총 보수 이외에도 수익률 정보와 펀드의 특징, 투자대상 등 투자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여러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제공하고 있어 알아두면 유용하다. 김다운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운용보수가 높을수록 펀드운용과 리서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서 수익률도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운용보수가 높은 그룹의 펀드 설정액이 17조원을 넘기며 투자자를 끌어 모은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현재 가입하고 있는 펀드의 운용보수 수준과 수익률을 확인하고 보수 수준과 비교해 수익률이 부진하다면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전략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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