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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재정절벽 해결해도 주가 상승 어려워

Stock - 재정절벽 해결해도 주가 상승 어려워

침체한 경기 대비 주가 높아…미·중 경기 회복세가 관건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와 노동계 등을 설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일종의 트라우마(trauma: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 지난해 8월 부채한도 협상 때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처음엔 걱정이 없었다. 국채 발행액이 정해진 한도에 도달할 경우 항상 한도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합의 과정에서 미국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도 드러났다. 때마침 신용등급 강등까지 이뤄져 주가가 급락했다. 요즘 화두인 재정절벽(의회가 세금 연장안 합의에 실패해 급격한 재정 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지난해 부채한도 협상 이후 처음 있는 정치 논의다. 투자자 입장에서 지난해의 경험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재정절벽 타협으로 해결될 듯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당시 부시 행정부는 소득세 감면과 주정부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7827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다. 이 대책은 2010년 한차례 연장된 후 올해 말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주변 정황도 부양책 종료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선진국에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2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8.1%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9.6%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2012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6.6%로 올라간다.

미국 재정절벽의 본질은 재정 건전화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는 지난해 8월에 이어 또 한번 부채 한도를 늘리는 문제다. 10월 현재 미국의 총부채는 16조2600억 달러로 법정 한도인 16조4000억 달러에 근접해 있다. 9월까지 미국의 재정적자가 7676억 달러로 월간 평균 850억 달러 정도씩 적자가 발생했다. 이 숫자를 적용할 경우 올 연말 전체 부채가 법정 부채한도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경기부양 조치와 재량적 지출 감축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세금 감면과 관련해 올해 말에 2001년과 2003년 부시 행정부 당시 취했던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에 대한 감면조치가 종료될 예정이다. 고용 촉진과 경기 부양을 위해 취해진 근로자 급여 소득세 역시 마찬가지다. 재정지출 억제를 위한 비용 축소는 2011년 8월에 통과된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이 근간을 이룬다. 이 법에서는 2013년부터 임의적 지출에 대한 한도 설정 및 기타 경비에 대한 강제 삭감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정대로 세금 감면 조치를 폐지하면 전체 세수가 399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재정 지출 억제분까지 더하면 전체 예산 절감액은 5600억 달러로 늘어난다. 올해 GDP의 4%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금액이 수정 없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2년간 유럽의 재정위기로 곤란을 겪었기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이 재정 건전화 정책에 민감해져 있다. 미국 역시 국가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이 부분이 몇 년 후 미국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행정부와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두 당은 급여세 감면, 장기실업수당 지급 부분에서 견해를 같이 하고 있지만 방법에 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증세를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감세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견해 차가 합리적으로 좁혀지지 않을 경우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

어느 당도 경기 침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일정 시간 밀고 당기기가 있겠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선거가 끝나면서 갈등 조절 기능이 회복되고 있다. 선거기간에는 지지그룹을 나누기 위해 갈등 요인을 증폭시켜야 했지만 이 과정이 끝났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에는 정치 불확실성 지수라는 게 있다. 정치적인 사건을 시나리오로 나눠 지수로 산정한 것인데 지난해 8월 부채한도 협상 때가 최근 몇 년 내 최고였다. 11월 들어 불확실성 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불확실성을 약세 편향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약세 요인의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재정절벽 논란이 가닥을 잡을 경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10월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가 일제히 호전됐다. 수출이 11.6% 증가해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했고, 소매 판매와 고정자산 투자가 각각 14.5%와 20.7% 증가했다. 경기종합지표도 마찬가지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모두 7월을 저점으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당분간 시장의 두 축이 될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시장의 기본 틀은 종합주가지수 1800~2050선이다. 재정절벽 때문에 미국 시장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미국 대선에서 3번의 후보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재정절벽’이란 단어를 10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 이전까지 미국의 투자자는 물론 정책 입안자까지 재정절벽에 무관심했음을 보여주는 예다. 지금 시장은 이런 무관심이 관심으로 바뀌면서 영향력이 증폭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속성상 초기 국면에 반응이 과격하게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반응이 약해질 것이다.



코스피 지수 1800~2050선 머물 듯미국과 중국 모두 경기가 나아지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여서 당분간 경제가 시장을 끌고 가야 한다. 경기 회복은 최소한 주가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주가 수준에 대한 평가와 경기 회복 속도다. 중국 경제가 저점을 기록했지만 향후 회복이 강하지 않을 것 같다. 중국 경제 구조가 과거같이 고성장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고 대외 여건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저점을 지났지만 회복이 빠르지 못할 것이다.

주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회복이 더딘 모습이라는 가정 아래에서 시작해야 한다. 높은 수준에 있는 주가가 이 정도 경기 회복에 만족할지 여부를 판단하는게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아직은 미진한 상태다.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지든지 주가가 좀 더 떨어져 균형을 만들든지 해야 하는데 후자가 더 빠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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