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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패닉 셀링(공포에 질린 매도)’에 장사 없다

Money Tech - ‘패닉 셀링(공포에 질린 매도)’에 장사 없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CIO … 부동산·달러로 자산가치 하락 방어 나서야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본부장(CIO)을 만난 건 6월 4일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쓸 것인지 아닌지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다. 이날 그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볼모로 잡혀있어 미국이 출구전략을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상황이 급변했다.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일정을 발표해 이른바 ‘버냉키 쇼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김 본부장에게 다시 연락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는 아주 이기적인 도박을 했다”며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특유의 소신으로 강한 주장을 내세우는 편이다. 2006~2010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이름을 알린 후 우리자산운용으로 이직해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 그가 합류할 당시만 해도 우리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은 하위권이었지만 요즘은 상위권이다.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좋은 실적을 낸데는 그의 분석 능력과 전망 덕이 컸다. 그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답하지 않는다. 다소 색다르면서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요즘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에 눈길을 끈다.

출구전략은 언젠가 예정된 수순이었는데 시장 반응이 격하다.

“출구전략을 이렇게 급하게 단행할 줄 몰랐던 것이다. 섣부른 출구전략은 파생상품 시장의 붕괴를 부를 수 있다. 미국이 채권을 안 사주면 금리가 올라가고 지구 반대편에서 변동금리를 지불하는 쪽은 당해내지 못하고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출구전략을 급하게 쓰지 않을 것이고 시간을 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출구전략을 내놔 시장의 공포 심리를 자극했다.”

주가 하락의 저지선은?

“출구 전략은 양적완화로 생긴 자산의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자산 가치 하락을 염려한 ‘패닉 셀링(광적인 매도)’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공포에 질려 무차별적으로 파는 시장에서는 누구도 하락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예상보다 더 많이 내리는 ‘언더슈팅’이 일어날 수 있다. 코스피 지수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섣불리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락세가 진정될 수 있는 여건은?

“지금 상황이 2008년과 비슷하지 않나? 그 때도 미국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한 확실한 행동에 나섰다면 코스피 지수 900포인트는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문제다. 이번에도 불확실성이 내재돼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 지금은 버냉키 의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두고 테스트하는 형국이다.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부작용 수준이 어떤지, 시장이 부작용을 견딜 만한지 지켜보고 있다. 이 실험이 끝날 때까지는 자본시장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가 지금 사태를 다시 보고 치유책을 들고 나와야 시장의 패닉 상태가 진정되지 않을까. 당장 해결될 만한 사안은 아니다.”

출구전략은 미국 경기가 회복됐다는 신호 아닌가?

“미국의 회복? 웃기는 얘기다. 절대 회복이 아니다. 미국 집값이 올랐다고들 생각한다. 미국 집값 상승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운용수익률보다 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올라가도 지금 같은 부동산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 굉장히 회의적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유럽에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있고, 중국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망가지는데 미국만의 발전이 무슨 소용인가. 버냉키가 아주 이기적인 도박을 하고 있다.”

실물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간 경제의 주요 화두는 저금리였다. 금리가 오를 때 어떻게 될지 따져봐야 한다. 미국 부동산과 소비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더 우려되는 곳은 신흥시장이다. 미국에서 풀린 돈 덕에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이 살아났다. 그만큼 충격이 클 것이다. 풍선은 약한 부분부터 터진다. 동남아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출구전략으로 금융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자산가격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양적완화 기간 거품이 덜 낀 자산 또는 낙폭이 크지 않은 부동산 등으로 자산가격 하락을 방어해야 할 때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미국 달러가 가장 안전할 것이다. 미국 주식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 승자는 미국일 수밖에 없다. 신흥시장에서 미국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 투자가 유효하다. 국내에서 투자하고 싶다면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 주식을 조금씩 매집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 매수할 만한 종목은?

“스마트 기기가 퍼지면서 기기를 통해 소비되는 콘텐트의 양이 굉장히 늘었다. 정부에서도 그 가치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콘텐트가 유망한 산업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음원·드라마·게임 등이다. 의료 관련 서비스와 원격 의료 서비스도 포함된다. 이 분야에는 잠재 인력도 많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산업에서는 그나마 성장 여지가 있는 게 자동차다. 자동차는 금융서비스와 딜러십 개선으로 성장의 여지가 있다. 자동차 판매를 통한 금융수익을 제대로 못 얻었는데 앞으로 그런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다.”

최근 우선주 재평가가 유행이다.

“우선주는 의결권만 없을 뿐 보통주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40~50% 싼 것은 말이 안 된다. 문제는 기업의 배당이 적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기업이야 그렇다 쳐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업은 더 성장하지 못하면 배당이라도 많이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은 한국이 화끈한 성장 국가에서 심심한 시장으로 바뀌면서다. 배당주가 관심을 끌면서 우선주도 빛을 보는 것 같다.”



언더슈팅(undershooting)
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나 환율·금리 등이 특정한 계기로 하락 추세 지점마저 이탈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매수 적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적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 시기가 언제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반대로 실제 추세보다 더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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