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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3차 아웃도어 붐

일본은 지금 3차 아웃도어 붐

20~30대 여성 등산객 급증 … 충성 고객 많아 고가 정책 먹혀
일본 도쿄 교바시의 도쿄 스퀘어가든 내 몽벨 매장.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호 부근의 세키로우산. 그리 높지도, 유명하지도 않은 산이다. 그런데 주말이 되면 등산객으로 넘쳐난다. 중년 부부,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젊은 여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만난 한 60대 남성 등산객은 “등산 시즌이 되면 어느 산이든 사람들로 가득하다”며 “최근에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은 제3차 아웃도어 붐이다. 1956년 일본 히말라야 원정대가 마나슬루를 세계 최초로 등정했을 때가 제1차 아웃도어 붐이다. 중년층을 중심으로 ‘일본 100대 명산’ 투어가 유행한 1990년대에 제2차 아웃도어 붐이 불었다. 그리고 2008년 이후 ‘산 스커트(두꺼운 타이츠와 함께 이중으로 된 방수가공 등산용 스커트)’와 야외 페스티벌로 상징되는 패션 혁명으로 젊은 여성 등산객이 급증한 것이 제3차 붐으로 불린다.

이른바 ‘텐트녀’라고 불리는 여성 캠핑 매니어 층도 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이와 함께 오랜 기간 침체를 겪은 캠핑시장도 ‘단카이 주니어(일본의 제2차 베이비붐 세대로 1971~1974년 출생)’가 자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부활 조짐이 보인다.

제3차 아웃도어 붐은 이전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이 시기 아웃도어 시장에 새로 들어온 여성 등산객은 고기능의 등산의류·용품을 새로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등산 가방의 경우 과거에는 30L 용량 가방이 많이 팔렸지만 지금은 50L 짜리를 구입하는 여성 고객이 많다.



나홀로 여성 캠핑족 늘어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등산·캠핑 아웃도어 용품 시장은 2008년 이후 4년 연속 커지는 추세다. 올해는 전년 대비 5.4% 성장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수요를 놓치지 않고 아웃도어 전문점은 도심의 대형 매장 출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4월 도쿄 오다이바의 쇼핑몰 덱스도쿄 비치에 1520㎡(약 460평)의 도내 최대 규모 전문점 ‘와일드-1(WILD-1)’이 문을 열었다. 오사카의 주거·상업 복합시설 그랑프론트 오사카에도 1300㎡(약 400평)이 넘는 ‘고지츠 산장’이 개점해 손님몰이 중이다.

지난해 가을 쇼핑몰 다이마루 도쿄점에 출점해 화제를 모은 ICI이시이스포츠는 올해 10월 도쿄 신주쿠의 빅크로(빅카메라와 유니클로가 공동 운영하는 전자기기·패션 쇼핑 매장) 내에 한 층 규모 1820㎡(약 550평)의 매장을 낼 예정이다.

마츠야마 치카이 ICI이시이스포츠 사장은 “메이커가 직영점을 차리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를 도입해 초기 비용이 분산되고 백화점이나 입지조건이 좋은 상업시설 출점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매출은 기존 매장의 경우 직전 분기와 비교해 5~8% 증가했다. 신규 출점 매출까지 더하면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역대 최고 매출이다.

상업시설도 아웃도어 전문점에 속속 손을 내밀고 있다. 골프·스키 등 다른 스포츠 용품이 침체인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이 커지는 아웃도어가 손님을 끌어 모을 수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4월 도쿄 교바시에 도쿄 스퀘어가든이 개장했다. 도쿄건물 상업시설 사업부의 미타무라 아츠시 과장대리는 도쿄 스퀘어가든의 가장 목 좋은 자리에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을 입점시켰다. 그는 “몽벨은 도쿄 스퀘어가든의 콘셉트인 에코(eco)·그린(green)이라는 이미지에 부합하고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어 가장 좋은 위치를 줬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의 파급력은 실적 악화로 골머리를 앓는 대형 가전매장으로도 확산됐다. 대형 가전매장 고객들이 아웃도어용 가전기기를 찾기 시작한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고속 데이터통신망 확충으로 캠프장 등 야외에서의 컴퓨터 사용이 증가했다. ‘GO Pro’등 아웃도어 용도의 화상 카메라도 인기다.

대형 멀티미디어 매장 ‘요도바시 카메라 멀티미디어’ 우메다점에서는 7월 초 여행용품 코너 일부에서만 취급하던 아웃도어 용품 판매를 대폭 확대했다. 매장 면적을 5배 늘리고 1만2000개 아이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관동 지역 매장까지 이 전략을 확대할 방침이다.

후나이 종합연구소의 이와사키타케유키 컨설턴트는 “소비 트렌드가 칩거형에서 야외형으로 바뀌는 때문”이라고 시장 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올해 후지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각 기업이 후지산 등반 고객을 상대로 행사를 앞다퉈 열었다.

후지산 등산객은 올해 40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등산 입문자가 후지산 등반을 위해 등산화·가방·아우터 등 등산 장비를 새로 구입하려면 5만엔 정도가 든다. 아웃도어 전문점들은 매장의 눈에 띄는 곳에 후지산 등산 장비와 관련 서적 등을 한데 모아둔 코너를 새로 만드는 등 특수를 누리기 위해 필사적이다.

최근 일본 아웃도어 시장의 특징은 가격 경쟁을 피하고 고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다. 비싼 가격에도 고기능의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다. 마츠야마 사장은 “물론 낮은 산을 즐기는 초심자 중에서는 유니클로 같은 일반 의류 브랜드의 아웃도어 상품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하면 고기능 등산 장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비싼 아웃도어 용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도 아웃도어 훈풍브랜드 이미지가 아웃도어 업체의 매출과 이익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를 위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한정된 자원으로 살아가자’는 이념을 내세워 지난해 수리센터를 대폭 확충했다. 중고의류 매수·판매도 시작했다. ‘환경보호’라는 기업 이념이 열성 팬을 낳았다.

이 회사의 가와카미 요이치로 일본 영업 담당은 “열성팬은 이런 이미지 덕에 가격이 비싼 우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일본 브랜드도 이벤트 개최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육성·확보했다. 캠핑 용품으로 급성장 중인 ‘스노우 피크(Snow peak)’는 캠프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스노우 피커’라고 불리는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 덕분에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이념이나 역사에 공감하는 충성 고객의 존재는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다른 업종 기업에게는 진입장벽이 된다. 지금까지 많은 대형 스포츠 브랜드가 아웃도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최근 스포츠 브랜드는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추세다.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 고객을 그대로 흡수하겠다는 생각이다. 2010년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가 스웨덴의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 ‘하글롭스’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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