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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 금감원의 은행권 금융사고 조사보고서] 사고 금액 ‘KB국민>하나>수출입은행’

[단독 입수 | 금감원의 은행권 금융사고 조사보고서] 사고 금액 ‘KB국민>하나>수출입은행’


summary | 지난 3년 간 국내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141건 터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으로는 7983억원에 이른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가장 금융사고가 잦고 사고액이 많은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총 41건 4337억원이다. 그 뒤로 하나은행이 2건 1599억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단일 건으로 가장 많은 1151억원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사진:중앙포토
지난 3년 간 국내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141건 터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으로는 7983억원에 이른다. 최근 폐쇄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일반은행은 물론 국책은행에서도 ‘나쁜 손’을 가진 일부 은행원이 배임이나 횡령으로 은행 금고를 자신의 사금고처럼 썼다. 금융사고 내용은 은행 투자자와 금융소비자에게 중요한 판단 근거 중 하나다. 은행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은 자신들이 만든 협의기관을 통해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금융사고가 일어나도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금융감독원(금감원)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가장 금융사고가 잦고 사고액이 많은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총 41건 4337억원이다. 그 뒤로 하나은행이 5건 1599억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단일 건으로 가장 많은 1151억원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15개 은행 전체적으로 볼 때 금융사고는 해마다 수천 억원에 달했다. 2013년 48건에 4335억원, 이듬해 55건 2425억원, 지난해 38건 1223억원이다.
 분식 회계장부만 믿은 수은 간부 뒷돈까지 챙겨
3개년 중 최대 금융사고는 2013년 KB국민은행에서 일어났다. 14건에 4006억원 손실이다. 국민주택채권 위조 사건으로 2010년부터 2013년 비리가 드러날 때까지 횡령액이 누적됐다. 사건을 저지른 KB국민은행 은행원은 영업점 직원들과 공모해 국민주택 채권 2451매(111억8600만원)를 부당하게 현금으로 상환토록 하고 이 중 88억400만원을 횡령했다. 다른 KB국민은행 은행원은 부당 상환한 채권 일부를 잘 아는 동료 직원에게 나눠주며 23억8300만원을 횡령했다. 또 다른 KB국민은행 은행원 4명은 부당 상환지급을 처리하고 이를 동료 직원에게 전달하면서 2900만~1억21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은행 간부도 사고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우리은행 모 지점 부지점장은 고객명의 정기예금 20억원을 횡령했다. 정기 예금을 임의로 중도해지한 뒤 해외도 도주했다. 우리은행은 이중 11억6000만원을 회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경남은행에는 은행 금고에 들어있는 현금(시재금)을 수 차례 빼돌린 금전 출납 담당 은행원이 있었다. 은행 금고를 자신의 금고처럼 쓰며 현금을 반출하거나 타인 계좌로 송금을 하는 방식으로 16억원을 횡령했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은 2014년 종합가전회사 모뉴엘에 대출했다가 1151억원 손실을 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모뉴엘이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수출한다는 분식 회계장부만 믿고 거금을 대출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당시 담당 부장은 국민 세금을 기업에 대출해주면서 실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모뉴엘로부터 뒷돈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손실액 전부를 대손상각으로 처리했다. 수년 간 영업이익으로 쌓은 대손충당금이 은행원 배임으로 한 순간에 날아간 사건이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영업이익은 모두 세금으로 환수될 수 있는 자금이다. 현재 담당 부장은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그 외 중소중견금융부와 무역금융실 등 관련자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는 받았고 조만간 어떻게 조치하란 결과를 받아 인사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으로 사고금액 섞어 ‘물타기’
금융사고는 은행원 개인이나 집단이 벌인 배임·횡령 등으로 은행과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것을 의미한다. 은행은 사고가 발생하면 자체 조사를 거쳐 사고를 일으킨 사람으로부터 남은 자금을 회수한다. 회수 못한 손실금은 각 은행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으로 보전한다. 이는 곧 은행의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지만, 회계상 손실분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금융범죄로 손실이 일어나도 투자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잘 밝혀지지 않았을 뿐 고질적인 병폐다. 본지는 2014년 국내 7대 은행의 금융사고 조사보고서를 입수해 보도(이코노미스트 1237호)한 바 있다. 5년 간(2009~2013년) 195건, 5357억원을 날리고도 은행은 쉬쉬하기 바빴다. 당시 국내 은행은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사고 내역을 숨겼다가 사고 건수만 경영공시에 슬쩍 기재했다. 사고 금액은 은행 결산 때 손비 항목 총액에 합산시켜 덮어버렸다.

금융사고 조사보고서를 공개할 여지도 있었다. 금감원은 2014년 KT ENS 사기대출 사건 이후 금융사고 조사내역을 확대 공개키로 했다. KT ENS 사건은 기업 직원이 2008년부터 무려 6년 동안이나 가공의 매출채권을 만들어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고 SPC가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 과정에 허점이 발견되고 은행권 금융사고에 대한 공개 압박이 강해졌다.

금감원은 기존 금융사고 내역에 대한 공시 의무가 약하다며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엔 은행이 ‘자기자본 총계의 100분의 1 상당액’ 이상의 사고 금액에 대해서만 공시 의무가 있었다. 이럴 경우 자본금이 23조원이 넘은 은행은 2300억 원 이상의 대형 금융사고만 공시하면 된다. 금감원은 2014년 2월 2일 ‘국내 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공시제도 운영 강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자기자본 규모와 상관없이 기준 금액 이상의 금융사고에 대해 은행이 일괄 수시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에 불과했다. 실제 경영공시 내역을 정하는 은행 연합회는 금감원 발표 이후 은행들을 불러모아 대책을 협의했다. 그렇게 나온 대책은 금융사고 ‘건수’ 공시에 더해 횡령이냐 배임이냐 등 유형별 구분을 더 기입하자는 수준에 그쳤다. 현재 각 은행의 경영공시를 보면, 사고 금액 기준 10억원, 100억 원 단위로 분기별 사고 건수와 횡령·유용·배임·사기·도난피탈·금품수수·사금융알선·실명제위반·사적금전대차 등 유형별 건수만 공시한다. 사고액 총액이나 어느 지점에서 언제 발생한 사고인지 기록하지 않는다.

 은행연합회는 사고 유형 발표만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사고 내역 공개가 무산된 데 대해 어쩔 수 없단 입장이다. 금감원 건전경영총괄팀 박상원 팀장은 “금감원은 공시를 해야 하는 사고 금액 기준을 정할 뿐 경영공시 내용은 규정에 따라 은행연합회에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은행경영지원부 이상헌 부장은 “공시기준을 통일하면서 각 은행과의 협의를 거쳐 정한 것이고 금감원과도 협의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나 은행연합회가 조사보고서 공개를 금융사고에 대한 자정작용에 활용해야 하는데 은행연합회는 은행이 만든 조직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사고 내역을 공개하는 건 은행과 은행원에 경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박스기사] 베일에 쌓인 금융사고 조사절차 | 회수가 우선, 반성은 뒷전
금융사고 처리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은행에서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대중이 알 방법이 없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은행은 조사담당자를 급파해 자체 조사를 벌인다. 해당 지점 운영을 중단하고 은행원은 모두 비상대기한다.

조사담당자의 첫 번째 목표는 ‘회수’다. 빠져나간 돈을 가능한 빨리 보전하기 위해서다. 손실분이 전액 회수되거나 사고를 낸 은행원(사고자)이 전액 배상하면 이 단계에서 조사를 중단하기도 한다. 은행은 손실이 없으면 가능한 사고 자체를 아예 없던 걸로 해버리기도 한다. 사고가 났단 사실이 신용을 중시하는 은행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 은행원은 “지점과 본점 인사팀 몇 사람만 알고 덮은 금융사고가 꽤 많다”면서 “사고를 냈던 사람이 몇 년 한직을 떠돌다 다시 지점으로 돌아와 돈을 만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사고자를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한다. 인신 구속 과정이 더디게 이뤄지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사고자가 해외로 도주하는 일도 빈번하다.

은행은 소송을 통해 사고자의 재산을 압류하거나 인사조치하는 선에서 처벌을 끝낸다. 이 과정을 마친 은행은 ‘금융사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금감원에 송신한다.

보고서는 어느 지점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편취했고 그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했단 내용을 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 금액이 크다고 판단될 때만 금감원이 직접 조사에 나서는데 이 때는 조사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늦게 마련”이라며 “금액이 작은 금융사고는 은행 자체 조사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고 조사보고서는 쌓아둔다”고 말한다. 금감원 은행감독국은 서류 폴더에 오프라인 형태로 금융사고 조사보고서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사고 내역을 알려면 조사보고서를 일일이 꺼내 봐야 한다. 지난 3년간 금융사고 총 사고금액을 금감원에 문의하면 답을 받기까지 한 달 넘게 걸린다.

특정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금융사고 조사 보고서는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 등 기관이 공표할 수 없다. 보고서에 이름이나 지점명을 가리거나 별도 문서로 작성해야 겨우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조사보고서에 대한 전산화 작업 계획이 없다. “예산이 없고 (금융사고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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