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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 전망 | 금리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선택은] 올리자니 ‘가계부채’, 내리자니 ‘자본유출’ 걱정

[2017 경제 전망 | 금리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선택은] 올리자니 ‘가계부채’, 내리자니 ‘자본유출’ 걱정

美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최대 변수 … 시장은 금리 인하·동결에 무게
시장에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국이 금리 딜레마에 빠졌다.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2017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불확실성투성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기준금리의 이상 속도와 폭이다.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내놓은 전망대로 현재 0.5~0.75%인 연방기금 금리를 2017년 세 차례 올리면 한국(1.25%)에 근접하거나 역전할 수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통상 자국보다 높은 금리를 가진 국가에 투자해 무위험 차익거래 등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나 금리 차가 줄거나 미국 금리가 더 높으면 자국에 투자하기 위해 해외 투자금을 회수해 간다. 그러면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자본 유출 위험을 고려할 때 국내 금리가 기축통화국보다 높아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금리를 인상하기엔 역부족이다. 2016년 한국 경제는 2년 연속 2%대 성장에 갇혔다. 수출도 두 해 연속 역성장을 했다.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2017년 상반기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도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에 금리 인상 엄두 못 내
가계부채 문제도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은은 금리 인하 카드를 자주 꺼냈다. 정부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동산을 활용하면서부터다. 2015~2016년 한국은 부동산 호황에 따른 건설투자와 정부의 추경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간신히 떠받쳐 왔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겨 역대 최대치가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가계부채가 소비증가율을 0.63%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부분 부동산 대출금리에 연동된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액이 증가하고, 이는 소비 증가율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 경기 둔화로 연결된다.

영화 ‘곡성’의 대사를 빌리자면, 한국은행은 ‘뭣이 중한디’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한다. 외국인 투자 유출보다 경기 둔화, 가계 부채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기준금리는 인상보다 인하·동결로 가닥을 잡는 게 맞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 카드를 자유자재로 쓰기는 어렵다. 현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고시하는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5%다. 금통위는 2012년 7월 12일 3.25%이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래 2016년 말까지 지속적인 인하 스탠스를 취해왔다. 4년 동안 2%포인트를 인하해 2016년 6월 9일엔 사상 최저인 1.25%로 내려왔다. 한은은 이후 6개월째 ‘사상 최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더 이상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근근이 동결로 버틴 것이다.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공조를 강화해왔다. 독립성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와 힘을 모은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금리 결정 등 한은의 조치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경제 사령탑이 주도권을 잃었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장기간 정부 정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공조 대상을 잃은 한은은 원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이끌고 가야 한다. 때문에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사상 최저’로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제로금리’를 시행해왔고 일본과 유럽 등도 장기간 마이너스까지 금리를 끌어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금통위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재정과 통화정책 양면에서 추가 정책 여력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2017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쪽으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라, “한은 두 차례 기준금리 내릴 것”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대한 한은의 자신감이 떨어져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며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이 상반기에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은이 2017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소폭 낮춘 것은 2016년 4분기에 악재가 집중되고 있고 유럽에서 주요국 선거 이슈 등으로 교역량 증가세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지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되면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 연구원은 “한은이 1분기에 기준금리를 1%로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금통위가 최근 가계부채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며 “통화당국의 관심이 가계부채에서 경기 상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 하방 위험이 커져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정부의 추경 편성 효과가 소멸하는 2017년 초반 한은이 경제 전망을 또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재점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내년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해 기준금리를 연 0.75%포인트까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속도와 폭은 조절될 전망이다. 한은은 본질적인 특성상 금융시장 안정화를 바라고 특히 정통 ‘한은맨’ 출신인 이주열 총재가 좀 더 보수적인 통화 기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2017년부터 기준금리 결정 횟수를 연 8회로 축소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처럼 6~7주에 한 번 회의를 열어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3·6·9·12월에는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는다. 그만큼 사실상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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