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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승부수 통할까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승부수 통할까

유권자의 신임을 직접 확보해 지도력 강화하고 브렉시트 협상 앞두고 국론 통합하겠다는 의도인 듯
메이 총리는 “총선이 강한 영국의 미래를 열어 줄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테레사 메이가 데이비드 캐머런에게서 영국 총리직을 인수한 이래 논객들은 왜 그녀가 조기총선을 발의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지난 4월 18일 메이 총리는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6월 8일 조기총선’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영국 하원은 표결에서 재적의원 650석의 3분의 2를 넘는 찬성 522표로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결정했다. 표결에 앞서 열린 토론에서 메이 총리는 “총선이 강한 영국의 미래를 열어 줄 정부의 힘을 키워 줄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 영국엔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반해 총선 수용 뜻을 이미 밝힌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조기 총선을 거부하다 말을 바꾼 메이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선거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왜 갑자기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우선 그녀는 영국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직접 권한을 위임 받지 않았다. 그녀가 총리가 된 것은 캐머런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패한 뒤 총리직을 사임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하나씩 전부 사퇴하면서 혼자 남아 그냥 선출됐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소속당이나 국민의 신임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총선에서 승리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획득하면 영국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영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쉽게 얻을 듯하다. 지난 4월 17일 조사기관 유거브와 컴레스 둘 다 보수당 지지도가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앞선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선거 전문가를 인용해 “보수당 의석은 331석에서 395석까지 늘고, 노동당은 229석에서 116석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녀의 인기가 지속되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보수당의 지지도는 캐머런 총리의 임기 말기 30%대 중반을 기록했지만 메이 총리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8월 이래 4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신임 총리가 취임하면 지지도가 ‘반등’했다가 현실감이 찾아들면서 서서히 내려간다.

메이 총리는 조기총선을 제안하며 영국 정부가 지난 3월 말 브렉시트 절차를 공식 개시했기 때문에 총선을 치를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전에 총선을 실시하면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생겨난 불안정한 상황이 가중될 수 있었다며 이제는 EU가 브렉시트에 관한 공식 협상 입장을 정하는 동안 국내 정치에 초점을 맞출 ‘단 한번의 기회’가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브렉시트를 준비하는 협상 과정에서 영국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배적인 논리였다. 메이 총리는 야당이 브렉시트를 두고 ‘정치적인 게임’을 벌인다며 비난했다. “야권이 브렉시트에 대비해 정부가 국내에서 해야 할 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정부 협상 입지를 약화시킨다. 조기 총선을 하지 않으면 그들의 정치적 게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소속된 보수당이 자신의 정책 중 일부를 강하게 반대한다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중등학교 평준화 탈피와 선발 입학제 확대안이 대표적이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녀는 그런 장애물을 뛰어넘을 권한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유권자들이 그녀를 이전 정부의 정책과 결부시키지 않고 그녀 자신의 의제를 바탕으로 투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당은 2015년 총선에서 선거자금 불법 지출과 관련된 스캔들에 휘말려 있다. 지난 3월 경찰은 보수당 의원 20명의 선거자금 불법 지출 혐의를 담은 파일을 검찰에 넘겼다. 그중 1명이라도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그는 의원직을 잃는다. 하지만 이번 조기총선에서 새롭게 신임을 받는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편에선 메이 총리의 모험이 반대파에 기회라며 영국의 내부 갈등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노동당 등 야당의 패배가 유력한 총선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유도 이런 ‘기회’ 때문이다. 보수당이 우세한 가운데 거론되는 최대 변수는 브렉시트 반대파의 표심이다. 특히 메이 총리가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까지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하면서 이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노동당이 현재 허둥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지지세력이 생길 수도 있다. 코빈 노동당 대표도 브렉시트 반대 표심을 믿고 호응했다는 설이 있다. 그 외에 중도 친EU 자유민주당의 인기도 오른다. 그들은 잇따른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강세를 보였다. 보수당 지도부의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트 잉글랜드에서 다수의 의석이 중도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총선에선 중도파의 실적이 아주 저조했다. 분석가들은 그들이 2010년 보수당 연정에 참여한 데 대한 응징이라고 논평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조기총선 수용은 이번 기회에 의석을 늘려 독립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립 투표를 추진 중인 스코틀랜드는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최대 승부처다. 여기서 보수당이 확실히 승리해야 브렉시트를 위한 ‘통합’을 이뤄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의석 59석 중 56석을 차지는 SNP가 스코틀랜드 의회의 지배권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메이 총리는 지금까지 자신의 실적과 불안정의 시대엔 연속성이 요구된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이번 조기총선에서 지지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녀는 “지난여름 브렉시트가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뒤 영국은 확실성과 안정, 강한 리더십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내가 총리에 취임한 이래 우리 정부는 국민의 바로 그런 요구에 부응했다.”

- 조시 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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