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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미사일 경쟁

다시 불붙는 미사일 경쟁

미국이 INF 탈퇴 후 두 번째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하자 러시아·중국 강력히 반발해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 서명했다 / 사진:YONHAP
미국 국방부가 지난 12월 12일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지난 8월 초 탈퇴한 이후 두 번째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였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시험발사가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인근에서 이뤄졌으며, 미사일이 500㎞ 이상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교훈은 국방부의 향후 중거리 전력 개발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중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진행하면서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유럽·아시아 배치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INF 조약 탈퇴 하루만인 지난 8월 3일 지상발사형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으며, 배치 시점과 관련해서는 “몇 달 내를 선호하지만 이런 일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면 유럽과 아시아 등 동맹국과 협의해 실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지상발사형 재래식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유럽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지휘관들의 요청이 있으면 유럽, 아시아 등지의 동맹국들과 협의해 실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INF 조약 탈퇴 이후 아시아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견제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사거리 500∼5500㎞인 지상발사형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발사, 배치를 전면 금지한 INF 조약에서 지난 8월 2일 탈퇴했다. 조약 당사자인 러시아가 위반을 일삼는다는 이유였다. 러시아는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맞섰다. 미국은 INF 조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의 중거리 전력 증강 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방식의 조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2월 12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 사진:YONHAP
미국의 이번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중국과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INF 조약에서 탈퇴한 것은 결국 거리낌 없이 첨단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면서 그동안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며 다른 나라를 속이는 “졸렬한 쇼”를 했다고 비난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INF 조약 탈퇴와 미사일 시험의 악의적인 의도와 부정적인 영향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는 힘을 합해 기존의 국제 무기제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또 우리는 미국에 냉전식 제로섬 게임 사고방식을 버리고 전 세계의 전략적 균형과 안정, 국제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지만 세계적인 비확산 체제에 필수적이라며 그 조약을 지지했다.

러시아도 INF 조약을 계속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가 그 조약에 위배되는 순항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지난 8월 초 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보름 만에 첫 중거리 순항미사일 미사일을 시험했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군비확장 경쟁’을 촉발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미사일 시험을 두고도 “우리는 미국이 INF 조약을 무시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며 “이번 시험은 이 조약이 미국의 의도로 폐기됐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소유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리들은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미국이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지대공 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를 배치함으로써 조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에 따르면 그 시스템은 공격용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미국이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처음 시험 발사했을 때 이지스 어쇼어 방공체계와 유사한 마크-41 수직발사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된 미사일은 레이시언이 생산하는 토마호크 대지공격 순항미사일(LACM)의 개량형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도 러시아가 INF 조약을 붕괴시켰다고 비난했다. 나토는 지난 12월 4일 런던 정상회의에서도 그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나토는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신중하게 대처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그런 행동이 INF 조약을 붕괴시켰으며 그로 인해 유럽·대서양 안보가 중대한 위험에 처했다.” 그러면서 나토는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조하고, 우주도 새로운 작전 영역으로 추가했다. “육상, 해상, 공상, 사이버 영역을 넘어 이제는 우주도 우리가 운영해야 할 영역이 됐다.” 러시아는 그 언급도 비난했다.

러시아는 2021년 종료 예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연장도 미국에 촉구했다. 실제로 이 협정의 연장 가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핵무기 통제 협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New START는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기, 운반수단(미사일과 전략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2021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양측이 합의하면 협정이 5년간 연장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협정을 아무런 조건 없이 즉시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와 관련해 공식 논의도 시작하지 않았다. 지난 12월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협정을 논의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양자 협정이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주요 핵보유국이 동참하는 새로운 협정이 필요하다면서 협정을 그대로 연장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미국과 러시아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중거리 미사일 병기고는 상당한 규모다. 중국은 INF 조약과 New START 등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핵무기 감축 협정에 가입하기를 거듭 반대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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