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상반기 상장사 이익 20% 이상 감소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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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상반기 상장사 이익 20% 이상 감소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상반기 상장사 이익 20% 이상 감소

우리 시장이 직면한 3개 악재… 높은 주가, 개인 유동성, 취약한 펀드멘털

주가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주가순이익배율(PER)이다.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계산이 간단해 널리 쓰이고 있다. 주가는 이미 나와 있으므로 고민할 게 없지만 문제는 순이익이다. 어떤 시점의 순이익을 쓰느냐에 따라 PER이 달라진다. 시장에서는 1년 후 이익 전망치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숫자가 정확하지 않고 전망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확정치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공인기관에서는 지난해 이익 같이 이미 확정된 숫자를 쓰는 경우가 많다.

상반기 상장기업 실적 집계가 끝났다.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이 59조2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 줄었다. 순이익도 27.3% 감소한 37조8546억원을 기록했다. 다행히 2분기 실적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분기보다 나아졌다. 1분기와 비교해 2분기 영업이익이 19.1% 늘었고 순이익 역시 25.2%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8.9% 줄었다.

이익이 개선됐지만 반길 일은 아니다. 이익 증가가 불황기에 전형적으로 나오는 비용 감소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기업의 활동성이 떨어져 판관비를 포함해 영업을 위해 들어가는 돈이 현저히 줄어든 게 이익이 늘어나게 만든 요인이었다.

올해 상반기 이익 감소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PER을 계산하면 해당 숫자가 28배까지 올라간다.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었다. 8월 중순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익과 관계가 있다.
 지난해 이어 순이익 감소, 이익 전망 낮추는 수밖에

시장이 세 개의 암초에 부딪쳤다. 우선 주가가 높다. 6월 이후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주식시장이 옆 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우리 시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3월 저점 대비 독보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른 나라보다 주가가 두드러지게 오를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결과여서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그 동안은 코로나19 방역이 잘 이루어져 하반기 경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점을 우리 시장의 강점으로 꼽아왔는데,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내면서도 주가가 오르는 걸 보면 둘의 상관관계만으로 뚜렷하지는 않은 것 같다.

수급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개인 순매수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50조를 넘었기 때문에 주가가 밀릴 때마다 개인 매수가 들어와 시장을 받쳐줄 거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고객예탁금은 시가총액의 3% 정도 된다. 과거에도 주가가 한번 상승하면 고객예탁금이 시가총액의 3~4%까지 증가한 경우가 많다. 고객예탁금의 절대 규모가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인상적인 수준도 아니라는 의미다.

개인 유동성과 관련해 또 다른 사례도 있다. 1999년 ‘바이코리아’를 위시해 주식형 펀드가 유행할 때 하루에 1조의 자금이 펀드로 유입된 적이 있다. 당시 시가총액이 150조원 정도였으니까 하루 펀드 유입액이 시가총액의 0.67%에 해당한다. 이를 지금으로 환산하면 1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번에 개인 순매수가 하루 1조원를 넘은 경우가 9번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 ‘동학개미운동’이란 별칭 하에 개인 주식매수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했지만 실제 영향은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약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주식형 펀드로 1조원의 자금이 들어올 때 기관투자자는 주요 종목들에 대해 상한가로 매수 주문을 내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가격을 불문하고 주식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인데 오늘 주식을 사지 못하면 다음날은 새로 들어온 돈에 어제 사지 못한 물량까지 더해져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에 비춰보면 이번 개인투자자 매수는 약하다.

세 번째는 취약한 펀드멘털이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업이익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익 감소가 올해 처음이라면 코로나19 때문으로 여기고 넘어가겠지만 지난해에 이미 40% 넘는 순이익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개선이 더 멀어졌고,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익 전망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 동안은 악화 요인을 유동성이 막아왔다. 유동성이 계속 작동하려면 주가가 올라야 한다. 중간에 상승이 끊어질 경우 사람들의 기대도 줄어 유동성의 역할이 현저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8월 중순 이후 하락이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주식분할 재료로 애플·테슬라 주가 크게 상승
미국시장에서는 기술주가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애플이 한달 사이에 30% 이상 올라 시가총액이 2조1000억 달러가 됐다. 8월 11일 1374달러였던 테슬라가 2000달러를 넘겼으니 거래일수 8일 만에 주가가 50% 넘게 상승한 셈이 된다. 이들이 오를 수 있었던 건 애플의 반도체 칩 직접 생산, 테슬라의 전기차 일반화 등 신성장동력 때문이다. 여기에 예상보다 괜찮은 2분기 실적과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더해졌다.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준 건 주식분할이다. 애플은 8월 24일에 1주를 4주로 분할하기로 했고, 테슬라는 21일에 1:5로 주식을 나누기로 했다.

재무적으로 볼 때 주식분할은 주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분할을 해도 기업 내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장이 반응하는 건 분할을 하면 주가가 갑자기 낮아져 사람들이 가격이 싸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주식 수가 많아져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거란 기대도 작동한다. 삼성전자가 비슷한 형태로 기대를 모았던 적이 있었다. 액면가 5000원일 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만 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1:50으로 액면분할을 했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액면분할은 주가가 오를 때에는 일반투자자의 매수가 늘어나는 요인이 돼 주가를 올리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반대로 매도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1주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50주를 보유하게 되므로 과거에는 사소한 주가 움직임에 무관심했던 사람까지 매수-매도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재무적으로 의미 없는 일임에도 미국 주요 주식들이 큰 폭 상승하는 걸 보면 지금 미국 투자자들이 얼마나 정상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있는지 알 수 있다. 주가는 일정 단계를 넘으면 가격이 가격을 끌어올린다.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일단 따라가는 건데 지금 미국의 대표 기술주가 그 단계가 아닌지 의심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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