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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새로운 동력 원하는 한국 주식 시장

물가 상승으로 금융 완화정책 바뀔 가능성 ↑
높은 자산가격에 연준의 변심 우려도

[사진 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를 언급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시장의 모든 관심이 물가로 쏠리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상승해 2008년 9월 4.9% 상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 비해서도 0.8% 올라 시장 전망치 0.2%보다 월등히 높았다.  
 
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건 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5월초 있었던 옐런 재무장관의 금리 상승 발언과 합쳐졌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완화적인 금융정책이 물가 상승을 가져온 만큼 앞으로 정책을 바꾸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된 건데, 금리 인상까지는 몰라도 자금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은 조만간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월 물가 상승은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작년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기업들이 생산을 크게 줄였다. 만들어도 판매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였는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내놓자 상황이 돌변했다.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기업이 가지고 있던 재고가 급감했고,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해운 운임지수가 작년에 비해 크게 상승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10배 가까이 띈 것도 이런 구조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다. 작년 말부터 기업들이 바뀐 상황을 인정하고 생산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급등했다.  
 
보복 소비가 시작된 것도 인플레의 원인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본격화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졌다. 작년 7월과 달리 이번에 지급된 보조금은 많은 부분이 소비에 사용되고 있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 소비가 늘다 보니 물가가 올라간 것이다.  
 
공급 병목현상은 조만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6~7월부터 작년 낮은 물가로 인해 올해 물가가 높아지는 현상이 사라지는 것까지 감안하면 물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물가에 대한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아니다. 4월 미국의 총통화(M2) 증가율이 25%를 넘었다. 1960년이후 증가율이 아무리 높아도 10%를 크게 넘지 않았던 사례와 비교된다. 미국에서 통화가 증가하고 1년 정도 지나면 물가가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영향이 올해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반기에 집단 면역이 이루어지면서 서비스물가가 상승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종합할 때 당분간 미국의 물가는 2%대 중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연준에 대한 신뢰 약화도 주가 하락 요인

 
인플레 외에도 주가를 움직인 요인이 많이 있다. 연준에 대한 의심도 그 중 하나다. 그 동안 연준은 인플레 압력이 있어도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에 대한 연준의 인식이 틀린 건 아니다. 몇 년 전만해도 경기가 둔화될 때마다 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갑자기 인플레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이어질 거라 걱정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가가 낮기 때문에 완화정책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금리 수준은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미국이 올해 7%, 내년에도 3% 성장할 걸로 예상되는 상태에서 0.25%의 기준 금리는 너무 낮다. 금융위기 직후 기준금리가 0.25%일 때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였던 걸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 시장은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보고 있는데, 연준은 앞으로 2년간 금리 인상이 없고 올해에 유동성 공급을 계속하겠다고 얘기하니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시장 압력에 떠밀려 금리를 갑자기 올리거나 유동성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자산 가격 급등도 금융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1970~80년대에 연준은 물가와 싸우는 게 일이었다. 높은 물가가 경제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면서 인플레가 경제에 타격을 주는 일이 없어졌다. 2007년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를 넘은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물가가 안정됐다. 대신 자산가격이 문제가 됐다. 2000년과 2008년에 미국은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경험했다. 2000년은 IT버블 붕괴가 경기 둔화의 원인이었고, 2008년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연준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물가에서 자산가격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은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연준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의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상황이 벌어지면 복합불황이 발생할 거라 경고했다. 여러 유럽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래 없는 일로 그만큼 채권 가격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4배까지 올라왔다. 주식이 한 주당 순이익의 24배로 거래되고 있는 건데, 과거 평균이 14배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PER이 지금보다 높았던 건 IT버블이 정점을 향해 가던 2000년이 유일한 경우였다. 부동산도 사정이 비슷하다. 1분기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연율로 11.2% 상승해 15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시장은 자산가격이 높기 때문에 연준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시도를 할 거라 보고 있는데, 연준이 이를 계속 부인하니 정책이 갑자기 바뀌지 않을까 하는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여건에 비해 주가 상승이 크지 않아

 
2분기는 가장 좋은 상황일 때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기간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1분기 기업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자산가격 급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금리를 올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 정부의 재정 투입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분에서 한꺼번에 최상의 조건이 만들어진 예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황이 좋다.  
 
여건에 비해 주가는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혹시 지금이 고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도 코스피가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이 나빠지면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치고 내려오는 시점부터 주식투자 수익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2008년이 그랬고, 2017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익 증가율이 올라가는 동안 평균 15%를 기록했던 주식투자 수익률이 이익 증가가 최고점을 지나면서 5% 밑으로 떨어질 정도였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이 틀에 갇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인플레로 촉발된 주가 급등락이 어떤 형태로 끝나든 상관없이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형태일 수 밖에 없다. 주가는 오를 때 올라야 한다. 그 때 오르지 못하면 거꾸로 내려가게 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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