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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글로벌인사이트] ‘동맹 포위’ 압박나선 美, 눈 돌리는 中

바이든, 韓‧美, 美‧日 정상회담으로 대중 포위망 강화
‘이례적 중동순방’, ‘백신외교’로 영향력 높이기 나선 중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동맹을 앞세운 대중국 포위와 압박의 강화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진다. 특히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과 4월 16일 바이든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미국의 동맹을 활용한 대중 포위망 강화 기조를 완연히 보여준다.


"트럼프 대중전략 득보다 실 많았다… 동맹 활용해야"

 
5월 21일 나온 한·미 공동성명은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하거나, 불안정하게 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국제질서 저해’의 주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는 누가 봐도 중국이다. 중국이 ‘핵심이익’이라며 유난히 거북해 하는 대만 문제도 명시했다. 같은 의미를 지닌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도 지적했다.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배려해 ‘중국’이란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도 대중 문제의 핵심인 대만과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문제에서 한국의 분명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동맹이자 민주주의 가치의 공동 수호자임을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동참했다.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라 단어가 무려 다섯 차례나 등장했다. “중국이 국제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며 내놓고 국제규범 위반자로 지적했다. 대만과 관련해서도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중국의 무력 사용 위협에 일침을 가했다. 남중국해 문제는 물론 홍콩과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까지 따지고 나섰다. 일본이 중국 문제에서 미국과 한배를 탔음을 분명히 한 공동성명이다. 중국은 미국은 물론 미국의 서태평양 동맹인 한국과 일본까지 힘을 합친 포위망에 들어간 셈이다.
 
‘동맹과 함께하는’ 또는 ‘동맹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 포위·압박 전술은 어디서 나왔을까. 미국 싱크탱크들의 그간 지적과 주장을 살펴보자.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웨인 시니어 펠로우는 민주당 정권은 중국을 상대하는 데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했던 것보다 더 강하면서도 더욱 스마트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스웨인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더욱 스마트해지는 전략을 위한 4가지 단계’라는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리버럴한 글로벌 질서를 전복하는 데 광분하는 독재 권력이자 미·중 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수정주의자로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코너로 몰아가는 이런 강경책이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더욱 강하면서도 스마트한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홈 구장의 이점을 복구하는 방안이다. 중국 산업이나 기업에 맞서는 강력한 대응 기업을 미국에서 키우는 일이다. 스웨인의 제안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반도체나 배터리 등 미국이 중국 시장을 압박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는 중국에 압박을 가하면서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강력한 수단이다. 투자는 트럼프가 중국 상품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물렸던 것보다 훨씬 현명하며, 미국 기업을 위해서도,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전략은 강하되 스마트하게 맞서라는 것이다.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강하게 압박하되 조심성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라는 제언이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 압박 전술은 중국 경제에 재한 피해보다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가 더 컸다는 지적도 이와 관련이 있다. 대중 수입품의 소비자가 미국의 개인과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그렇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16일 워싱턴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세 번째는 누구와 상대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와도 다른 라이벌이다. 스웨인은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경제는 전 세계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글로벌 투자와 인프라와 관련이 깊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무엇보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는 데도 협력이 필요한 국가다. 중국이 독재체제라는 점만 생각하지 말고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도 고려하면서 대중 압박을 진행해야 하다는 이야기다.
 
넷째, 같은 악보를 동맹들과 함께 연주하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프랑스·독일·영국·인도·일본 등의 동맹국에도 고액의 관세를 부가하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핵심은 미국이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맹 시너지야말로 미국이 가장 효과적으로 중국을 맞서고, 중국을 압박하며, 욱일승천하는 중국을 누를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본다.
 
동맹을 앞세운 대중 포위 전략은 군사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최근 ‘중국을 다루는 미국 전략의 발전-현재와 미래를 향해’라는 보고서에서 군사를 포함한 미국의 대중 전략을 6가지로 정리했다.

랜드연구소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과 중국은 공통된 글로벌 이익을 공유한다, 다만, 중국의 군사력 증대로 미국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감소되고 있어 이를 우려한다. 둘째, 이에 따라 미 행정부에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익 보호와 양쪽이 모두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에서의 협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다.

셋째, 중국이 취해온 해상 전략인 A2/AD(Anti-Access/Area Denial: 반접근/지역거부) 개념이 분쟁에서 더 이상 중국의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A2/AD는 간단히 표현하면 적 항모의 해안 접근을 막고, 해안에서 일정 범위 안의 적 해상전력은 철저히 분쇄한다는 전술이다. 이를 위해 바다에 제1 도련선, 제2 도련선 등 가상의 선을 쳐놓고 미국의 접근을 막는다는 게 중국의 개념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해상 항구를 연결하는 ‘바다의 진주목걸이’ 부문이 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넷째, 미국의 전략은 변화하는 미래에도 약간만 변화하고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확고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의 전략은 지역 내 안정을 도모하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판을 방지해야 한다. 여섯째, 미군은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기지를 보호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연합작전 능력을 배양하고 지역에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서 말한 미국과 동맹국의 기지 보호 항목은 한국과 일본이 모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중국에 더욱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것은 당연히 한국이다. 미군과 동맹국 기지 보호는 서태평양 지역의 미국 전략의 중심이며, 미군이 주둔하고 전력을 투사하는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평택 미군 기지는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중시 전략, 동맹을 앞세운 중국 포위 전략, 대중 압박 전술을 택하면서 한국과 밀착한 배경이다.

보고서는 위의 셋째에서 지적한 중국의 A2/AD의 저지를 위해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을 다음 5가지 기둥을 바탕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첫째는 미국의 전투력 유지와 신속타격 능력 지원, 둘째는 고도의 능력을 갖춘 지역 동맹이다.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힘을 발휘하고, 중국을 효과적으로 포위하는 능력의 핵심을 동맹이라고 본 것이다. 이밖에 ▷국경과 수역 너머에 있는 중국 지역에 전력을 투사하는 데 대한 작전적 어려움 극복 ▷중국 목표물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할 기술 개발 ▷미국 지도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비핵무기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군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데 동맹은 가장 효율적인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중동·동남아·남미 등지서 '소프트파워 외교' 나선 中

 
이런 미국에 대항해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시니어 펠로우의 주장을 들어보자. 하스는 최근 후버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에 ‘중국은 어떻게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확대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기고문에서 하스는 중국의 대미 전략도 이에 맞춰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미·중 관계와 국제적 환경의 급격한 전환에 따라 지정학적·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국가 발전과 글로벌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이 지난 3월 2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스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자들은 미·중 관계가 가까운 장래에 지속적으로 불안정할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는 중국이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데서 시간과 모멘텀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는다.
 
하스는 중국 관리들이 자국이 추구하는 국가 목표를 이루려면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하스는 이를 위해 중국이 세 가지 중기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분석했다. 첫째, 내부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비적재적인 외부 환경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둘째,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다른 나라들의 중국에 대한 의존을 늘리는 전략이다. 셋째는 해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하스의 지적대로라면 중국은 미국의 포위와 압력이 거세질수록 미국과 맞상대하며 갈등을 증폭하는 대신 전 세계 다른 국가를 상대로 외교활동을 강화하고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실제로 이런 모습은 3월 24~30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동을 순방한 것과도 맞물린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 미국과 핵합의(JCPOA) 재개를 추진하는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을 차례로 찾았다. 이란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미국가이거나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다. 미국은 냉전시대 내내 이 지역에서 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했다. 일부 국가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의지했다.

중국 외교 수장이 오랫동안 미국의 ‘텃밭’인 중동을 순방한 것은 이례적이다. 거기에 중국은 이란에 425조 투자 계획을 발효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는 백신 공장을 합작 건설하기로 하는 등 통 큰 선물 보따리를 풀며 전에 없이 활발한 투자에 나섰다.

물론 중국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입해야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석유 수입국이라는 입장도 순방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신장위구르 무슬림(이슬람 신자) 탄압에 대한 서구의 비난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슬람 국가에 이 문제를 해명하거나 당근으로 입을 막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중 경쟁 국면에서 전선을 확대해 글로벌 중심으로 부상하겠다는 중국의 대응 전략일 가능성도 커 보인다. 석유 자립으로 미국의 관심 줄어든 중동은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또 다른 외교적 노력으론 백신 확산이 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에 대한 회피 성격도 있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서 많지 않은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생산국이다.

베이징에 있는 브리지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까지 7억70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해외에 판매했으며, 2080만 회분을 기증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중점적으로 백신을 기증했다. 중국이 백신 외교를 내세워 전 세계 다양한 나라와 외교적으로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부장관으로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이 소프트파워 외교를 전개했다면, 지금은 중국이 백신으로 중국식의 소프트파워 외교를 펼치려고 시도하는 셈이다.미국과 동맹국의 매서운 포위망에 맞서 중국은 다른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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