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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發 디지털 자산혁명, 데이터로 먹고 사는 세상 온다”

[투자고수에게 듣는다 ⑦] 인호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소장

 
 
인호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소장. [지미연 객원기자]
 
“우리나라가 미국의 부동산, 중동의 석유, 남미의 광물, 중국의 농산물, 유럽의 지적재산권이 드나드는 정거장이 된다면 그들에게 1%의 수수료만 받아도 미래 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인호 고려대학교 블록체인 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지난 21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 소장은 한국블록체인학회 설립자이자 초대 학회장을 지냈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에서 전문위원을 역임한 국내 블록체인 연구 권위자다.
 
인 소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개인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함과 동시에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산업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라는 산업에 좋은 양분을 제공해 신성장산업이란 열매를 맺도록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뿌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인 소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향후 금융기관의 이익이 40% 가량 줄어들고 핀테크와 플랫폼 기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 정부가 암호화폐(CBDC)를 발행하더라도 기존 암호화폐의 자리는 공고할 것으로 관측했다. 
 

“보험사 없는 보험, 거래소 거치지 않는 증권 서비스 나올 것”

 
'블록체인'의 개념을 정리하자면?
블록체인이란 ‘데이터 분산 관리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정보를 관리하는 신뢰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드릴게요. 제가 옆집 철수에게 5만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써서 한 장씩 나눠가지면 둘 중 한명이 차용증을 위·변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꽤나 높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믿을 만한 동네 이장한테 차용증을 맡기는 건데요, 이 경우가 ‘중앙집중형 데이터 관리’입니다. 예컨대 예탁결제원이나 국가 금융시스템 등이 해당됩니다. 이장이니 신뢰는 어느정도 할 수 있겠지만, 이장에게 로비를 해서 차용증을 위·변조 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또다른 방법이 동네 사람 모두에게 차용증 사본을 나눠서 가질 수 있게끔 하는 겁니다. 동네 모든 컴퓨터에 사본을 뿌려서 서로 검증하도록 하는 겁니다. 과반을 넘는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는 한 위·변조가 어렵게 되니 중앙 관리에 대한 불안도 해소하고 기록의 진실성도 확보할 수 있는 겁니다. 이것이 데이터를 분산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궁금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자산혁명’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우선 현재까지 아날로그 머니를 기반으로 이뤄지던 은행과 보험, 증권, 파생상품 등이 디지털 머니를 기반으로 다시 짜일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개인 간 ‘P2P(Peer to Peer)’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고요. 은행의 4대 기능인 송금·결제·대출·투자 등을 핀테크 회사가 대체하거나 플랫폼 기업이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권거래소 없는 증권, 보험사 없는 보험 서비스가 나올 겁니다. 또 경제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해질 겁니다. 그 돈을 누가,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코드화해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기업에서 법인카드를 프로그래밍해서 주면 직원들의 지출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세무처리까지 할 수 있을 것이고요, 정부가 통화 공급이나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정책을 실행할 때도 이 기능을 이용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패권 선점해야 ‘부의 미래’ 쥘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약화되겠네요.
그렇죠, 많이 약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아날로그 머니를 해외로 송금하는 경우엔 은행 등에 상당한 수수료 등을 떼이는데 디지털 머니를 이용하면 시‧공간을 뛰어넘게 되니 비용이 크게 절감됩니다. 그러니 앞으론 굳이 금융사를 통하지 않겠죠. 보고서 등에 따르면, 금융사들의 연간 이익이 평균 4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해요. 다만 그 시기는 여러 가지 법적 규제에 따라서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 기술 발달에 따라 발생하는 비즈니스 기회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평가’ ‘발행’ ‘거래’ 등 크게 3가지의 핵심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와 양상의 자산들이 디지털화 될 것 같아요. 예컨대 부동산이나 천연자원, 주식, 문화콘텐트, 데이터 등 가치 있는 자산들의 소유권이 블록체인을 통해 토큰 형태로 거래된다는 것인데요.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나 콘텐트, 지적재산권 등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디지털 자산을 평가하는 전문가나 기업에 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블록체인에서의 거래는 탈중앙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블록체인에 자산을 올리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일정 부분은 국가나 제3자가 개입할 수밖에 없어서,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는 것도 좋은 비즈니스 기회일 것 같고요. 마지막으론 지금의 암호화폐 거래소와 비슷한 디지털 자산 거래 비즈니스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선 블록체인 기술이 ‘국가적 경쟁’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디지털 자산의 패권을 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 자산 거래’ 비즈니스 경우가 관건입니다. 여기서 완전한 탈중앙 거래를 실현해낸다면 미래 부의 주인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거래소는 블록체인의 취지와 맞지 않게 철저한 중앙관리 방식이어서 고객의 암호토큰을 직접 보관하고 있는 바람에 종종 해킹으로 고객의 재산을 날리기도 하거든요. 아직은 블록체인에서 실현할 수 있는 거래 속도가 느려서 중앙화된 거래소가 불가피 한 현실인데요. 이 부분을 보완하는 기술 혁신을 이뤄 거래소가 토큰 보관 기능을 떼어내고 거래 지원에 집중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면 신뢰가 제고되면서 세계의 자산 거래가 그 플랫폼으로 몰릴 확률이 큽니다. 그렇다면 그곳이 글로벌 자산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될 것이며 이것이 미래 금융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부동산, 중동의 석유, 남미의 광물, 중국의 농산물, 유럽의 지적재산권이 드나드는 정거장이 된다면 그들에게 1%의 수수료만 받아도 미래 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CBDC 발행되면 비트코인과 경쟁·보완 이어갈 것”

 
블록체인을 얘기할 때 ‘암호화폐’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가 가치를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암호화폐가 있지만 그중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2100만개’라는 공급 개수를 애초에 정해놓고 컴퓨터가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개수가 절반씩 줄어들게 프로그래밍 해놨는데요. 그러다보니 ‘비트코인의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가치가 생기게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부는 경제 정책에 따라 화폐를 많이 풀었다가 적게 풀곤 하니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요. 결국 ‘프로그램으로 정해놓고 비트코인을 발행하는 컴퓨터에 대한 믿음’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에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현재 거래되는 양이 상당히 적어서 화폐보다는 자산적인 요소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가 암호화폐(CBDC)를 발행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서로 경쟁하면서 보완이 될 것으로 봅니다. 결제를 하는 부분에선 국가가 보증을 하는 CBDC가 활발하게 쓰일 것 같은데요. 문제는 국가에서 CBDC를 계속 발행할 경우, 그 가치가 떨어지고 기존 암호화폐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가치가 오를 것이란 말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CBDC를 통해 결제를 하는 대신 기존 암호화폐를 사들이면서 자산의 가치로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CBDC는 외국에서 결제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해외 결제 시장에선 기존 암호화폐와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정책적으로 보완되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현재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 내 하나의 사례인 ‘암호화폐’의 역기능에 대해서만 깊게 들여다보고 있어서, 결국 블록체인 기술이 전반적으로 묶인 모양새가 됐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때려잡거나 규제만 해야 하는 타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장시켜서 새로운 디지털 산업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도 양성해서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뒤쳐지기 시작하면 우리의 모든 데이터와 정보가 다른 나라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할 역량과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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