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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굴기에 맞선 美, 무역기동대 창설…한국엔 위기? 기회?

불공정 무역 적발, 사실상 중국 겨냥
중국도 법으로 보복조치 뒷받침 움직임
미·중 갈등 심화하면 한국도 난감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21조2000억원의 R&D 투자를 집행했다. 사진은 화성사업장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맞서 핵심 산업 분야 공급망 전략을 새로 짜면서 한국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 교역국에 불이익을 줄 경우 한국기업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8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주요 산업 공급망 평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배터리·희토류를 비롯한 필수 광물, 제약 등 4가지 핵심 품목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공급망 전략을 제시했다. 
 
백악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범정부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태스크포스에서는 반도체 생산을 비롯해 건설·교통·농업 분야 등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무역기동대’(trade strike force)도 신설한다는 것이다. 무역기동대는 미국의 공급망을 훼손하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적발하고 대책 마련을 권고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대응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백악관이 “불공정한 보조금과 무역 관행이 미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는데, 상대는 중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미 행정부뿐 아니라 상무부도 관측된다. 상무부는 자동차 핵심 부품 ‘네오디뮴 자석’ 문제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조사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때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네오디뮴이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계를 비롯해 동맹국과의 협력도 권고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을 토대로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 자금으로 750억 달러를 지원하고 이 가운데 이미 170억 달러 투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반도체 생산 증가, 투자 촉진, 공정한 할당 등을 위해 동맹과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미국에 맞선 중국, 보복조치 법제화 움직임 

 
하지만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중국도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인대 상무위에서 ‘반(反)외국제재법’ 초안을 심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안보 위험과 인권 침해 등을 명분으로 미국이 중국 관료와 기업을 제재할 경우 반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7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린 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입장도 복잡해졌다. 단기적으로 당장 기업에 미칠 악영향이 예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찰이 커질 경우 미칠 파장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만 봐도 중국과 홍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4년 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의 무역 보복이 벌어진 사건이 재현될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을 요구하면 최악의 경우 중국이  우리 기업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이 자국 반도체 인프라 확충을 위해 우리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면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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