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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 위기라는데”…수서에 ‘제2 강남점’ 여는 신세계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2만5000평 초대형 점포
롯데 ‘잠실’‧현대 ‘판교’…동남권 패권 경쟁 본격화

 
 
신세계백화점 수서역점 조감도.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14번째 신규 출점지로 수서역 환승센터를 낙점했다. ‘강남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곳이다. 신세계백화점이 2027년 수서역점을 오픈하면 단순 규모만 놓고 봐도 서울·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 동남부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곳을 ‘제2의 강남점’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매출 2조원을 돌파 중인 점포로, 전세계 3위권 백화점이란 타이틀을 쥐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이 위기인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몸집을 줄이거나 내실 강화에 나선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여서다. 신세계가 ‘수서’를 놓칠 수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14번째 점포…‘서초’ 잡고 ‘강남’ 공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가 참여한 한화건설컨소시엄은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의 사업주관 후보자로 선정됐다.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수서역 일대 철도부지 10만2208㎡(3만900평)에 환승센터를 개발하고 이와 연계한 업무‧유통‧주거단지를 개발하는 국내 최대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다.  
 
수서역은 수도권 고속철도를 비롯해 GTX-A(삼성~동탄), 지하철 3호선, 분당선, 수서광주선(예정) 등이 교차해 상당한 수의 유동인구가 보장되는 노른자위로 평가받았다.
 
이곳에 들어설 신세계의 14번째 백화점은 12개층(미정)의 매머드급 백화점이 될 예정이다. 영업면적만 8만3000㎡(약 2만5000평) 규모로, 신세계의 서울 내 최대 규모인 강남점(8만6500㎡)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신세계는 수서역점을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을 통한 강남권 유통 상업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남점으로 ‘서초구’ 고객 공략에 성공했다면 수서역점을 통해 그동안 비어있던 ‘강남구’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업계 시선은 엇갈린다. 강남 한복판에 대규모 점포를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중복 출점이나 오프라인 점포의 위기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도 수서역 출점을 놓고 적잖은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올 초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이 한 차례 유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이 입찰에는 신세계와 롯데, 현대 등 유통3사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점포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신규 점포를 출점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투자비, 사업성에 대한 고민을 지속한 끝에 컨소시엄을 통한 진출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수서역점은 신세계가 그리는 전략과 맞아 들었다는 분석이다.  
 

점포 대형화 통한 ‘지역 1위’ 전략

우선 점포 대형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점포수 31개), 현대백화점(16개) 등 경쟁사들에 비해 적은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역 1번점 전략’을 통한 초대형 점포를 선보여 왔다.  
 
부산 센텀시티점(19만8462㎡), 대구점(10만3000㎡), 대전점(9만㎡·8월말 오픈 예정) 등이 대표적이다. 한 번 출점하면 해당 지역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 한다는 게 신세계의 전략이다. 가장 적은 점포 수로 수년 째 업계 2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수도권 동남부의 새 랜드마크로 키울 수 있는 수서역점 부지는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번 수서역 개발과 비슷한 대구점의 성공도 한 몫 했다. 신세계는 2016년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를 통해 대구 지역 상권을 성공적으로 띄운 바 있다. 대구 신세계는 영업 첫 해 매출 6000억원을 기록해 오픈과 동시에 지역 1위 사업자이자 전국 백화점 매출 10위원 내로 올라섰다.  
 
신세계는 넓은 영업면적에 다양한 브랜드를 구비한 것이 유효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구점 옥상에는 아쿠아리움과 패밀리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등 파격적인 자체 콘텐트로 다른 지역 주민들의 발길까지 끌어 모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머드급은 필수다. 백화점 매장을 작게 효율화 한다는 것은 지금 흐름과 맞지 않는다”면서 “물건 판매 시설을 넘어 오프라인 강점을 살린 경쟁력을 나타내려면 규모가 그만큼 받춰줘야 온라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서가 가진 지리적 이점도 신세계가 복합개발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수서는 판교와 잠실의 가운데 위치해 있어 서울 동남권 상권을 강화하는 데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북쪽으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남쪽으로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위치해 있다.  
   

5년 내 집값 상승률 가장 높아 

롯데백화점 동탄점 조감도. [사진 롯데백화점]
 
그동안 신세계백화점은 경쟁사에 비해 강남점 외에는 동남권 점포가 없었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강남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을 현대백화점은 압구정점, 무역센터점, 판교점을 운영 중이다. 2023년 들어서는 GTX A라인만 놓고 봐도 ▲삼성역(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성남역(현대백화점 판교점) ▲동탄역(롯데백화점 동탄역점. 2021년 8월 예정)이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수서역점이 들어서면 GTX 라인 중심에 서는 것은 물론 서울 동남권 남북을 가르는 그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 신규 고객을 잡기 위한 백화점 3사들의 패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 질 전망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매머드급 규모로 들어선다는 가치를 높게 본 것 같다”며 “위례 신도시 등 주변 수요도 있어 상대적으로 동남권이 약했던 신세계 입장에서는 승부수를 던질만 한 최적의 장소”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호재도 빼 놓을 수 없다. 수서 지역은 최근 5개년 서울 내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수서역 5㎞ 내 인구는 현재 101만명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 인근 인구의 2배 이상이다.
 
또 현재 수서, 자곡, 세곡 등 수서역세권 개발제한 구역이 해제 중이고, 앞으로 약 35개 아파트가 재건축 되고 4만2000세대가 추가되면 신규 대형 상권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유동인구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서역 환승센터는 하루 평균 21만명의 승하차 인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GTX-A, 과천~위례선, 수서~광주선 등 철도 개통 및 도로 확충으로 이용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교수(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는 “수서역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 집객 효과로 고객들이 머물다가는 영향력이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주변 상권에도 일정 부분 플러스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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