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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머스크 VS 잭 도시… 비트코인판 '우드스톡 페스티벌' 어떨까

금융위 "거래소 문제, 여전히 은행 소관..직권 남용 아니다"
파월 "디지털화폐 생기면 암호화폐 필요없어"… 발언 취지는?
21일 '더 B워드' 행사서 머스크와 잭도시 만남 예정, 비트코인 영향 '주목'

 
 
21일 열리는 ‘더 B 워드’ 행사는 비트코인판 '우드스톡 페스티벌'로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주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참석할 예정이라 향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AP=연합뉴스]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연인 사이가 그렇다. 롱디(장거리) 연애의 결말은 대개 이별이다. 투자도 비슷하다. 가격이 떨어지면 관심에서도 멀어진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 식었다. 구글 트렌드에서 ‘비트코인 가격(bitcoin price)’ 키워드 검색량이 19로 주저앉았다. 최근 7개월래 가장 낮다. 지난 5월(86)보다 67포인트 하락했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가격이 떨어져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 어렵다. 역시, 인간 본성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가 보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금융위는 보이지 않는 손?

15일 금융위원회가 발끈했다. 전날 나온 기사에 대한 반응이다. 기사는 금융위가 은행들과의 비공식 회동에서 거래소 4곳 외에 실명계좌 추가 발급을 자제하라고 구두로 지침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가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실명계정은 은행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자금세탁위험을 평가해 개설 여부를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곧, 당국이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할 필요도 없는, 은행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거래소들의 생각은 다르다.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주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 금융위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앞서 은행들이 거래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중과실이 없다면 ‘면책’을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위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은행 입장에선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줄 이유가 없다. 신규 고객 확보와 수수료 수익 증대라는 약간의 이익과, 사고 발생시 책임을 덤터기 써야하는 막대한 리스크를 고려하면 안 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거래소가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마칠 수가 없다. 시장에서는 몸집이 큰 4곳을 빼곤 모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심지어 4곳도 위험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빗썸은 실소유주가 국내 규제를 피하려 꼼수 매각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코인 시세조종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업비트는 해외 법인을 통해 이른바 ‘환치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있다. 모두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여부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삭제된 페이코인(PCI)은 15일 빗썸의 원화ㆍ비트코인 마켓에 동시 상장됐다. 업비트가 원화 마켓 삭제 코인 5종을 발표했을 때, '왜 삭제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장 많이 제기됐던 코인이다. 코인으로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낸 몇 안 되는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빗썸 상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격이 한 때 60% 넘게 폭등했지만, 업비트서 지난 2월 기록한 고점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디지털달러 나오면 암호화폐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4일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디지털 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코인도, 암호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NYT]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4일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디지털 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코인도, 암호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디지털화폐에 찬성하는 강한 논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고정된 암호화폐다. 최근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지급결제가 크게 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결제수단이 된다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처럼 다뤄져야 하며 보다 강력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놓고 일부선 디지털 달러가 나오면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화폐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과연 그럴까. 파월 의장의 발언은 3가지 층위로 나눠 해석해야 한다.
 
먼저, 디지털 달러는 과연 나올까. 파월 의장은 15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아직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의 장점이 단점보다 큰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CBDC 개발과 관련해 그는 “서두르기보다 올바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기축통화 보유국이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아예 디지털 달러 무용론을 펼친다. 랜달 퀄스 부의장은 지난달 “일부에선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하기 위해 디지털 달러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통화 정책이나 금융 안정성, 시중은행 등에 미칠 영향이나 정부의 역할에 근본적인 위협이 될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주요 결제수단이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월에도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달러보다는 금을 대체하는 투기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곧,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결제를 위한 화폐보다는 투자 목적의 금에 가깝다고 풀이한다. 중앙은행은 투자자산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셋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중앙은행 수장 입장에서 결제수단 가능성이 없는 비트코인보다 결제수단이 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위협적인 존재다. 퀼스 부의장은 “현재 달러 시스템의 한계의 상당 부분을 스테이블코인이 보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이 큰 USDT는 투명성이 의심된다. 홍콩 기반의 테더사가 발행하는 터라 미국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살짝 빗겨나 있다. 
 
반면, 점유율 2위의 USDC는 상대적으로 투명하다. 미국 스타트업 써클이 발행하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더 편하다. 게다가 최근 스팩을 통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이더리움을 비롯해 스텔라루멘ㆍ트론 등 10여 개의 체인에서 발행된다. 확장성이 크다. 연준 입장에선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지 않고도 USDC를 통해 디지털 달러 발행에 준하는 효용성을 누릴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사례에서 보듯 중국이 장악했던 코인 시장의 권력이 미국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채굴업이 경우가 특히 그렇다. 2019년 9월 75.5%에 이르던 중국의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점유율은 지난 4월 46%로 하락했다. 미국의 해시레이트 점유율은 같은 기간 4%에서 16.8%로 늘었다. 카자흐스탄의 점유율도 8%까지 확대됐다.
 

위클리 코인=밀크(MLK), 야놀자랑 같이 놀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2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의 이수진 총괄대표. 야놀자는 고객의 여행, 여가, 라이프스타일 분야 서비스의 마일리지를 통합하기 위한 암호화폐 밀크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밀크코인(MLK)은 흩어져 있는 고객의 여행, 여가, 라이프스타일 분야 서비스의 마일리지를 통합하기 위한 암호화폐로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밀크플랫폼이 가장 먼저 손을 잡은 곳이 글로벌 여가 플랫폼기업 ‘야놀자’다. 밀크코인을 ‘야놀자 코인’으로 바꿔 야놀자에서 숙박 등 결제에 사용할 수 있고, 쌓은 포인트를 밀크코인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후 밀크는 신세계면세점, 메가박스, 진에어 등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밀크 가입자는 출시 1년 만에 42만명을 돌파했다.
 
코인 시장의 전반적인 부진과 함께 밀크코인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15일, 가격이 하루새 50% 가까이 뛰었다. 이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야놀자에 17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국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중에는 쿠팡(30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대규모 투자 소식에 주식시장에선 야놀자 지분을 보유한 회사 등 이른바 ‘야놀자 테마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코인 시장에선 밀크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두 회사간 지분관계는 없는데도 가격이 반응했다. 아주 길게 보면 야놀자에 좋은 일이 밀크코인에도 좋은 일이 될 수는 있겠다. 다만, 단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는 야놀자가 받은 거지 밀크플랫폼이 받은 것은 아니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21일 비트코인판 우드스톡 페스티벌

지난달 말, 잭 도시가 올린 비트코인 행사 홍보 트윗에 머스크가 비꼬는 듯한 댓글을 올렸다. 이후 도시는 “행사에서 당신과 내가 대화하자”며 토론을 제안했고 머스크가 “좋다. 합시다”고 답해,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됐다.[사진 트위터 캡처]
 
21일 ‘더 B 워드’ 행사가 열린다. 개최자는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정보를 제공하고 비트코인 사용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 후원사 명단에는 아크인베스트도 이름을 올렸다. 캐시 우드 아크 CEO 역시 비트코인의 강력한 지지자다. 도시와 우드는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았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등장한다. 원래 그는 참가자 명단에 없었다. 머스크가 더B워드를 홍보하는 글에 비꼬는 듯한 댓글을 달자 도시는 “행사에서 당신과 내가 대화하자”며 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머스크도 “좋다. 합시다”고 답해,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투자자들은 머스크 덕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도시와 머스크의 토론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오간다면 비트코인 가격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앞서 SNL의 경우처럼 기대가 실망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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