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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40조 투자·4만명 고용' 역대급 발표...이재용 출소 11일만

반도체·바이오 집중 투자...3년 전보다 70조 확대된 투자 금액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절대우위' 공고화 나서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유지'...기존 3만명 고용에서 4만명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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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와 4만명 고용 계획을 24일 발표했다. 이는 삼성이 발표한 투자 계획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발표했던 ‘3년간 180조 원 투자’ 계획보다 60조원 증가했다. 
 
삼성은 2023년까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등 전략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과감한 인수합병(M&A)를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삼성은 3년간 투자 계획 발표 이유에 대해 “향후 3년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가올 3년의 변화에 대한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재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재용 역할론’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삼성 측은 “투자와 고용,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높여 삼성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재용, 출소 11일만에 240조 투자 보따리 풀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 된 이후 11일 만에 내린 결단이다. 삼성의 총수부재 리스크가 해결되면서 위기 때마다 압도적인 투자로 경쟁 업체를 따돌려온 삼성의 ‘초격차’ 전략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삼성이 미뤄왔던 중요 의사결정과 대규모 투자계획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현실이 된 셈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바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이동해 고위 임직원들에게 산업별 현안을 보고 받았다. 이번 삼성 발표안은 계열사 이사회 보고를 거쳐 발표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직원 및 이사회와 간담회를 가지면서 주요 투자 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꾸준히 ‘3년 내 M&A'를 예고한 만큼 사령탑의 복귀 이후 글로벌 M&A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M&A를 검토 중인 사업 영역이 인공지능(AI), 5G, 전장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분야라고 밝혔다. 실탄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2분기 말 기준 111조1022억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사면 이후에도 ‘뉴 삼성’이라는 새로운 경영 가치를 제시하며 광폭행보를 보인 바 있다. 당시 3년간 180조원 투자 계획(국내 투자 130조원)을 내놨던 삼성은 지난해까지 국내 투자만 137조원을 달성하며 투자를 완료했다.  
 

반도체는 '절대우위' 공고화…바이오는 백신 생산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은 240조원 투자에 대한 산업별 계획도 내놨다. 반도체는 ‘메모리 절대우위’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에서 기술은 물론 원가 경쟁력 격차를 다시 확대하고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투자해 ‘메모리 절대 강자’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4나노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개발 및 양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3나노 공정에 적용하는 GAA(게이트 올 라운드) 기술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고 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응용처를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단기 시장 변화보다는 중장기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춰 R&D·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시스템 반도체는 기존의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들보’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이다.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사실상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경쟁사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 역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은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투자를 확대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 계획이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 시작 9년 만에 CDMO 공장 3개를 완공했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능력은 62만 리터로 CDMO 분야의 압도적인 세계 1위에 올라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향후에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지속해 CDMO 5공장과 6공장 건설에 나선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외에 백신 및 세포, 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 생산시설을 통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바이오 주권’ 시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투자 뿐 아니라 고용 창출에도 팔을 걷고 나섰다. 삼성은 인재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 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통상 3년간 3만명 규모의 채용을 했지만, 첨단 산업 분야 고용을 보다 늘리기로 했다. 국내 대규모 투자, 생산에 따른 고용유발효과를 고려하면 56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은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은 채용준비생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고려해 공채 제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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