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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와 ‘행운’ 사이...테이퍼링을 대하는 투자자의 자세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2)
美 주식시장, 잭슨홀 미팅 이후 금리 불확실성 해소로 ‘환호’
시장 관심은 ‘테이퍼링 탠트럼’ 여부… ‘고용지표’가 핵심 변수

 
 
고용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드러내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줄어들었다는 점에 안도했다. [AP=연합뉴스]
 
닮은 꼴 중에서도 싱크로율이 높은 경우를 가리켜 도플갱어라 한다. 그런데 만약 ‘리스크’와 ‘행운’을 도플갱어라고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드나? 사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까지가 실력, 그리고 어디까지가 리스크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였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투자와 관련해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 중 가장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결과가 성공적일 때 행운의 정확한 역할이요.” 당신은 운을 다룰 수 있나?
 
결과가 성공적일 때는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서부터가 노력과 재주의 결과이며, 어디서부터가 리스크의 결과인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어떤 결과가 100% 노력이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지금까지의 성적만 보면 작년에 비해 좋지 않았다. 주식시장 앞에 행운의 지렛대가 움직일지, 리스크의 지렛대가 움직일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주식시장이 크게 빠질 때 투자자들은 정신이 없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만이 아니라 시장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라면 더욱 그렇다.  
 
기업 실적이 예상을 충족하고 시장에 잔재한 이벤트는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뿐이라 생각했는데 시장이 주구장창 빠질 때 당황하기 쉽다. 테이퍼링은 경기 침체기에 경기 회복을 위하여 썼던 각종 완화 정책과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경제에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정책으로 자산매입 축소,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한다. 불확실성에 놓여진 투자자에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의 최근의 말은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잭슨홀 미팅은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했을까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진행된 잭슨 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올해 말부터 자산매입 정책 축소를 시작할 수도 있다”면서도 “고용률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멀었다. 자산 매입 축소가 곧바로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신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델타 바이러스 확산을 단기 위험요인으로 보았고, 향후 바이러스 확산의 전개 과정과 경제지표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 볼 것이라 말했다.  
 
다만, 델타 바이러스 영향에도 불구 고용 전망은 양호하다고 밝혀 경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가급등은 일시적이나 물가불안을 방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단어를 71회나 언급했으나, 임금-물가 악순환(spiral)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일시적인 물가변동에 대응하는 것은 좋은 점보다 해로운 점이 더 많다’는 밀턴 프리드먼 발언도 인용했다. 지난 3개월 일자리 평균 증가가 83만2,000개에 달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날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의 시기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리의 즉각적인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연준의 직접적인 개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점에 시장은 안도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는 빅테크를 필두로 한 성장주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동시에 금리 인상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필요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7월 FOMC는 테이퍼링 세부방안을 논의했고, 8월에 테이퍼링 연내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테이퍼링 수순을 진행 중인 것이다. 물론 팬데믹으로 고용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연준도 완전고용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실업률 외에 광범위한 고용시장 지표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용시장 참가율을 중시할 경우 실업률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 금리인상 시기는 더욱 지연될 수 있다.  
15~16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린다. 이날 회의에서는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대한 내부 논의가 시작될 수 있어 암호화폐 시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셔터스톡]
 

파월의 ‘중립금리’ 발언,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팬데믹 시기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는 `21.8월 현재 국채 2.9조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1조 달러 등 총 4조 달러로 연준의 자산은 4.2조달러에서 8.3조로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의 자산매입(`08.11월~`14.10월) 규모를 상회하는 규모다. 당시 MBS 2.1조 달러, 국채 1.7조 달러 등 총 3.8조 달러가 증가해 연준의 자산은 `08.11월말 2.1조 달러에서 `14.10월말 4.5조로 증가했다. 
 
미국 경제의 상황과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기 위해서는 ‘중립금리’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만약 중립금리가 코앞에 있다면 금리인상은 정당화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제로 금리’를 유지한 후 2018년 금리인상이란 병목과 마주하며 엄청난 혼돈 속에 있었다. 그해 미국 주가의 급격한 하락을 중단시킨 것도 파월의 입에서 연유했다. 그 당시 중립금리 관련 그의 발언을 음미해 보자. 
 
파월 의장은 그해 11월 “금리는 여전히 역사적 기준에 비해 낮으며 미국 경제에 중립적인 수준으로 여겨지는 넓은 범위 바로 밑에 있다”고 발언했다. 10월 발언인 ‘중립금리에서 멀어져 있다’는 발언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당시 금리가 중립금리와 비슷한 수준임을 암시한 것이다. 10월의 금리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미 주가가 폭락한 바, 일련의 금리인상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발언이었다.
 
연일 폭락하는 미 증시를 바라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했는지 2018년 11월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 경제 클럽 연설에서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금리는 여전히 낮다. 그리고 성장을 가속화하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경제에 중립적일 수 있는 수준 바로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아래에 있다는 말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된 것이다.
 
그는 그해 11월 3일만해도 “(금리가)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중립금리가 코앞에 있다는 말은 2018년 1차례, 2019년 3차례의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어 미국 자산시장은 다시 팬데믹이 오기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11월 27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이(Jay·제롬의 약칭)’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누구를 탓할 건 아니지만 연준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진 않았다. 그 대신 미국 경제가 3%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달성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미국 주식 시장의 가치평가(valuation)는 역사적으로 적정수준으로, 미국의 기업부채와 상업용부동산 가격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며, 금융안정성 수준을 전반적으로 보통(moderate)으로 규정했다. 미 주식 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화답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4일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디지털 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코인도, 암호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NYT]

중립금리 논란 지속...우리 생애 저금리는 언제까지?

당시나 지금이나 연준의 효과적인 통화 정책은 정확한 중립금리 측정이 관건이다.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하면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2019년부터 경기하강이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평가한 상황에서 파월의 발언이 나왔다. 당시 금융위기 직후 7년간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회복으로 과잉 유동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기하강을 초래하는 반면 지나치게 낮은 금리수준은 자산가격의 거품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에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중립금리 추정치를 정기적으로 재평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중립금리 추정치가 불명확하므로, 기존 금리인상 기조가 다르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에서였다.  
 
당초 연준은 자국경제에 초점을 맞추어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했으나,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통화정책결정에 반영할 가능성이 증대된 점도 있었다. 파월 의장은 미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을 지목했다. 세계경제 둔화가 미국의 무역과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2019년부터 전반적인 통화정책과 관련한 연구에 착수한 바 양적긴축 속도, 금리인상 사이클, 통화정책수단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그 후로도 이토록 오랜 기간 저금리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립금리 하락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며 저금리의 핵심을 들여다보자. 그 근저에 고령화와 성장둔화가 거론됐다. 최근에 와서 소득 불평등 심화가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득 가구가 저소득 가구에 비해 더 많이 저축하는 성향이 있는데, 중립금리 하락 추이는 상위 10% 가구의 소득 비중이 `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 연설에 대해 새로운 가이던스는 없었지만 대체로 예상보다 완화적(dovish)이었다고 평가가 이어졌다. 금융시장은 주가상승, 금리하락, 달러 약세로 반응했다. 잭슨홀에서 흘러나온 새로운 정보나 가이던스는 미미했다. 향후 연준은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9월, 11월, 12월 FOMC에서 언제든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9월 FOMC에서는 사전 소통을 지속한 후 11월 발표 예상되나 델타 영향 확대로 시기는 늦춰질 소지도 있다. 매 FOMC 회의별로 국채 100억달러, MBS 50억달러씩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향후 고용지표 결과에 따라 시행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고용지표가 금리인상 시기 결정의 최대 변수이다. 테이퍼링이 진행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탠트럼(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과 탠트럼 위험이 낮은 테이퍼링(Tantrum-less) 가능성이 양립하고 있다. 미래는 항상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열려 있다. 과거를 보자. 탠트럼(`13.5~9월: 10년물 +102bp) 이후 `14년에 테이퍼링(`14.1~10월: -69bp)이 진행되어 금리 경로를 통한 시장 충격이 미미했다. 이번에도 같을까? 향후 테이퍼링 전개 과정에서도 연준은 지금까지와 같이 신중한(Baby-step) 정책기조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필드 메뉴얼]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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