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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장세일수록 섣부른 투자는 금물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증시 상승해도 코스피 하락폭 줄이는 수준 그칠 듯
코스피 2900 밑으로 내려가면 중소형주 하락 장담 못해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 머무르면서 많은 대형주 주가는 고점 대비 25~30% 하락했다. [중앙포토]
 
지난 6일 2908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가 반등에 나선 이후 한가지 현상이 눈에 띈다. 미국시장과 국내시장이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코스피가 2900에서 100포인트 정도 상승하는데 그치는 동안, 미국의 다우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결과 미국, 유럽, 아시아 시장을 비교하면 미국이 가장 강하고, 유럽이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형태가 됐다. 이러한 가능성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7월 이후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두 달간 7.1% 하락하는 동안 미국 S&P500지수는 3.3%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모습만 보면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라는 일시적 악재를 만나 주가가 주춤했지만, 국내시장은 시장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금융정책 변화도 양국의 주가를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후, 11월에 또 한 번의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금리 인상은 고사하고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조차 언제 시작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다. 중앙은행의 태도가 주가를 다른 모양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시장을 끌고 온 최고 동력은 유동성이다. 이 부분을 건드리는 강도가 다른 만큼 두 나라 주가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중국 경기 둔화도 코스피지수 끌어내려 

아시아 시장만의 약세 요인도 있다. 3분기에 중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성장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분기 성장률 4.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부진한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 2~3분기를 제외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성장률이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더 심각하다. 2분기에 비해 0.2% 성장했는데 1분기와 동일하다. 1분기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3.2%여서 기저효과 때문에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3분기는 얘기가 다르다. 자체적인 성장 역량이 0%대 초반에 그쳤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이 분기성장률을 발표한 2011년 이후 전 분기 대비 성장률 평균이 1.74%였음을 감안하면, 3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얼마나 낮았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투자, 생산, 소비 모두 부진했는데 물가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 헝다 사태 등 각종 정책 불확실성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그나마 수출이 괜찮아 3분기에 성장률이 4%대를 유지할 수 있었지 수출마저 부진했다면 성장 둔화가 더 심했을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중국 경제가 아시아 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 여파가 아시아 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세계 경제가 순차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제일 먼저 둔화했지만, 강력한 봉쇄 조치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 19 영향에서 빨리 빠져나왔다. 
 
코로나 19 이전 수준의 경제를 가장 먼저 회복한 것도 중국이다. 그 사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은 질병 통제에 실패해 큰 폭의 경기 둔화와 느린 회복을 경험했다. 가장 먼저 회복한 중국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건 다른 나라도 순차적으로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 시행됐던 각종 부양책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30% 가까운 수출을 유지한 건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가 된다. 팬데믹 이후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했던 여러 부양책이 아직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건데, 이 힘이 약화되는 시점에 세계 경기 둔화가 시작될 것이다.  
 
앞으로 코스피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미국시장에 달려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 상승을 이어간다면 국내시장도 일정 폭 상승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오래전부터 세계 주식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시장에 계속 얹혀갈 수는 없다. 이런 상승은 자기 실력보다 미국시장이라는 심리적 요인에 편승하는 것인 만큼 상승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 계속 상승하더라도 처음만 방향이 같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양이 될 것이다. 2012~2017년이 그랬다. 미국 시장이 계속 상승하는 동안 우리 시장은 1900~22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국의 기업실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 주가 상승은 코스피 하락을 막는 역할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미국 시장이 상승을 멈추고 10월 기록했던 저점 밑으로 내려갈 경우 코스피는 290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국내시장 입장에서 하락을 저지하는 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모습이 2000년에도 나타났었다. 연초 1470이었던 미국의 S&P500지수가 4월에 1550까지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가 950선을 유지했지만, 미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자 국내시장도 같이 떨어졌다.  
 

많은 대형주 주가 고점 대비 25~30% 하락  

국내시장의 내부 동력이 약한 만큼 대형주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 지금 국내시장의 체력이 덩치가 큰 종목을 움직일 정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그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가 2900에서 3000까지 반등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다른 대형주보다 작은 상승에 그쳤다. 
 
시장의 힘이 삼성전자를 끌어올릴 정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이 사실은 다른 대형주에도 적용된다. 많은 대형주 주가가 고점에서 25~30% 가까이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탄탄하다면 좀처럼 보기 힘든 숫자인데, 대세 상승이 유효한지 의심해봐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대형주가 부진하기 때문에 중·소형주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지도 분명하지 않다. 중·소형주 상승은 안정된 시장이란 기반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주가가 약해 코스피가 2900 밑으로 내려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소형주도 하락에서 제외될 수 없다. 중·소형주 상승은 시장의 하락이 한번 정리된 후에 가능한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지금은 섣불리 시장에서 들어가기도 그렇다고 과감하게 빠져나오기도 힘든 상황이다. 안심하고 있기에는 주식시장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 장애물을 극복하겠다고 나서기보다 어떤 장애물인지, 어디에 놓였는지 관찰했으면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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