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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만원쯤이야..” 투자 리포트 돈 내고 보는 진짜 이유

[투자자 입맛 따라 변신하는 증권사②]
유료 투자자문 업체 두물머리 회원수 1만명 넘어, 3년 간 10배 이상 늘어
단순히 종목추천이 아닌 개별 맞춤형 자문, 유망한 비상장종목도 추천

 
 
최근 돈을 내고 질 좋은 개별 맞춤형 자문을 받아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중앙포토]
◇ 스페셜리포트
① 무신사 기업가치는? 장외주식 인기에 ‘숨은 보석’ 찾는 증권사
② “월 3만원쯤이야..” 투자 리포트 돈 내고 보는 진짜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유료 투자자문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돈을 내고서라도 질 좋은 개별 맞춤형 자문을 받아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셈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개인과 법인 등에 유료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두물머리의 자문계약 고객 수는 2018년 498명에서 올해 3분기 말 1만4096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문계약 자산총액도 약 156억원에서 1655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 기반 투자자문·일임 서비스를 가리킨다. 일례로 두물머리가 운영하는 투자자문 앱 ‘불릴레오’에선 투자자들이 각자 성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투자 시나리오(전략)를 제공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리밸런싱)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투자자문 수수료는 운용 금액의 0.1~1.0% 수준이다.
 
이상원 두물머리 이사는 “과거엔 유료 투자자문 시장이 기업이나 고액 자산가들 위주로 형성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투자자 증가 등으로 많이 대중화됐다”라며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각자의 성향과 특성을 반영한 개별적, 전문적 자산관리를 받고 싶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성향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서 최근엔 보다 정교한 맞춤형 자문을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관심 종목 발굴해 유료 회원 유치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인 중소형 기업분석 리포트를 유료로 발간하는 독립 리서치법인 ‘알음’도 최근 몇 년 사이 회원 수가 급증했다. 2018년 28명에 불과했던 정기 회원(월 이용료 지불 회원) 수는 올해 7월 말 2164명으로 3년간 크게 뛰었다. 월 이용료는 1만~3만원 정도다.
 
김도윤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현재 상장사와 비상장사(코넥스 상장 기업 포함) 리포트를 각각 8개씩 매달 발간하고 있다”며 “대형주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중소형주, 비상장주 위주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 알음은 최근 주식시장을 흔드는 메가트렌드로 부상한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관련주 발굴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 3월 8일엔 메타버스 콘텐트 제작업체 ‘덱스터’에 대한 보고서를 증권업계 최초로 발간했고, 4월 1일엔 위메이드를 NFT 수혜주로 소개했다. 덱스터 주가는 보고서 발간일 이후 이날까지 370%, 위메이드 주가는 225% 각각 뛰었다.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 유료화 움직임도 

 
이에 증권업계에서도 최근 급증한 유료 투자자문 수요에 대응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불특정 다수에 무료로 제공한 탓에 ‘매수의견 일색’, ‘깜깜이’라는 오명이 붙은 기업분석 보고서 유료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에 자사 기업분석 리포트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부수업무 허가를 신청했다.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도 이미 부수업무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현재까지 기업분석 보고서를 유료로 발간하고 있는 증권사는 없지만, 일부 회원제 방식을 택한 곳은 있다. 일례로 KB증권은 자사 증권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만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고, 하이투자증권도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거쳐야 보고서를 볼 수 있게 했다. 또 NH투자증권은 PDF 형식이던 보고서를 뷰어(viewer) 형태로 바꿔 다운로드를 막았다.
 
A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증권사들이 무료로 제공하던 보고서를 유료로 바꾸면 반감이 생긴 고객들이 이탈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쉽게 유료화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구독경제 트렌드에 맞춰서 오히려 충성도 높은 유료 고객들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부수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유료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확실히 돈을 내더라도 질이 높은 투자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투자자 수요가 과거보다 늘어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형사가 먼저 시작하면 중소형사들이 그 뒤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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