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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공정 더했더니…1년 만에 450만명 가입했다

[인터뷰] 안태호 로웸 최고경영책임자(CEO)
음악방송 모바일 투표 앱 ‘스타패스’ 18년 출시
금융사 수준 보안기술로 투표 조작 원천 차단

 
 
안태호 로웸 CEO는 ″스타패스를 시작으로 간편 인증 앱인 패시키의 제휴사를 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한국에서 투표가 가장 잦은 업계는 방송연예계다. 매주 음악방송에서 시청자 투표로 인기순위를 정한다. 오디션 방송에서도 투표로 생존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투표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한때 크게 흔들렸다. 2019년 한 오디션 방송 제작진이 투표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특정 출연자를 밀어주려는 이유였다. 한 회에 투표 인원이 400만명을 넘었던 방송이라 파장도 컸다. 수사 결과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나온 모바일 투표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타패스엔 이 사건이 기회였다.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는 보안기술을 앱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간편인증 방식을 채택해 투표에 걸리는 시간을 1초 내로 줄였다. 덕분에 올 초부터 ‘인기가요’, ‘더쇼’ 등 음악방송 실시간 투표를 이 앱에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SBS미디어넷, 인버전우정과 함께 다음 해 초를 목표로 합작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스타패스 가입자는 450만명을 넘어섰다. 해외 가입자가 전체의 70%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접속하는 사용자(MAU)도 평균 60만명이다. 이 중 대부분이 무료 또는 유료(표당 100~500원)로 응원하는 가수에 투표한다. 스타트업이라면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설 만한 성적표다.  
 

금융사에서 쓰는 간편 인증, 소셜 로그인과 달라

그런데 지난 22일 서울 구로디지털밸리 사무실에서 만난 안태호(65) 로웸(스타패스 운영사)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예상했던 모습과 달랐다. 환갑을 훌쩍 넘긴 데다 수더분한 인상을 풍겼다. “초기 투자자들 말곤 외부에서 새로 투자받을 생각이 없다”며 완고한 경영철학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3년 내 페이스북의 가입자 수(약 10억개)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했다.
 
창업 9년 차다. 스타패스가 주력 사업인가?
원래는 간편 인증 솔루션을 개발하고 판매해왔다. 현재 국내 5개 증권사(KB증권·신한금융투자·현대해상·유안타증권·메리츠증권)에서 우리 솔루션을 쓰고 있다. 인증서나 일회용패스워드(OTP)처럼 추가 인증할 필요 없이 4자리 비밀번호나 생체(지문) 인증만으로 로그인하는 게 우리 솔루션이다. 스타패스는 우리 기술을 적용한 사례로 보여주려던 것인데, 예상보다 빨리 컸다.
 
간편 인증과 케이(K)팝은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부정 투표를 어떻게 막을까라는 관심에서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만 조작이 있지 않다. 설문조사에도 그런 의심이 많다. 또 앞으론 온라인 주주총회가 대세가 될 거라고 봤다. 그러면 간편하면서도 보안 수준이 높은 솔루션을 써야 하지 않겠나. 처음엔 그런 차원에서 모바일 투표 앱을 만들었다.
 
하이브의 ‘위버스’ 같은 앱과 경쟁할 수 있을까?
위버스는 방탄소년단처럼 이미 성공한 소수 아이돌그룹 중심으로 돌아간다. 소수 그룹에 대한 팬들의 로열티에 기대서 물건을 판다. 그러나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1620여 개 중에 위버스 같은 자체 플랫폼을 지닌 곳은 열 손가락에 꼽는다. 이들을 발굴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일정 수의 추천을 받은 가수를 음악방송 무대에 올리는 식이다.
 
그래도 페이스북은 단기 목표론 버겁지 않나.
스타패스만으로 따라잡겠다는 게 아니다. 핵심은 통합 인증 서비스 앱인 ‘패시키’다. 패시키 앱에서 한 번만 로그인하면 추가 인증할 필요 없이 제휴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다음 해 1월부터 글로벌 제휴업체를 본격적으로 모집하려고 한다. 스타패스에 온라인 커머스나 캐시백 서비스를 붙이는 식으로 확장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계정 하나로 간편 가입·로그인하는 서비스는 지금도 있다. 구글·네이버 등에서 ‘소셜 로그인’ 기능을 제공하지 않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회원정보를 빅테크에서 가져간다. 사용자로선 개인정보를, 콘텐트 제공자는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꼴이다. 우리는 관련 정보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 다른 문제는 보안이다. 빅테크에서도 잊을 만하면 수십만, 수백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다. 우리는 편리하면서도 금융사 수준의 보안을 함께 제공한다.
 
편리함과 보안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금융사에선 ‘2채널 2팩터’ 인증을 요구한다. 2채널은 두 가지 다른 통신선로를 통해 인증하란 뜻이다. 보통 모바일 앱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나서 자동응답서비스(ARS) 전화로 추가 인증한다. 2팩터는 두 가지 다른 인증수단을 쓰라는 것이다. 지문 인식을 한 뒤에 공동인증서나 OTP를 통해 추가 인증한다. 패시키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다. 미리 관련 인증정보를 앱에 등록해놓고, 지문 인식만 하면 앱에서 한 번에 처리하도록 했다.
 
같은 앱에서 처리하는데 2채널이라고 할 수 있나?
엄밀하게 보면, 지문인식 전에 휴대전화로 푸시 알림이 온다. 그 알림을 클릭하면 한번 인증을 하는 셈이다. 개인정보를 인증하는 서버와 푸시 서버가 따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보안업계에서도 2채널로 간주한다.
 
간편 인증 하나로 제휴업체를 그렇게 모을 수 있을까?
전 세계 웹사이트가 17억개 정도 된다. 이 중에 4억5000만개는 가입·로그인 때 추가 인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들어가는 비용이 600조원이다. 웹사이트 하나로 치면 2000만원쯤 된다. 그 비용을 우리가 20만원으로 줄여줄 테니 제휴를 맺자는 거다. 그리고 이미 스타패스라는 플랫폼이 있으니 사용자를 공유할 수도 있다.
 

“임직원 40%가 파이어족 되는 게 꿈”

그렇게 사업을 키우자면 돈이 많이 들겠다.
창업할 때 참여했던 주주들이 투자액을 계속 늘려주셨다. 2012년 2억원으로 시작해서 215억원으로 자본금을 늘렸다. 스타패스에서도 수익이 나기 시작해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사업에 필요한 돈이 모자랄 것 같진 않다.
 
이미 탄소소재 기업(솔나노켐)으로 성공을 맛본 적 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다시 시작한 이유가 있나?
나는 마케터다. 우스갯소리로 구멍가게라도 나한테 한 달만 맡기면 그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 후반기에 마지막으로 승부를 볼 아이템을 모색하던 중에 간편 인증을 찾았다. 나도 잊어버린 내 계정을 아들이 기억하곤 입력해주는 것 보고 ‘이거다’ 싶었다.
 
‘이 정도면 성공했다’는 기준이 있나?
우리 직원들 40% 정도 사표 내는 게 꿈이다. 요즘 파이어족이란 말도 있지 않나. 우리사주로 수십, 수백억원씩 돈 벌게 해서 내보내고 싶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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