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2차전지…경기개선 기대감이 그리는 두 종목 주가 곡선 [이종우 증시 맥짚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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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2차전지…경기개선 기대감이 그리는 두 종목 주가 곡선 [이종우 증시 맥짚기]

외국인 매수에 반도체 경기 호황 전망 커졌으나 시간 갖고 지켜봐야
주가 낮아진 2차전지에 주목해야…현재로선 반도체보다 상승 여력 커

 
 
지난 11월 22일부터 반도체 종목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11월 22일부터 반도체 종목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주식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올해에 상승을 주도하는 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니 지금이라도 보유량을 늘리라는 추천이 줄을 이을 정도다. 반도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0% 넘게 상승하는 동안 국내 반도체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한달 간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삼성전자가 연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다. 반도체 주가가 저점을 기록했던 10월에는 두 나라 반도체 주식의 상승률 차이가 50%를 넘었다. 둘의 움직임이 이렇게 달랐던 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비메모리 반도체기업이 중심인 반면,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서버, PC 등 주요 IT제품에 두 반도체가 모두 사용되기 때문에 과거에는 실적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비메모리는 호황이 계속된 반면 메모리는 경기 둔화를 겪었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제품이어서 IT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비메모리보다 약하다. IT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그 한계가 작동한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과거 주문에서 도착까지 9~12주 정도 걸리던 게 20주까지 늘 정도로 공급 차질이 심했다. 그 영향으로 해당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해 생산 기업들이 큰 수익을 올렸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반대로 타격을 입었다. IT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IT 경기 호황 전망에 맞춰 생산을 늘렸던 국내 반도체기업 입장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악재를 만난 것이다. 팔리지 않은 제품이 재고로 남았고, 그 영향으로 3월에 5달러를 넘었던 메모리반도체(DDR4 8Gb) 가격이 3.5달러 밑으로 떨어져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올해 반도체 호황 전망은 이 상황이 개선될 거란 기대에서 출발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개선되면 IT 제품 생산이 정상이 되고, 그 영향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 실적이 좋아질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의 배경에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때 처음에는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리 반도체로 상승이 옮아왔다는 경험도 작용을 했다. 지난해엔 비메모리의 시대이지만 올해는 메모리반도체의 세상이 될 거라 믿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반도체에 대한 시각이 교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둔화된 건 공급 차질에 의한 ‘단기’ 조정 때문인데, 시장에서는 이를 추세적인 ‘장기’ 조정으로 보고 주가를 끌어 내렸으니 상황이 바뀌면 시각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반도체 경기 개선 기대에 대한 의문점들 

올해 반도체 경기 호황에 대한 기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일까? 우선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만들어진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22일부터 반도체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매수가 상승 동력 역할을 했는데, 11월 22~23일 이틀간 삼성전자를 1000만 주 넘게 순매수한 걸 시작으로 외국인이 지난 한 달간 4100만 주를 사들였다. 평균 가격으로 환산하면 3조2000억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 덕분에 7만원까지 내려갔던 삼성전자 주가가 15% 넘게 상승했고, 반도체 주식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질 거란 전망으로 매수가 늘면서 주가가 올라간 게 아니라, 외국인 매수로 주가가 올라가자 경기 전망이 바뀐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지난 1월에도 있었다. 2020년에 주가가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장기 호황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확대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를 증설하고 있는데, 4차 산업으로 인한 수요 확대까지 감안할 때 호황이 오래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장기 호황이 오지 않았고, 3월에 반도체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주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장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주가가 반응을 한 것이다. 최근 반도체 주가가 오르면서 다시 호황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확신하기 힘들다.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보는 게 맞다.  
 
지난 한달 반 사이 반도체 주가가 오른 건 낮은 주가의 영향이 컸다. 11월 중순에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 SK하이닉스도 9만원 정도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9개월 동안 주가가 40% 가까이 떨어졌는데 가격 메리트가 대단히 큰 상태였다. 지금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13만원 정도다. 저점에서 40%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에 내년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의 상당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걸로 볼 수 밖에 없다. 낮은 주가라는 강점이 사라진만큼 앞으로 반도체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 IT 경기가 기대 만큼 좋을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IT는 자동차와 함께 대표적인 내구소비재 산업이다. 제품 교체주기가 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정부가 가계에 지원금을 지급하자 사람들이 그 돈으로 가전제품을 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 발생한 공통적으로 발생한 일이다. IT 제품은 한번 교체하면 오랜 기간 사용한다는 걸 감안할 때 내년에 또 다른 교체수요가 발생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반도체보다 2차 전지 주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반도체 주가 상승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낮은 주가에 대한 반응이었다면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모든 논리가 무너진다. 주가가 오를수록 반도체 주식에 대한 기대가 약해져 주가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반도체를 사는 게 아니라 반도체를 팔아서 가격이 떨어진 2차 전지 주식을 사는 게 더 맞는 투자전략이다. 
 
반도체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상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11월 22일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4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3%에 달한다. 국내기관투자자까지 여기에 가담했다. 대규모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에서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내년에 반도체 경기가 좋아진다고 기대하기에는 상승률이 높지 않다. 단순 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2차 전지 대표회사인 LG화학은 주가가 최고점에서 40% 내려왔다. 2020년에 상승이 너무 과했던 영향이 크지만 단기 하락폭도 작지 않다. 다른 2차 전지 기업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금은 코스피가 크게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종목별로 많이 오른 주식을 팔고 하락이 컸던 종목을 사들이는 게 유일한 매매전략일 수 밖에 없는데, 한달 전에는 그 대상이 반도체였다. 지금은 2차 전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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