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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에서 적소적재로

[화제의 책] 적소적재
사람 아닌, 일에서 시작하는 인사관리 접근법
직무주의 인사관리 이론과 구체적 실천 전략

 
 
 
유규창·이혜정 지음/ 플랜비디자인/ 1만6500원

유규창·이혜정 지음/ 플랜비디자인/ 1만6500원

 
적재적소(適材適所)는 ‘어떤 일에 적당(適當)한 재능(才能)을 가진 자에게 적합(適合)한 지위(地位)나 임무(任務)를 맡긴다’라는 뜻이다. 사람을 찾아 자리를 제안하는 속인주의 인사관리 방식이다. 인사관리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는 전통적인 접근법이다. 
 
인적관리 분야 전문가인 두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에서 여러 문제가 속인주의 인사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적소적재’라는 접근법을 제안한다. ‘적재적소’와 ‘적소적재’는 글자 두 개의 위치만 다를 뿐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는 전혀 딴판이다. 적소적재는 직무주의 인사관리 방식이다. 필요한 일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 일에서 출발하지만, 특히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방식이다. 
 
적재적소와 적소적재 방식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적재적소 접근법에서 인재상은 여러 일을 두루 잘하는 제너럴리스트다. 적소적재 방식에서는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한다. 채용 방식도 딴판이다. 적재적소는 대량 공채에, 적소적재는 수시 채용에 적합하다. 평가 방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적재적소는 태도와 자질을, 적소적재는 역량과 성과를 중시한다. 급여 체계도 상이하다. 적재적소 시스템에서는 연공서열형 호봉제도가 주류다. 적소적재의 경우 성과형 인센티브 제도가 기본이다. 승진도 마찬가지다. 적재적소에서는 대개 연차별 승진이나 자동 승진이 이뤄진다. 적소적재에서는 상위 직무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정년 제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적재적소 방식에서는 임금피크제 등을 적용하지만, 적소적재에서는 정년 기한을 두지 않을 수 있다. 
 
적재적소 접근법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적합한 방식이었다. 직원들의 노력과 충성 덕에 조직이 성장했고, 조직은 성과를 공유하고 연공서열형 보상과 승진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출신지·학벌 등을 많이 따지는 적재적소 방식에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성·창의성·자발성이 더욱 중요해진 현실에 맞지 않는 걸림돌이 됐다. 
 
적소적재 인사관리 관련 학문과 현장을 접목하고, 한국적 직무평가 도구를 개발해온 저자들은 적소적재라는 새로운 인사관리 방안을 제안한다. 인사관리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서 조직문화가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적소적재 접근법과 관련한  개념 정의부터 평가 방법, SK그룹의 마이 서니, 포스코의 포스튜브, LG그룹의 커리어스 등 실제 사례까지 총망라했다. 총 4부 12장으로 구성한 저자들은 1부에서 한국 사회에서 왜 직무주의에 오해가 있었는지를 살펴봤다. 일과 노동, 역할에 대해 알아보고, 이게 직무와 어떻게 다른지도 다뤘다. 2부에서는 직무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직무주의의 필수 개념인 직무 분류와 직무 분석, 직무 평가에 대한 개념과 사례를 담았다. 3부에서는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채용과 평가, 인재 관리와 보상 방법을 설명했다. 4부에서는 적소적재 직무주의를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논의했다. 
 
인사평가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많고,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고 노조의 목소리가 큰 우리 현실에서 직무주의를 내세우는 적소적재 접근법도 만병통치약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일에 맞는 사람을 찾으며, 그런 과정에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적소적재 접근법은 저성장·고령화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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