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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김치 나도 먹었을까’…어디로 공급됐나 불안감 확산

[‘명장 김치’의 배신②] 3000여곳 한성식품 거래처 보니
호텔·단체급식·병원 등과 B2B 거래 다수…홈쇼핑 통해 직접판매도
대부분은 문제의 자회사 공장 아닌 직영공장 3곳에서 생산
거래 중단하고 환불조치…신뢰 잃어 소비자 반응은 싸늘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중앙포토]
 
‘위생 논란’이 불거진 한성식품 자회사 효원 공장에서 생산한 김치는 대부분 해외 수출용으로 공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약 70%가 전세계 28개국에 수출됐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대기업 급식업체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유명 리조트 체인 등에 납품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성식품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효원에서 만든 김치는 대부분 수출용으로 나갔다”면서도 “B2B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100% 수출이라고 보긴 어렵고, 국내 내수도 미미한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더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만 답했다.  
 

호텔·단체급식·홈쇼핑 등 3000여곳과 거래  

연간 매출액 500억원 규모로 메이저급 김치제조업체인 한성식품은 본사인 부천공장과 서산공장, 정선공장 등 직영공장 3곳과 자회사 소속 공장 효원 등 4곳의 공장에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매출액 중 상당부분은 B2B(기업간 거래)다. 나머지는 해외 수출과 홈쇼핑,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되기도 했다.  
 
 
한성식품이 공개한 거래처 현황에 따르면 한성식품은 호텔, 캐터링,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관공서, 학교, 병원 등 약 3000여곳과 거래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호텔, 힐튼호텔, 63시티 등 호텔업계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단체급식업계가 주 거래처다. 공영쇼핑, NS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채널과 온라인 판매를 통해서도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홈쇼핑을 통한 직접 구입이 아니더라도 호텔이나 단체급식, 식당 등을 통해 문제가 된 김치를 먹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문제의 효원 공장이 아닌 본사 직영공장에서 납품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B2B거래 중 약 5%를 납품받고 있는 한화호텔앤리조트는 부평 공장 제조 김치를 사용하고 있으며 20억원에 이르는 거래 규모도 실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2018년 급식사업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는데 이름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보니 같은 회사로 묶인 부분”이라면서 “실제로는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하루 20만원 정도의 소량을 납품받아왔다”고 말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에서 운영 중인 서울플라자호텔과 63레스토랑은 곧바로 업체를 변경했다.  
 
아워홈도 한성김치를 납품받아온 건 맞지만 진천공장이 아니고, 그나마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자사김치가 있어서 지역 브랜드를 선호하는 충청도 쪽에 미미한 수준으로 한성김치를 납품받아왔다”면서 “이번 문제가 불거진 이후론 소량도 거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도 “김치 브랜드만 10곳이 넘는 곳에서 공급받고 있다”면서 “그중 한 곳으로 한성식품 비중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부천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기업들 “진천공장 물량 아니야”vs 소비자 “그 나물에 그밥”  

홈쇼핑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성식품 김치를 판매했던 채널은 NS·공영·롯데·GS홈쇼핑 등 4곳이다. 이들 모두 판매했던 김치가 효원 진천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아닌 점을 강조했지만 소비자 비난이 높아지자 결국 거래 중단에 나섰다.  
 
가장 발빠르게 대처한 곳은 NS홈쇼핑이다. NS홈쇼핑은 한성식품 김치의 ‘위생 논란’이 처음 불거진 날 판매방송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문이 커지자 NS홈쇼핑은 즉각 한성식품 김치 판매를 중단하고 고객이 원할 경우 환불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빅3’ 업체인 롯데홈쇼핑은 한성김치 판매는 티커머스 채널에서 소량 판매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한성김치 판매는 메인채널에서 이뤄진 것도 아니고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된다”면서 “12월 중순에 납품공장 실사를 갔고 직영공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판매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홈쇼핑에서 판매 중이던 한성김치. [사진 홈페이지 캡처]
 
한성김치로 누적매출 100억원을 훌쩍 넘긴 공영쇼핑은 거래를 중단하면서도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영쇼핑 관계자는 “같은 한성 브랜드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회사”라면서 “문제가 된 곳은 자회사 공장이고 다른 공장에서 만든 다른 제품인데 같은 제품으로 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항변했다.  
 
공영쇼핑 또 다른 관계자는 ‘품질보증’ 시스템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식품판매의 경우 품질보증팀에서 검증이 까다롭게 이뤄진다”면서 “홈쇼핑사들 모두 현장에 나가서 검수하고 품질체크한 뒤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직영공장 품질은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순자 대표와 한성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상황에서 다른 공장이니 괜찮다고 말하는 건 ‘오른손을 한 일을 왼손이 모른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는 설명이다.  
 
한 소비자는 “공장이 달라도 회사가 같다면 그 나물에 그 밥 아니겠냐”고 비판했고 또 다른 소비자도 “뉴스를 접한 뒤 바로 환불 조치했다”면서 “그들도 알기에 바로 환불해줬고, 그 공장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 회사 김치는 못 먹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성김치와 거래해왔던 기업들도 피해를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명인’이 만든 김치라고 해서 일반 업체들보다 단가가 비쌌다”면서 “그 분야 양질 업체를 선정하면서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한 선택이 이렇게 배신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썩은 김치 파동이 확산되자 김순자 대표는 ‘김치 명인’ 자격을 스스로 반납했다. 김 대표는 변색된 배추와 곰팡이가 낀 무 등 불량 재료로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한 효원 공장 영상이 공개된 날 사과문을 내고 “공장 자체 영구 폐쇄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위생 및 품질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에 나서겠다”면서 “생산체계 혁신을 위해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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