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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 잡자” 한은, 기준금리 2.25%로 성큼 [사상 첫 빅스텝①]

6%대 물가 지속…경기보다 물가안정 초점
취약차주 원리금 부담 증대 우려 커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을 통해 경기침체보다 고물가 대응에 방점을 뒀다. 한은은 당분간 6%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고, 전망에 부합한다면 추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차주의 이자부담 등의 우려는 정부와 협럭해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사상 첫 ‘빅스텝’ 단서는…치솟는 6% 고물가

13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연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됐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첫 ‘빅스텝’이다. 사상 처음으로 3연속 인상 결정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하한 적은 있지만, 0.50%포인트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는 금통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에 모두 공감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8년 11월 외환위기 당시 6.8%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6%대에 진입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4.5%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이 총재는 상승률뿐 아니라 빨라진 상승 속도도 우려했다. 그는 “3%대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될 때까지 7개월이 걸렸으나, 5%대에서는 한 달 만에 6%대로 높아졌다”면서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품목 비중이 50%에 이르는 등 물가상승 확산 정도도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3.9%로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황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다는 것은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물가가 올해 3분기 말~4분기 초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총재는 “보통 금리를 1%포인트 정도 올리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1년 사이 평균 약 0.2%정도”라면서 “경기 미치는 영향보다 기대인플레이션을 꺾어야 된다는 메시지를 빅스텝을 통해 강하게 보내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이창용 “경기보다 물가…0.25%p씩 점진적 인상”

추후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 영향으로 수출 둔화가 우려된다. 이에 한은은 올해 성장률에 대해 지난 5월 전망치 2.7%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한은은 당분간 경기둔화보다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고물가 상황 고착화를 막는 것이 우선적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국내 물가 흐름이 향후 몇 개월 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뒤,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 하에서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이 총재는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2%대에 올라섰지만, 한은은 여전히 ‘긴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빅스텝으로 광범위한 중립금리 범위 하단에 가까워진 것”이라며 “추후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올리더라도 ‘긴축’이라는 표현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이 금리인상 기조를 다시 한 번 내비쳤고,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75%~3%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시장 전망에 대해 이 총재는 “시장의 예측 수준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취약차주 원리금 상환 부담 ‘어쩌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대출금리도 오르는 연쇄효과를 낳는다. 게다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평균 16만1000원, 32만2000원씩 커진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지난 10개월간 기준금리 1.75%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7000원이다. 
 
이 총재는 “이번 0.50%포인트 금리인상으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물가 대응에 실패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고(高) 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된다면 향후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경제 전반은 물론 취약부문에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취약부문에 대해 정부와 함께 선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예정대로 9월 말 이후 종료 되더라도 현재 지원된 자금에 대해서는 최대 1년간 0.25%의 금리를 유지한다. 아울러 가계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지원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한은의 빅스텝은 불가피했다”면서 “7~8월 물가상승률과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을 살펴 추후 인상폭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 때문에 이자율 정책을 조절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취약차주 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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