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태조이방원’ 종목 주목해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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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태조이방원’ 종목 주목해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시가총액 작고 성장성 높은 기업 투자가 유리
조선·방위산업·원자력은 이익증가 기대감 선반영

 
 
당분간은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과 같은 성장주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당분간은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과 같은 성장주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300을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일진일퇴를 거듭할 뿐 시원한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가가 박스권을 돌파하기보다 연말까지 현재 수준에 갇혀있을 거란 전망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까.
 
2011~2016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해당 기간 코스피는 1850~2150 사이에 묶여 있었다. 5년 동안 주가가 상하 15%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갇히다 보니 지수와 관련된 투자는 하기 힘들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상승하지도 않아 언제 주식시장에 들어가야 할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해도 큰 수익이 나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다양한 활로를 뚫었다. 먼저 2011년에는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콘텐츠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당시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가 처음 2000만명을 넘었다. 휴대폰의 40% 정도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고, 그 영향으로 휴대폰 판매 경쟁이 좋은 모양에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인기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됐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경쟁의 형태가 바뀐 건데,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소프트웨어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2012년은 삼성전자가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올랐으니까 시장 전체가 오른 게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당시 상승은 개별 종목 삼성전자의 상승이었다. 2012년에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판매 회사가 됐다. 실적도 좋아서 1분기에 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중국에서 최상위 브랜드로 꼽혔고, 세계적인 양산 체제와 높은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
 
그 결과 2011년 4월 이후 1년 사이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95조원으로 늘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액 79조원을 뛰어넘는 숫자다. 시장 전체 시가총액 증가액이 삼성전자 시가총액 증가에 미치지 못했으니,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은 1년간 주가가 하락했다고 봐야 한다.  
 

대기업 주식시장 위상 계속 낮아져  

 
2014년에는 화장품 주식이 이목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14조원을 넘었고, 지주회사까지 포함해 24조원이 됐다. 당시 국내 백화점 3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15조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아모레퍼시픽 회사 하나를 가지고 우리나라 주요 유통회사 전부를 살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화장품 회사의 주가 상승은 중국 때문이었다. 2010년대 들면서 대중국 무역에서 자본재 수출이 줄어든 대신 소비재 수출이 늘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중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특히 좋았다. 7억명이 넘는 중국 여성들이 화장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지만, 중국산 화장품의 품질이 좋지 않았던 덕분이다.
 
2016년에는 바이오가 시장을 주도했다. 셀트리온 3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40조원을 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을 제외한 40개 제약사의 시가총액 합계의 두 배이고, 현대차보다 더 컸다. 상장하고 1년도 되지 않은 신라젠 조차 시가총액이 9조원을 넘을 정도였다. 바이오 시밀러라는 새로운 개념과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이 사례들에서 본 것처럼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혔을 때도 특정 종목군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 주가가 3~4배, 많으면 10배 이상 올라간다. 상승 기간도 1~2년을 넘을 정도로 길기 때문에 원하면 언제든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확신이 없어서 주식을 사지 못할 뿐이다
 
당분간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거로 전망된다. 바닥은 2300, 천장은 2600이 될 거로 보인다. 위아래가 고정되는 만큼 앞에서 본 것처럼 특정 종목군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성장주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을 통칭해 ‘태조 이방원’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 관련주의 앞글자를 모아서 만든 단어다. 이들의 성격은 둘로 나뉜다. 태양광, 이차전지가 향후 성장성을 반영한다면, 나머지 세 개는 향후 1~2년 사이 이익이 늘어날 거란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성장주 상승은 두 가지 사실을 반영한다. 먼저 시장 상황상 대형주가 올라가기 힘들다. 주가가 박스권 내에 갇히다 보니 큰 종목을 끌고 갈만한 힘의 결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년까지 국내외 경제가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더해지면서 주식시장이 규모가 큰 종목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은 종목에 몰입하고 있다.
 

코스피 2300~2600 움질일 듯

 
두 번째는 주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재벌로 대표되는 대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경제 전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주가가 현재 상황보다 미래 성장성을 더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재벌들이 성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주식시장에서 대기업의 위상 회복이 쉽지 않다. 세상이 변했기 때문인데,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거기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팔아 큰돈을 버는 회사가 주목받던 시대가 지나갔다. 대신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기업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사업 환경이 대기업들이 성장하던 때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적응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도 오래전에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한계를 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다. 더는 미국 경제의 미래가 IBM, 보잉, 포드 같은 거대 기업에 달렸지 않다는 의미인데, 이 개념은 한동안 시장에서 외면받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초거대 기업이 계속 미국 경제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예측이 실현된 건 1990년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다.
 
지금 미국은 30년 전에 없었거나 규모가 작았던 기업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시장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이에 자동차를 비롯한 전통 기업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도 이 과정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특정 업종이나 종목군이 주도권을 잡으면 상당 기간 계속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세 상승에서 대세 하락으로 바뀌는 것처럼 판이 달라져야만 주도주가 바뀔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도주가 바뀌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판의 재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경제와 금융환경 모두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가만 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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