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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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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중국 자국민 2,662명으로 강대국 인식 조사-응답자의 81%, 일본에 부정적-한국도 1년 새 호감도 급감 중 지난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자국민 2,662명을 대상으로 한 강대국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자료)중국인들이 미국보다 일본에 대해 더 나쁜 인상을 가졌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예상대로 러시아에 대한 호감도는 가장 높은 것으로 들어났다.이번 조사는 각 국가에 대한 인상을 1~5점으로 평가하도록 했는데, 1은 매우 나쁨, 2는 약간 나쁨, 3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음, 4는 약간 좋음, 5는 매우 좋음이다. 한국은 2.1로 '약간 나쁨'과 '좋지도 않음 사이'의 결과다.이번 조사는 한국, 미국, 일본, 인도, 러시아, 영국, 유럽연합,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8개국에 대한 인상을 물었고, 그 중 일본이 1.68로 가장 인상이 나쁜 나라로 선정되었다.중국을 군사·경제적으로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미국도 1.85로 일본의 뒤를 이었으며, 국경 분쟁 중인 인도는 2.01을 기록했다. 반면, 예상대로 러시아는 3.66으로 중국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가 됐고, 아세안은 2.75, 유럽연합은 2.61로 나름대로 양호한 호감도를 얻었다.한국은 지난해 2.6에서 올해 2.1로 급감했는데 1년 새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다. 미국의 경우 2.19에서 1.85로 하락했지만, 한국의 경우, 하락 폭이 훨씬 컸다.또한, 이번 조사는 특이하게 미국 국민과 정부에 대한 호감도를 나누어 물었는데, 미국 국민에 대해 비호감을 표현한 중국인은 17.4%에 그쳤지만, 미국 정부를 싫다고 답한 중국인은 81.4%로, 미국 정부에 대한 높은 반감을 드러냈다.가장 위협적인 안보 문제로는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 개입’이 3.04로 중·미 관계 긴장(3.0)과 세계 금융위기 혹은 경제위기(2.9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24.10.05 11:18

2분 소요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임직원에 ‘지식 공유’

산업 일반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부터 SK그룹 온라인 학습 시스템 ‘써니’를 통해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의 ‘국제 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 강의를 모든 SK그룹 임직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강의에는 김 의장이 바라본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국제 질서 변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SK그룹에 전하는 시사점이 담겼다. 김 의장은 1974년 외무고시 8회 합격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회의원 등을 지낸 외교‧통상 전문가다. 김 의장은 국제사회가 대공황과 세계 대전, 냉전, 세계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최근의 국제사회에 대해 ‘대전환의 시대’로 정의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첨단 기술의 중요성,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다자주의의 후퇴 등 4가지 양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세계화 속에서 서로 간의 의존도를 높였던 각 나라들이 이제는 경제적으로 서로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각국이 기술 우위 경쟁에 나서고, 이익과 효율의 극대화보다는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경제 안보’ 개념이 등장한 이유다. 김 의장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되기 이전 19세기 말부터 벌어진 강대국만의 패권싸움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여러 식민지들이 생긴 과정을 상기시키면서 “우리가 인지하고 대응하기 전에 이미 강대국들의 밀약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동향과 정세를 잘 관찰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한국의 길’의 조건으로 지식 기반의 창의성,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내외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협력 등을 꼽았다. 2017년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활동을 시작해 2019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의장은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으로서 SK에 몸담은 기업인”이라며 “제조업 기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 격차를 유지해, 국내외에서 SK는 필요한 기업이라는 걸 이해관계자들에게 인식시키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강의는 김 의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써니는 2020년 지식경제부 2차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등을 지낸 김정관 사외이사의 ‘코로나19와 세계 에너지 산업 동향 및 전망’ 강의를 SK그룹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등 사외이사의 역량을 임직원과 나누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 행사에 참석해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IR(기업 설명회) 행사에 참석해 시장과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며 이사들이 수시로 지배 구조나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문 역량도 키울 수 있는 ‘소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2022.12.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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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시름하는 미국, 경기 침체 불식하고 연착륙할까?

국제 이슈

세계 경제의 중심 미국이 흔들린다. 2022년 4월부터 고(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질주가 이어지자 시장에선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지금은 해를 넘어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결국 당분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전세계 경제의 열쇠를 잡고 있는 미국의 휘청거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대책이 무엇인지 전세계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미국 경제 2023년에도 쉽지 않아” 어두운 전망 세계적인 경제기관들은 2023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여전히 쉽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건설 투자 감소 등이 일어나 2023년 미국 경제성장률(실질 GDP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22년 6월 1.5%에서 10월 0.5%로 낮췄다. 피치는 “미국 경제가 2023년 봄부터 1990년대와 비슷한 완만한 경기 침체로 끌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2022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2.2~2.4%)보다 상회했다. 일각에서는 GDP 성장률의 상승을 두고 연준의 긴축정책 속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징조라는 낙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세부적인 수치를 뜯어보면 실망스럽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2022년 11월 펴낸 미국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개인소비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민간투자 항목은 전 분기 -14.1% 대비 3분기 -8.5%로 신장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특히 주택구입 항목 성장률은 3분기 -26.4%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수출은 14.4%로 전 분기 13.8% 대비 0.6%포인트 성장했다. 반면 수입이 전 분기 2.2%에서 3분기 -6.9%로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며 순수출(GDP 성장 기여도 비율)이 전 분기 1.16%포인트에서 2.77%포인트로 상승했다. 내수시장 소비가 여전히 부진했고 변동성이 큰 순수출이 GDP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아직도 성장 동력이 약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2022년 10월 중 소비자신뢰지수는 102.5를 기록, 전월 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편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향후 통화긴축 효과가 누적되면 성장세를 잠재 수준 이하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2022년 3분기가 성장률 정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덜란드 금융회사 ING은행은 “변동성이 큰 순수출 증가로 3분기 GDP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최근의 성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며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돼 2023년 경기 침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4%로 제시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연준이 금리를 너무 급하게 올리고 있어 지금까지 보였던 견조한 소비세나 주택시장, 투자시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체제는 철저히 자본주의 시장 경제다.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또 자유무역과 기술혁신이 뒷받침된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활동이 미국을 부국으로 만들었다. 특히 낮은 인플레이션과 견실한 금융시장 등은 미국이 현재까지 초강대국 위치를 유지하게 된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여러 부문에서 변동성이 커졌고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내 여러 시장들의 기능에 바이러스를 퍼트린 상황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높은 물가 상황에서는 파월이 아니더라도 긴축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2023년 미국, 그리고 세계 경제의 관건은 연준이 시장 안정 시점을 언제로 보고,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올리느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긴축 정책이 끝나야 시장 유동성이 커지고 시중에 돈이 돌며 경제 성장의 터닝 포인트가 마련될 것이란 분석이다. ━ 인플레이션 잡겠다는 미국 금리 인상 언제까지 그렇다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얼마나 올릴까. 연준은 2022년 11월 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2022년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2%에 달하자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4%대에 진입한 것은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14년 10개월여 만이다. 2022년 11월 FOMC에서는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직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 여전히 갈 길이 남아있다”며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며 이와 관련해 다음 회의 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느린 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가는 것이 곧 적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발언과 관련해 향후 연준이 긴축 정책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4월부터 너무 숨가쁘게 달려온 금리 인상으로 전세계 경기가 시름하고 있는 것과 연관 있어 보인다. 특히 2022년 10월 미국의 CPI가 전년 대비 7.7%, 근원 CPI는 6.3%를 기록, 모두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긴축 효과가 시작됐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시장에 퍼졌다. 분명히 CPI는 6월 9%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2022년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기존 0.7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크리스토퍼 연준 월러 이사는 “다음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다음 일자리 보고서를 포함한 더 많은 데이터를 보기 전까진 속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당장의 일부 시장 지표만으로 통화 정책을 가져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급격한 금리 인상인 ‘자이언트 스텝’을 더이상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마감 시점은 2023년 1~2월이 아니라 더 연기될 수 있다. 현재 연준과 시장이 예상하는 최종 기준금리 인상치는 4.75~5.25%지만 현재 이보다 높은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2022년 11월 4일 블룸버그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국제기관들이 전망하는 연준 최종 기준금리 수위는 5.00~5.25%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4.75~5.00%가 3곳, 4.50~4.75%와 5.25~5.50%가 2곳으로 뒤를 이었다. 5.50~5.75%로 예측한 곳도 1곳 나왔다. 금리 3.75~4.0%에서 2022년 12월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된 뒤 2023년 초에도 0.25%포인트씩 2차례 정도 오르면 연준 예상치에 도달한다. 하지만 연준의 속도 조절로 최종 금리 상단이 높아지고 인상 기간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다. ━ 대외 불확실성 지속 “美에 악영향 줄 수도” 국제기관들이 미국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근거 중 하나는 최소 2023년 상반기에나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2023년 상반기까지 진행된다고 봤을 때 금리 고점의 부담은 당해 하반기에 본격화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는 계속된 긴축으로 CPI가 꾸준히 하락해 2023년 하반기에는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컨센서스(2022년 11월)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1분기에 5.9%로 낮아지고, 4분기에는 3.0%로 떨어진다고 예상됐다. 그렇지만 2023년 상반기까지 여러 경제지표에 따라 최종 금리 향방도 달라질 수 있어 그 사이 안심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미국의 물가 오름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으로 자산가격 회복과 달러화 강세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노동시장이 견고하고 서비스 물가가 오를 위험성이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23년 초, 혹은 상반기까지는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당장 반전을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 시기, 연준의 긴축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의 대외 불확실성도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이 불확실성이 결국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에 역으로 다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이외 경제권에서는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을 따라가다가 탈이 날 수 있다”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편입 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약 40%라는 사실은 대외 불확실성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부터 실적이 부진해지면 점차 고용도 위축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2023년 상반기는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익 전망 하향 조정세도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12.03 18:00

7분 소요
반도체 전문가 10명 중 6명 “반도체 위기 2024년까지 지속”

산업 일반

반도체 불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 10명 중 6명은 현재의 위기가 2년 뒤인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반도체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7%는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위기상황 초입 56.7%, 위기 한복판 20%다. 위기 상황 직전이라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현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묻자 58.6%가 내후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겹겹이 쌓인 장단기 대외리스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최근 수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전문가와 시장조사기관들은 3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이 최근 10년 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 2016년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 당시,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와 비교할 때 현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매우 심각 16.7%·심각 26.7%)은 43.4%에 달했다. 2016·2019년과 유사하다는 답변은 36.6%, 2016·2019년보다는 양호하다는 답변은 20%(매우 양호 3.3%·양호 16.7%)로 집계됐다. 2016년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과 사드 사태 여파로 4년간의 수출 증가세가 꺾인 해이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반도체 다운사이클 여파로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약 26%가량 감소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산업의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주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의 신규 공급처로 중국 YMTC를 낙점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에 위기감을 안겨줬다"며 "낸드플래시 부문은 한중 간 기술 격차가 1∼2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와 미국의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36.6%(매우 긍정적 3.3%·다소 긍정적 33.3%),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6.7%(매우 부정적 16.7%·다소 부정적 30%)로 나타났다. 큰 영향 없을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16.7%였다. 반도체법의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50%(매우 긍정적 3.3%·다소 긍정적 46.7%),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40%(매우 부정적 20%·다소 부정적 20%)였다. 큰 영향 없을 것이라는 답변 비중은 10%에 그쳤다. 또 국내 반도체산업의 단기적 위협요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부정적 영향 80%), 중국의 코로나19 봉쇄(66.7%),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63.3%), 우크라이나 전쟁(56.7%) 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등을 꼽았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09.05 10:54

3분 소요
‘상생형PMS제도’로 K-방산의 발전적 생태계 조성하자

전문가 칼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남긴 후폭풍이 대만해협을 감싸고 있다.’ ‘’반도체 칩4 동맹 회의’ 한국 참여 통보, 중국 대대적 보복?’ 최근 주요 일간지에 실린 기사들의 헤드라인이다. 4차 산업시대에 진입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경쟁이 갈수록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첨단기술 기반의 방위산업 육성이 글로벌 방위산업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중에 ‘K-방산’이 K9자주포를 이집트에 대량 수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0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대규모 무기공급 기본계획을 체결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소리(VOA)’는 한국산 무기가 ‘가성비’ 를 내세워 세계 방산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국가 주요 산업군의 하나이며 동시에 국가안보 및 방위력을 책임져야 하는 이중적 특성을 갖는 방위산업에 대해 정부에서는 ’′18-′22 방위산업발전 기본계획’(방위사업청)에 따라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여오고 있다. ′18-′22 기본계획은 첨단 무기체계 개발 능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방위산업의 발전적 생태계 조성을 포함한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방위사업법(2020.2.4.) 제3조 정의에서 ‘무기체계’라 함은 전장(戰場)에서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 무기와 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장비·부품·시설·소프트웨어 등 제반요소를 통합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무기체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의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방위산업의 특징으로 인해 방위산업 경쟁력 확보는 대기업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중소업체를 포함한 발전적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인 조건임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 ‘품생품사’ 협력업체 품질 평가로 도약 국내 자동차 대기업 회장이 1999년 직접 눈으로 수출현장을 둘러보고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에 이 회장이 미국에서 마주한 시장의 현실은 품질에 불만을 표출하며 리콜을 요구하는 소비자, 자동차의 품질이 떨어져 팔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현지 딜러들이었다. 회장은 국내로 복귀하자마자 ‘J.D.파워’에 품질 관련한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했으며, J.D.파워는 당시 그 기업에 몇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협력업체 품질관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후로 최고경영자는 “자동차는 2만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만큼 부품의 품질이 자동차 성능과 직결된다.” “자동차의 품질 경쟁력은 완성차업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해 왔으며, 회사는 품질 향상에 대한 부품 협력업체의 인식을 높이고 품질 우수업체를 평가하기 위해 2002년 협력업체들에 대한 품질등급 평가제도(‘협력업체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품생품사(品生品死)’. 품질에 살고 품질에 죽겠다는 최고경영자의 단호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 5위 수준의 자동차메이커로 올라서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4일 국내 방산 대기업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정책수행기관과 ‘상생형 생산성경영체제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20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전문가의 현장 진단을 통해 도출된 과제를 생산성경영체제(PMS)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개선활동을 추진키로 한 것은 K-방산에의 ‘협력업체 평가제도’ 도입의 시작으로서 국내 방위산업의 발전적 생태계 구축에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첫 걸음이 시작된 것이라 생각된다. 협력업체 평가제도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20년 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산업 강대국으로 발전시킨 것처럼, 앞으로 ‘상생형PMS제도’가 활성화되어 체계기업과 정부가 합동하여 방산 중소기업들에 대한 기술, 자금, 장기적인 구매계약 등의 지원을 통해 지속발전 가능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이를 통해 상생형PMS제도가 현재 세계 9위의 K-방산을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 방위산업 국가와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까지 발전시켜가는 중요한 인프라로 역할 할 것이라 기대한다. 오형술 강원대 교수(차세대방위산업포럼 공동대표)

2022.08.16 13:53

3분 소요
당분간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 맥짚기]

증권 일반

코스피가 반등했다. 미국시장이 추가 하락하지 않고 상승으로 방향을 튼 덕분이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주가를 끌어 올린 역할을 담당했다. 2분기 동안 넷플릭스 가입자가 97만명 줄었다. 당초 회사가 예상했던 200만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실적이 괜찮게 나오자 주가가 단기에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넷플릭스 주가는 605달러로 시작했다. 5월에 한때 162달러까지 떨어졌으니까 넉 달 사이에 73% 하락했다. 단기에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힘을 얻으면서 일주일 사이에 주가가 27%나 올랐다. 상승은 넷플릭스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상승이 주춤해지자 테슬라가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넷플릭스만큼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성장성 대비 가격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17% 상승했다. 반등은 하락이 컸던 부분을 메우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경험치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국내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주가가 7월 초에 기록한 저점에서 10% 넘게 상승했다.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상승을 간접 지원했지만, 더 큰 역할을 한 건 주가다. 6월에 삼성전자 주가가 다른 대형주보다 더 떨어졌는데, 그 역작용으로 반등이 크게 일어났다. ━ 2분기 기업실적의 역할은 제한적 주가가 바닥을 만들고 반등할 때, 첫 번째 상승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기업 내용인데, 가장 좋은 기업군에 속한 회사여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에는 온갖 부정적 전망이 난무한다. 괜찮은 기업이라 평가받던 곳도 곧 무너지지 않을까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반등은 가장 좋고 믿을만한 기업으로부터 시작된다. 회사가 문을 닫을 위험이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라도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첫 번째 반등 주자가 됐다. 다른 하나는 주가다. 직전에 하락이 크면 클수록 반등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두려워서 가격이 떨어져도 매수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주가가 바닥에 도달한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낮은 가격이 눈길을 끌면서 매수가 시작되고 하락이 컸던 만큼 반등도 커진다. 넷플릭스가 그 경우였고, 삼성전자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했다. 삼성전자 반등이 끝나면 다음은 어떤 종목이 시장을 주도할까. 똑같이 믿을 수 있고, 주가 하락이 큰 종목이 선택될 것이다. 최근 네이버와 일부 게임주 주가가 상승했다. 모두 상반기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코스피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하락이 크지 않았던 종목은 상승이 약해졌다. 조선주와 자동차가 그에 해당한다. 자동차는 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작다. 실적이 개선될 거란 기대로 시장이 약할 때 다른 종목보다 주가가 좋았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다른 종목보다 상승이 약해진 것이다. 가격 메리트가 없어서다. 이 과정을 거쳐 대형주 반등이 마무리되면 시장의 힘이 중소형주로 이동한다. 시장이 더는 나빠지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기면 중소형주의 가격이 낮다는 사실이 다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반등이 마무리된다. 이번 주가 반등은 2분기 실적 발표와 맞물려 있어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다. 속속 발표되는 결과를 보면 상반기 실적이 생각보다 좋을 것 같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고, 자동차 회사들도 지난해보다 50% 넘게 이익이 증가했다. 미국기업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기업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은 건 전망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 전망이 바뀐다.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주가가 하락하는 걸 보니 이익이 줄어든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6월에 집중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경우에는 실적 하향 정도가 더 심하다. 지금은 2분기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실적이 나빠질 때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지 않았다. 기업실적은 경기보다 더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기업실적이 나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 잡아도 다음 분기에나 이익이 줄어들 텐데 2분기는 공백 상태다. 낮은 주가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은 지지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양호한 실적이 주가 하락을 막기 때문이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이익이 좋아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도록 막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이익이 좋게 나와도 주가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발표된 실적은 좋아도 앞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면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상승률 높아 주가 반등의 강도가 미국시장보다 약했다. 6월에 우리 시장이 주요국 중 하락이 가장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반등 초반의 기세가 전체 반등의 폭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번 반등은 앞으로 박스권이 어느 범위에서 만들어질지를 결정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박스권이란 중간과정 없이 주가가 바로 상승하려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재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 당초 예상은 코스피가 2600까지 반등한 후 이를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이 만들어질 거로 봤는데 힘들 것 같다. 시장의 힘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등 변화가 예상되지만 그렇더라도 주가가 다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6월 하락 때 악재의 상당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등의 힘이 약한 만큼 대형주 상승이 크지 않을 거로 예상된다. 하락한 부분 중 일부를 메우는 형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오르는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대신 중소형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삼성전자 상승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눈길을 끌었지만, 실제 상승은 코스닥이 더 컸다. 코스피가 7월 6일 저점 이후 4.4%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9.3% 올라 두 배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에 힘이 더 실리는 건 지금 시장 에너지가 규모가 큰 기업을 끌고 갈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재가 몰려나오듯 호재도 몰려나온다. 실제로 특정 시기에 호재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에 같이 있는 호재와 악재 중에서 주가에 따라 관심을 받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호재의 반영도가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며칠 전까지 주가를 끌어내렸던 요인이 힘을 잃지 않고 버티고 있다. 언제든지 다시 시장에 등장할 수 있는데 그러면 주가가 다시 반락할 수도 있다. 지금은 길게 보고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수든 매도든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를 따라다니다가 투자가 끝날 수도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2.07.28 07:00

5분 소요
역사적 환율 변화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는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의 암울한 환경을 생각하며 당시를 회상해 본다.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는 강대국 패권경쟁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국이 소련에 대해 취한 저유가 정책으로 국제유가는 1980년 36불에서 1986년 13불까지 폭락한다. 지금 상황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당시 우리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국제적 요인을 더 꼽자면 저금리 추세였다. 세계 각국 정부는 2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침체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경쟁적으로 실시했다. 금리가 낮아지자 기업이 투자와 생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가계 부채 부담도 낮아져 더 많이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어 돈이 시장에 많이 돌았다. 소위 80년 중반 3저 호황’을 이루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연평균 10% 이상 급속히 성장하는 기회를 만든 남은 요인은‘저달러’였다. 지금은 유로에 대해서도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가 20년 만의 최고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7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려 2.25%가 되었다. 1980년대 역사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당시 저 달러의 배경에는 플라자 합의가 있었다. 서울 시청역 근처에 더 플라자 호텔이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도 플라자 호텔이 있다. 두 호텔을 바라보면, 저마다의 추억은 다를 수 있겠다. 맨해튼 플라자 호텔을 지나는 나이든 일본인은 역사적인 플라자 합의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프랑스·서독·일본·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발표한 환율에 관한 합의다.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심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0년대 말기 달러 위기의 재발을 두려워한 선진국들이 달러화 평가절하라는 합의에 이르게 된다. 1980년부터 1985년 사이 미국 달러가 일본 엔,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 대비 약 50% 평가 절상된 상황도 고려되었다. ━ 엔고 불황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주식 가격 폭등 플라자 합의 후 미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는 상승했다. 발표 다음날 달러화 환율은 1달러 = 235엔에서 약 20엔이 하락했다. 1년 후에는 달러 가치가 거의 반이나 떨어져 120엔 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의 정책에 따른 환율 변화도 한 몫 했다. 미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리 완화로 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과 달러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했다. 결국 달러가치 하락은 플라자 합의 외에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정책조합의 결과물이었다. 혹자는 플라자 합의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무시한 처사다. 플라자 합의로 일본에서 ‘엔고 불황’ 발생 우려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정부의 정책 실패였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5%로 동결시켰고, 무담보 콜금리는 6%미만에서 8%로 올렸다. 이후 엔고에 의한 불황의 발생 우려가 현실화되자 저금리 정책이 실시되고 부동산과 주식 가격 급상승으로 거품 경제 가열이 초래됐다. 엔고로 반값이 된 미국 자산 구입, 해외여행 붐, 자금이 싼 나라로의 공장 이전 등이 이어지고, 1990년 자산가격 버블이 터졌다. 리처드 쿠의 저서‘대침체의 교훈’을 인용하면 1990년 버블붕괴 후 날아가 버린 자산가치가 1,500조 엔으로 이는 당시 일본의 3년치 국내총생산(GDP) 규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거대한 버블과 일본정부의 잘못된 정책대응을 꼽는다. 일본정부는 거품 붕괴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사태를 낙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1997년 소비세 인상이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시 금리 인상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통화가치 상승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책대응이다. ━ 미국에 동조할까 독립 운용할까, 한국 통화정책 향방 역플라자 합의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1995년 4월 엔-달러 환율 80엔이 무너지자 선진 7개국(G7)은 달러가치 부양에 합의했다. 계속된 달러 약세에도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줄지 않아, 경상수지 균형 목표를 포기하고,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정책을 취한다. 그 후 약 달러는 강 달러로 바뀌고 후폭풍이 이어졌다. 타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속 하락하고 있다. 그렇게 경제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엔저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아직은 기존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7~8월 정책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통화가치의 향방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정책대응이다. 대내외 환경과 금융불안 요인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핵심이지만 합의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제 환율은 플라자 합의처럼 인위적인 합의로 조정이 되지 않고 경제 펀더멘탈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 혹자는 자본자유화도 중요하나 자본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국제사회가 인식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이다. 7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기조에 맞춰 한국도 통화정책을 사상 처음 빅스텝으로 조정했다. 한국의 거시경제 여건을 우선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게 금리를 운용한 것이리라 믿는다. 일부에서는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정책보다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따라 운용하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효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가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나 한·미 간 금리 격차만으로 금리 인상폭을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의 묘수를 찾는 해법은 단기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해결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

2022.07.13 14:20

4분 소요
[이슈] 中 왕이 국무위원, 韓 박진 외교장관 만나

차이나 포커스

(인도네시아 발리=신화통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7일(현지시간)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왕 국무위원은 중∙한 양국 정상 간 통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양자 관계가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넘기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한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관계가 중요한 발전 기회를 맞이함과 동시에 일부 현실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한 관계를 수호하고 잘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반대의 경우 양국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는 지난 30년 동안 양국 관계가 계속 발전해 온 성공적 경험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박 장관은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이정표적인 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고 통화를 한 데 이어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시킨 것에 대해 한국 측은 중국 측이 양국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박 장관은 이어 한국 측은 상호 존중과 신뢰가 양국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산적이고 택적이장(山積而高 澤積而長·산은 흙이 쌓여야 높아지고 못의 물은 모여야 멀리 흐른다)' 정신에 입각해 중국과 평등협력∙호혜상생의 동반자가 돼 각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가시적 성과를 더 많이 거둘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양측은 교류와 소통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연내 양국 외교장관 상호 방문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또한 양측은 양국의 무역액이 안정적으로 증가해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추진해 더 높은 수준의 상호 개방을 실현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이테크∙기후변화∙생태환경보호∙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고 공급∙산업사슬의 안정과 원활을 보장하기로 했다.양측은 인문, 특히 청소년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이해를 높이며 녹색통로(패스트트랙)를 잘 활용하고 항공편을 순차적으로 늘려 인적 교류 편리화를 실현하는 데 동의했다.더불어 양측은 지역 안보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왕이 국무위원은 일방적인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강권적 권력 남용에 직면해 국제사회는 평화∙발전∙공평∙정의∙민주∙자유라는 전 인류의 공동 가치를 고수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 유엔(UN)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 국제법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냉전 사고가 이 지역에 되살아나는 것을 막고 강대국 대결과 집단정치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07.08 17:15

2분 소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서 드러난 현대 군사·정치·경제적 지형 변동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워싱턴포스트(WP)는 3월 23일 ‘우크라이나, 러시아군의 치열한 공격을 방어하면서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탈환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자신들의 도시를 때리는 러시아군을 밀어내려고 시도’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맞는 24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뉴스다. ━ 러시아 막아낸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선 반격 시작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럽 정상들과 추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처음으로 유럽을 찾았다. 바이든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 정상들을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미군이나 나토 전력의 파병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와 물자, 자금 공급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만 전쟁을 멈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푸틴은 아직 물러설 기미가 없다. 미국과 서방의 고민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겐 피를 말리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WP와 NYT 보도는 현재의 군사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 두 기사를 종합하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를 계속 공격하고 있지만 뚜렷한 전과를 내기는커녕 일부에선 밀리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진격이 순조롭지 못한 러시아군이 무차별 포격과 폭격으로 시가지를 파괴하면서 민간인을 포함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군은 새로운 도시를 장악하기는커녕 일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받아 물러나는 일도 줄을 잇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2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탈환을 발표한 키이우 서부 마카리우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서부 지토미르와 리브네를 거쳐 서부의 거점 도시 리비우로 이어지는 E40 고속도로의 바로 북쪽에 있는 소도시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이 고속도로의 통행을 유지하면 수도 키이우와 서부 지역의 연결이 순조로워지며 이에 따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지원한 연료·탄약·무기·식량 등 각종 물자가 서부 리비우를 거쳐 키이우의 수도 방위선으로 순조롭게 육상 전달될 수 있다. 병참선 유지에 중요한 고속도로와 인근 도시를 점령해 수도 방어전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이 일시 점령했던 마카리우와 북서부의 다른 도시 모스천을 탈환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러시아의 동맹이나 다름없는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보급선이 지나는 곳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 작전이 지지부진한 것은 물론 보급선을 위협받으면서 반격을 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 키이우 주변뿐 아니라 지난 3월 3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로는 처음으로 러시아군이 입성한 남서부 헤르손에서도 이런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인공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헤르손 공항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헬기가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헤르손 서부의 미콜라이우 주는 서쪽으로 우크라이나 해상 물동량의 70%를 차지하는 오데사 항구가 있으며 서북부에는 원전 단지가 있다. 헤르손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그동안 공세의 수위를 높여왔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잘 방어했다는 평가다. 미국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22일 CNN에 “우크라이나군이 곳곳에서 가끔씩, 특히 남부 지역에서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 지역의 전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동북부 하르키우 인근의 소도시인 이지움에서 반격에 나섰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이 1만 명 전후의 인명 피해와 보급 등 문제로 전력의 90% 이하만 가동할 수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 기동력 키웠던 러시아군, 보급문제·전력분산으로 힘 빠져 이에 따라 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선 러시아군이 공세종말점(Culminating Point of the Offensive)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공세종말점은 카를 폰 크라우제비츠가 1832년 출간한 에서 제창한 개념으로 군대가 보급 문제, 적의 저항, 휴식과 정비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대를 가리키는 군사전략 용어다. 공격군은 공세종말점에 이르기 전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임무이며, 반대로 방어군에는 적이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공세종말점에 이르게 하는 것이 임무가 된다. 이는 공격을 할 경우 물적·심리적 소모로 인해 전과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격자의 전투력은 전투에 따른 병력과 장비의 소모, 병참선 유지와 방어에 대한 부담, 병참기지와 전투지역과의 거리 증가 등으로 인해 공격자의 유세가 정점에 이른 다음 차차 감소한다는 이야기다. 공세종말점이 지나면 방어 측이 우세해지면서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 지휘관이나 지도자가 이런 상황을 인지하면 협상 등 방식을 바꿔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거나 애초 목표를 수정하거나 타협할 수 있다. 러시아가 기세등등하게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래 의도와 상당히 벗어나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전 세계가 군사적·경제적·국제정치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군사적으론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정규전이 아닌 COIN(대반란전) 중심으로 진행돼온 기존의 군 개혁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량의 연료·탄약·식량의 지속적인 보급과 장비의 수리·정비가 필수적인 현재의 기갑·기계화 기동부대 중심의 편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체첸 전쟁의 교훈에 맞춰 대대적인 군 개혁으로 소규모 대대전술단(BTG) 중심으로 재편성한 러시아 지상군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 특유의 기동 위주 지상군 전술이 보급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 지상군이 엄청난 연료가 들 수밖에 없는 기갑·기계화 부대에 의존하면서도 보급을 경시한 게 과거 단기전, 소규모 전쟁 당시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에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평가도 있다. 침공에 나선 러시아군이 전력을 수도 키이우든, 서북부 하리키우든, 남부해안이든 한곳에 전력을 집중하고 상대를 이중·삼중으로 포위해 섬멸하는 전통적인 작전을 벌이지 않고 전력을 분산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전력을 분산하는 바람에 어느 한 군데에서도 시원하게 진격하거나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무력화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 대전차 미사일·드론 위력에 저무는 전차의 시대 사실 러시아군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당시 막강한 기갑전력을 키웠다. 2차대전 당시 초기엔 나치 독일에 밀렸던 소련군은 독일군의 전술을 보면서 그 교리를 상당히 흡수했다. 당시 독일군은 기갑부대·기계화보병·포병·공수부대에 지상근접지원 항공 전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기동성을 최대한 추구한 전격전을 실전에 적용했다. 특히 보병·전차·포병 전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높이면서 벌이는 보전포 합동 작전은 기동성과 화력의 극대화했다. 초기에 패주한 소련군은 이를 눈여겨보면서 실전에서 흡수했다. 소련군 특유의 종심작전이론을 발전시켜 전선의 적을 집중 공격해 돌파한 뒤 돌파부위를 늘리면서 적을 포위 섬멸하는 대규모 작전을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공업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갑전력이 지상군의 중심이 됐다. 냉전 당시에도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동맹의 군대는 대규모 기갑전력을 바탕으로 서방을 위협했다. 나토는 동독의 서남부 돌출부에서 주요 도시인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을 잇는 이른바 ‘풀다 간격’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기갑전력을 배치해야 했다. 소련군도 만일에 있을 서구 공격을 위해 동독 서남부에 대규모 기갑부대를 배치했다. 냉전 시절 동독에 소련군의 최정예 기갑부대가 배치됐다. 기갑부대의 전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면서 서방은 국방비를 줄이면서 전차를 대거 퇴역시켜 현재 영국·프랑스·독일 모두 각각 200대 남짓한 전차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3000여 대의 전차를 현역으로 운용하고 1만 대를 예비로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큰 비용이 드는 기갑전의 신화가 여전히 현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선 미국산 재벌린, 영국산 NLAW 등 경대전차무기(LAW)가 중장갑 기갑·기계화 부대를 저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규모 강철 군단이 굉음을 내면서 벌판을 가로지르며 진격하는 기갑전의 시대는 이제 강력한 대전차 미사일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전차를 위한 대규모 보급도 문제다. 죽기 살기로 병참에 매달렸던 대전 때가 아닌 평시에 이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드론 등 작은 디지털 기기가 대형·장갑·화력 무기를 제압하는 시대로 상황이 바뀌는 것도 사실이다. 2020년 9월~11월에 벌어졌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당시 전력이 비교적 약했던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이스라엘에서 들여온 드론을 바탕으로 아르메니아 기갑전력을 무너뜨리고 진격을 거듭했다. 당시 기존 전차에 대한 방호 강화 등 다양한 준비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보면 충분히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터키·이스라엘 등 드론 등 소형 전술 무기 강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전·사이버전·역선전전 등 다양한 전쟁 양상이 새롭게. 또는 강화돼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대국과 중간국가가 어느 정도 균형 유지하던 시대에서 백가제방의 각자도생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서유럽 ‘재무장’에 러시아, 에너지 대국 지위도 ‘흔들’ 냉전이 끝나고 군사비를 줄여온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이 새롭게 전력을 강화하는 것도 주목거리다. 냉전 당시의 강력한 군대로 돌아가느냐가 관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이 나토 가이드라인대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한 것도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서유럽 국가들은 GDP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면 방위비는 크게 늘 수밖에 없다. 독일(4조2301억 달러), 영국(3조1084억), 프랑스(2조9403억), 이탈리아(2조1203억) 등이 GDP의 2%를 계속 군사비로 지출하면 새로운 군비경쟁 촉발이 명약관화하다. 나토 회원국들은 F-35·F-22 등 초고가 전투기에 AI·로봇·극초음속·우주·안면인식 신기술을 군사에 적용하면서 대대적인 전력 업그레이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GDP가 1조6475억 수준인 러시아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군사대국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게다라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는 기존 에너지 대국의 지위도 위협받게 됐다. 유럽이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을 확대하고 석유·가스 대체 수입지를 찾아 나서면서 러시아 국가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분은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에너지 외에 별다른 수출 상품이 없는 내수 국가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대외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중국에도 부담이다. 중국의 시장은 서방에 있지, 러시아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의 흐름을 바꿀 기세다. 문제는 그런 변화가 러시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푸틴은 국가 전략적으로 자해한 셈이다. 군사·국제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세계는 새로운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2.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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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중화체전으로 만들었나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2월 4일 개막한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서 중국이 연일 거친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과 국제 사회에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4일 개막식에선 한복이 등장하며 한국, 특히 한국의 청년층과 문화충돌을 일으켰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8일 이를 지적하는 한국의 정치인과 언론에 ‘한복’이란 표현 대신 ‘조선족 의상’이란 표현을 쓰며 “조선족 의상은 한반도의 것이며 조선족의 것”이라며 “조선족의 감정을 존중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이 자랑스럽게 전 세계에 소개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확산해온 한복을 중국 55개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으로 치부한 것이다. 7일 쇼트트랙 경기에선 한국 선수가 줄지어 탈락하는 판정 논란이 벌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예선에서 1위에 오르지도 못한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올라 메달을 수확하는 수혜자가 됐다. 이는 불공정에 민감한 한국 청년세대를 분노하게 했다. 언론과 온라인 공간이 들끓었다. 급기야 대선전이 한창인 각 당의 대선후보들까지 나서서 비판 발언과 성명을 내고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했다.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의 ‘중화 체전’ 행사가 됐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 2008년과 사뭇 다른 2022년 베이징 올림픽 풍경 도대체 중국은 전 세계 91개국에서 손님을 불러놓고 겨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중국의 눈에는 중국만 보이는 것일까. 주목할 점은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2008년 여름 올림픽에선 획일성 등 일부 지적에도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모토와 어울리게 국제 협력을 추구하는 글로벌 제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 올림픽에선 ‘함께 미래로’라는 모토가 무색하게 일방적인 ‘중화 올림픽’의 분위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모토에서 말한 ‘함께’라는 말은 빛을 잃었으며, ‘미래’라는 단어도 중국이 강대국으로 자리 잡는 미래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번 올림픽과 관련해 중국이 보여준 중화지상주의, 국수주의, 실적 제일주의는 우려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1월 25일 중국 선수단 출정식에서 나온 “지도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목숨을 걸자. 일등을 다투고 패배는 인정하지 않는다. 총서기와 함께 미래로 가자”란 구호는 듣는 이가 섬뜩할 정도다. 올림픽을 중국 애국주의를 드높이는 ‘중화 체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넘친다. 그야말로 공세적 중화 민족주의다. 최대의 메달을 얻어 실적으로 전 세계에 중국의 성취를 보여주겠다는 실적주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화·국적 차이를 넘어서고 공정 경쟁으로 우정·연대감을 드높여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한다는 국제 올림픽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무조건 승리를 차지해 지도자에 보답하자는 목소리만 높다. 이런 베이징 올림픽에서 축제나 화합이란 올림픽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 평화공존 5항 원칙, 도광양회 대체한 시진핑의 중국몽 도대체 중국은 왜 이러는 것일까.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 성화 봉송과 컬링 예선이 시작된 2월 2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보면 실마리가 드러난다. 인민일보는 이날 1면 기사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겨울 올림픽으로 가는 길을 인도했다”고 이번 올림픽을 그의 업적으로 칭송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국공산당(중공‧中共)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중국공산당과 중국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각각 맡고 있다. 당직인 중공 총서기와 중공 중앙군사위 주석은 2012년 11월 15일부터, 국가직인 국가주석과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은 2013년 3월 14일부터 각각 맡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공세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자국에서는 강력한 홍색 통제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에 중국의 이익과 가치관, 규범을 강요하며 거친 모습을 보인다. 중국은 1954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겸 외교부장이 인도와 외교 관계 수립을 계기로 ‘평화적 공존, 호혜적 상호협력, 상대방의 주권과 영토 존중, 내정 불간섭, 상호 불가침’이라는 ‘평화공존 5항 원칙’을 수립해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강대국과는 다른 모습으로 비동맹 세계를 이끄는 주도국이 되겠다는 의지였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제국주의의 피해자이지 제국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했던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년) 시절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앞세워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려왔다. 함부로 발톱을 드러내 외국의 견제를 부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다. 덩샤오핑은 박태준 당시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기업인에게 경제발전과 관련해 한 수라도 배우려고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대의 중국은 이런 전통적인 기조에서 벗어나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며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저우언라이의 평화공존 5항 원칙이나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는 역사적 유물이 되어갔다. 대신 시 주석의 중국몽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중국몽은 모호한 단어지만 크게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전 세계를 주도하는 세력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동안 중국 당국이 발표하거나 지도자들과 당국자들이 언급했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중국은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 사회를 이룬다는 목표를 추구해왔다. 샤오캉 사회는 큰 걱정 없이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회를 뜻한다.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년을 맞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을 목표로 삼고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로 늘리는 목표를 앞세웠다. 하지만 2020년 중국의 양회 폐막식 연설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에서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7만원)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월세를 내기에도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경기 부진,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제 성장이 더뎌진 데다 코로나19까지 타격을 주는 바람에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 선방한 것은 사실이다. 이와 함께 군사력 분야에서는 인민해방군의 기계화‧정보화를 이루고 전략적 능력 부문에서 중대한 진척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이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 또 군사이론과 조직형태, 군사인력, 무기‧장비를 현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상당 부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항공모함을 2척 운용하고 있으며, 추가로 건조하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는 등 항공과 미사일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실전 능력이 없이 중국군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 외형적으로는 중국의 군사력 성장은 전 세계의 경계심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 다음 단계로 2020~2035년은 샤오캉 사회를 기반으로 사회주의의 현대화를 이룬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개혁‧개방을 시장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수정해 공산당이 기업보다 우위에서 지도하고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최근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에 대한 압박에서 보듯 공산당이 당원인 홍색 자본가라고 할지라도 기업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그 하나로 볼 수 있다. 군사 부문에서도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 기본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세계 패권국 노리는 중국의 민낯 미리 본 올림픽 중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는 것으로 설정한 해는 신중국 수립 100년을 맞는 2049년이다. 이를 위해 2035~2050년 사회주의 강국과 세계 일류의 군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외적으로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 면에서 세계 최선두 국가를 실현한다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야심 찬 목표다. 지난해 중국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으면서 시 주석과 공산당은 더욱 강력하게 당 중심, 지도자 중심의 중국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비난이 쏟아지자 전례 없이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대외정책으로 전 세계와 충돌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폐쇄적인 중화 제일주의와 공세적인 대국주의로 국내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한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와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과 파열음을 일으켜 왔다. 중국 내에선 민주주의를 외치는 홍콩 주민을 핍박해 ‘홍콩은 홍콩인이 통치한다’는 항인치항(港人治港)의 원칙을 친중 세력이 관리하는 ‘홍인치항(紅人治港)’으로 바꿔놓았다. 한족과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신장위구르의 무슬림(이슬람신자)에 대한 인권탄압 논란을 빚었고, 대만도 군사적·경제적으로 압박해 왔다. 중국은 남방의 아세안 국가들과는 해양 영유권 분쟁을 일으켜 왔다. 1978년 개혁·개방 이래 국력을 기른 중국이 국내에선 획일적인 통치체계를 갖추고, 다른 나라는 기세등등하게 몰아치는 돌돌핍인(咄咄逼人)에 나선 셈이다. 19세기 서세동점의 시대에 서양 제국주의 세력의 침탈을 받던 중국이 국력을 회복하자 오히려 전 세계를 거칠게 핍박하는 근육질 국가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미국·유럽 등 서방이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는 이유다. 그 결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진영은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되 고위 정치인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으로 중국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이 충성 경쟁이다. 올 하반기 중국공산당은 제20차 전국 대표대회(약칭 20대·二十大)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정한다. 이미 4년 전 개헌으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앤 시 주석은 20대에서 3연임을 노린다. 미·중 패권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 국가가 되는 임무를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할 전망이다. 시 주석의 권력이 장기화‧공고화해질 것이 확실해지고 베이징 올림픽이 ‘중화 올림픽’ 성격을 띠면서 중국 각계각층에서 과잉 충성 경쟁에 휩싸였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은 중국이 종합 국력과 국제영향력 면에서 세계 최선두에 올랐을 때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쇼케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보는 중국의 민낯이다. 사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커졌음에도 과도한 자국중심주의로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지 못하고 경계와 대상이 되어왔다. 민주주의나 인권·관용·포용·다양성 등 보편적인 가치를 서구식이라고 일축해왔다. 그 대신 돈을 앞세운 은탄(銀彈) 외교와 군사력과 거친 입을 앞세운 ‘전낭(戰狼) 외교’ 또는 ‘늑대 외교’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중국은 ‘제 할 일은 주도적으로 한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을 넘어서서 코로나19 시대를 전후해 무력과 독설, 그리고 보복을 앞세운 ‘전낭(戰狼) 외교’를 앞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낭(영화 제목은 전랑)은 중국이 인민해방군 홍보를 위해 만든 애국주의 액션 영화 제목이다. 중국 준군사조직인 인민무장경찰부대(武警) 출신의 주인공이 2015년 개봉한 1편에선 미국 네이비실 출신의 악당들을, 2017년 나온 2편에선 유엔도 포기하고 미군도 철수한 아프리카에서 납치범을 각각 물리치는 내용이다. 이 영화들에서 중국과 주인공은 의지와 용기, 그리고 첨단 무기로 세계를 구하는 ‘21세기 카우보이’로 등장한다. 전낭은 영어로 ‘울프 워리어(Wolf Warrior)’로 쓰며 ‘늑대 전사’로 옮길 수 있다. 이처럼 시 주석 시대 중국의 외교는 국제관계를 철저하게 힘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현실주의적 시각이 바탕이 되고 있다. 그 기저에는 과거 중국이 서구 제국주의에 당했던 것은 우월한 문화나 의지가 있었음에도 힘이 없어서였다는 ‘황비홍’ 영화식 역사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럴수록 중국을 더욱 경계할 수밖에 없다. 국제질서는 국력의 순위와 압박의 강도로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우리가 사는 21세기의 국제 상황을 분명히 보여준다. 두려울 수밖에 없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2.0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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