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33

쿠팡도 가세, CJ올리브영 ‘독점거래 의혹’ 재점화…주요 쟁점은

유통

헬스앤뷰티(H&B) 시장 강자로 통하는 CJ올리브영의 ‘독점거래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CJ올리브영의 독점거래 의혹을 조사 중인 가운데,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신고하면서다.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관전 포인트는 쿠팡의 이번 신고가 CJ올리브영에 대한 공정위의 기존 조사에 변수로 작용하느냐다. CJ올리브영을 H&B 분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판단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쿠팡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민감한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쿠팡vs올리브영, '납품업체 갑질' 여부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4일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 측은 “올리브영이 쿠팡에 납품을 막기 위해 중소 온라인 화장품 업체를 대상으로 ‘갑질’을 해왔다”며 올리브영이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리브영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80%가 국내 중소 납품업체에서 수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CJ올리브영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CJ올리브영 측은 “CJ올리브영은 쿠팡을 포함, 어떤 유통 채널에도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정위 신고가 접수된 만큼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공정위는 2021년 4월부터 올리브영이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의 ‘롭스’ 등 경쟁업체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내달 중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 유력시된다. 조사의 핵심은 CJ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것인지다. 공정거래법상 같은 갑질 행위라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는 더 무거운 제재를 가한다. 다만 CJ올리브영 측은 화장품 유통채널은 온·오프라인 등 다양하게 존재하고 단순히 H&B로 시장을 획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시장지배자’가 아닌 ‘경쟁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71.3%에 달한다. 그러나 시장 영역을 온라인으로까지 확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온·오프라인을 합쳤을 때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 지배적 지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올리브영, H&B 시장 지배적 사업자냐 vs 아니냐과징금 문제도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되면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매출(2조 7800억원)의 6%를 계산하면 16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시장 지배적 지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최대 5억원의 과징금에 그치게 된다. 일각에선 이번 저격은 쿠팡의 ‘뷰티 사업’ 확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이달 출범한 ‘로켓럭셔리’ 전문관을 론칭했고,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와 함께 만든 단독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뷰티 제품은 구매 주기가 빠른 데다 일반 신선식품 등보다 단가가 높아 마진이 높다. CJ올리브영은 2021년부터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선보이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올 1분기 기준 온라인 판매 비중은 약 30%에 이르게 됐다. 여기에 최근엔 사업 목적에 통신판매목적업을 추가해 쿠팡, 네이버처럼 오픈마켓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었던 쿠팡이 공정위 신고라는 강수를 두며 CJ올리브영 견제에 나선 것이다. 계속된 햇반 갈등 속, 쿠팡-CJ 갈등 확전 가능성쿠팡과 CJ그룹 사이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납품가 갈등을 이어오다 최근 전면전을 시작한 제일제당과의 싸움을 CJ그룹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제일제당은 컬리와 손잡고 ‘햇반-골든퀸쌀밥’을 출시하는 등 ‘반(反)쿠팡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 작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제당과의 사태에 이어 CJ올리브영를 향한 공정위 신고까지 더해지며 CJ 전체 싸움이라고 보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이는 무관해보인다”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CJ올리브영에 이어 CJ대한통운 저격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쿠팡은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자체 물류를 해소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쿠팡의 신고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납품가 갈등으로 일명 햇반 싸움을 하고 있는 쿠팡과 CJ제일제당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라며 “쿠팡과 CJ그룹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쿠팡의 공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2023.07.29 09:00

4분 소요
종합 환경솔루션그룹 꿈 눈앞에 둔 에코프로 [이철현의 한국 친환경산업 10대장②]

산업 일반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비즈니스 세계 최고의 복수극 하나로 좁혀진다. 경쟁업체 견제 탓에 망할 뻔하다 가까스로 재기에 성공, 성장을 거듭해 경쟁자를 따돌리는 스토리.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최근 극적인 복수를 이뤄냈다. 절치부심 끝에 일본 경쟁업체를 따돌렸다. 일본 경쟁업체의 견제 탓에 좌절을 겪으며 지난 10년간 악전고투하다 시장 경쟁에서 경쟁업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이동채 회장은 지난 2009년 2차 전지 양극활 물질 전구체를 개발했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소재를 국산화했다. 창업 이래 10년간 전력투구해 겨우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500억원을 쏟아부어 설비투자를 늘렸다. 그리고 악몽이 펼쳐졌다. 전구체 시장을 거의 독점한 일본 업계가 새로운 경쟁자 출현을 좌시하지 않았다. 제품 값을 턱없이 낮췄고, 고객사들은 납품 단가를 내려달라 요구했다.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제품 가격이 폭락하자 설비를 돌릴수록 손실이 커져갔다. 이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전구체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 전구체 부문은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 전구체 위기 빠지자 양극재 고도화 전환 이 회장은 전구체를 포기하고 양극재 고도화에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다행히 양극재 사업은 차량용 2차 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폭풍 성장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국내 2차 전지 업체와 소니, 무라타 등 일본 전자업체로부터 주문이 쏟아졌다. 이 회장은 2016년 5월 지주회사격인 에코프로에서 양극재 사업부문을 떼어내 2차 전지 양극재 전문업체 에코프로비엠을 출범시켰다. 분할 당시 매출은 1700억원에 불과했지만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8547억원로 덩치를 키웠다. 올해는 매출 1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넘본다. 하이니컬계(니켈 비중 80% 이상) 양극활 물질을 생산해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이면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것이 주효했다. 양극재 핵심 원료는 리튬, 니켈, 코발트다. 정치 경제 등 온갖 이슈에 따라 원료 가격이 크게 변동해 사업 안정성을 해쳤다. 특히 코발트 값이 지난 2~3년간 크게 오르고 수급도 불안정한 점은 리튬이온전지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에코프로비엠은 코발트 대신 니켈 함량을 90%까지 늘리는 하이니켈 양극소재를 개발했다. 하이니켈 소재는 배터리 출력과 용량을 강화해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기차 성능도 크게 개선한다. 이 회장은 하이니컬계 양극재로 시작한 사업 성장에 다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앞으로 3년간 1조7000억원을 투자, 경북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수산화리튬부터 전구체, 양극재, 산소·질소, 리사이클링까지 2차 전지 양극재 전주기를 아우르는 종합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2023년 종합단지가 완공되면 에코프로비엠은 연간 생산능력 17만6000t을 가진 세계 1위 양극재 업체로 올라선다. 양극재 시장의 절대강자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을 제치는 것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복수극이 완성되는 순간이 될 전망이다. 가속은 계속된다. 이 회장은 포기했던 전구체 사업도 재개했다. 계열사 에코프로지이엠이 연산 2만4000t 규모 전구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추가로 연산 2만6000t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또 다른 에코프로씨엔지는 폐배터리에서 재활용 금속을 수거한다. 에코프로에이피가 고순도 산소와 질소를,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양극재 가치사슬을 수직계열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수직계열화는 회사가 얻는 부가가치를 키운다. 얼마 전까지 양극재 1㎏ 판매가 20달러 중 6달러만 남고 14달러는 중국과 일본 업체가 가져갔다. 이제는 13달러를 남길 수 있다. 이 회장은 은행원 출신이다. 대구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원으로 일했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야간 대학을 다녀 영남대 경영학 학사를 취득했다. 14년가량을 은행원으로 살았다. 삶의 변곡점은 1997년 12월이었다. 일본 교토에서 날아든 뉴스 하나가 이 회장의 창업 열망에 불을 지폈다. 유엔 당사국 총회가 1997년 12월 교토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선진국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규정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이 회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테니 차량용 배터리 소재를 만들면 유망하리라 판단했다. 이듬해 여직원 1명 채용하고 친환경 업체 에코프로를 창업했다. 보유 현금과 은행 대출까지 끌어들여 양극재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당시 양극재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만만치 않았다. 10년간 고생한 끝에 나노입자 제어와 금속 조성 조정 등 고난이도 기술을 독자 개발했고, 자사 제품 ‘온실가스 PFC솔루션’을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이 회장의 판단은 맞아 떨어졌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2차 전지(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량이다. 2차 전지 제조원가의 37~40%는 양극재 몫이다. 양극재가 2차 전지 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차 전지 업체들이 폴크스바겐이나 테슬라 같은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 탓에 불안하지만, 이 회장은 오히려 기회로 본다. 완성차업체가 배터리를 내재화해도 양극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양극재 수요량은 2020년의 6배까지 늘어난 275만t에 이른다. 지난 5월 28일 이 회장은 새 도전에 나섰다. 에코프로 환경사업부서를 떼어내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상장했다. 이 회사는 종합 친환경솔루션 업체로 주목받는다. 국내에서 드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주요 사업부문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케미컬 필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솔루션, 조선·자동차 생산공정에서 생기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를 줄이는 솔루션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톨루엔, 벤젠 같은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석유화학, 정유, 도장 공장, 자동차 배기가스, 페인트, 접착제, 주유소 등에서 생겨 악취가 난다. 일부는 발암물질로 지정될 만큼 인체에 해롭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오존과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이기도 하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마이크로 웨이브를 사용해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없애 경쟁업체의 열처리 설비보다 에너지 효율이 30% 이상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 중국발 위기 커지자, 미국발 호재 등장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에코프로는 성장했다. 유일한 위협은 중국이다. 중국 업체들이 2차 전지 소재 시장으로 앞다퉈 진출하면서 저가 공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잃는 순간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양산 기술에서 앞선다고 판단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출력, 수명, 안정성 부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2차 전지의 소재 분야에 진출했다. 새로운 기회는 미국 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세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경쟁업체가 진출하기 힘들어 미국 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리라 전망한다. 기업 성장 못지않게 친환경 가치를 담고 달리는 그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sisaj@naver.com 이철현

2021.06.26 16:00

5분 소요
“완벽한 배팡”… ‘쿠팡이츠’ 따라쟁이 된 ‘배달의민족’

유통

‘배달 공룡’ 배달의민족(배민)에 때 아닌 ‘베끼기 꼬리표’가 붙었다. 배민이 최근 내놓은 ‘배민1’ 서비스가 주인공. 경쟁업체인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치타 배달) 서비스와 운영방식을 똑같이 표절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완벽한 배팡’ ‘쿠팡 따라쟁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나고 있다. ━ 후발주자 따라가는 ‘배달 앱’ 선두주자 지난 8일 출시된 배민1은 배달 기사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배민과 계약한 전업 라이더 혹은 배민커넥트(일반인 아르바이트 기사)가 배달 주문 한 건을 고객에게 곧바로 배달한다. 배민1 서비스는 이날 송파지역 첫 도입을 시작으로 서울,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문제는 해당 서비스가 업계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주 사업모델을 베꼈다는 지적이다. 단건 배달은 쿠팡이츠가 지난 2019년 서비스 출범 초기부터 고집스럽게 고수해 온 모델이다. 배민은 그동안 라이더가 2~5건의 주문을 배차받아 동선에 따라 묶음 배달하는 ‘배민 라이더스’를 운영해왔다.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음식이 식어서 오거나 다른 집 음식과 바뀌는 사고도 종종 발생했다. 배민 라이더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쌓여가는 사이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로 신뢰를 쌓아가며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사용자 수가 10배 이상 뛰었다. 최근에는 송파‧강남권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자, 업계 선두주자인 배민이 동일한 서비스를 내놓고 오히려 쿠팡 운영 방식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송파‧강남권에서는 이미 쿠팡이츠가 배민 점유율을 따라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시장을 장악해 온 배민 입장에서는 베끼기를 해서라도 정면 대결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 다음 베끼기는 ‘실시간 배달원 위치 파악’? 업계에선 배민1과 쿠팡이츠의 운영구조가 중개이용료(배민 12%, 쿠팡이츠 15%)를 제외하곤 모두 동일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문 건 당 카드수수료와 결제망 이용료(3%), 주문 건 당 배달비는 물론 프로모션 기간 도입한 중개이용료 1000원과 배달요금 5000원까지 모두 똑같다. 이뿐 아니다. 배민 측이 배민1 출시를 앞두고 적용한 배민 커넥트 앱 역시 쿠팡이츠의 배달파트너 서비스를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은 ‘지역별 배달현황 및 배달료 알림 기능’ 서비스를 지난 4월 15일 커넥트 앱에 도입했다. 그동안은 그날그날 시세표를 앱 공지를 통해 알리는 방식이었다. 새롭게 추가된 기능은 라이더들이 앱 지도 화면에서 현재 어느 지역의 배차확률이 높은지, 현재 시간대에 배달이 많이 발생하는 주문 밀집 지역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다. 지역별로 받을 수 있는 예상 배달료도 최소~최대치로 표시해준다. 이는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 앱에서 초기부터 제공하고 있는 단독 기능으로 라이더들 사이에서 효율성을 높이 평가받던 서비스다. 배민 커넥트 외 대표적인 배달 대행 앱에서도 이 같은 기능을 개발해 도입한 곳은 없었다. 배민 커넥트는 쿠팡이츠의 주요 기능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지도상에 지역별 주문현황을 보여주며 ‘많음’ ‘보통’으로 주문 상태를 표시해주거나, 지도상 배달이 몰리는 지역을 빨간색~붉은색으로 표기해주는 세부적인 기능까지 모두 똑같이 적용했다. 라이더들 사이에선 배민의 추후 업데이트 기능이 무엇인지 유추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쿠팡엔 있지만 배민엔 없는 기능 위주로 따져보면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배민 주문 앱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서울 전역에 맞춤 배달 예상시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역시 쿠팡이츠에 적용되던 기능. 쿠팡이츠는 모든 주문에 대해 배달 예상시간과 배달 중인 배달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일부 소비자들과 라이더들은 배민 주문앱의 다음 업데이트엔 고객이 라이더 위치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라이더는 “쿠팡이츠에서 추가 업데이트한 서비스를 일주일 뒤, 혹은 한 달 뒤 배민 측에서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며 “출혈경쟁이 심해질수록 개발자 영역인 앱 베끼기도 대범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상생 외치더니”… 배달 비용 수수료 높여 배민의 단건 배달 서비스 도입을 두고 일각에선 약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배민은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콘셉트로 성장하면서 수수료 정책에 특히 민감한 기업이다. 지난해 깃발꽂기가 문제 되면서 주문 건 당 수수료 5.8%를 부과하는 ‘오픈 서비스’를 계획했지만 점주들 반발에 밀려 정책을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배민의 수익구조는 여전히 광고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배민은 한 달 고정지출비를 내는 울트라콜이나 비공개 입찰로 진행되는 슈퍼리스트, 여기에 외부 결제 수수료 정도를 챙긴다. 배민1 도입은 쿠팡이츠에 대한 견제와 동시에 약한 수익구조를 플랫폼 수수료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수수료를 가장 크게 지적하던 배민이 결국 동일한 서비스와 수수료 정책을 편 것은 그동안의 수익에 대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라며 “프로모션 이벤트를 크게 하고 있지만 이후엔 제대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전략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물론 배달앱이란 게 서로 모방하며 새로운 것을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운영방식과 수수료율, 개발자들이 개발한 앱 기능까지 똑같은 데다, 배민이 갖는 상징성(혁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흐름을 바꾼 쿠팡이, 배달 시장에서도 단건 배달로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며 “배민은 ‘번쩍 배달’이라는 어설픈 단건 배달이 실패하자 뒤늦게 배민1을 대응책으로 내놨는데, 이미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타이틀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민 측은 ‘단건 배달’이라는 트렌드에 편승한 것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구조만 놓고 보면 (쿠팡이츠의 베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업에 대한 경험과 경쟁력이 많기 때문에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배민1은 중개 배달과 자체배달을 하는 2가지 모델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이라며 “단건 배달은 배달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장점이 있고 이 비용이 부담된다면 배민라이더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6.14 05:55

4분 소요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혁신으로 포장된 ‘수수료 사업’] ‘혁신 플랫폼’ 경쟁 사라지자 ‘통행세 부담’만 커졌다

산업 일반

규제 무풍지대 우려 vs 무분별한 정부 개입 지나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페이’로 불리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온라인 쇼핑 등 최근 급성장하는 사업을 설명할 때 ‘비대면, 혁신, 4차 산업’이 언급된다. 카카오와 네이버를 필두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 등이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사업의 진짜 공통점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Online platform business)라는 분석도 있다. 핵심 수익원은 ‘수수료’다.플랫폼 비즈니스는 특정 분야에서 사업자(공급자)가 네트워크·울타리를 구축해 여러 상점과 소비자의 연결을 도우면서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의 사업을 말한다. 백화점을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본다면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몇몇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면서 경쟁이 사라지고 이들이 제시하는 수수료가 통행세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사실상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서는 돈을 벌기 힘든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음식이나 제품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많은 이들이 “플랫폼 독과점과 수수료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많은 상점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주거나, 소비자에게 할인쿠폰 또는 배송료 인하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전한 시장경제에서는 이런 경쟁 덕분에 소비자가 질 좋은 상품을 싼 값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사라지면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 독과점 우려 커지는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이는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는 2015년 배달앱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였다. 먼저 승부수를 던진 쪽은 배민이었다. ‘바로결제 수수료’ 폐지 정책을 발표했다. 바로결제 수수료는 배민 이용자가 앱에서 결제할 때 점주들이 배민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이는 배민 전체 매출의 30% 수준에 달했는데, 이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광고료만 받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자 요기요는 “주문중개 수수료는 물론이고 외부결제 수수료까지 0%인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원하는 음식점 어느 곳이나 월 고정비만 부담하면, 결제방식이나 주문 수에 관계없이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하지만 지난해 12월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4월 배민은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던 선언을 파기하고 건당 5.8%의 정률제 수수료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당시 배민 측은 “주문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서비스 방식”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의 질타를 받자 수수료 사업을 백지화 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10년 가까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경쟁했는데, 경쟁이 사라지자 본전 생각이 났을 것”이라며 “독과점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 인수에 4조7000억원을 베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8월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수도권 2000개 외식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맹점 10곳 중 8곳(79.2%)은 “배달앱사에 지급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배달앱사에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수수료는 고객에게 배달료를 청구하거나 음식값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부담을 낮춘다”고 답했다. 이들은 배달앱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광고비·수수료 인하(78.6%), 광고비·수수료 산정 기준 및 상한제 도입(56.5%), 영세소상공인 우대 수수료율 마련(44.1%)이 필요하다고 했다.최근 쿠팡이츠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이를 반기는 음식점주는 많지 않다. 쿠팡이츠가 음식점주에게 받겠다고 제시한 수수료율이 결제 금액의 15%에 달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쿠팡이츠가 서비스 시작과 함께 주문 건수나 결제 금액에 관계없이 건당 수수료 1000원만 받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국은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금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쿠팡이츠가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높아지거나 딜리버리히어로처럼 경쟁업체를 인수하게 되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당초 제시했던 수수료율(15%)로 복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소상공인들은 수수료를 세금처럼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논란이 커지자 지자체들이 나서 ‘제로(0)’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공공배달 서비스를 내놓으며 배달앱 사업자를 견제하고 있다. 9월 16일에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배달조합 플랫폼 ‘제로배달 유니온’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합에는 띵동과 먹깨비, 부르심 제로(ZERO), 서울 애(愛)배달, 놀러와요 시장, 로마켓, 맘마먹자 등 7개가 참여했다. 수수료는 0~2%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군산의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도 낮은 수수료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광주시도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배민과 요기요가 장악한 배달앱 시장에서 공공배달앱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배달앱 서비스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는 익숙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굳어진 독과점 시장이 깨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간편결제 시장, 수수료는 제 맘대로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시장에서도 수수료 논란이 커지고 있다. PG사는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결제를 대행해주는 업체다. 온라인 쇼핑몰 등 가맹점과 은행· 카드사 간 전자결제 정보를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중간수수료를 취한다. 대표적인 게 ‘○○페이’로 불리는 서비스다.문제는 이들 PG사에 대한 수수료 규제가 다른 금융사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 결제 수수료 인하 및 면제 등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데, PG사는 전자금융거래법을 따르기 때문에 표준약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예를 들어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가맹점의 연 매출 규모에 따라 카드 수수료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신용카드 기준 수수료율 0.8%, 연 매출 3억에서 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에서 1.6% 수수료가 적용되는 식이다. 그런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는 카드 수수료를 2.2%까지 받고 있다. 연 매출이 3억원이 되지 않는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율 0.8%를 제외하면 네이버페이가 1.4%를 가져간다는 뜻이다. 권칠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네이버페이가 3년간 수수료로 1조1210억여원을 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이에 대해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9월 1일 “수수료에는 카드사 등에 지급해야 하는 결제수수료가 포함되어 있고 다른 PG(전자결제대행사)가 제공하지 않는 (네이버페이만의) 부가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수치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스마트스토어와 주문형페이의 경우 일반적인 PG사의 단순 결제대행 모델과 다르게 회원으로부터 주문서를 접수 및 관리하고 발송, 교환, 반품의 판매관리툴 제공, 배송 추적, 문의, 회원관리, 리뷰, 포인트적립, 고객센터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므로 동일 비교가 어렵다”고 했다.이 밖에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인앱 결제 시스템’ 강제 논란도 있다. 인앱 결제는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이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인데 사실상 통행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쿠팡·옥션 등 오픈마켓, 직방·다방 등 부동산 중개 앱을 비롯해 숙박업소 소개 앱 등 다양한 플랫폼도 수수료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공정거래 위해 규제 필요 vs 시장 자율에 맡겨야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우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다. 이성훈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 문제에 대해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머물러야지, 수수료율을 결정하거나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기업을 압박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도 했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플랫폼 없이 사업할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낸다면 소상공인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기업이 제품 가격에 붙이는 마진이나, 프리랜서의 몸값도 수수료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데, 정부가 나서 수수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따른다면 이런 작은 부분까지 개입해야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독과점 기업을 골라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지금은 독과점 기업으로 볼 수 있어도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 언제든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는 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2011년, 공정위는 국내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두 회사를 소유한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70%를 장악하는 공룡이 됐다. 지마켓과 옥션의 연간 거래액은 8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경쟁사들은 소비자들의 쏠림현상과 공룡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했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다.공정위는 “두 회사가 이미 모자관계로 결합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어 합병을 승인하더라도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엔에이치엔(NHN)의 오픈마켓 진출 선언과 11번가의 공세도 독과점 우려를 덜어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현재 공정위의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증명됐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등장으로 G마켓·옥션의 독점적 지위는 사라졌다. 이성훈 교수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고려할 때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혁신 기업이 기존의 공룡 기업을 대체한다”며 “만약 배민·요기요가 시장을 장악했다고 제 맘대로 수수료를 올려 소비자의 반감을 산다면 다른 기업이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사업에 뛰어들고 시장지배자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반면 독과점 기업의 수수료 정책을 시장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정희 교수는 “독과점 문제가 심화해 폐해가 나타나면 공정거래 측면에서 정부가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의 자율성은 보장해야 하지만 몇몇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공정거래를 위축시킨다면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다.2011년, 옥션과 G마켓의 합병을 승인했던 공정위는 앞서 대형 유통업체와 백화점의 독과점 문제가 논란이 되자 직접 나서 수수료를 낮추게 한 바 있다. ‘백화점 빅3’로 꼽히던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은 2010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돌았다. 2001년 기준 60%에서 10년 만에 20%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당시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백화점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확대되면서 수수료도 계속 올랐다”며 “업계는 단기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멀리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는 40% 이상 받았던 판매 수수료를 30%대로 낮추고 연 매출 10억원 미만 입점 기업에 수수료를 깎아주는 정책을 폈다.이정희 교수는 “새로운 산업, 혁신 서비스 기업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허락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장기 아이도 교육을 통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데 기업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올해 7월부터 ‘온라인플랫폼 투명성·공정성 규정’을 통해 플랫폼 업체가 검색 및 배열 순위의 투명성을 알리고 변수의 중요도도 공개하도록 했다. 또 내부 고충처리시스템을 둬 입점업체 및 사용자가 분쟁 해결 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우리나라 공정위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법)을 통해 플랫폼 업체의 갑질 방지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율을 정하는 직접적인 개입 대신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게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면 식당과 배달앱과 계약을 맺을 때 어떤 기준(수수료, 클릭 수, 댓글 수 등)에 따라 어떤 방식(상단·하단 등)으로 노출되는지 미리 알려야 한다. 노출 방식 변경에 대한 내용도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에 포함해 입점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배민의 일방적 수수료 정책 변경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0.09.27 09:23

8분 소요
실리콘밸리의 개천에선 용이 나오지 않는다

산업 일반

열심히 공부해 좋은 학교와 직장에 들어가 출세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과 멀어진 배경에는 노사관계 변화와 주주 자본주의가 있어 옛날 아메리칸 드림 스토리는 간단명료했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문을 갈고 닦은 뒤 직장을 얻어 버젓한 수입과 안정적인 급부(건강보험·연금 등)를 누린다는 내용이다. 한두 세대 전에는 수백~수천만 명이 실제로 그런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언론인 릭 워츠먼은 그런 꿈이 갈수록 현실과 멀어진다고 말한다. 노사관계가 급변하고 지역 공동체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보다 주주의 위상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인 워츠먼이 최근 ‘충성심의 종말, 미국 내 좋은 일자리의 부침(The End of Loyalty: The Rise and Fall of Good Jobs In America)’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IB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과거 대기업이 근로자와 퇴직자의 생계를 어떻게 책임졌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30~40년 동안 회사와 근로자의 기본적인 관계가 변해 다른 무엇보다도 주주수익과 기업이익을 우선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축약한 내용이다.20세기 중반 대기업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어떤 생활을 했는가? 그리고 오늘날과는 어떻게 다른가?그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면에서 오늘날과 크게 달랐다.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까지 포함해 오늘날보다 일자리가 훨씬 안정됐다. 급여가 지속적으로 인상됐고 제2차 세계대전 후 1940년대 중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계속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급부도 오름세를 보였다. 1940년대 후반에는 예컨대 기본 건강보험 수혜자가 전체 근로자의 15~20%로 상당히 적었지만 1970년대 초반에는 70% 이상으로 늘어났다. 당시에도 연금으로 불리는 제도가 있어 사람들이 은퇴 후 평생 동안 일정액의 소득을 보장받았다.그것은 여러모로 볼 때 노동자와 사용자 간 사회계약의 가장 완벽한 구현이었다. 노사간 평생에 걸친 상호 애정에의 기대가 그 토대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미국 노동력의 절반 정도가 확정급여 연금을 받게 됐다. 가계 소득 면에서 ‘미국 주식회사’는 기업이 실제로 근로자를 돌봐주는 일종의 민간복지체제였다.당시 기업 경영자가 단순히 더 착해서 근로자에게 더 나은 임금과 급부를 제공했는가, 아니면 수 세대 전에는 노조가 더 강력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는가?CEO가 더 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중대한 문화 요소가 있었다고 본다. 당시 미국 사회에 ‘나’보다 ‘우리’ 문화가 분명히 더 강했다. CEO도 단순히 주주 이익만 챙기지 않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고르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강조했다.당시에는 정말 윤리관이 달랐다. 이 같은 더 큰 사회적 규범이 기업문화에 반영되고 강화했다고 본다. 그것이 하나의 요소였지만 당신이 말한 노조 역할론도 옳다. 책 앞부분에서 나는 노동조합의 역할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책에선 전기 노조의 짐 캐리와 자동차 노조의 월터 루터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당신 말마따나 많은 보수와 급부가 종종 노조가 피를 뿌리는 힘든 노력과 투쟁을 통해 쟁취됐기 때문이다.여기에서 한 가지 교훈은 당시 그리고 그 이후 1950년대까지 노조가 충분한 견제력을 지녔다는 점이다(1950년대는 미국 민간부문 노동자의 약 25~35%가 노조에 소속됐다). 그에 따라 노조원에게 주는 혜택뿐 아니라 나머지 경제 분야에도 엄청난 낙수효과(spillover effect)를 가져올 수 있었다(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이 다수 발표됐다). 이들 대형 산업노조를 통해 교섭 테이블에서 쟁취한 성과로 다른 블루칼라 노동자의 급여와 급부도 따라 인상됐다.그리고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급부도 종종 노조가 쟁취하는 수준을 따라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노조는 사회계약을 형성하고 전체 근로자 복리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민간부문 노동자 중 노조 가입자 비율이 7%도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만한 견제력도 없고 따라서 모두의 복리 수준을 향상시키는 그런 낙수효과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포드 자동차 창업자 헨리 포드는 근로자를 우대해서 회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유명했다. 오늘날의 기업 이념은 그와 다른 듯하다. 언제 어떻게 그렇게 변했는가?헨리 포드가 직원 일당을 1달러에서 하루아침에 5달러로 인상한 일은 유명하다. 일정 부분 적어도 상징적으로는 그런 방법으로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발상이다. 놀랍게도 갑자기 근로자가 포드 차를 구입할 만한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1940년대~1950년대 나아가 1960년대까지 기업계 최고 경영진 사이에 그런 정서가 널리 퍼져 있었다. 나는 책에 찰리 윌슨 제너럴 일렉트릭 사장의 말을 인용했다. “내가 직원들에게 임금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우리 냉장고를 집에 들여 놓겠는가?”당시 경영자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살펴 보자. 하버드대학 경제학과의 래리 서머스 같은 학자는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구조적·만성적인 수요부진)에 관해 경고한다. 전체 노동력 중 80%의 임금이 수십 년 동안 정체되면서 경제 전반적으로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임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자의 호주머니에 돈을 넉넉히 챙겨주지 않아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따라서 거기에 진짜 걱정거리가 있다. 그때와 현재 사이의 대변천이 이뤄지는 동안에 실종된 것들이 사회계약을 바꿔놓은 온갖 요인들이라고 본다.자동화, 신기술, 세계화, 세계 각지 저임 경쟁업체들과의 무역, 고졸 이하 학력으로 맡을 수 있는 힘들고 위험하고 종종 더러운 블루칼라 노동에서의 탈피 흐름 등이 그 원인이다(그런 3D 일자리가 중류층으로 상승하는 발판이었다. 웬만큼 돈을 벌고 질병과 은퇴에 대비할 수 있었다). 일자리가 임시직을 비롯한 온갖 형태로 쪼개졌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대형 변수가 있었다.그러나 진짜 철학적인 변화는 앞서 말한 이해관계자 모델,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 균형에서 이탈한 것이었다. 주주 이익을 우선하게 되면서 근로자, 고객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가 외면당했다. CEO는 실제로 1970년대 중반까지는 이해관계자 모델을 공공연히 외치다가 1980년대 들어 흐름이 바뀌기 시작해 1990년대까지 이어지더니 그 뒤 가속도가 붙으면서 오늘날까지 강세가 계속된다. 지금은 오로지 주주가치 극대화만 추구하는 전혀 다른 모델이 득세했다. 기업은 공공연히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 그룹보다 투자자를 우선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되면 숫자만 모두 중요할 뿐이다. 근로자의 가치는 떨어진다. 지금까지 묘사한 변화를 재촉한 결정적인 순간과 사람들이 있었는가?몇 가지 있었다. 한 가지는 1970년대 초반 경기침체가 두 차례 잇따랐는데 당시의 경기침체로 미국 기업계의 약점이 많이 노출됐다는 사실이다. 고실업과 고물가의 믿기 어려운 이중고가 시작돼 상당히 오랜 기간 미국을 휩쓴 스태그플레이션의 시기였다. 미국 기업이 이젠 세계무대에서 예전처럼 지배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리라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그것이 분명 촉진제 역할을 했다. 1973년과 당시의 경기침체 그리고 생산 그리고 실질임금이 사상 최초로 감소하기 시작한 시기에 발생한 석유위기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또 다른 요인은 그에 따른 철학적 변화 측면의 두 가지였다. 유명한 시카고대학 경제학자였던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뉴욕타임스에 유명한 글을 기고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한 가지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것은 경영진이 주주의 대리인 역할을 맡아 그들의 지시에 따르고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가능한 한 많은 수익을 올리는 일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경영자가 하는 그 밖의 일(구체적으로 인력확충 노력의 예를 들었다)은 ‘순전한(pure and unadulterated, 기고문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사회주의라고 그는 덧붙였다.투자자와 기업 경영자는 프리드먼의 주장을 이론적 근거로 삼아 이해관계자 모델에서 이 같은 주주가치 극대화 모델로 이행하기 시작했다. 그 뒤 기업 진영에 선 다수의 학자 그룹이 그것을 이어받았다. 무엇보다도 1976년 당시 로체스터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젠슨과 윌리엄 메클링이 작성한 논문이 대표적이다. 젠슨은 경영자가 주주의 대리인이 돼야 한다는, 그것이 그들의 임무라는 대리인 이론의 최대 지지자가 됐다. 그가 하버드대학으로 옮겨 메클링과 함께 작성한 논문은 역대 가장 많이 인용된 경영 분야 학술 논문이 됐다. 이번에도 주주가치 극대화가 경영진의 책무라는 내용이 주제였다.신기술과 자동화는 어떤 역할을 했나?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사회계약을 어떻게 바꿔놓았나?나는 신기술을 두 가지 측면에서 본다. 한 가지는 자동화의 영향이다. 물론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진행돼온 과정이지만 여기서는 우리 주제와 관련된 부분만 이야기하자. 분명 1950년대 이후 1950년대 중후반께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회사들은 공장뿐 아니라 지원 업무까지 자동화를 진행하면서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들을 도입했다.미국에서 더는 제품이 생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광공업 생산은 실제로 1950년대보다 많다. 단지 필요한 인력이 훨씬 적어졌을 뿐이다. 인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농업환경의 변화와 비슷하다. 많은 식량이 생산됐지만 농민이 얼마나 되는가?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됐다. 그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사에 따르면 1950년대 생산에 1000명이 필요했던 일이 지금은 150~200명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필요인력이 갈수록 줄어든다. 1950년대의 공장 사진들을 보면 생산 노동자로 가득하다.그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 또한 그런 변화를 어느 정도 재촉했다. 운 좋게 좋은 교육을 받아 몇몇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면 지식 노동자가 돼 현 경제에서 대체로 제법 잘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가난한 이웃이나 저임 서비스 근로자를 위한 징검다리 일자리가 사라졌다. 경제학자들이 중간 계층의 공동화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를 말하는 것이다.다음으로 신기술의 또 다른 영향은 상당 부분 기업이 사실상 해외로 진출해 가장 저임의 노동시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한 학술서적들도 있다. 리처드 볼드윈은 저서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에서 그런 추세가 계속 가속화하며 많은 일을 대단히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세계 어디로든 눈깜짝할 새 정보를 전송하고 가장 인건비 낮은 곳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가 21세기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실리콘밸리는 내가 말하는 시대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쪽에는 지식근로자·코딩전문가·엔지니어·데이터전문가로 이뤄진 믿기 어려운 고액 연봉 일자리가 있다. 구글 직원의 삶은 달콤하다. 사무실에 푸스볼 테이블(손축구 게임기)이 있고 초밥 같은 음식이 무료 제공된다. 환상적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경제의 다른 구석에선 또 다른 근로자 계급이 급성장하고 있다.앞서 말한 그룹의 평균 연봉은 데이터에 따라 다르지만 12만 달러 안팎이다. 아쉬울 게 없는 일자리다. 고용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평균 연간 소득 2만 달러 안팎의 근로자가 있다. 생활비가 비싼 곳에서 일하는 주로 임시직 또는 계약근로(gig) 방식의 독립 계약근로자다. 이들은 세법상 독립 계약근로자이며 기업 종업원이 아니다. 독립 계약근로자는 급부를 받지 못해 수입이 형편없다. 종종 대규모 단지의 첨단기술 기업 본사에서 셔틀버스 기사, 시설관리인, 수위, 경비원으로 일하는 주로 흑인과 라틴계다. 실리콘밸리 곳곳에 기업 본사 신축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최상위 계급과 이들 하위 소득자 간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그 최상위 계급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더 없이 좋은 일자리지만 노동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100만 명 정도인 반면 연봉이 모두 2만5000달러도 안 되는 패스트푸드점 직원·수위, 가정 헬스케어 보조원 수는 그 몇 배 몇 십 배에 달한다. 지식 노동자 일자리가 좋긴 해도 실리콘밸리 일자리가 그렇게 많이 생기지 않는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 더 강력한, 노동자에게 더 유리한 사회계약을 재구축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나?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는 이들 독립 계약근로자에게 이동식 급부(portable benefits, 전직한 근로자의 보험·연금 자격 유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 임시직뿐 아니라 독립계약 근로자와 부정기 호출대기 근로자(on-call worker) 등을 포함하는 이런 유형의 비정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달한다는 주장은 실상 크게 과장됐다. 측정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론 전체 근로자의 15~16% 선이다. 그것이 가장 근접한 통계라고 본다.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일종의 우버 기사로 뛰는 등 가계 수지를 맞추기 위해 정기적으로 부업하는 사람들을 포함할 경우 어쩌면 전체 노동력의 30~35%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이들이 일시적 일거리를 좇아 옮겨 다녀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이동식 급부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뉴욕 주와 워싱턴 주에서 그런 방향으로 일부 흥미로운 진전이 있지만 현재로선 불행히 어림도 없는 수준이다.특히 저임직 종사자들 대상의 기존 노동기준을 실제로 지키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의 노동부에서 일했던 데이비드 웨일이 이 문제에 관해 많은 연구를 했다. 이들 온갖 위탁계약 일자리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일자리를 그는 분열된 직장(fissured workplace)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이 임금을 도둑 맞는다고 그는 말한다. 노동기준의 준수가 중요하다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다. 그들의 근무 일정이 아주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개인생활을 계획하고 자녀들을 돌봐주기 어렵게 비틀어진다. 기존 근로 관련 법규가 더 철저히 집행되기만 해도 상황이 많이 개선된다. 불행히 노동부 예산의 20% 이상 감축을 촉구하는 트럼프 정부에선 기대난망인 듯하다.이런 점에서 많은 개선이 요구된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명실상부한 생활임금을 정해 물가상승에 연동시켜 더는 이 문제로 싸우지 않게 되면 좋겠다. 교육에 관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한다. 훈련과 교육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낙오하고 있다. 성인의 절반, 미국 인구의 절반 남짓한 사람이 중등교육 이후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다. 4년제는 물론 2년제 교육 또는 어떤 종류의 기술 자격증도 취득하지 못한다.현재의 경제, 요즘 같은 사회에선 교육 받지 않고는 정말 성공하기 힘든데 사람들에게 평생학습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계속 배우고 학교에 다니고 새 기술을 배워야 한다. 그와 같은 교육 시스템을 정말로 재검토해야 한다. 정책 측면에서 내가 한 가지를 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은 교육의 혁신이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책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막중한 역할을 맡아야 하지만 기업의 철학·사고방식·문화·규범이 현재의 주주가치 극대화 모델에서 탈피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우리가 투자자·고객으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직원 처우가 좋은 기업에 투자와 매출을 몰아주는 방법이다.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고 근로자 보수와 처우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가 갈수록 늘어난다. 기업이 직원을 다시 자산으로 여기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데이비드 시로타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7.09.25 09:00

10분 소요
채인택의 혁신을 일군 아시아의 기업인(6)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

전문가 칼럼

중국 e-커머스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馬雲·53) 회장이 아시아 경영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지난해 전세계 주가총액 상위 10위에 랭크됐다. 마 회장은 올해 포브스가 발표한 ‘전세계의 50대 지도자’에서 2위를 차지했다.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가는 지난 7월14일 금요일 151.83달러의 종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3948억 달러를 넘었다. 알리바바는 이미 지난해 전세계 주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들었으며 올해 이 순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 회장의 재산도 계속 불고 있다. 마 회장은 이미 지난 6월9일 블룸버그통신이 발표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아시아 1위, 세계 4위의 부자로 기록됐다. 당시 그의 재산은 418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서만 85억 달러가 불었다. 주가가 급등해 재산이 하루에만 28억 달러가 늘어난 적도 있었다. 2013년 5월 “IT 기업의 CEO를 하기에 나이가 많은 편”이라는 말을 뒤로 하고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70·80년대 태어난 세대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 글로벌 사업 다각화 하는 알라바바 그룹 영향력에서도 세계적인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마 회장은 올해 포브스가 발표한 ‘전세계의 50대 지도자’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난 1월9일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를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30분간 만나 알리바바를 통한 미국 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논의하고 미국에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통했다. 일본 소프트방크의 손마사요시 회장이 트럼프를 만나 500억달러 투자와 일자리 5만 개 창출을 이야기한 것과 스케일에서 차이가 난다.마 회장은 올해 들어 글로벌 사업을 더욱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손마사요시 회장과 손잡고 동남아 판 우버인 ‘그랩’에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는 그랩이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업체인 우버를 누르도록 하는 게 1차 목적이지만 동남아의 그랩 승객을 알리바바의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알리페이의 고객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다. 알리페이를 동남아에게 급속도로 확대하려는 목적이 크다. 알리페이는 현재 전 세계 제휴사가 12만 개에 이르며 지난해 진출한 유럽에서만 1만여 업체와 제휴 중이다. 알리페이는 조만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도 진출해 아프리카 대륙의 문도 두들긴다.알리바바의 온라인 은행인 마이뱅크는 신용 부족으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기업 7000만~8000만 개를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는 1000만 개에 이르는 소매상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알리바바의 물류 회사인 베스트(Best)는 지난 6월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베스트는 알리바바가 23.4%의 지분을 보유해 1대 주주이며 설립자인 조니 추가 14.7%를 보유하고 있다. 베스트의 특급배송 중 70%를 알리바바가 차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공지능 스피커 ‘티몰 지니(Tmall Genie) X1’을 8월부터 판매한다. 티몰 지니 X1은 음성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과 뉴스캐스트, 일정관리 등을 할 수 있다. ━ e-커머스라는 블루오션에 뛰어들어 신화 창조 지난해 자신의 고향인 항저우(抗州)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에서 ‘eWTP(Electronic World Trade Platform: 전자세계무역 플랫폼)’ 개념을 공개했던 마 회장은 지난 3월 이를 처음으로 현실화했다. 알리바바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손잡고 말레이시아에 해외 최초의 eWTP 디지털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소규모 업체와 젊은이들이 국제 무역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마 회장의 알리바바는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사업의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단순한 e-커머스 업체를 넘어 미래를 개척하는 첨단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경제의 미래는 임가공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보다 이러한 미래 주도 산업이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희망이고, 마 회장은 이러한 중국몽의 중심 인물이다.마 회장은 중국에서 독특한 경영 전통을 세운 인물이다. 아무런 배경도, 연줄도 없이 e-커머스라는 블루오션에 뛰어들어 신화를 창조했다. 젊어서 줄줄이 실패만 하며 실의에 빠졌던 청년 교사가 끈질긴 노력과 불굴의 의지를 통해 말 그대로 창업의 차이니즈 드림을 이뤘다. 마윈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영어를 배우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로 인근의 호텔에 가서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생활을 9년간 하다가 말이 통하는 외국인 여성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그 친구로부터 얻은 이름 ‘잭’은 지금 마 회장의 영어 이름이 됐다. 영어 실력은 괜찮았지만 수학 실력이 모자랐다. 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에서 그의 수학 실력은 한번은 1점, 그 다음은 31점에 그쳤다. 그래서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삼륜 자전거의 운전수로 일하기도 했다. 그래도 삼수 끝에 1984년 항저우사범학원(현재 항저우 사범대학) 영어과에 들어가 1988년 졸업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신문도 배달하고 운전기사 노릇도 하고 심지어 막노동꾼으로 품도 팔면서 고학 생활을 했다. 대학을 마친 그는 항저우전자공업대(현재 항저우과기대학)의 영어와 국제무역 담당 교원으로 5년간 일하다 통역과 번역을 해주는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창업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첫 창업에서 그는 쓴맛을 보고 문을 닫아야 했다. 두 번째 창업 아이디어는 미국에 출장을 갔다가 얻었다. 1995년 처음으로 인터넷을 접한 그는 귀국하자마나 웹페이지 제작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 붐은 그의 예상보다 느리게 찾아왔다. 당시 중국 대외경제무역부 홈페이지 제작을 맡아 진행하던 중 야후 창업자인 제리 양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제리 양으로부터 야후 입사를 제안 받았지만 사양했다. 봉급생활자의 안정보다 창업의 꿈을 택한 이 결정은 지금의 마윈을 만드는 바탕이 됐다.1999년 5월 그가 세 번째로 창업한 것이 오늘날의 알리바바다. 고향 항저우의 20평 남짓한 작은 아파트에 18명이 우굴우글 모여 창업에 나섰다. 끼니만 근근이 때우며 사이트를 개설했다. 여기까지는 창업 시도자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고생일 수 있다. 마윈은 남들과 달랐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건설하면서 중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e-커머스 모델을 베끼지 않았다. 인터넷 비즈니스 후발주자들이 해외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와 ‘중국의 이베이’, ‘중국의 아마존’이라고 내세워도 마윈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철저히 중국의 필요에 맞춰 중국 고객의 눈높이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해외 인터넷 업체나 이와 유사한 중국내 후발업체와는 부딪힐 이유가 애초에 없었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수요와 실정에 맞춰 새롭게 창안한 맞춤형 e-커머스다. 통상적인 e-커머스가 생산자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B2C방식인데 비해 알리바바는 중국의 중소업자를 위한 B2B에 주력했다. ━ 중국의 토착 비즈니스를 e-비즈니스로 진화시켜 알리바바는 다분히 중국 비즈니스적인 환경에 맞춰 개발한 e-비즈니스 플랫폼이다. 납품업자나 도소매업자는 알리바바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소재와 디자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제조사와 접촉해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연락과 조율을 통해 주문을 하고 시제품을 받아본 다음 마음에 들면 이를 대량 주문해 사가는 방식이다. 제조업자가 다량으로 만들어 파는 셀러스 마켓이 아니라 바이어와 셀러가 서로 소통하고 절충해서 제품을 확정하고 가격을 흥정하는 방식이다. 제조자도 소매상도 서로 부담이 적은 거래 방식이고 비즈니스 환경이다. 소자본·소량생산으로 누구라도 창업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 플랫폼이라는 특징도 있다.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240여 개국 수출입업체가 알리바바를 이용한다. 굳이 무역박람회를 찾거나 제조사를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마음에 맞는 상품의 생산 의뢰를 인터넷에서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이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시너지도 마찬가지다.이러한 e-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은 그야말로 중국의 토착 모델이다. 그 배경이 그의 고향인 저장성에 있는 이우(義烏)라는 유통 도시다. ‘소상품(잡화)왕국’으로 불리는 이 도시의 도심에는 여의도 면적(840만㎡)의 두 배쯤 되는 1500만㎡ 면적의 초대형 도매시장이 있는데 모두 도매상인 점포가 7만을 넘어선다. 소매상이 아닌 도매상이 이 정도 규모로 밀집해 있다면 그 몇 배나 되는 중소 제조업체가 배후에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한 가게에 장갑이 2000여 개 진열돼 있으면 이는 상품의 숫자가 아니라 도매나 주문배수로 제작해 판매할 상품의 샘플이 그 정도 된다는 의미다. 도매상의 진열대이기 때문이다. ‘상품의 바다, 구매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곳에선 구매자가 상품과 샘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거래하는 것은 물론 서로 협의해 원단과 디자인, 색상을 바꿔 주문할 수 있다. 융통성이 있는 잡화 도매상이라는 이야기다.1982년 개발이 시작된 이우 시장은 중국에서는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취급 상품이 40만 종을 넘는다. 불교 사찰에서 필요한 동종과 불상, 천정의 장엄부터 기독교 성탄절에 쓰이는 성탄절 트리와 루돌프 사슴상, 유대교에 사용하는 가지가 일곱 개 달린 거룩한 촛대인 메노라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상품이 다 거래된다. 양말은 숫제 시장이 하나 따로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 주문 받아 컨테이너 단위로 선적된 양말이 도착한 나라는 그때부터 양말값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기 십상일 정도다. 돈냄새를 맡고 모여든 인도인과 아랍인 상인들이 모여 들어 커다랗게 ‘할랄(종교적으로 허용된 음식)’이라고 아랍문자로 적혀 있는 아랍 음식점이 시내에 즐비하다. 알리바바는 이런 구매방식을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중국식 상거래 방식을 글로벌 e-커머스로 진화시킨 셈이다. 중국의 토착 비즈니스를 e-비즈니스로 진화시킨 셈이다.알리바바는 한창 성장할 무렵 외국 e-비즈니스 업체의 집중 견제를 당했다. 2003년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이베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등과 독점 광고게재 계약을 맺고 공세적으로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섰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이베이와 독점계약을 맺은 포털에는 광고를 낼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하게 견제 받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고사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윈은 집요했다. 더 질겼다. 그는 포털이 아닌 다른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광고를 게재하고 유료회원제를 무료로 바꿔 중국의 e-커머스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결국 e-베이는 2005년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마윈의 집요함과 비즈니스 감각이 드러나는 사례다. 중국 e-커머스 시장을 알리바바가 독주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이 냉혹한 진검승부의 결과다. 경쟁이 결과 다른 업체는 도태되고 알리바바가 살아남은 셈이다. ━ 손마사요시 회장과 제리 양의 투자로 도약 이런 중국 맞춤형 인터넷 B2B 비즈니스는 마침 일기 시작한 중국의 인터넷 붐과 맞물려 언론과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1999년 9월 골드만삭스로부터 500만 달러를 투자 받은데 이어 한 달 뒤 일본 소프트방크의 손마사요시 회장을 만났다. 마윈을 만난 손 회장은 사업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2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손 회장은 이후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마윈의 멘토 역할을 했다. 마윈이 오픈 마켓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개설한 것도 손 회장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마윈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셈이다. 손마사요시는 이듬해에는 8200만 달러를 투자해 현재도 알리바바닷컴 지분 3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한때 그를 고용하려 했던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은 2006년 알리바바에 17억 달러를 투자했다. 알리바바가 창업과 상거래, 특히 수출을 북돋는 인터넷 플랫폼이니만큼 중국 정부도 반가워할 수밖에 없는 사업모델이다. 그런 알리바바는 홍콩증시에 상장이 좌절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14년 9월 뉴욕시장에 무사히 상장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엄청난 성공이다.마윈은 2003년 이베이가 중국에 진출하자 “우리는 양쯔강 악어이고 이베이는 바다 속 상어다. 바다에서라면 몰라도 강에서라면 우리가 이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마윈이 자신을 가진 것은 중국에서 중국의 모델이 이긴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153cm의 작은 키에 깡마른 그 몸매에서 나오는 마윈이지만 기개는 하늘을 찔렀다. 2013년 말 ‘한·중인터넷 원탁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았던 마윈은 서울대 강연에서 “내가 성공한 것은 돈도, 기술도, 계획도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돈이 없어 투자금을 아껴 쓰고, 기술 지식이 부족해 오히려 일반 고객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쉽고 간편한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으며,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 시장 환경 변화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가진 자가 가질 것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마윈은 부족한 자신을 성공의 자산으로 삼았던 것이다. 마윈이 수많은 젊은 청년 창업인에게 영감을 주고 자극하는 이유다.중고교와 대학에서 열등생이던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 MIT, 하버드대 등에서 강연활동을 하며 마윈식, 아시아식, 중국식 e-커머스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있다. 그의 좌우명은 ‘영원불방기(永遠不放棄)’라고 하는데 이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중국식 표현이라고 한다. ‘순간적인 정열은 무의미하다. 지속되는 열정만이 비즈니스가 된다’는 말도 남겼다. 그의 경영 철학을 함축하는 말들이다. 마 회장이 아시아의 특출한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수많은 사람이 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주목하는 이유다. 마윈은 아시아 경영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채인택 - 중앙일보 피플위크앤 에디터와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국제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역사와 과학기술, 혁신적인 인물에 관심이 많다.

2017.07.26 11:05

9분 소요
아마존을 이기는 법

IT 일반

온라인 당일 배송을 실시한 쿠팡의 기습 공격으로 제프 베조스는 한국에 들어올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투자를 아끼지 않은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재벌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됐다.지난해 일이다. 한국프로야구(KBO) 5판 3승제 플레이오프 3번째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3회 초, 1점 앞선 서울 홈팀 두산 베어스는 주자를 2명 내보낸 NC다이노스의 득점을 막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밤이었지만 날씨는 따뜻했고, 안개가 낀 듯 대기는 축축했다. 통로 쪽에서는 오징어 어묵 튀김과 치킨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김범석 쿠팡 대표(38)는 다이노스팀 선수대기석 몇 줄 뒤 자리에 앉아 있었다. 기가 막히게 좋은 자리였지만, 눈은 내야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었다.“페퍼다인(Pepperdine)에서 온 에릭 테임즈 선수”라고 그가 스코어보드에 적힌 이름을 영어로 말해줬다. 다이노스팀의 덩치 큰 1루수가 배트를 들고 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김 대표는 위키피디아에서 테임즈의 기록을 찾아 읊었다. “KBO 역사상 최초로 40-40(홈런-도루) 클럽을 달성한 선수…200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219번째로 지명됨. 시애틀, 볼티모어, 휴스턴에서 활동.”위협적이지 않은 속구가 들어왔고, 테임즈가 이를 낚아채듯 강타를 날렸다. 그제야 김 대표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고개를 들었다. 주자 1명이 들어왔고, 다이노스 응원 객석에서는 ‘KBO의 배리 본즈’를 위해 열광적으로 응원가를 부르며 일사불란한 춤을 췄다. 수년 동안 KBO 경기를 관람하지 못한 레드삭스 골수팬 김 대표에게는 흥미로운 광경이었다.어디 팬인지는 사실 중요치 않다. 어차피 경기를 볼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을 대표하는 그는 하루 종일 일만 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아마존닷컴에 가장 가까운 사이트가 쿠팡이다. 그러나 중요 부분에서는 아마존보다 더 낫다고도 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가 인구 5100만 명의 한국 시장에 섣불리 진출하지 못하는 것도 쿠팡과 그 창업자 김범석 대표 때문이다. 6년 전 시작한 스타트업 쿠팡은 2014년 3억 달러의 돈을 벌어들였다. 쿠팡은 일본 텔레콤 기업 소프트뱅크가 주관한 투자금 라운드에서 50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받고 10억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초창기 알리바바에 투자해 대박을 쳤던 소프트뱅크는 쿠팡으로 그 영광을 재현하리라 믿고 있다. ━ ‘쿠팡맨’ 활용한 당일배송 김 대표가 보유한 쿠팡 지분 19%의 가치는 9억5000만 달러 정도다. 급작스런 자연 재해나 불경기만 없으면 억만장자의 대열에 오를 예정이다. 소수 대기업 재벌에 부(富)가 집중된 한국에서 이 정도 자수성가는 보기 드문 업적이다. 김 대표의 인생 역정은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기록을 쌓은 에릭 테임즈 선수와 비슷하다. 미국에서의 불확실한 커리어를 포기하고 한국에 와서 엄청난 스타가 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점만 다르다. 돈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불편해 했다. 재산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을 들은 그는 쿠팡으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 “엄청난 시장 기회다. 그런데 완전히 간과돼왔다. 지금 우리는 아마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온디맨드(주문형) 상거래와 당일 로켓 배송, 즉각적 만족. 쿠팡을 대표하는 말은 이 외에도 많다. 어떤 이름이 붙든 상관없다. 고객 만족 극대화를 위해 수익 마진을 과감히 축소하는 쿠팡의 불가능한 사업방식을 아마존은 미친 듯이 좇는 중이다. 쿠팡 때문에 당일배송은 시장 표준이 됐다. 아마존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외주업체를 고용해 우버와 비슷한 배송기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드론을 활용해 며칠은 걸리던 배송을 수 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당일배송 서비스는 지금도 27개 도시로 한정되어 있다.반면 쿠팡은 맞춤화 트럭과 알고리즘으로 제어하는 물류 창고,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친절한 쿠팡맨 3600명으로 구성된 배송 네트워크를 2년 만에 구축해 회사와 고객의 대문을 연결했다. 온라인 쇼핑 배송이 보통 2~3일 걸리는 한국에서 쿠팡은 추가 배송료를 전혀 받지 않고 주문 대부분을 당일에 고객 문 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배송이 시작된 주문을 취소할 수 있고, 막판에 배송지를 변경할 수도 있다. 아마존과는 사뭇 다르다.아마존이 미적거릴 때 김 대표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배송 기간을 1일, 심지어 1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그의 공언은 회의와 의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속할 수 없는 관행으로 경쟁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의미로 농담 삼아 쿠팡을 ISIS에 비유했다. 현대증권의 김근종 애널리스트는 “레드오션”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쿠팡의 손실액이 3억2500만 달러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다.그러나 김 대표는 세간의 수군거림을 과감히 무시한다. 스타트업은 아직 한국에서 낯선 개념이라고 그는 말했다. 쿠팡이 올바로 만들어졌다면 이베이의 지 마켓이나 옥션을 추월해 한국 최대의 온라인 오픈마켓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정도 규모에 익숙치 않고, 장기적 시각으로 봐주지도 않는다. 우리의 노력을 잘못 해석한다 해도 우리 노력으로 고객이 혜택을 받고 있다면 상관없다.”미국인들은 아마존이 해외에서는 그렇게 엄청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사실, 아마존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13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 포함되지 않은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인터넷 쇼핑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득과 인터넷 보급률,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1인당 GDP가 높다. 게다가 거의 모든 사람이 고속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을 1대쯤 가지고 있고,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해서 물류 구조도 단순한 편이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이런 조건 덕분에 한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이 전체 소매 쇼핑의 15%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인터넷 쇼핑 비중은 9%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 ‘한국 최대의 온라인 오픈마켓’ 넘봐 그렇다면 제프 베조스는 왜 이런 시장에 진작 진출하지 않았을까? 아마존은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시장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중국에서는 처참히 실패했다. 20억 달러를 투자한 인도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 결과를 가늠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아마존에 있을 때 항상 한국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아마존 중국 사업부 운영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헨리 퐁(Henry Fong)이 말했다. 아마존을 나온 그는 쿠팡 글로벌 운영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애쓰다 보니 투자할 자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항상 ‘지금은 아냐’라는 말만 반복했다.”아마존의 부재로 덩그러니 남은 기회를 김 대표가 잡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현대그룹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파견 근무로 7살이 됐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13살이 되어서는 매사추세츠 기숙사 학교로 진학했고, 그 곳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레드삭스 팬이 되어 이들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봤다. 학교 레슬링 대표, 육상 대표로 활약하면서도 하버드 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가장 처음 매료된 산업은 바로 미디어다. 잡지 에서 인턴을 했고, 학생 잡지 를 창간했다. 커런트는 김 대표가 2000년 학교를 졸업하고 1년 후 뉴스위크에 인수됐다. 2006년에는 와 비슷한 콘셉트로 만든 하버드 동문 잡지<02138> 창간을 위해 투자금 400만 달러를 모집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사업을 접었다. 2010년에는 하버드 MBA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원은 1년만 다니고 그만뒀다. 여름방학 때 한국을 방문하고 MBA 입학 전 서울대학교에 다녀본 적이 있는 그는“(한국에서) 상거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루폰의 ‘데일리 딜(daily deal)’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어서 상거래 사업은 “투자금을 얻기 쉬웠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서울로 간 그는 그루폰과 비슷한 소셜커머스 사업을 한국에서 30번째로 시작했다. 미국에서 투자금을 좀더 쉽게 얻기 위해 회사는 미국 유한책임사로 등록했다. 이후 광고비로만 100만 달러를 지출하며 한국 페이스북 최고 광고주로 떠올랐다. 광고가 한창일 때에는 한국의 페이스북 가입자가 한 달에 72개의 쿠팡 광고를 봤을 정도였다. 그러나 고객유지율이 낮은 데일리 딜은 제대로 된 사업모델로 발전할 수 없었고, 그루폰도 이를 나중에 깨달았다. 2013년 여름 포브스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일회성 핫딜에서 벗어나 이베이 스타일의 오픈마켓을 만드는 데 힘을 다했다고 밝혔다. 재고관리와 영업 및 상품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했지만, 제품의 포장과 운송은 여전히 외부 업체를 통해 처리하고 있었다. 2년 뒤 쿠팡이 또 다른 변화에 성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그동안 쿠팡은 세콰이어 캐피탈, 블랙록 등의 벤처 투자업체로부터 4억 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기저귀와 생수, 쌀 등 자주 구입하는 필수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신속 배달하려면 재고 확보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다. 6월에 소프트뱅크의 투자금이 유입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쿠팡은 21개 물류 창고와 트럭 군단, 그리고 ‘쿠팡맨’으로 이루어진 물류 인프라 강화를 위해 13억 달러를 투자했다. 빠른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고객이 쿠팡에서 더 많은 주문을 할 때 투자는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고객을 바꿀 순 없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대로 우리를 바꿀 순 있다.” 인천에서 아침 배송을 준비하는 ‘쿠팡 맨’ 최학용(32)을 만났다. 서울 남동쪽에 위치한 운송 허브 인천에서 쿠팡은 새로운 물류창고를 열었다. 축구장 15개에 해당하는 100만 평방피트(약 9만3000㎡) 면적이다. 푸른색 폴로 셔츠를 입고 쿠팡맨 스냅백 모자를 쓴 그는 물류창고와 별개로 있는 지역 유통센터에서 배달 박스를 옮겼다. 깨끗한 트럭 바닥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발을 벗은 상태였다. 그와 인천 지역 동료 배송기사 89명은 매일 10시간을 근무하며 쿠팡 배송앱으로 들어온 이동 경로를 따라 각자 120개 정도의 포장상품을 배송한다. 쿠팡에는 총 3600명의 로켓배송 기사가 있다. 이들은 쿠팡 마케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풍선이나 사탕을 나눠주고 모든 고객에게 정중히 응대하며, 상품을 배송할 때면 고객이 안심하도록 제품을 사진으로 찍어 확인 문자와 함께 보내준다. 운전을 하다가 고층 아파트 단지에 배송 트럭을 세운 그는 매직을 꺼내 배송 상자 위에 짐을 들어올리려다 허리를 삐끗해 괴로워하는 사람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우리는 남자라 안 무거워요”라고 그가 다소 서툰 영어로 말했다. “고객은 여성분이죠. 무거워요!” ━ 마케팅전문가 등 200명 외국인 영입 쿠팡의 타깃 소비자집단인 가정주부들은 쿠팡맨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고객만족도를 보여주는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에서 쿠팡맨은 100점 만점 중 97점을 받았다. 외부 물류업체를 통해 배송하는 업체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점수다. 쿠팡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배송 건수를 기준으로 급여를 지불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배송해야 하는 택배 기사들은 성의 없이 굴며 서둘러 배송만 완료한다고 대학생 김규리는 말했다. “쿠팡맨 서비스는 쇼핑에 인간적인 얼굴을 입혔다”고 그녀는 말했다. 스타트업 사업을 하는 J.D. 양은 최저가가 쿠팡이 아니더라도 돈을 좀 더 내고 편리함과 친절함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남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미국식 서비스 덕분에 쿠팡은 모바일 쇼핑 1위였던 지마켓을 따라잡은 후 큰 격차로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쿠팡 마케팅 총괄 다린 샤모(Darrin Shamo)는 자포스(Zappos)에서 11년간 경력을 쌓은 마케팅의 귀재다. 그는 김 대표의 구애를 받고 지난 해 아내와 자녀 3명을 데리고 서울에 왔다. 쿠팡에는 샤모 말고도 200여 명의 외국인이 있다.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쿠팡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서구 전문가의 시각을 활용하기 위해 김 대표가 데려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아마존 중역, 컨설턴트,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들 외국인 경영진과 한국 직원 사이의 의사소통을 도울 통번역사도 대거 고용했다. 시벨(Siebel) 물류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던 쿠팡의 최고기술책임자 짐 달(Jim Dal)은 자신의 스타트업이 쿠팡에 인수되면서 한국에 왔지만, 지금도 쿠팡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있는 글자를 하나도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별로 중요치 않다. 좋은 코드는 국적에 상관 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쿠팡의 배송 체인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다. 그 덕분에 쿠팡은 한국에서 가장 빠른 배송을 실현하면서 고객의 문 앞에 두고 온 상품의 환불 및 배송지 변화를 민첩하게 처리할 수 있다. 쿠팡은 알고리즘을 통해 직원에게 어떤 상품이 어디로 배송 중인지 알려주고, 특정 시간대 구매율이 높은 아이템을 해당 배송기사와 가장 가까운 물류창고로 이동시킨다. 쿠팡의 자체 재고는 2015년 7배 증가해 연매출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금 속도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2년 후에는 쿠팡의 자체 소매판매 사업이 규모 면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모델로 옮겨간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특정 사업계획에 얽매여 있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경영진에게 경쟁업체의 실수를 제대로 파악할 것을 지시한다. 중요 직책을 맡은 직원이 새로 합류할 때마다 회사는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를 한 권 씩 나눠준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쿠팡을 몽고 제국에 비유한다. 징기스칸의 군대가 극동 지역에서 유럽까지 드넓은 땅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병사들의 다양한 전투 방식을 유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든 한다.” 서울 삼성동 쿠팡 본사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전형적인 CEO 소품으로 꾸며져 있지 않았다. 제일 의미가 깊은 소품은 바람이 살짝 빠진 야구공이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빌 벨리칙 감독이 사인한 공이다. “과묵하게 승리로 실력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보스턴 이외 지역에서는 ‘공공의 적’인 벨리칙 감독처럼 김 대표는 경쟁자와 거리를 벌리는 공격적인 경영방식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하며 과감한 방식을 시도하는 직원이 많다. 이런 쿠팡의 범상치 않은 행보를 경쟁업체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 대체 언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억만장자인 정용진 신세계 CEO가 대표적이다. 백화점을 보유한 유통 대기업 신세계는 10년 전 월마트가 한국에서 세력을 확장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쿠팡이 신세계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그의 내부 발언은 언론에 보도됐다. “쿠팡에 고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쩌자고 이런 문제를 무시하며 해결하지 않고 있나?” 택배업체도 견제에 나섰다. 이들은 쿠팡이 영업용 화물차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차량을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지만, 결국 택배 업체의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9월에는 국회가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행위를 논하며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3사 대표에게 국정감사장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길거리 농구를 하다가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김대표는 쿠팡 정책실장을 감사장에 대신 보냈다.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한 언론은 재빠르게 쿠팡을 질책했다. “이런 모습으로 감사장에 가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김 대표는 커다란 깁스 신발을 신은 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곤란한 질문은 또 있다. 쿠팡은 대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회사의 사업별 매출 및 비용에 대한 정보 요청을 수 차례 거절한 김 대표는 로켓배송에 13억 달러를 투자하기 전에도 현금흐름은 긍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과 엄청난 모바일 쇼핑 점유율(한국 사람 51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쿠팡 앱을 다운로드)을 확보한 쿠팡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금을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아마존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묻자 니케쉬 아로라(Nikesh Arora) 소프트뱅크 부회장은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즉각적 활동 개시를 위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 지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인프라를 완벽히 확보할수록 다른 기업이 덤비기 어려워진다.” 2014년 아마존 해외사업부를 총괄했던 디에고 피아센티니(Diego Piacentini)는 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유의미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되려면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 거의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경쟁자가 넘볼 수 없다는 건 좋다. 그러나 한국 시장을 점령한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 중국은 알리바바가, 일본은 라쿠텐이 꽉 잡고 있다. 쿠팡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만 잡아도 충분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쿠팡의 해외시장 진출에 관해 그린옥스에서는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그린옥스 캐피탈의 닐 메타 이사는 말했다. 대신 쿠팡이 진출할 수 있는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있다. 아마존 FBA처럼 회사 물류창고를 이용해 중소 판매업체 상품을 포장 및 운송해주는 물류 서비스가 그 중 하나다. 김 대표는 바빠서 아마존을 의식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전자상거래 시장 중 한 곳에서 초반 우위를 확보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직 1회 초 밖에 되지 않았다.” - RYAN MAC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김범석(Kim Bom·38) 쿠팡(Coupang) 창업자 및 CEO, 한국 하버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김범석은 제프 베조스와 동일한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서 보기 좋게 그를 이겼다. ━ 호르헤 파울로 리만(Jorge Paulo Lemann·76) 3G 캐피탈 공동 설립자, 미국 워렌 버핏의 지원을 받은 브라질 최고 부호(3G 캐피탈 본사는 뉴욕시에 위치)는 버드와이저, 버거킹, 하인즈 케첩, 젤로에 이르기까지 성장이 정체된 브랜드를 인수해 새로운 이미지를 입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계약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가 되었다. 비결은? 가차 없는 비용 절감이다. 관리자는 매년 예산으로 쓰인 돈에 대해 마지막 한 푼까지 지출 근거와 효과를 설명해야만 한다. 3G 캐피탈이 지분을 가진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의 영업마진 32%는 업계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회사는 글로벌 경쟁사 사브밀러(SABMiller) 인수에 10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출하며 이 거룩한 복음을 더욱 널리 전파하려 한다. ━ 마윈(Jack Ma·51) 알리바바 창업자, 중국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는 아마존과 이베이, 페이팔의 서비스를 결합해 한번에 제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원스톱’ 인터넷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알리바바는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을 통해 금융 서비스에 더 깊숙이 진출하고 런던과 밀라노 등 해외 도시에 새로운 사무소를 여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14년 알리바바는 역사상 최대 IPO로 25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매출은 매년 50%대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2015년 매출은 123억 달러, 수익 마진은 45% 가량을 기록했다. ━ 존 밀리건(John Milligan·55)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CEO, 미국 다른 어떤 기업보다 바이러스의 세계를 깊숙이 연구한 길리어드는 HIV 바이러스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과 C형 간염 치료율이 95%에 달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길리어드의 C형 간염 치료제 하보니(Harvoni)는 이미 세계적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도 C형 간염으로 1억 5000만 명이 고통받고 매년 5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을 생각했을 때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사의 연매출은 3년 만에 3배로 증가해 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 엘론 머스크(Elon Musk·44)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 스페이스X 공동 창업자 및 CEO, 미국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가 엘론 머스크는 하늘을 뚫을 만큼 높은 야심을 가지고 있다. 골프 카트와 비슷했던 전기차를 로켓 발사선처럼 바꾸고, 로벳 발사선은 자동차처럼 (재사용이 가능하게) 바꾸겠다는 꿈이다. 테슬라가 최신 선보인 ‘모델 3’차는 이전 차량보다 좀더 가격이 낮아졌다. 출시를 발표한 첫 날에만 75억 달러에 달하는 선주문을 받았다. 수직으로 통합된 구조를 갖춘 회사는 3년간 매출이 114% 증가했다. 네바다에 위치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에서는 곧 전세계 모든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많은 리튬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옛날만 해도 인생은 거지 같았다. 인류의 지식은 아주 제한적이었고, 젊은 나이에 뭔지도 모르는 끔찍한 질병에 걸려 죽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나이까지 살아 있었다면 이빨도 다 빠져 있었을 거다.” 2012년 4월 9일 ━ 페더 홀크 닐슨(Peder Holk Nielsen·60) 노보자임스(Novozymes) CEO, 덴마크 노보자임스는 정제 및 식품 공장 등에서 사용하던 유해 화학물질을 대신할 수 있는 효소를 개발했다. 덕분에 지금의 제조 공장은 훨씬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20년까지 노보자임스 제품은 1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신앙을 실천하듯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의 과학자들은 회사의 배려 덕분에 연구 시간의 10%를 개인 연구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다. ━ 래리 페이지(Larry Page·43) 알파벳(구글) 공동창업자 및 CEO, 미국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검색 엔진의 모회사 알파벳은 인터넷 시장의 AT&T가 되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현재 회사는 달 탐사급의 야심에 찬 프로젝트 수십 개를 추진하느라 바쁘다. 위험이 큰 만큼 보상도 엄청난(고결한 소명을 가진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중에는 무인자동차, 독창적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컴퓨터, 개도국의 외딴 지역에서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벌룬 네트워크(network of balloons)’ 등이 있다. 10년 전 106억 달러, 2014년 657억 달러를 기록했던 알파벳의 압도적 최대 자회사 구글의 매출은 2015년 745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 사이러스 푸나왈라(Cyrus Poonawalla·74) 세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Serum Institute of India), 인도 생산량 기준 세계 최대 백신 기업이다. 매년 13억 회 접종분의 백신을 생산하며, 지금까지 전세계 아동의 3분의 2에게 면역 백신을 접종시켰다. 6억 2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세럼의 수입액은 연평균 30% 증가했고, 수익은 연평균 40% 증가했다. 유니세프와 범미주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140개국에 저비용으로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설사 치료제 및 자궁 경부암, 폐렴, 결핵 백신 개발에 집중 중이다. ━ 하칸 사무엘슨(Hakan Samuelsson·65) 볼보 자동차그룹 CEO, 스웨덴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볼보는 교통사고를 당해도 차 안에서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당하는 일이 절대 없는 차를 2020년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볼보는 2015년 매출 2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배 증가해 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볼보 자동차는 전세계에서 50만3127대가 판매됐다. 회사의 89년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62) 스타벅스 CEO, 미국 슐츠는 하나의 상품에 불과했던 커피를 수익률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들었다. 덕분에 스타벅스는 디지털 지향, 친환경, 진보 정치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스타벅스의 사회 실험은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70개국에 2만4000개 지점을 열었으며, 특히 지난 5년간 무려 6000개의 지점을 오픈했다. 2015년 매출은 17% 증가해 1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는 시민의식과 인류애를 고양할 수 있다.” 2016년 3월 21일 ━ 써니 바키(Sunny Varkey·59) 젬스 에듀케이션(GEMS Education) 설립자,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대학 문턱도 밟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사립중등교육재단을 만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젬스 에듀케이션 산하 기관 대부분은 교육을 받기 힘든 외딴 지역 여아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17개국 240개 학교에서 25만 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향후 4년간 아프리카와 바키의 고국 인도에서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항공사가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로 가격을 구분해 동일한 목적지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을 도입했다.” 2014년 4월 14일 ━ 왕타오(Frank Wang·35) DJI 창업자 및 CEO, 중국 드론을 가지고 있다고? 그럼 프랭크 왕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선전에 본사를 둔 DJI는 소비자 드론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이 있다. 중국 IT기업은 대부분 서구 경쟁기업이 시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모방해 따라가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DJI는 완전히 새로운 전자제품 카테고리를 만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중이다. 직원 4000명 중 1500명이 R&D 부서에 속해 있다. 지난해 매출은 2배 신장해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사람보다 똑똑해지면 된다. 대중보다는 한 발 앞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대중과의 거리를 만들어낸다면 성공할 것이다.” 2015년 5월 25일 ━ 야나이 다다시(Tadashi Yanai·67)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 창업자 및 CEO, 일본 재고가 턱 밑까지 쌓이기 쉬운 리테일 시장에서 야나이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유니클로는 디자인부터 출시까지 시간을 놀랍게 단축하며 ‘패스트 패션’을 이끌고 있다. 판매가 시원치 않은 제품이 있으면 지체 없이 매장에서 빼내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한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현재 17개 국에 문을 연 1700개 유니클로 매장 외에도 데님에 집중한 J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2월에는 미국 무슬림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의류 브랜드를 출시했다. 매출은 지난 5년간 연 15%의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31)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및 CEO, 미국 ‘하루 이용자 10억명.’ 이 세 단어면 되지 않나 싶다. 지금 지구상에 살아 있는 사람 7명 중 1명, 인터넷 사용 가능한 사람 3명 중 1명이 매일 페이스북에 로그인한다. 게다가 사용자의 84%는 미국 외 시장에 거주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5년간 연평균 49%씩 성장해 2015년 1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익은 37억 달러 정도다.

2016.05.27 16:55

17분 소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 자신만의 게임에서 승리하라

산업 일반

5년 전, 전 세계에 모바일 메시징 열풍을 일으켰던 한국 최고의 벤처사업가 김범수는 현재 막강한 경쟁자에 둘러싸여 위협을 받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하의 날씨로 추운 1월의 어느 날, 요즘은 게임하는 사람만 드나든다는 서울의 지하 PC방을 찾았다. 환하게 밝힌 형광등 아래로 청소년 5명이 고성능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 게임에 몰입하고 있었다. 머리 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K팝 노래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에서 닌자와 싸우거나 FIFA에서 골을 넣는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자레인지로 데운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물거나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쓴다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대화할 때 빼고는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넷 벤처사업가 창문 하나 없이 토끼굴 같은 PC방에서 게임과 스마트폰 채팅에 몰입한 아이들은 청록색 명품 바지를 입고 악어가죽 신발을 신은 PC방 한 쪽 구석의 남자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염소수염을 기른 남자는 아이들보다 스무살은 족히 넘어 보였다. 한국 최고 부자 중 1명인 그는 지금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외계인 군대의 공격을 막느라 여념이 없었다. 보아하니 처참하게 지는 중이었다.“인터뷰 하느라 그래요”라고 ‘브라이언(Brian)’ 김범수(48)가 농담을 했다. 컴퓨터 스크린에서 그의 왕국이 불타 무너지고 있었다.영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다른 제국을 건설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실력이 퇴보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톡은 모바일앱에 열광하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앱이다. 카카오톡의 무료 메시징 서비스는 문자를 완전히 대체해 버렸고, 한국에서 사람들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변혁시켰다. 한국 5000만 인구 중 4분의 3이 김범수의 작품을 이용한다. 해외 사용자 수는 1080만 명이다.차분하고 조용한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터넷 벤처사업가로 꼽힌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특정 가문이 경영권을 가진 재벌이 모든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좀처럼 이루기 어려운 업적이다. 그는 IT 선도 기업 1개도 아니고 2개를 맨손으로 일궈냈다. 처음 시작한 벤처회사는 한게임이다. 인터넷 카페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로 성장시켰다. 이후에는 검색 포털과의 합병을 통해 한국의 구글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로 새롭게 탄생했다.다음에 설립한 주식회사 카카오(Kakao Corp.)는 메시징앱이 채팅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전 세계에 알려줬다. 메시징앱은 게임이나 쿠폰, 스티커 등의 각종 가상재화를 판매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카카오는 한국 제 2의 온라인 검색엔진 다음(Daum)과 합병하며 시가총액 74억 달러의 다음카카오(DaumKakao)로 변모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2014년 카카오의 매출은 3억1900만 달러, 수익은 1억2000만 달러였다. 김범수가 보유한 지분 39%의 가치는 29억 달러에 달한다.“브라이언 김은 모바일 메시징앱의 진정한 대부”라고 초기 카카오에 투자했던 굿워터 캐피탈(Goodwater Capital)의 에릭 김은 말했다. 그는 카카오 이사회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브라이언은 메시징 서비스를 게임이나 온라인 쇼핑, 미디어, 결제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위대한 아이디어일수록 인터넷처럼 빠른 속도로 도용되기 마련이다. 미친 듯이 복제되기 시작한 카카오톡은 현재 같은 아이디어를 도입해 신속하게 움직인 대기업에 포위됐다. 일례로 카카오톡의 최대 해외투자자 텐센트(Tencent)가 시작한 위챗(WeChat)은 월간 활동 사용자(MAU) 4억6800명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을 독점했다. 김범수의 이전 회사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Line)은 일본에서 1억7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넘어서는 왓츠앱(WhatsApp)이 있다. 2014년 3월 페이스북이 220억 달러에 인수한 왓츠앱은 아직 게임이나 이모티콘을(혹은 어떤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데도 서구시장을 장악했다. 왓츠앱의 사용자 수는 무려 7억 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의 글로벌 사용자 수는 지난 해 5% 가까이 감소했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김범수는 자신이 개척한 글로벌 산업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말았다. 걱정을 해야 할 것 같은데도 그는 조급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이다. 닐슨(Nielsen)은 한국인이 카카오톡을 하루 평균 33분 사용한다고 집계했다. “다른 어떤 국가에서도 보지 못한 보급률”이라고 김범수가 말했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사용자와 더욱 밀착시키기 위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 택시를 예약하는 ‘카카오택시’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사용자가 계속 카카오톡과 연결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 달동네 원룸에 살던 아이 자수성가하다 카카오는 그동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저렴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시장 기회를 포착한 건 카카오뿐이 아니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이용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옥외광고와 TV광고에 1500만 달러의 돈을 지출했다. 그러나 텐센트나 네이버처럼 자금이 두둑한 기업과 대비해 즉각적인 효과는 거의 없는 편이다.“지금 시점에서 채팅앱은 엄청난 리스크 게임”이라고 메신저앱 킥(Kik)의 CEO 테드 리빙스톤(Ted Livingston)은 말했다. 북미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킥의 다운로드 횟수는 2억 회가 넘는다. “모든 기업들이 숟가락을 들고 서로의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앞으로는 다른 업체의 사용자를 뺏어오는 기업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기업의 부가 부모에서 자식으로 상속되는 경우가 많은 경직된 한국 사회에서 김범수처럼 1세대 기업인이 자수성가하는 스토리는 결코 흔하지 않다. 펜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하고 호텔 메이드로 일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5명 중 장남이었던 김범수는 부모님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동안 서울 달동네의 방 1개짜리 아파트에서 할머니, 형제자매들과 함께 생활했다.그러나 그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고 목표의식과 의지가 매우 강했다. 힘을 주는 글귀를 적으며 자신을 채찍질한 그는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1986년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대학교에서 그는 친구 컴퓨터 서버를 통해 초기 BBS(bulletin board system)에 접속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인터넷과 연결된 세상을 처음 알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졸업 후 삼성 IT 서비스 사업에서 5년간 열심히 일하던 그는 첫 닷컴 버블이 일어나자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족과 친구에게서 긁어모은 18만4000달러로 온라인게임 및 PC방 사업을 시작했다. 한게임을 세워 온라인 포커 게임과 고스톱을 개발한 그는 자신의 PC방을 찾은 손님을 대상으로 게임의 반응을 살폈다. 3개월이 지나자 한게임의 사용자 수는 100만 명으로 늘었다. 파트너가 필요했던 그는 삼성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이해진을 찾았다. 네이버 의장이 검색 사이트 네이버를 막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이들은 싸이가 노래에서 열심히 외쳤던 강남의 한 바에서 ‘핵폭탄주(맥주에 위스키를 넣어 반드시 원샷)’ 5잔을 함께 마신 끝에 합병을 성사시켰고, NHN 주식회사(현 네이버)가 탄생했다.김범수와 이해진은 6년간 최고경영자 업무를 나눠서 수행했다. 한국 정부가 야후, 구글 등의 미국 검색 엔진을 견제하는 동안 네이버는 한국의 유력 검색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는 검색에서 게임, 이메일 등으로 확대됐다. 덕분에 네이버는 한국에서 방문 횟수가 가장 많은 웹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05년 7월 김범수는 실리콘밸리로 거점을 옮겼다. 미국 게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노력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고 2년 후 그는 NHN을 완전히 떠났다. 한편으로 그는 한국 벤처 사업가 지원을 위해 자비를 투자해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아이위랩(IWILAB)을 세웠지만, 투자 성과는 계속 좋지 않았다. 2007년 여름이 되자 그는 10년간 일만 했으니 가족과 함께 팔로알토에서 안식기를 가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이 때 아이폰이 등장했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은 즉각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가족을 위해 아이폰 4대를 구매했다. “(아이폰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간 그는 아이위랩 직원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정직원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가져간(아이폰이 한국에서 정식 판매되기 시작한 건 2009년 11월이다)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연구하며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처음 개발한 앱은 트위터와 유사한 SNS, 그룹 메시징 서비스, 2명이 무료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카카오 등 3개였다.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문자 송수신료를 지불했다. 2009년 6월 이동통신회사 문자 전용 SMS 서버를 사용하지 않고 데이터 커넥션을 통한 무료 문자 메시지를 선보인 왓츠앱은 한국에서도 빠르게 사용자를 늘리고 있었다. 왓츠앱에 영감을 받은 김범수는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출시 즉시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로 올라간 카카오톡은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9월에는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을 기록했다. “이통사가 SMS를 무료로 제공했다면 그렇게 큰 성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김범수는 말했다. ━ 카카오톡, 한국 최고의 메시징 서비스로 성장 4주 뒤 200만 명으로 늘어난 사용자 수는 12월 500만 명을 기록했다. 무료 서비스와 그룹채팅을 제공한 카카오톡은 연간 사용료 99센트를 책정한 왓츠앱을 누르고 한국 최고의 메시징 서비스로 성장했다. 2011년 4월 사용자 수가 1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친구들이 다 쓰니까 나도 쓸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났다. 덩치가 너무 커져서 네이버톡(Naver Talk),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설치된 삼성 메시징앱 등 국내 경쟁 서비스도 카카오톡에 대항할 수 없게 됐다.이제는 수요에 발맞추는 게 주요 과제였다. 데이터 처리를 위해 매주 서버를 추가해야 했는데 중국에서 서버가 도착하려면 3주가 걸렸다. 트래픽 폭증으로 시스템이 다운되는 걸 막으려면 프로필 사진 업로드처럼 중요도가 떨어지는 서비스를 잠시 중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도 김범수는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지난 11년간 브라이언이 정신 없이 바빠 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김범수가 NHN을 통솔하던 시절 직원으로 일하다가 그에게서 투자를 받아 벤처사업을 시작한 조이 리(Joy Lee)는 말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다수의 한국 투자자는 카카오톡 투자를 거절했다. 결국 김범수는 자신의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카카오톡 보유지분은 80%로 늘어났다.2011년 3월 카카오가 첫 주요 해외시장 일본에서 발판을 마련하고 있을 때다. 태평양 연안에서 45마일 떨어진 곳에서 진도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과 쓰나미로 1만6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고,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서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전화가 되지 않고 트래픽 폭증으로 SMS 네트워크도 다운되자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와이파이와 3G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덕분에 카카오톡 서비스는 전과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범수의 오랜 지인이자 NHN 공동설립자였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진이 강타했을 때 도쿄에 있었다. 서울 경영진과 오후 화상회의를 하고 있던 그는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자 책상 밑으로 피했다. 엄청난 비극을 알지 못했던 그와 동료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이해진이 인터뷰를 거절했기 때문에 직접 들은 말은 아니지만 지진 후 그는 일본에서 채팅 서비스를 시작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서울에는 그를 도와줄 동료가 많았다. “당시에는 다들 카카오톡과 비슷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김상헌 네이버 CEO가 말했다. 두 달도 안 되어 네이버는 새로운 메시징앱 라인(Line)을 테스트했고, 6월에 바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라인은 카카오톡의 성공요인이었던 채팅 및 그룹 메시징 기능 다수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었다. 카카오톡의 노란색·갈색 말풍선을 흰색과 초록색으로 바꾸는 등 로고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카카오톡에는 없는 게 라인에는 있었다. 바로 한국 최대 인터넷기업이 퍼붓는 엄청난 마케팅 예산이었다. 네이버는 다운로드 횟수를 늘리기 위해 TV 및 옥외광고에 수백만 엔을 쏟아 부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2012년 9월 라인의 다운로드 횟수는 6000만 회를 돌파했다. 라인의 성공으로 네이버 주가가 뛰면서 이해진은 억만장자가 됐다. ━ ‘디아블로 3’를 즐기는 열혈 게이머의 새 구상 “6개월~1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임계점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김범수는 아쉬운 듯 말했다. “직원이 20명밖에 없었는데 삼성, 라인 등의 대기업과 경쟁해야 했다. 다른 시장으로 직원 2명을 보내면 사업에 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 CEO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라인의 모기업은 일본에서 10년간 사업을 하며 일본 문화와 사람에 대해 경험을 쌓았지만, 카카오는 그러지 못 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무료 서비스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무료 문자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보니 일본에서는 무료 문자가 그리 먹히지 않았던 것 같다. 스마트폰 이메일을 이미 (무료 메신저처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라인은 ‘무료 통화’로 마케팅을 했다. 당시 우리는 통화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은 상태였다.”실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악의 실수는 중국이었다. 카카오는 의도치 않게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 중국에서 훨씬 강력한 경쟁자를 키워주고 말았다. 2012년 4월까지 자본금 2400만 달러를 외부에서 차입한 카카오는 다시 한 번 자금 모집에 나섰다. 김범수와 당시 CEO였던 딘 송(Dean Song)은 중국 최대 데스크탑 메신저 서비스 QQ 메신저를 운영하는 텐센트와 만남을 가졌다. 카카오는 이전 해 모바일 메신저앱 위챗을 시작한 중국 거대 기업으로부터 사업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카오에 6500만 달러를 투자한 텐센트는 김범수의 뒤를 이어 카카오의 제 2대 주주가 됐다.6월 김범수는 선전에 있는 텐센트 본사로 가서 창업주이자 CEO인 억만장자 포니 마(Pony Ma)와 회의를 가졌다. 둘은 함께 채팅 서비스의 미래를 논하고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를 적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는 포니 마가 모바일 메시징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당시 위챗은 규모가 아주 작았고 트래픽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업체는 너무 많았다”고 그는 말했다. “마는 메시징이 온전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카카오톡이 성공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며 상황이 반전됐다. 2012년 7월 소셜게임 애니팡이 성공하면서 카카오의 매출액이 무섭게 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텐센트는 카카오의 모든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 하나만으로 텐센트는 카카오의 모델로 카카오보다 10배나 많은 실사용자를 확보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중국으로 가져가는 대신 모방으로 같은 게임을 개발해 자신들이 직접 판매했다”고 김범수는 말했다. “친밀했던 관계가 어색해졌다.”카카오가 중국에서 직접 게임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음카카오와 텐센트의 갈등은 계속됐다. “3개 업체는 각자 자국 시장을 장악했다”고 킥의 테드 리빙스톤은 말했다. “카카오가 불리해진 건 한국 시장이 가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언젠가 김범수는 중국과 일본에서 위챗, 라인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우리는 (동남아시아에서) 아주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했다”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가 말했다. “그러나 시장 선점효과가 워낙 막강해서 극복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여가 시간이 있으면 아내, 자녀와 함께 ‘디아블로 3’를 즐기는 열혈 게이머 김범수에게 카카오가 그렇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어려운 게임이죠.” 그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RYAN MAC 포브스 기자

2015.03.28 07:50

10분 소요
중국의 FTAAP VS 미국의 TPP

국제 이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 정상들은 11월 11일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채택했다. FTAAP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중국의 대항마로 간주되는 자유무역 블럭이다.이 같은 발표는 미국이 주도하는 TPP 관련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시점에 나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협상 정체는 일차적으로 국내시장 개방안의 포괄적인 성격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견해차에서 기인한다. 21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아·태 경제협력체(APEC) 블럭은 중국이 제안한 FTAAP 구상의 2년에 걸친 조사 착수를 승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같은 움직임을 가리켜 “역사적인 한 걸음”으로 평가했다. “지역의 경제통합 추진에 대한 APEC의 자신감과 의지를 과시했다. 역사에 남을 결정이었다.”한편 이틀 일정의 정상회담에 맞춰 미국·멕시코·일본·호주 당국자들이 별도 회담을 가졌다고 전해졌다. TPP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려는 취지였으며 진전이 있었다고 그들은 말했다.“우리는 이 협정의 마무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장관과 협상 대표들에게 지시했다. 우리 기업·근로자·농민·소비자들이 최대한 빨리 TPP 협정의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혜택을 보기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 내용이다. “장관들이 협상에서 미결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 동안 계속적인 관심이 중요할 것이다.”TPP에는 미국, 캐나다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10개국이 포함된다. 중국은 TPP에 속하지 않는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로 인식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절대 중국의 성장을 제한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우리는 중국과 중국인들이 성공해서 세계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라고 오바마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미국과 중국은 별도로 각종 기술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10일 합의했다. 반도체, 의료기기, GPS 기기 등이 대상이라고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말했다.“세계무역기구(WT0)가 마지막으로 IT 제품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한 때가 1996년이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의지하는 대부분의 GPS 기술, 상당수 의료장비, 소프트웨어, 첨단기술 도구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쉽다.” 10일 발표된 성명에서 프로먼이 말했다. “그때 이후로 이 같은 첨단기술 제품의 국제 거래가 연간 4조 달러에 이르렀다.”새 합의에 따라 1조 달러에 육박하는 통상거래에 대한 관세가 폐지되며 이는 미-중 무역협상에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프로먼이 말했다. ━ TPP의 앞날 -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일본 등과 이견 있어 지난 10일 세계 정상들이 베이징에 모여 이틀간 연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가졌다. 12개국으로 구성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논의된 현안 중 하나다.TPP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TPP는 미국, 캐나다,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10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안이다. 회원국 간의 재화와 서비스 거래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투자흐름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2006년 싱가포르·칠레·뉴질랜드·브루나이 사이의 범태평양 전략적동반자협정으로 출발했다가 2009년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오바마는 미국의 아시아 투자확대 노력에서 TPP를 중점 과제로 삼았다. 그는 아시아를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평했다. 또한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으로도 간주된다.TPP가 왜 중요한가?현재 TPP 관계당사국의 총 GDP는 어림잡아 27조5000억 달러로 평가된다. 세계 GDP의 40%이며 세계 교역규모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거론되는 회원국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통상 파트너들도 일부 포함된다.미국 무역대표부는 성명에서 이렇게 평했다. TPP는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에 신시장 접근 기회, 강력하고 집행 가능한 노동기준과 환경보호 규제, 국유기업에 관한 획기적인 새 법규, 확고하고 균형 잡힌 지적재산권 프레임워크, 그리고 번창하는 디지털 경제를 제공할 것이다.”협상은 어떤 상태에 있는가?TPP 논의는 현재 벽에 부닥쳤다. 외국산 제품에 국내시장을 활짝 열어젖히는 데 대해 일본을 포함한 일부 잠재 회원국의 저항이 있다. 협상은 2013년 9월 이후 지지부진하다. 농산물 관세를 둘러싸고 교착상태에 빠졌으며, 미국과 일본이 서로를 탓한다고 알려졌다.미국은 일본이 농산품과 유제품 수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그 요구에 완강히 저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돼지고기·쇠고기·유제품·설탕과 관련된 민감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자 한다. 또 일본은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를 거부함으로써 일본 경쟁업체로부터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 한다고 주장한다.TPP에 대한 반대가 있는가?최대의 비판은 불투명한 협상과정이다. 일부 운동 단체들은 그처럼 광범위한 협정이 지적재산권과 특허권 보호를 다루는 각국의 법령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협정의 특정 항목들이 2013년 11월 위키리크스(내부고발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 유출됐다. 미국이 음악과 영화산업의 저작권뿐 아니라 더 광범위한 특허권 보호 강화를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운동 단체들은 또한 그 협정이 약품 같은 업종의 특허권 범위를 확대하고 ‘특허영속화(evergreening, 특허 독점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관행)’을 장려하고 복제약의 보급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AVANEESH PANDEY

2014.11.17 16:49

4분 소요
UNO&COMPANY CEO Kim, jong-chun | 가발용 원사 기술로 검은 대륙 사로잡아

CEO

가발용 원사생산업체 우노앤컴퍼니가 가발 산업의 최대 시장인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김종천 대표가 일본의 경쟁업체들을 상대로 싸우는 무기는 ‘기술과 도전’이다.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셀레브리티 100(U.S.Celebrity 100)’에서 1위를 차지한 오프라 윈프리. 그의 어깨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머리가 가발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흑인 여성의 모발은 5~10㎝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데다 쉽게 끊어진다. 그들에게 가발이 필수 패션 아이템인 이유다. 아프리카는 가발뿐만 아니라 가발용 원사산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연간 5만t의 가발용 원사가 소비된다.아프리카 가발 시장은 일본업체 가네카와 덴카가 선점하고 있다. 그 틈새를 ‘기술’을 무기로 파고드는 한국 기업이 있다. 바로 우노앤컴퍼니다.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시장에 진출한 가발용 원사생산업체다. 지난해 10월 남아공에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김종천(57) 우노앤컴퍼니 대표는 “아프리카시장을 일본기업이 선점하고 있지만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업을 시작할 때 가졌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마음으로 달려들면 두려울 게 없어요. 초심을 잃어선 안됩니다.”김 대표는 1997년 친구인 김환철 교수(전북대 유기소재파이버공학)로부터 가발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섬유화학을 연구하던 친구의 설명을 듣고 승산이 있겠다 싶어 선뜻 자본금 1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이 개발되면 사업자등록증을 내겠다고 단단히 맘먹고 전북대 연구소 내에 사무실을 차렸다. 김 교수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가발용 원사를 만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원사가 2m이상 나와야 제품화가 되는데 중간에 끊어지기 일쑤였다. 자본금도 거의 바닥나 재료 살 돈조차 없었다. “서울에서 사업하던 친구에게 투자 좀 하라고 연락했었지요.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조용히 서울로 돌아간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투자 대신 필요한 걸 사주겠다고요. 그래서 800만원 상당의 원사 원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구세주였지요.”김 대표는 원사 생산이 성공했던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998년 12월 21일이었다. 유난히 추웠던 그날 원사가 처음으로 끊어지지 않고 2m이상 길게 뽑아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다음날 다시 원사가 끊어져 나왔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서야 제대로 된 원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말이다. 김 대표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아직도 그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1999년 7월 김 대표는 우노앤파이버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2011년 화학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우노앤컴퍼니로 사명을 바꿨다). 2005년에는 이익의 대부분을 기술개발에 투자해 불에 타지 않는 난연 합성수지(PET)원사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가발은 머리 모양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드라이기를 이용해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도 가발이 변질될까봐 엄두도 못 냈죠. 아프리카 여성의 그런 마음을 읽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제가 기술을 늘 입에 달고 사는 이유입니다.”세계 누비며 트렌드 파악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노앤컴퍼니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 5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1년 546억원, 지난해는 621억원으로 늘었다. 생산 제품의 99%를 수출하는 우노앤컴퍼니는 2008년 1000만불 수출탑, 2013년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우노앤컴퍼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 등지에 원사를 공급하고 있다.회사가 성장하면서 경쟁업체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2010년 가네카는 우노앤컴퍼니의 고객사를 상대로 난연 PET 가발원사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 대표가 납품한 가발 원사였다. “당시 고객사는 중소업체라 비용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비용을 댈테니 소송을 진행하자고 설득했죠. 우리 일이기도 했으니까요.”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소송은 사실 김 대표에게도 큰 부담이다. 돈도 돈이지만 일을 제대로 할 수 가 없었다. 그는 지난해 재판 때문에 미국에 두 달간 머물기도 했다. 2012년 28억원 정도였던 소송비용은 지난해 50억원으로 늘었다. 그래도 김 대표는 소송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가 사업 초기부터 외쳤던 기술 때문이다. “물러서는 순간 기술개발에 매진했던 직원들의 땀은 모두 허사가 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김 대표는 경쟁업체로부터 좌절이 아닌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대기업이 우리 회사를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존재감에 더 열심히 뛰게 됩니다.” 그는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의 가발 공장을 탐방한다. 트랜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어떤 원사를 쓰는지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나섭니다.” 지난 2월에는 점보 브레이드용 원사 ‘아크라(Acra)’ 개발에 성공했다.브레이드는 ‘땋음머리’ 전용 부분 가발로 전체 가발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양한 스타일로 멋을 낼 수 있어 흑인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원사 역시 가네카가 독점하고 있었다. “아크릴 성분을 추가해 원사가 가볍고 촉감이 부드러워 일본 제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김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믿음’이다. 직원들, 고객사와의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오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옛말을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정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전력을 다했는데도 안될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지요. 그럴 때 그 말을 되뇌입니다.” 김 대표는 작정하고 아프리카시장에 뛰어든만큼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볼 생각이다. 문제가 생기면 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운명에 따를 참이다.

2014.08.14 16:16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