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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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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는 安 “개혁 걸림돌”, 尹 “도덕해이 제재”, 沈 “사외이사 대체”

정책이슈

대선 후보들은 2차 TV 토론에서 공공부문에 공공이사제 도입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공이사제 입장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에게 소신과 철학을 제대로 밝히라고 날을 세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안 후보의 포스코 사외이사 경력을 꺼내며 공공이사제에 대한 생각이 불균형하다고 지적했다. 부실 기업 인수를 막지 못하고 포스코의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아니냐고도 꼬집었다.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이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MBN·JTBC·채널A·TV조선·연합뉴스TV·YTN)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선 공공이사제에 대한 입장을 좁히기 어려울 정도로 후보들마다 관점의 차이가 컸다. 윤 후보는 강성노조와 고용세습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엔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안 후보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직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방만한 공기업을 개혁하기 더 어려워져 반대하는 입장이다. 심 후보는 이해당사자(근로자)가 경영에 참가하면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외이사제를 보완할 수 있어 찬성하는 입장이다. 2차 TV토론에서 노동이사제를 주제로 공방을 벌인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안= “강성 귀족노조가 청년 일자리를 원천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는 노동이사제에 찬성한다고 하는데 어떤 기사에서 ‘노동이사라고 해서 노조 출신이 아니라 노조 출신 변호사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해보니 서울시 산하 20개 공기업의 26명 노동이사 중 15명이 민주노총, 7명이 한국노총 출신이다. 노동이사의 85%가 노조 출신이다. 이렇게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여전히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느냐.” ▶윤= “공공기관은 국민의 것이니 정부가 임명한 간부들과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사가 돼 도덕적 해이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 노동이사가 있었다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은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 조작, 자료 폐기, 감사 저항 등을 벌인 행위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사건이다. ▶안= “우리 사회에 공정과 상식이 자리잡게 하려면 강성 귀족노조의 특권과 반칙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윤 후보가) 강성노조와 고용세습에는 반대하고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엔 찬성하는데 소신과 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윤= “노동개혁이라는 것도 대타협을 해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과도한 고용 보장이나 노동 경직성은 유연하게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종일관 한 가지 방향으로 간다고 노동 유연성을 보장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심= “(안 후보가) 노동이사제에 강력히 반대하는데 잘 이해할 수 없다. 오너들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가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경영에 참가하는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만이 아니라 민간에까지 확대돼야 한다. 안 후보는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할 때)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반대한 것은 3건밖에 없다. (이에 대해) 당시 부실기업 인수를 막지 못해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식의 불합리한 인식이 어디 있느냐.” ▶안=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방만하게 경영되는 건 모든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공기업 개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포스코는 이사들이 안건을 미리 보고 의견을 밝혀 부결된 건 (이사회에) 올라가지를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반대가 적어 보이지만 사외이사들이 훨씬 더 많은 반대를 했고 회사 미래를 제대로 결정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오너·경영자 위주로 의사가 결정되는 관행을 견제함으로써 기관·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를 담은 제도로 유럽에서 운영 중이다. 근로자의 경영 참여는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의 실천과제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담겨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2.12 10:44

3분 소요
‘노조추천 이사제’ 또 총대 멘 KB금융 노조…금융권 확산 판가름

은행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글로벌 전문가인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KB금융 노조로써 다섯번째 시도며, 올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현실화된 이후 민간 금융권에서 나온 첫 시도다. 법제화 분위기를 타고 민간 금융권에도 노조추천 이사제가 도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노조, ‘글로벌 전문가’ 김영수 후보 사외이사에 추천 18일 KB노조는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다고 밝혔다. 노조추천 이사제란 노조 등이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날 류제강 KB노조 의장은 “KB금융의 올바른 지배구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번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했으나 아직 한번도 주주총회를 통과하진 못했다. KB노조는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김영수 후보를 차기 사외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경쟁사와는 달리 사외이사진에 해당 분야 전문가가 없어 해외사업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판단이다. 류 의장은 “다시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은 경영참여의 목적이 아닌 주주이자 직원의 대표로서 회사가 해외사업에서의 약점을 보완해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시도가 또다시 무산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노조 추천 사외이사, 이번엔 가능할까 금융업계는 KB금융 노조 및 우리사주조합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하고 있어 이번 움직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민연금이 2020년에 노조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며 이사회 통과가 불가능했던 만큼 이번에도 두 기관의 의견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0.96%에 달한다. 이번에도 ISS의 반대 의견이 있을 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KB금융 지분 9.7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에 소극적일 경우 KB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류 의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KB국민은행이 인수한 부코핀 은행이 제2의 BCC 사태가 안 될거라는 보장이 없다”며 “그 책임은 주주와 직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의 보완이 가능한 후보를 제시했기 때문에 주주들이 동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KB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약 1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KB노조는 부코핀 은행의 지난해 적자 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008년 9392억원을 투입해 매입한 카자흐스탄 BCC은행에서는 1조원의 지분 평가손실을 입은 바 있다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인수는 적정한 가격의 중위권 은행을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방향에 기반한 것”이라며 “이사진의 구성과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다”며 “특히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 근무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노동이사제 등 공공기관에 급물살 KB금융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업계에서도 주목하는 점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인한 파급 효과다. 국회는 지난 11일 올해 첫 본회의를 열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만큼 민간에도 노동이사제 및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은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 1명을 이사회에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 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다. 금융 공공기관으로는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개가 대상이다. 다만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선 찬반 의견이 나뉘는 모양새다. 노동이사제가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순기능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립적 노사 관계가 이사회까지 이어져 경영 부작용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앞으로 KB노조만 아니라 국책은행 노조들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 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노조 측도 사외이사 추천을 시도했지만, 선임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2022.01.18 14:58

3분 소요
'노동이사제' 국회 통과…전경련·경총·대한상의

산업 일반

지난 11일 국회에서 노동이사제 법안이 통과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국내 주요 경제 단체들이 일제히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제 단체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란 노동자 대표를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에 '통과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 이사회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를 비상임이사로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오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 갈등과 쟁의행위가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저해할 뿐 아니라,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높다"고도 했다. 전경련은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향후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함께 모색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노동이사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총은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 경제시스템과 부합하지 않고,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비록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확정됐지만, 향후 운용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노동조합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은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이사가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우리 시장경제에 큰 충격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 민간기업 확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노동이사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가 경제계의 우려와 신중한 입법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박 본부장은 "노동이사제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도입한 제도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풍토와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계는 특히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의무화를 시작으로 향후 민간기업까지 이를 의무화하는 데로 나아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와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살피는 한편 민간기업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1.12 08:27

2분 소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재계 “입법 절차 중단 요청”

산업 일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국회 입법의 첫 문턱을 넘은 것과 관련해 재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5일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통해 “강성노조가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 자명하다”며 “노동이사제는 이미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심각하게 기울게 하고 오랜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개혁을 저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으로의 도입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친(親) 노동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서 경영계는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게 부작용 우려가 큰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절차를 부디 중단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지난 4일,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여야 합의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법안(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공공기관과 준정부 기관 비상임 이사에 3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 1명이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이사는 노동자 대표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는 방식 중 개별기관에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위원회 구성 당시 비상임이사가 없는 경우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국회 기재위는 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기재위 문턱을 넘을 경우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1.05 10:36

2분 소요
최태원 “기업 변화 먼저” 손경식 “정부 역할 우선”…각기 다른 경제단체 수장 신년사

산업 일반

임인년 새해를 앞두고 경제단체의 수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신년사를 내놨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를 이끄는 두 사람은 “한국 경제가 비호(飛虎)처럼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며 같은 소망을 빌었다. 하지만 경제 도약의 방법론에서는 접근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최 회장이 기업 스스로 능동적인 변화 속 정부의 지원을 주문한 반면, 손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 崔 “기업, 지구적 과제 해결 방향에 부합해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국제관계 리스크 등 불확실한 여건을 이겨내기 위해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를 언급했다. 백 척의 높은 장대 위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디딘다는 뜻인 ‘백척간두 진일보’처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결기와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성장과 발전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기업부터 새로운 역할을 자각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사업보국이라 여겼던 과거에서 벗어나 저출산,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과제 속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기업이 새로운 역할에 관심을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메커니즘’이 잘 갖춰지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다만 ‘동기부여 메커니즘’ 조성에 단서를 달았다. 그는 “국가가 큰 틀에서 기업 성과에 플러스 되도록 동기부여 메커니즘을 잘 만들면 기업은 국가적 과제를 내부화하고, 활용 가능한 모든 툴을 동원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주문한 셈이다. 최 회장은 ‘민관 파트너십’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 방식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고 점을 밝혔다.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이 따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기업이 고민과 해법을 제안하고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업이 정부가 제안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더 몰입해 참여하고 진정한 민관 협력 풍토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최 회장의 전망이다. ━ 孫 “규제 철폐, 제도 개선 절실해” 최 회장이 기업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변화 속 정부의 지원을 주문한 것과는 달리 손경식 경총 회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먼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같은 요인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특히 국내 기업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밝혔다. 그는 “당장 1월부터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개정 노조법과 획일적인 주52시간제 시행 등 국내 정책환경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이뤄지면서 기업들의 심리도 매우 위축돼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 규제개혁을 첫손에 꼽았다. 기업들이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규제의 패러다임을 기존 원칙적 금지인 ‘포지티브 규제’에서 원칙적 허용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행정 지원과 입법 마련을 통한 과감한 규제혁신에 나서달라는 것이 손 회장의 주문이다. 손 회장은 법인세 인하, 상속세 부담 완화와 같은 조세환경 개선도 요구했다. 동시에 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지나친 상법, 공정거래법 규제 역시 완화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손 회장은 경영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기업인에게 묻는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도 손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는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법률 규정이 불명확하고 모호함에도 경영자에게 높은 형벌을 부과하게 돼 있어 기업의 사법리스크가 증가하고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기업의 책임 규정을 명확히 해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을 완화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그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경직적인 규제 완화 등도 요청했다. 두 경제단체 수장의 신년사는 미묘한 온도 차이가 있다. 최 회장이 기업의 변화 속 정부의 지원을 강조한 반면 손 회장은 신년사 대부분을 입법 요청과 제도 개선에 할애했다. 이 같은 차이는 두 회장의 현재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고, 손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은 손 회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12.30 14:30

4분 소요
손경식 경총 회장,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확대 역효과 우려

산업 일반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20일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만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 특히 중소·영세기업의 사정이 매우 어렵다”며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소상공인과 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 법을 강행하기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선행해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지금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게 왜 꼭 이 시점에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의문을 많이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면 근로자를 보호하는 효과보다는 많은 영세소상공인이 피해를 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경영계에 의견이다. 경총과 중기중앙회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지 말아 줄 것을 요구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의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효율적인 의사결정 지연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기문 회장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까지 기업이 반대할 수 없지만, 민간기업으로 넘어오지 않겠느냐”며 “민간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여야 합의를 통해 기업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뜻을 밝혔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총, 중기중앙회 인사와의 면담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경제계가 우려하는 내용을 자세히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2.20 15:46

2분 소요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에 긴장하는 경제계…학계도 우려

산업 일반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경영계가 정치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 의결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면 노사 교섭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전문가 인식 조사(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를 통해 학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25일 발표했다. 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61.5%가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에 도입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5.5% 수준이었다. 노동이사제란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인정받아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기업에 적용하면 노동자가 기업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 논란이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데 이어, 최근 여당에서도 제도 도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노동계에서 요구해왔던 것”이라며 “결단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공기관과 준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먼저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독일·스웨덴·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가 공공‧민간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게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경영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에 노동이사제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17%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0%는 ‘다소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23%로 나타났다. 경총은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시스템)와는 다른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인 우리나라와의 차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 “노동이사제 ‘공공’에 도입해도 민간으로의 확대 압력 커질 것”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결국 민간 부문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이사제 전문가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의무 도입 법안이 통과되면 민간기업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치적·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25일 노동이사제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계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경제단체들은 “국내의 대립적인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제 의무화로 이사회가 노사 교섭과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경제단체는 또 “노동이사제는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당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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