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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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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위기 극복하고 K-반도체 중심에 서다

산업 일반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Data Lab)은 지난 2월 '111클럽' 기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랩의 두 번째 기획은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전통을 가진 기업 177곳 중 (2021년 기준) 연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위 10%의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다. 총 46곳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한국경제의 주역들이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이 기업을 '장수(長壽) 기업' 대신 '장신(長新)'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장신(長新) 기업에 포함됐다.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며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신인 현대전자부터 SK 품에 안기기까지 위기와 극복을 반복하는 등 다사다난했지만 현재는 K-반도체 중심에서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D램 중심의 사업구조 덕분에 호황기에는 연간 1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실제 SK하이닉스는 2021년에 영업이익 12조1833억원을 기록해 전년(4조5458억원)과 비교하면 168%가 급증했다. 매출은 41조557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6.1% 증가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19)이 절정을 맞으며 비대면 서비스 수요 역시 최고조에 달했고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 업체들이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를 대대적으로 사들인 게 호재로 작용했다.반도체 가능성 알아본 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실질적인 전신은 지난 1983년 출범한 현대전자다. 법적인 모태는 지난 1949년 설립된 국도건설이지만 현재의 전자업을 영위한 시점이 현대전자가 출범한 이후기 때문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1981년 12월 그룹 종합기획실에 별도의 신규사업팀을 만들고 전자사업 기초조사에 착수했다. 정 창업주는 2년 후 1983년 1월 전자사업팀을 공식 발족시키고 이천군 부발면에 있는 국도건설 소유 부지를 공장부지로 선정한 뒤 국도건설의 상호를 현대전자산업으로 변경했다. 현대전자는 사업 초기 여타 전자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가전을 취급하는 종합 가전회사였다. 하지만 가전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금성사(現 LG전자), 대우전자 등 쟁쟁한 업체들이 이미 선점한 상황이었고, 정 창업주 역시 반도체 등 차별화된 사업 모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으로 판단된다.이에 현대전자는 컴퓨터와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1985년부터 메모리 양산 체제에 들어가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 진출한 현대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현재 SK하이닉스의 기반이 됐다.현대전자의 이같은 전략은 초기에는 제대로 먹혀들며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1998년 정부의 ‘빅 딜’ 정책 일환으로 LG반도체를 합병했으나 사업 전반이 흔들리며 현대그룹에 부담을 가중시켰다.이 여파로 현대전자는 지난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로 사명을 바꿨고, 메모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모두 분사시켰다. 이때 현대그룹에서도 분리되며 최대주주가 한국외환은행으로 바뀌었다. 하이닉스는 독립한 이후 10년 이상 부침을 겪었다. 계속되는 유동성 위기와 신규 투자 부족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었고, 업계에서 금기로 통하는 반도체 생산 기계 재사용이라는 도박수까지 두며 암흑기를 보냈다. 다만 반도체 생산 기계 재사용은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K 등에 업고 비상위기와 극복을 반복하던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SK그룹의 역할이 컸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지난 10년은 과거의 10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상 D램만으로 회사를 지탱했던 과거와 달리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낸드플래시는 물론 반도체 설계와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위용에서 잘 드러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원 415만㎡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약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50여 개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외에도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해 솔리다임을 설립했고,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D램 중심의 메모리 업체가 아닌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데 훌륭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8개국에서 승인 절차를 받아왔다. 우선적으로 인텔에 70억 달러를 지불하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확보한 뒤 오는 2025년 3월 20억 달러를 지급해 낸드 웨이퍼 설계·생산 관련 IP, 다롄 공장 운영 인력 등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지난 2021년에는 LG반도체 계열 미국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를 5800억 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공언한 지 5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솔리다임은 기존 SK하이닉스의 낸드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세계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키파운드리 역시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연계를 통해 회사의 파운드리 생산능력(CAPA, 캐파)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8인치 파운드리 캐파는 각각 월 10만장, 9만장 규모다.

2023.03.27 08:00

4분 소요
투자가 ‘길’을 만든다…美에 깔린 삼성‧LG 하이웨이

산업 일반

미국에 삼성,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도로가 들어서고 있다. 수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화답의 의미로 미국 지자체가 도로명에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넣는 것으로 풀이된다.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윌리엄슨 카운티장 빌 그라벨께서 부지 앞 도로를 ‘삼성 하이웨이’로 명명하고 도로 표지판을 선물로 주셨다”고 밝혔다. 삼성 하이웨이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삼성전자가 짓는 신공장 부지와 기존 고속도로를 잇는 도로다.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윌리엄스카운티 소속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선 5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라인이 들어선다. 경 사장은 “테일러시의 공사는 온 트랙(on track)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면 팹(Fab)이 완공되고, 내년이면 그곳에서 미국 땅에서 최고 선단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미국에 삼성 고속도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네시주 클락스빌에는 ‘LG 하이웨이’가 있다. 지난 2018년 LG전자가 ‘클라크스빌 공장’을 가동한 것을 기념해 테네시주 정부가 도로명에 LG브랜드를 붙였다. 클라크스빌 공장은 연면적 9만4000㎡(약 2만8435평), 대지면적 125만㎡(약 37만8125평) 규모의 LG전자 북미 생활가전 생산 기지다.드럼세탁기, 통돌이세탁기, 건조기를 생산하는데, 연간 세탁기 120만대, 건조기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LG전자는 해당 부지를 20년간 무상 임대받았고, 세금 감면 혜택도 별도로 제공받았다.류재철 LG전자 H&A업본부장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려 프리미엄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건조기 생산라인을 신설했다”고 말한 바 있다.우리나라에도 기업들의 투자와 함께 LG로(路), 삼성로, 현대로가 새로 깔린 바 있다. 경기 파주시는 지난 2005년에 자유로∼디스플레이 클러스터 구간 5.95㎞ 4차로를, 평택시는 2010년에 진위면 갈곶리 국도 1호선∼오산시 청호동 구간 2.5㎞ 4차로 산업단지 도로를 각각 ‘LG로’로 명명했다.부산시는 2005년 강서구 녹산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르노삼성차와 6000억 원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하면서 회사 앞 간선도로에 ‘르노삼성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광주시는 광천1교∼상무주공 26호 광장 구간 2.7㎞는 ‘기아로’로, 충남 아산시는 현대자동차 출고장 앞 도로인 염치읍 염성리∼인주면 걸매리 구간 13.7㎞의 왕복 2차로를 ‘현대로’로 이름 지었다.

2023.01.22 07:00

2분 소요
LG전자, 씽큐 앞세워 업가전 글로벌 시장 확대 나선다

산업 일반

LG전자는 내년 초 미국을 시작으로 UP가전을 글로벌로 확대 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UP가전의 해외 브랜드는 ‘씽큐 업(ThinQ UP)’이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 앱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국가에 우선 UP가전을 선보일 방침이다. LG 씽큐 앱을 사용하면 UP가전의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100%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우선 내년부터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LG 스튜디오 (LG STUDIO)와 같은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포함해 미국에서 출시되는 주요 생활가전을 UP가전으로 출시한다. LG전자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업그레이드 콘텐츠는 물론 미국 고객의 제품 사용패턴,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개발한 콘텐츠 등을 업그레이드로 지속 제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내년 1월 5일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LG 씽큐 앱에서 터치만으로 제품 컬러를 바꿀 수 있는 무드업 냉장고를 포함한 다양한 UP가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LG전자 전시관에서 LG 씽큐 앱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로 추가할 수 있는 UP가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LG전자는 올 1월 국내 가전시장에 ‘UP가전’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고객이 가전제품을 구매한 후에도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지속 추가해 나에게 점점 더 맞는 제품을 만들어가는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LG전자는 UP가전 선포 후 현재까지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총 24종의 UP가전을 출시했고 120개 이상의 업그레이드 콘텐츠를 배포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국내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인정받은 UP가전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UP가전을 통해 고객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 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2.28 17:32

2분 소요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가전 빅2...“닫힌 지갑, 탈출구 없다”

유통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션 등 경기 침체에 따라 가전양판점 빅2로 꼽히는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실적이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코로나 특수로 인한 가전시장 호황 역기저 효과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이다. 올해 역시 가전시장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선 확실한 수익구조를 찾지 못하면 실적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고꾸라진 가전양판점 실적...“매년 안좋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며 전년보다 98.7%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738억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3702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자랜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 경쟁사인 전자랜드(에스와이에스리테일)도 지난해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실적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시장에선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 들어 내수 가전 유통시장은 물가 및 금리인상 기조 등에 따른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리오프닝 본격화에 따른 야외 활동이 증가하여 대형가전을 중심으로 가전제품의 수요가 감소했다. 매년 실적이 고꾸라지는 모습인데 엔데믹에 가전을 교체하던 한시적 수요가 줄어든 데다, 가전을 판매하는 채널이 늘어나면서 줄어든 수요마저도 분산되는 모습이다. 실제 가전·가구 소비 지출 증가 폭이 둔화하기도 했다. 2020년에 당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정 내 체류시간이 증가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급등했지만 최근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전제품과 가구 등 내구재(1년 이상 사용 가능한 고가 상품) 판매는 2020년 21.2%까지 급증했지만 지난해에는 9.5% 증가폭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가구 판매 증가율도 23.3%에서 5.0%로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에서 감소폭이 가장 큰 품목은 가전제품(-4.1%), 통신기기 및 컴퓨터(-4.9%), 화장품(-8.6%) 등의 순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제품군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방산업 업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매장 크고 체험형으로 바꾸고...중고품, 과일까지 판다 이들은 매장 효율화 작업 및 체험형 대형매장을 늘리는 한편 사업다각화를 통해 실적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일반 점포를 줄이고, 메가스토어를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메가스토어를 포함한 롯데하이마트 점포 수는 전국 418개로, 2020년과 비교해 30곳이 줄어든 반면 2020년 7곳에 불과했던 메가스토어는 현재는 22곳을 운영 중이다. 연내에는 메가스토어 매장 8곳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체험'이라는 컨셉을 내세운 오프라인 대형매장 메가스토어는 단순한 가전 매장 콘셉트를 벗고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새 먹거리 찾기에도 한창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말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론칭했고, 자사 온라인몰에 골프 전문관을 열었다. 하이마트는 자사의 PB상품인 '하이메이드' 운영 품목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00여개 품목에서 올해는 300여개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우주 제조사 협업 강화를 통한 PB상품 확대와 글로벌 브랜드 매출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글로벌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 및 전용관 출점 확대로 향후에도 신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체험 중심의 프리미엄 매장인 파워센터의 확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매장 140곳 중 116곳을 체험형 매장 '파워센터'로 변경했다. 또 기존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과일에까지 구색을 늘려 백화점, 이커머스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해부터 청과도매업체와 손잡고 자사몰에서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과일 브랜드 '신선과일'을 론칭해 과일 경매사들이 직접 고른 국내 상위 10%의 우수한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쇼핑몰에 대한 적극적인 영업 활성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온라인 가전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앞서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국내 온라인 가전시장의 규모가 25조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온라인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오프닝 본격화에 따른 야외 활동 증가와 주택 거래량 감소로 대형가전을 중심으로 가전제품의 수요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가전업계에 불황이 찾아온 만큼 가전양판점들이 체험형 매장을 늘리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차별점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1.06 13:03

3분 소요
때이른 추위에 난방용품 '핫핫'…가전양판 ‘빅2’, 매출 반등 신호탄

유통

때이른 추위에 겨울 난방가전을 찾는 수요도 늘어나자 국내 가전 양판업계 '빅2'가 판매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지속된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올 겨울에는 수요의 확산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판매된 난방가전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155% 늘었다. 특히 히터품목은 약 230%, 요장판 품목은 약 13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자랜드의 난방가전 매출액 역시 늘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 기간 전열기기 226%, 전기장판 187%, 온풍기 98%씩 판매량이 급증했다. 예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에 지속된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가전 시장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보이며 김치냉장고·난방기기 등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왔으나 차츰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가전양판업계 특성상 여름과 겨울 계절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름철은 에어컨은 대표적 고마진 상품들이 대거 포진돼있어 전체 매출의 약 3~40%를 차지한다. 전기장판, 히터품목 등 겨울 난방 가전은 보통 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지는 늦가을부터 활발해진다. 올해는 이례적인 추위에 9월 초부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25일까지 전열기기와 온풍기의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5배, 6배가량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에 업계는 올해 겨울 난방가전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전국 아침최저기온이 12도에서 19도 사이로 평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그 후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큰 일교차의 날씨가 이어졌다. 이에 자연스럽게 전자랜드에서도 9월 초부터 난방 가전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는 캠핑족 니즈에 맞춘 휴대성과 디자인이 강화된 난방가전들이 출시되며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고 있다. 이달에도 지속되는 고물가로 난방 비용을 조금이나마 아끼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방마다 난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난방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계절 제품 판매 호조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8874억5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억5100만원으로 99.2% 줄었다. 전자랜드(SYS리테일)의 경우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실제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은 지난해 연간기준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올 들어 고물가, 고환율 등 최근 전반적인 소비심리 부진 속에 제품 교체 수요가 내년으로 미뤄지고 구입 수요도 김치냉장고 하나에만 집중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또 몇몇 고급브랜드 제품의 판매 부진도 가전시장 위축의 한 요인으로 꼽히는 점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10월 초부터 첫 서리가 내리는 등 이례적인 초겨울 날씨가 계속되며 난방가전을 미리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올해는 캠핑족, 집콕족 등 다양한 소비층에 맞는 난방가전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12월까지 난방가전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0.13 09:00

2분 소요
롯데렌탈·아주스틸, 공모주 ‘따상신화’ 이을까

증권 일반

이번 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롯데렌탈·아주스틸 등의 기업이 상장에 나선다. 지난주 중소형 공모주인 원티드랩과 플래티어가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정해진 뒤 상한가 기록)을 기록해 이들 기업이 상장 후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19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롯데렌탈은 차량렌털, 중고차 판매, 일반렌털 사업을 영위 중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차량렌털 65%, 중고차 판매 25%, 일반렌털 10%다. 차량렌탈 부문은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점유율 21.8%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쟁사로는 SK 렌터카(점유율 12.5%), 현대캐피탈(점유율 12.0%) 등이 있다. 중고차 판매 부문은 차량 렌털 반납, 매입 중고차를 경매 등으로 판매하며 지난해 국내 중고차 낙찰 대수 가운데 23.9%를 차지했다. PC·복합기 등 사무자동화(OA)기기와 의료기기, 산업장비 등 다양한 품목을 빌려주는 일반렌털 사업도 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롯데 계열사로는 롯데정보통신 이후 3년 만의 상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롯데렌탈은 지난 10일 청약경쟁률 65.81대 1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마쳤다. 청약 열기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롯데렌탈은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2015~2020년 렌터카 시장 연평균 성장률 14.1%보다 높은 동기간 20.2% 성장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은 렌터카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중고차 매매, 사무기기 렌털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렌터카 업계에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최근 캐피탈사·기타 렌터카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롯데렌탈의 렌터카 시장점유율은 하락세다. 2018년 24.2%였던 롯데렌터카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23.0%, 지난해 22.2%로 줄었다 롯데렌탈은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통해 “차량 렌털시장 경쟁 심화, 카셰어링과 같은 새로운 경쟁 형태 등장 등으로 렌털 계약단가가 하락하거나 차량 렌털 수요가 감소하면 회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20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컬러강판 생산기업 아주스틸은 지난 9~10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1419.7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대 코스피 공모 청약 가운데 최고 경쟁률이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도 22.9%로 낮은 편이다. 아주스틸의 컬러강판은 영상가전(OLED TV), 생활가전(냉장고, 세탁기), 건축 자재(건축용 내·외장재, 방화문, 엘리베이터 등), 자동차(배터리 셀 커버), 태양광, 스마트팜 등 각종 산업에 쓰인다. 최근 가전시장이 성장세인 점은 향후 실적 성장에 긍정적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영상 가전은 국내 메이저 가전 제조업체 주도로 프리미엄 가전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매출 구조가 특정 기업에 편중된 점도 주의해야 한다. 건자재, 자동차, 태양광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지만 올 1분기 기준 영상가전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2.3%를 차지한다. 앞서 세계 TV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 정부의 셧다운 조치로 판매량은 전년 대비 급감한 바 있다. 프리미엄 가전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는 남아있다. 아주스틸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컬러강판 사업의 영업실적은 경기 변동, 시장 상황 등 거시적 경제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글로벌 소비시장 심리가 악화해 회사의 영업실적 및 재무상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1.08.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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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같지만, 다른 전략'…삼성은 '체험', LG는 '럭셔리'

IT 일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가전 시장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가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을 공략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은 같지만, 전략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를 필두로 맞춤형 가전 확대에 집중하고 있고, LG전자는 ‘초 프리미엄’을 겨냥하는 브랜드 시그니처를 내세워 '명품 가전'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다. ━ '비스포크' 앞세운 삼성·'시그니처' 앞세운 LG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 가전의 본격적인 해외 시장 확대를 선언한 데 이어 6월에는 프랑스와 영국에 ‘비스포크 홈’ 체험 공간을 만들고 유럽 소비자들을 본격적으로 공략했다. 삼성전자측은 “현지 소비자들이 비스포크 홈의 콘셉트와 특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냉장고·식기세척기·인덕션·세탁기·에어드레서·슈드레서·무선청소기 등 총 13종의 비스포크 가전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프랑스에서 판매중인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에 이어 연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냉장고,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일부 제품은 갤러리 라파예트 본점 3층 쿠킹 스튜디오 ‘컬리너리 아뜰리에’에 상시 설치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 ‘페랑디(Ferrandi)’가 협업을 통해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5월말부터 영국 런던 도심에 위치한 삼성 킹스크로스 브랜드 쇼케이스에서도 비스포크 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쇼룸이 문을 열었다. 이 쇼룸은 주방, 라운지, 스튜디오 등 3가지 콘셉트의 거주 공간을 연상할 수 있게 꾸몄다. 냉장고, 큐브 냉장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에어드레서, 무선청소기 등 비스포크 홈 제품 6종이 전시됐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매주 라이브커머스도 진행하며 비대면 가전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홈과 같은 체험형 매장을 미국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해외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이강협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비스포크 홈은 디자인과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해외에서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 생활가전 부문에서 월풀(Whirlpool)을 제치고 글로벌 세계 1위로 등극한 LG전자는 프리미엄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초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시그니처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이달부터는 중국을 시작으로 인테리어 가전인 ‘오브제컬렉션’의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 롤러블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를 앞세워 VVIP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월 LG 시그니처 올레드 R를 해외 시장에 본격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푸시킨미술관에서 VVIP 고객을 초청해 LG 시그니처 올레드 R를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를 배경으로 러시아 유명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의 발레 공연도 선보였다. 앞서 LG전자는 보석 브랜드 불가리,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 등과도 협업해 VVIP 고객을 대상으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소개하는 초프리미엄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의 차별화된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문화·예술·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La Scala) 오페라극장, 독일의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업해 기술력뿐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프랑스에서도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파리 생제르맹 거리에 올레드TV 플래그십 매장인 ‘LG 올레드 갤러리’를 열었다. 신규 매장은 고급 가구 및 명품 매장, 미술 갤러리 등이 밀집한 파리 중심가에 있다. 이 거리는 드플로르(de Flore), 레되마고(Les Deux Magots) 등 파리를 대표하는 유명 카페와도 마주보고 있어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지역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파리의 지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생제르맹 거리에 위치한 신규 매장이 프리미엄 고객들에게 LG 올레드 TV의 기술력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랜드마크 매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은 유럽 TV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올 1분기 유럽에 판매된 OLED TV는 전 세계 OLED TV 출하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LG전자의 초 프리미엄 마케팅에 힘입어 1분기 북미·유럽 매출은 7조3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북미·유럽 시장의 매출 비중도 40% 수준으로 커졌다. 특히 올 1분기 유럽지역의 매출은 3조4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205억원)보다 43% 가량 늘었다. 업계는 2분기 이후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거둔다면 사상 첫 연간 매출 10조원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06.30 13:18

3분 소요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파상공세 다음은 ‘반도체 굴기'

산업 일반

올해 대형 LCD 최대 생산국으로 도약...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올해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최대 생산국 자리를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대형 LCD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4.1%에서 올해 28.8%로 하락하는 반면,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0.1%에서 올해 35.7%로 상승할 전망이다. 위츠뷰는 2020년 중국 점유율이 약 50%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중국 LCD산업의 굴기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BOE·차이나스타 등 중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및 대만 업체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중국 현지 생산능력을 늘려온 결과다. 중국 LCD산업 성장의 이정표는 ‘12·5규획(제12차 5개년규획)’이다.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12·5규획’기간 동안 7대 신흥전략산업을 육성할 것을 천명했다. 7대 산업 중 하나가 바로 LCD를 포함한 차세대 IT산업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나자마자 중국 LCD산업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 30%대를 기록했다. ━ 12·5규획 기간 동안 비약적 발전 중국은 LCD 산업 육성을 위해 국유기업인 BOE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BOE는 중국 최대 LCD생산 업체로 성장했다. BOE가 허페이에 건설 중인 10.5세대 LCD라인이 양산 체제에 진입하면 샤프의 일본 사카이공장 10세대 LCD라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CD생산라인이 된다. 내년부터는 중국 업체의 대형 LCD 패널 시장점유율이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거대한 내수시장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산업육성정책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12·5규획’이 끝난 다음해인 2016년 중국 LCD업체의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었고 올해 우리나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부상한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 중국 정부가 가장 육성하고 싶어하는 산업은 무슨 산업일까? 바로 반도체산업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되는 ‘13·5규획’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채택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산업을 바꿔가면서 이어지고 있다. 철강·조선·LCD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다.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이 늘었다. 그런데 오히려 대중수출이 급증한 산업이 있다. 반도체산업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화장품·쇼핑·자동차 기업의 실적이 급감하는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반도체 호황과 중국 수요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반도체 수출은 80억400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80억 달러를 넘었다. D램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한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1%가 늘었다. D램(4Gb) 가격은 12개월 전 대비 2배 넘게 오른 3.5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우리나라의 대중수출도 반도체 수출이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대중수출이 증가 중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대중수출액은 108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7% 증가했다. 이 중에서 반도체 수출(51억50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감소했다. 실제로 휴대폰·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를 제외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대중수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때마침 찾아온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대중수출은 10% 넘게 감소했을 것이다. ━ 원유 수입을 뛰어넘는 중국의 반도체 수입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입 규모는 2271억 달러를 기록했다. 4년 연속 2000억 달러를 넘었다. 이와 달리 수출은 614억 달러에 불과해 1657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중국의 원유 수입금액보다 크다. 지난해 중국은 3억8000만t의 원유를 수입하고 1164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대금을 지불했다. 중국이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중국의 반도체 수요는 전 세계 수요의 30%가 넘는데, 반도체 생산 규모는 전 세계 생산의 10%에도 못 미친다.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자급률을 제고하는 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기술력도 갖췄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을 이용한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神威太湖之光)’로 수퍼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중국 반도체산업의 몸집도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산업의 매출 규모는 4335억 위안에 달했다. 2015년 대비 20% 커진 규모로, 전 세계 반도체산업 성장률인 1.1%를 크게 웃돈다. 반도체의 주요 제조 공정인 설계, 생산과 패키징·테스트 부문의 매출 규모는 각각 1644억 위안, 1127억 위안 및 1564억 위안으로 전 분야에 걸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도 늘었다. 글로벌 20대 반도체 기업 모두가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거나 생산라인을 건설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도 각각 시안과 우시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하던 1990년 대 이후, 중국 산업정책의 주요 기조는 ‘이시장, 환기술(以市場, 換技術)’이었다. 시장과 기술을 교환한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시장개방을 통해서 외국 기업들의 기술을 전수받기를 원했다. 지금은 다르다. 특히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은 독자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진핑 주석은 ‘인터넷안전 및 정보화업무 좌담회’에서 “핵심 기술이 다른 나라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이 최대의 리스크”라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에도 ‘핵심기술 자주개발이라는 관건을 장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대내적으로 핵심 기술의 자주개발을 천명한 셈이다.중국 반도체시장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막대한 반도체 수요다. 전 세계 노트북·스마트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등 반도체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기기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신규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 전망도 밝다. ━ 핵심 기술의 자주개발 천명 중국 본토 파운드리 업체가 성장하면서 반도체 생산기술도 크게 향상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중국 투자도 중국 반도체시장 성장에 일익을 담당했다. 앞서 시 주석이 말한 것처럼, 중국 정부가 인터넷보안과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중국 반도체 업체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다.중국 반도체 생산부문은 2016년 기준 상위 10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가 73%에 달한다. 외자기업의 점유율은 더 높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과 TSMC의 점유율 합계가 41%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37억5000만 위안, 122억7000만 위안의 매출액으로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SK하이닉스 우시공장은 D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부문 2위는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차지했다.현재 진행중인 반도체 호황은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의 영향이 크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유리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6억3800만대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시장 출하량(14억 7000만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달한다.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1600만대, 시장 점유율은 31%였는데, 3년 사이에 점유율이 12%포인트나 높아졌다.중국은 자국 반도체 굴기에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가전시장의 성장으로 반도체산업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전되기 시작했고 PC보급을 계기로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반도체산업이 중국으로 옮겨올 거라는 얘기다. 이미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로 부상한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가 AP를 독자 개발해서 자사 스마트폰에 사용 중이다. 모바일 AP 등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갈고 닦은 중국이 이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그동안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단계로 채택한 모델은 대만 모델이었다. TSMC·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대만 업체들은 규모가 커지면서 설계·테스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TSMC는 애플의 아이폰 AP를 생산하는 등 대표적인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도 처음에는 파운드리 업체 육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SMIC라는 대표 파운드리 업체를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SMIC는 12인치(300mm) 웨이퍼 기반 생산능력 및 8인치 웨이퍼 기반 생산 능력에서 각각 전 세계 10위와 8위를 기록 중이다.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파운드리 업체 육성에만 만족할리 없다.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이 2단계로 채택하려는 모델이 바로 한국 모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일정한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겪고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 위주인 대만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그룹 차원’에서 경영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감한 설비투자를 진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됐다. 또한 대만 업체처럼 파운드리에만 집중하기보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을 추구했다.중국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대만 모델로 파운드리 업체를 육성한 후, 이제 한국 모델을 차용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속셈이다. ━ 대만 모델 → 한국 모델 순으로 벤치마킹 LCD산업 육성 등 지금까지 추진된 중국의 산업정책을 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은 과감하면서 구체적이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산업발전추진요강’을 내놓으면서 1400억 위안 규모의 국가반도체산업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운영을 시작한 이 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이미 43개 투자 프로젝트에 818억 위안을 투자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베이징·우한·상하이 등 지방정부도 앞다퉈 지방반도체산업펀드를 내놓았다. 지방정부가 조성한 반도체산업펀드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약 2000억 위안이 넘는다. LCD에 이어서 반도체산업이 미래 먹거리임을 모두 알고 있는 듯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간자본 투자까지 더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 반도체산업의 투자 규모는 약 1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돈으로 17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12·5규획(2011~2015)’ 기간 동안 LCD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면, ‘13·5규획(2016~2020)’의 대표 육성 산업은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다. 지난해 내놓은 ‘반도체산업 13·5 발전규획’은 2020년까지 중국 반도체산업과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격차를 축소하고 매출 규모를 2600억 위안 확대해서 9300억 위안까지 늘린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은 기술력을 갖춘 해외 반도체 업체의 인수합병도 추진하고 해외 기술과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10년 후가 아니라 당장 5년 후의 중국이 두려워진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는 “중국이 철강·조선· LCD에 이어 반도체까지 우리를 따라 잡는다면, 우리가 중국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은 과연 무엇이 있을 것인가?”이다. 지금 우리가 절실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 등이 있다.

2017.09.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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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니밴·소형차 속속 한국 상륙] 어라, 언제 이렇게 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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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8월까지 140억원어치 수입...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인기 대구에서 인테리어 설비업을 하고 있는 장용목씨는 지난 여름 중국산 미니밴인 CK밴을 구입했다. 10년 넘게 미니 밴을 몰던 참에 ‘중국산 차도 괜찮다’는 주변 권유에 바꿨다. 마침 대구 북구에 중한자동차 판매전시장이 있다고 해서 매장에 들른 장씨는 1000만원 대 저렴한 가격의 풀옵션 모델을 보곤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다. 그는 “원래 휘발유 차량인데 가스로 개조해 몰고 있다”며 “이전에 타던 국산 미니밴에 비해 가격도 쌀 뿐 아니라 차량 유지비가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중한자동차는 중국 5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북기은상기차유한공사의 차량을 독점 수입하고 있다. 전국에 10여 개의 직영 총판점을 운영하고 있다.도로 위에 중국산 자동차가 늘고 있다. 부산·대구·울산·인천·광주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에서도 중국산 차를 보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중국산 차량 구입이 늘면서 수입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8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신차는 모두 140억원어치다. 무역코드 분류에 의한 수입가이기 때문에 실제 매장에서 팔린 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이 추세라면 올해 중국산 신차 수입 규모는 지난해 168억원을 넘어 18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차량 수입이 본격화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에 상륙한 중국산 차량(신차, 중고차 포함)은 모두 3만6000대가 넘는다. ━ 프랑스·이탈리아産보다 수입 많아 올해 수입차 판매 현황과 비교하면 중국산 자동차의 선전은 더욱 뚜렷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프랑스 차 브랜드 시트로엥은 올해 8월까지 모두 347대, 136억510만원의 판매기록을 올렸다. 이탈리아 차 브랜드 피아트는 414대, 115억304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브랜드 모두 소비자 가격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이 프랑스·이탈리아 브랜드를 넘어선 것이다.중국산 자동차 수입은 2007~2015년 연평균 10.3%씩 늘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국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 지난 2012년 이후 수입이 본격적으로 늘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니밴과 소형 트럭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미니밴과 소형 트럭은 비슷한 크기 국산차 가격의 70% 수준인 110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조철 자동차·부품산업정책실장은 “중국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면서 품질을 개선해 ‘중국산=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있다”며 “이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가격은 싸면서도 품질은 괜찮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현재 국내 시장에 진입한 중국 완성차 업체는 선롱버스·포톤·북기은상 등 3개 업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는 2017년 전기버스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선두는 중한자동차에서 수입하는 중국 북기은상기차의 CK미니밴과 CK미니트럭이다. CK미니밴(중량 0.5t)은 수퍼나 대형마트·약품회사·세탁소·꽃가게 등 소형 화물 운송업자가 주 소비자다. 또 CK미니트럭은 푸드트럭·특장차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라보(경트럭), 다마스(경승합차)의 대체 차종으로 꼽힌다. 중한자동차는 싼타페급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6’를 연내에 들여올 계획이다.대웅자동차가 수입·판매하는 포톤 툰랜드는 2800cc급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161마력의 파워를 지녔다. 국산 코란도 스포츠보다 크고 타코타 같은 정통 미국산 픽업트럭급 덩치를 갖추었지만 3320만원의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판매는 다소 저조하다. 대웅자동차 역시 연내에 15인승 다목적 미니버스 뷰 CS2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스타렉스와 쏠라티의 중간급으로, 학원·어린이집 등 통학용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 소형 저가 승용차 수입도 연 30%씩 늘어 중국 선롱버스의 두에고 모델은 서울 근처에서 자주 눈에 띈다. 25인승 중국 선롱버스는 2013년 제주도 내 관광버스용으로 100대가 상륙한 이래 국내에서 총 550여 대가 팔렸다. 이후 시내버스·시외버스 운송업체의 대량 구매로 2014년 수입량이 크게 늘었지만 승차감이나 고장수리 등의 불편이 제기되면서 2015년부터 수입 물량이 확 줄었다. 중국 타이치그룹은 한국 화이바 버스사업부를 인수해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버스 등 상용차 수입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승용차 수입이 크게 늘었다. 2012년 46억원 규모가 지난해 100억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8월까지 9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중국산 승용차 수입 예상치는 130억원에 이른다. 특히 2000㏄ 이하 승용차 수입이 크게 늘었다. 최근엔 수입차 딜러를 한 경험이 있는 중견기업에서 중국산 세단 승용차를 들여오기 위해 중국 자동차 회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에선 “트럭으로 시작된 중국차의 역습이 소형 승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중국 자동차회사들은 연구개발 투자와 대규모 설비 확장,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자국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의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4년 38%에서 지난해 41%로 높아졌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SUV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저가 플랫폼을 개발해 가격은 합자업체 대비 50~60%에 품질은 비슷하게 높인 모델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로컬업체와 합자업체 간의 차량 결함 격차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안전도 검사에서 최고 수준인 별 다섯 개를 받은 중국 업체의 비율은 2006년 8.3%에서 2014년 92.5%까지 올라섰다.중국은 지난해 72만대이던 로컬 브랜드 수출을 2020년 30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가 전 세계 소형 가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자동차산업에서도 비슷한 일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자영업이 증가하고 소형 상용차의 제품군이 다양하지 못한 국내 시장에서 틈새를 겨냥할 것”이라며 “소형 저가 승용차도 이른 시일 내 국내 시장에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6.10.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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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투자 나서라] 남과 다르게 가니 길이 보이더라

산업 일반

‘이번엔 삼성의 오판이다’. 1997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를 내놓자 당시 시장은 이같이 반응했다. 외환위기의 전조가 짙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내놓은 다소 생뚱맞은 하이엔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펠’이라는 독립 브랜드를 적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가격 또한 비슷한 사양의 수입 제품보다 고가 전략을 폈고, 광고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냉장고 분야 시장점유율을 1998년 56%에서 2003년 62%로 끌어올렸다.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1990년대 후반 유럽의 가전시장에선 소형 가전이 인기여서 미국의 소형 가전 전문기업 월풀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삼성전자가 양문형 냉장고를 선보이자 판세가 달라졌다. 크기에 거부감을 가졌던 유럽 소비자들이 냉장고의 다양한 수납 기능에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성공으로 유럽에도 양문형 냉장고 시장이 안착했다. 이 같은 역발상 전략은 미국에서 ‘은 나노’ 기능의 드럼세탁기를 선보이며 시장점유율 1위라는 또 다른 성과를 냈다. ━ 외환위기 때 내놓은 고가 양문형 냉장고 제일기획은 외환위기(1997년)와 카드대란(2002년) 당시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위험기피식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방어적인 마케팅 전략을 택하게 되지만 경기 불황 시기에 극적인 매출 증대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들의 공통점은 역발상 마케팅이었다’고 주장했다. 성공 사례로는 정수기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웅진코웨이, 20대 젊은층으로 과감히 마케팅 타깃을 전환한 동아제약 박카스 등을 꼽았다.정영훈 K2 대표는 아웃도어 업계에서 ‘역발상 경영’의 모델로 꼽힌다. 2002년 정동남 K2코리아 창업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34살의 나이에 갑작스레 회사 경영을 맡은 그는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4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을 현재 1조원 대로 끌어올렸다. K2코리아에 따르면 K2·아이더·와이드앵글·살레와·K2세이프티의 전체 매출은 2013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4년 1조2500억원, 2015년 1조1190억원을 기록했다.아웃도어 업계의 전반적인 매출 하락세 속에서도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정 대표의 다각화 실험에서 기인한다. 정 대표는 신발 위주였던 K2를 의류 중심으로 전환해 불모지나 다름없던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했다. 또 2006년엔 업계 최초로 세컨드 브랜드 ‘아이더’를 들여왔다. 20~30대를 겨냥한 아이더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론칭 10여년 만에 매출 4500억원이 넘는 대형 브랜드로 자리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최고점에 오른 2014년엔 중저가의 골프웨어 ‘와이드앵글’을 내놔 화제가 됐다. 와이드앵글은 지난해 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엔 독일의 고기능성 아웃도어 ‘살레와’를 국내에 선보이며 업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폭탄세일이 다반사인 업계에서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도 역발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우르르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설 때 2009년 경남 창녕에 공장을 신축했다. 사내에선 비싼 땅값과 인건비를 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강 대표는 “돈이 더 들더라도 품질 좋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2012년 완공한 창녕공장은 세계 최고의 자동화 생산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최신식 시설은 넥센타이어의 ‘쇼룸’ 역할을 하며 바이어에게 큰 신뢰를 줬다. 창녕공장 가동 후 폴크스바겐과 크라이슬러, 피아트, 미쓰비시 등이 넥센타이어의 고객이 됐다. 강 대표는 해외 사업도 남들과 다르게 진행했다. 업계가 앞다퉈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세웠지만 넥센타이어는 중국 생산 라인을 최소화했다. 유럽 생산기지도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미루었고, 대신 미국 시장에 집중했다. 유로화 약세, 미국의 중국 시장 반덤핑 관세, 미국 시장 회복 등에 힘입은 넥센타이어의 역발상 경영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2009년 9662억원이었던 매출은 2015년 1조8375억 원으로 곱절로 늘었다. 1000억 원도 안 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249억원을 넘었다. 12.2%의 영업 이익률은 국내 타이어 업체 중 최고 수준이다.국내 제조업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자 ‘역발상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각 연구소에서도 역발상 경영의 성과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자료를 내놓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사업방식 차별화로 시장 흔드는 신흥 제조기업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샤오미·화웨이·테슬라 등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이들 기업들은 마케팅이나 연구개발(R&D), 구매 및 제조 등에서 기존 기업들과 다른 방식을 통해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거나 비용 우위를 차지해 새롭게 시장을 창출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오미와 화웨이의 저원가·저비용 사업체계, 테슬라의 고성능 전기차 전략, DJI의 드론 대중화 변환 전략 등을 예로 들었다.국내 이동통신사는 엉뚱한 것에서 미래를 찾는 작업이 한창이다. ‘엉뚱한 생각(역발상)’을 통해 미래의 먹을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KT는 IT와 생활 아이템을 융합한 아이템을 기획한 폰시리즈를 2014년 출시 이후 현재 3탄까지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휴대용 체지방 측정기 UO헬스핏, 반려동물 전용 웨어러블 기기 T펫 등의 서비스를 내놓았다. ━ 옛 발상에서 벗어나야 역발상 가능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역발상 경영이 한창이다. 스포츠 업계는 여성을, 화장품 업계는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공략에 나섰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올해를 글로벌 차원에서 ‘여성의 해’로 정했다. 최근 운동하는 여성이 늘고 비용을 아끼지 않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아예 메인 캠페인 주인공을 여성으로 내세운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적극적 소비층’이라는 것도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와 달리 주요 소비층이 여성인 화장품 업계는 남성 공략에 적극적이다. 자신을 가꾸고 꾸미는 데 많은 돈을 투자하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이후 뚜렷한 신제품이 없었던 남성 전용 화장품 브랜드 ‘오딧세이’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LG생활건강 역시 자사 브랜드 더페이스샵에서 출시한 ‘더 젠틀 포맨’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자인 로버트 서튼은 역발상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옛 발상’을 지적했다. 그는 “옛 발상은 역발상과 반대로 다양성을 몰아내고 과거의 것을 답습하면서 반복적인 사업을 펼친다”며 “새로운 성공을 원한다면 ‘옛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6.05.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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